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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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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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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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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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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DUMMY

어째서 라인할트는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걸까?

그것에 대해 묻기 전에 국왕의 행차를 알리는 문지기의 호령소리가 홀에 퍼졌다.

“마침 오시는 군요. 국왕 폐하를 맞이합시다.”

라인할트가 두 팔을 펼치며 연극하듯이 걸어가자 주위의 사람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라인할트의 저런 모습에 꽤나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를 착실한 젊은 영주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상상도 못할 일이겠지.

국왕의 앞에 선 라인할트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알렌 라인할트.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국왕은 그런 라인할트를 가만히 바라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런 국왕의 뒤에는 무장한 기사와 경비병들이 따르고 있었다.

“역시 눈치 채고 계셨군요 폐하도. 그럼 제가 왜 이러는 지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라인할트의 말에 국왕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내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라인할트가 다시 내 곁으로 걸어왔다.

“보시다시피 이런 상황입니다. 애초에 이 파티도 저를 끌어내기 위해서 연 거겠죠. 이제 왜 제가 순순히 인정했는지 아시겠습니까?”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도 파티에 참석했다는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도 아직 여유를 보인다는 건 모두 포기했거나 아니면......

“아직 뭔가 할 작정입니까?”

“정답! 지금껏 성실한 젊은 영주를 연기한 것도, 이미 들켰다는 걸 알면서도 아닌 척 시간을 끌었던 것도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지요. 모두 국왕을 죽이기 위해서!”

말을 마치며 라인할트는 자신의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손으로 쥐었다.

“צּאשׂ”

무언가의 주문인 듯한 말을 외치며 목걸이에 붙어 있던 보라색 돌을 떼어내자 일순 눈이 멀어버릴 듯 강렬한 빛을 발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빛이 사그라진 곳에는 산산이 부서진 돌조각을 손에 쥔 라인할트가 망연히 서있을 뿐이었다.

“......어째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한동안 멍하니 있던 라인할트가 넋이 나간 듯 중얼 거렸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길이 늦지 않게 일을 마쳤다는 걸 알게 됐다.

아니, 뭐 믿고 있었다고? 조금 쫄긴 했지만.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망연자실한 라인할트에게 말했다.

“당신이 준비한 주술은 용사들이 모두 해제했습니다. 성에 잠입한 부하들도 지금쯤 다 제압됐을 테구요.”

라인할트의 얼굴이 고장 난 듯이 삐걱거리며 내게로 향했다. 삽시간에 10년은 늙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라인할트경이 일부러 제게 힌트를 남긴 건 알고 있었습니다. 혐의를 자기에게 돌려서 부하들이 성 안에 주술을 완성시키는 걸 들키지 않으려 하신 것도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라인할트의 계획에 넘어가는 척 하며 라인할트의 신경이 내게만 쏠리도록 만들었다. 혹시라도 주술이 실패 한 걸 사전에 알게 되서 도망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 동안 세라씨의 탐사능력을 이용해 침입해 온 검은 후드들을 제압하고 주술을 파괴한 것이다.

이래저래 생각은 많이 한 계획이었지만 급조한 거라 허술한 점이 많아 불안했었다. 그래도 다행히 어떻게든 계획대로 흘러가서 다행이었다.

“어떻게... 내 계획을 알아챈 거지...?”

쉬어버린 목소리로 힘없이 묻는 라인할트에게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눈칫밥을 먹으며 일생동안 갈고 닦아온 감입니다.”

“감...이라고?”

허탈하게 되뇌며 라인할트는 고개를 숙였다.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기운 빠지는 대답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하냐. 사실인걸.

“크큭... 크흐흐흐...”

고개 숙인 라인할트에게서 상황에 맞지 않게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여기까지 와서 또 뭔가 남아 있다곤 하지 않겠지?

생각해 놓은 수도 모두 썼다. 이젠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단 말이다.

실성한 듯 음습하게 웃던 라인할트가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에선 더 이상 전과 같은 산뜻한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는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입으로만 웃고 있는 모습이 마치 악귀를 연상케 했다.

“생각해보면 네놈이 나타나고 나서부터군. 공주의 납치를 실패한 것부터 지금의 실패에 이르기까지 전부. 멍청한 용사 놈들은 계획을 진행하는 데 아무런 방해도 되지 못했어. 오직 네놈 하나 때문에......”

뭐야 이거. 엄마 나 무서워.

라인할트의 눈은 마주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맛이 가 있었다. 분명 뭔가 일을 낼 것 같은 눈이었다.

“네노오오옴! 하나 때문에에에~!”

거 봐 이럴 줄 알았다니까!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나이프를 집어든 채 라인할트가 노성을 지르며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나보다 가냘퍼 보이는 몸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흉폭하고 저돌적인 움직임이었다.

그 모습에 위축되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온 멧돼지가 라인할트를 날려버렸다.

멧돼지에 치인 라인할트는 실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에 처박혔다.

라인할트를 친 멧돼지가 성큼성큼 다가와 내 팔을 찰싹찰싹 두드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멧돼지라고 생각한 것은 아까 만났던 변태 영감이었다.

워낙 강력한 숄더 태클이라 뇌가 멋대로 멧돼지라고 착각한 것이다.

변태 영감 란돌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저 처자들보다 더 화끈한 걸 보여줬구먼.”

란돌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바닥에 쓰러진 채 기사들에게 제압당한 메이드들이 있었다. 그녀들의 목에는 예의 푸른 리본이 달려 있었다.

주술이 실패한 걸 알고 직접 국왕을 암살하려다 제압당한 모양이었다.

진짜로 뭐하는 영감이야 이 사람.

“...너무 화끈해서 화상 입을 뻔 했네요.”

“크하하. 젊을 땐 그 정도로 자극적인 게 딱일세.”

젊은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말이로구나. 정말로 뭘까 젊은이란.

경비병들이 쓰러진 라인할트를 구속하고 있었다. 아까운 음식들이 불상사를 당했지만 어찌됐든 무사히 상황은 종료 됐다.

국왕을 비롯하여 왕국의 이름 있는 귀족들이 몰살당할 뻔 한 사건은 결국 미연에 차단되었다.

이야~ 이거 내가 한 일이지만 정말 깔끔하구만. 이 정도면 국가공훈훈장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을까. 포상으로는 평생 놀고먹어도 남을 만큼의 돈과 라뮤와의 합법적인 결혼정도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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