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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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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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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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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3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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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DUMMY

힘겨워 보이는 이자벨과 파오를 보았다. 이대로 성에 도착할 때까지 체력이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파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나는 결심을 굳혔다.

“이자벨, 파린, 파오. 잘 들어. 절대 뒤돌아보지도 말고 멈추지도 마. 그대로 곧장 달려. 알았지?”

대답을 듣기도 전에 잡고 있던 이자벨의 손을 뿌리치듯 놓고 서쪽으로 뛰었다. 설명할 시간도 없었고 설명하는 사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서이기도 했다.

멀어지는 이자벨의 얼굴에 눈물이 맺히는 걸 애써 모른 척하며 이자벨과 최대한 멀어지도록 달렸다.

갑자기 두 방향으로 나뉜 고민할 만도 하건만 마족은 변함없이 이자벨과 파오, 파린을 노렸다.

이래선 기껏 떨어진 게 아무 의미 없어진다. 그럴 순 없지.

달리며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를 주워 마족에게 던졌다. 힘이 부족했는지 마족은 반응하지 않았다.

이번엔 주먹만 한 돌을 온 힘을 다해서 던지며 외쳤다.

“이쪽이다 이 눈깔 자식아!”

조금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마족의 외눈이 표적을 바꿔 나를 향해 움직였다. 이걸로 됐다. 이걸로 된 거다.

“이자벨! 뛰어어어!”

마지막으로 소리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이제부턴 단순히 나와 마족 어느 쪽이 더 빠른지의 승부다. 이기든 지든 상품은 내 목숨뿐이지만.

-네놈은 또 질리지도 않고 목숨을 시궁창에 버리려고 하는군.-

불현 듯 테스카가 말을 걸어 왔다. 이젠 완전히 꿈속에서만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것보다 이런 타이밍에 말 걸지 말란 말이야. 지금 목숨이 오락가락 하는 판국에 너랑 말다툼 할 여유 없다고.

뒤 쫓아 오는 마족을 곁눈질 하며 멈추지 않고 달렸다. 이 정도면 이자벨과 제법 거리가 벌어졌을 터이다.

-큭큭. 난 지금 네놈과 이야기가 하고 싶구나. 그래, 내가 네놈에게서 완전히 해방되는 방법이라도 가르쳐 줄까?-

뭐냐 갑자기 이럴 때. 그런 것 보다 나는 지금 바쁘다고!

전엔 가르쳐 달라고 해도 시치미만 떼더니.

-말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지. 난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한다.-

멋대로 말하는 테스카의 말을 반쯤 흘려들으며 발을 놀렸다. 바로 뒤에서 괴물이 쫓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여유 있게 대화나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테스카는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내가 완전히 네놈에게서 해방되는 방법. 그건 말이야...-

속도를 늦추지 않고 코너를 돈 순간 바닥에 놓여 있던 돌멩이를 잘못 밟아서 그 기세 그대로 굴렀다.

격하게 바닥을 구른 뒤 벽에 부딪혀 겨우 멈췄다. 맨 바닥을 구른 몸이 고통을 호소했다.

아픔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사이 눈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벽에 등을 기대고 간신히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최악이게도 굴러서 들어 온 곳은 막다른 길이었다.

유일하게 뚫려 있던 길도 마족의 거대한 몸이 벽이 되어 막아서고 있었다.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악마는 즐거운 듯이 웃으며 말했다.

-네놈의 죽음이다.-

마족의 주먹이 하늘로 치솟았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 정녕 얌전히 맞아 죽는 수밖엔 없는 건가.

이자벨과 파오, 파린은 잘 도망쳤을까? 용사들은 아직 잘 버텨주고 있는 걸까?

나를 죽이고 난 뒤 이 마족은 어떻게 될까?

상념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저 주먹을 맞아서 곤죽이 되면 더 이상 생각도 할 수 없게 되겠지.

죽을 때 아프겠지? 아픈 건 싫은데. 맛있는 걸 못 먹게 되는 것도, 라뮤를 끌어안고 뒹굴지 못하는 것도 싫다. 세라씨의 가슴을 훔쳐보지 못하는 거나 나에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못 보는 것도 싫다. 이대로 길에게 한방 먹여주지 못하고 가는 것도 싫다.

