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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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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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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0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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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DUMMY

-는 악마가 되었습니다.

테스카와 거래인지 계약인지를 나눈 덕택에 그렇게 된 모양이다. 다만 전과 그다지 달라진 게 없어서 실감이 안날뿐이다.

그나마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테스카가 시끄러워졌다는 것 정도일까. 사라져 가던 때에 비해서 쓸데없이 말을 거는 비율이 늘어났다. 따지자면 굉장히 불편한 일인 것이다.

모든 마족과 몬스터들을 정리한 후 나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적당한 건물 잔해 위로 돌아가 쓰러졌다.

내가 악마가 된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안 그래도 마왕의 첩자니 뭐니로 시끄러운 마당에 잘못 커밍아웃 했다간 인류의 적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잖은가. 게다가 용사들도 바로 근처에 있고 말이지.

그런 이유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지금까지처럼 무능하고 무지한 채로 살아갈 생각이다. 평범한 게 최고지 암.

건물 잔해 위에서 용사들에게 구출된 나는 그대로 성으로 운송되어 3일이 지난 오늘까지 푹 쉬고 있었다.

푹신한 침대와 시간 때울 거리만 있다면 얼마든지 뒹굴 거릴 수 있지만 오늘은 부득이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용사가 소환된 뒤 바로 복귀할 일정이었던 것을 마왕의 첩자를 잡기 위해 늘렸던 거라고 한다.

그것마저 해결된 이상 이 곳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다며 국왕이 왕국으로 복귀를 서둘렀던 것이다. 그래서 3일이 지난 오늘 뒷정리를 서둘러 마치고 라인할트령을 떠나게 되어서 배웅하기 위해 나도 참석하게 되었다.

국왕이 떠나든 말든 나랑은 아무 상관없었지만 이자벨도 함께 떠난다기에 얼굴이라도 비추자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가본 적 없던 높은 층의 방에 왕국으로 통하는 워프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포박되어 이동식 철창에 갇힌 라인할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인할트경.”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십시오. 이제 저는 백작도 라인할트가의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알렌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라인할트, 아니 알렌은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를 귀찮다는 듯이 흔들었다.

“후회하십니까?”

왕을 암살하려 한 이유도 마족에 관해서도 묻지 않았다. 어차피 왕국으로 끌려가면 그곳에서 다 이야기하게 될 테니까.

그저 나는 알렌의 지금을 알고 싶었다.

알렌은 자조섞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아마 같은 상황이 다시 주어진다고 해도 저는 같은 일을 벌일 겁니다. 그렇게 쉽게 씻겨 내려갈 원한이 아니라서요. 단지...”

“단지?”

“단지 좀 더 빨리 당신을 만났더라면 뭔가가 달라졌을 지도 모르죠. 뭐, 다 부질없는 생각입니다만.”

좀 더 빨리 만났으면...이라. 솔직히 내가 알렌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기 힘든데.

주위를 보니 알렌에게 동조했던 메이드나 검은 후드들도 함께 연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보여야할 누군가가 보이지 않았다.

“알렌. 베티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상하게 여겨 물어보니 알렌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베티가 누구입니까?”

이 사람이 머리가 하얘지더니 노망이라도 들었나.

“베티 말입니다. 알렌이 저에게 붙여준 가정교사 겸 감시역이요.”

그럼에도 알렌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상하군요. 저는 당신에게 가정교사를 보낸 적이 없습니다. 물론 감시역도요. 제 메이드들 외에는 다른 감시역은 없었습니다.”

알렌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뭐지? 나 꿈이라도 꾼 건가?

하지만 꿈치고는 너무 생생했다. 회초리로 맞은 머리라든가 등이라든가.

그러고 보니 베티가 알렌에 대해 얘기한 적은 있어도 알렌이 베티에 대해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꿈이 아니라면 또 다른 곳에서 온 스파이일지도 모르겠다. 뭐 아무렴 어때.

“이런. 시간이 다 됐군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형 당하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죠.”

알렌이 웃을 수 없는 농담을 하며 철창 채로 옮겨졌다. 이동 마법진의 준비가 끝난 모양이었다.

잠시 후 사람들을 헤치고 이자벨이 나타났다.

“드렉.”

“응.”

“나는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니라.”

“응?”

무슨 소리일까? 알아듣지 못 말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자니 이자벨이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무릎을 굽히고 가까이 다가가자 느닷없이 이자벨이 내 볼에 입맞춤을 했다.

“왕궁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얼른 데리러 와야 하느니라.”

살짝 얼굴을 붉힌 이자벨이 그대로 등을 돌린 채 마법진 위로 올라갔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미움 받고 있진 않다는 거겠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수도에도 놀러가 보기로 하자.

“인사는 다 끝났나?”

“음... 대충 그런 것 같네.”

뒤에서 길이 말을 걸어왔다. 워프로 수도로 떠나는 국왕과는 별도로 용사들은 수행을 위해 도보로 수도로 향하기로 했다고 한다.

라뮤와 벌써 헤어져야 한다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왕명이니 어쩔 수가 없지.

떠나기 전에 라뮤 에너지를 듬뿍 충전해 둬야겠다.

“그렇다면 너도 준비를 서둘러라.”

“......무슨 준비?”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물론 떠날 준비다. 너도 우리와 함께 간다.”

뭐라굽쇼?!

“아니아니, 난 용사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나~ 하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얻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시간인데 떠나야 한다니, 그럴 순 없지.

“잊었나? 너의 처우는 우리들에게 맡겨져 있다. 이건 왕명이다.”

그런가~ 왕명이라면 어쩔 수가 없지.

“......안 가면 안될깝쇼?”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해봤지만 길은 일말의 재고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에엥~ 그냥 버리고 가면 안 돼?”

나에가 인상을 찌푸리며 길에게 투정을 부렸다. 여러 가지로 마음에 안 들지만 일단 마음속으로 힘내라고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역시 길은 단호했다.

“우후훗. 앞으로 더 즐거워지겠네요.”

세라씨는 완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로 한발자국 물러서서 미소 짓고 있을 뿐이었다.

“드렉형!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쓰린 속에 라뮤의 큐트한 미소가 스며들었다. 안 돼. 마음이 흔들린다...

-오랜만에 바깥세상 구경을 하겠군.-

내 속도 모르고 내 안의 악마는 태평했다. 아니다 이 악마야.

며칠 전의 대소동이 마치 꿈속의 일인 것처럼 라인할트령은 평화롭게 노을에 젖어들고 있었다.

부서진 건물들은 여전