죽는 것이 싫다.

......죽고 싶지 않아.

하늘로 치솟았던 마족의 주먹이 중력에 이끌리듯 떨어져 내렸다. 커다란 기둥처럼 굵고 단단해 보였다.

어떻게 해도 이 좁은 길에선 저 주먹을 피할 수 없다. 나는 하다못해 눈을 감았다.

“으아아아아! 죽기 싫어어어!”

세상이 어두워졌다. 모든 것이... 끝났다.

.............

..........

.......

...

-끝나지 않았다. 눈을 떠라.-

테스카의 목소리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마족의 거대한 주먹은 내 머리를 짓누르지 못한 채 허공에 멈춰 있었다.

자세히 보자 마족의 주먹은 칠흑의 건틀릿에 감싸인 내 왼손에 막혀 있었다. 그것은 언젠가 꿈속에서 보았던 테스카의 건틀릿과도 닮아 보였다.

이건 설마...

-그래. 내 힘이다.-

긍정하는 테스카의 말에 아연실색했다. 그도 그럴게 방금 전까진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나? 그랬지 않으셨어요?

분명 해방되려면 내가 죽어야 한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좋겠지만 좀 더 이대로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더군. 물론 너만 좋다면 말이지만.-

건틀릿에 감싸인 왼팔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였다. 마치 거절한다면 그대로 짓눌리게 놔두겠다는 협박 같았다.

-악마와 거래할 용기. 너에겐 있을까?-

악마가 속삭였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평온무사하게 사는 게 꿈인 나에게 그런 위험천만한 용기는 필요 없다고.

그렇지만 나는...

-계약 성립이다.-

“젠자아앙!”

왼팔의 건틀릿에서부터 뻗어나온 검은 기운이 내 몸을 덮어 갔다. 그에 맞춰 내 의식도 덧씌워지듯 잠식되어 간다.

잠시 후 온몸을 덮은 검은 기운은 칠흑의 갑옷으로 변해 있었다.

“후우...”

내가 아닌 내가 깊게 숨을 내뱉었다. 투구 너머로 변조된 목소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지금부턴 내 스테이지다.”

마족의 주먹을 받아낸 왼팔에 힘이 흘러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족의 팔은 형체도 없이 부서져 사라졌다.

마족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뒤로 쓰러졌다.

“하찮구나. 실로 하찮아.”

쓰러진 마족을 뒤로 한 채 나는 하늘로 몸을 띄웠다. 순식간에 마을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높이 떠오른 채 아래를 훑어봤다.

아직도 많은 몬스터들이 마을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었다.

아직까진 사망자가 없는 것 같았지만 이대로 놔두면 조만간 한 번에 무너질 것이다.

조금 시선을 옮기자 아직 도망가지 못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자벨과 파린, 파오자매였다.

그녀들은 나와 헤어진 곳에서 얼마 가지 못한 채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을 향해서 병사들의 수비를 뚫은 몬스터들이 다가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그런 몬스터들을 향해서 아무렇게나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 생긴 칠흑의 검들이 내 손짓에 따라 날아가 몬스터들을 도륙했다.

넘치는 전능감에 취해 검을 날리기도 잠시. 아직도 많이 남은 몬스터들이 거슬렸다.

손을 들어 올려 하늘로 향하자 손바닥에서 야구공만한 검은 구가 생겨났다. 곧 내 손을 떠난 검은 구는 그대로 하늘 높이 올라가 블랙홀처럼 발밑에 있는 몬스터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오로지 몬스터와 마족만을 빨아들인 검은 구는 마지막 한 마리의 몬스터마저 집어 삼킨 후 유유히 사라졌다.

“좋은 경치구만.”

마족과 몬스터가 사라진 마을 위로 까맣게 물든 밤하늘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요하게 펼쳐져 있었다.


작가의말

올해의 마지막 글입니다.


그리고 이 글의 마지막이기도 하구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에필로그 한편은 새해에 올리겠습니다.


올 한해 수고 많으셨고 다가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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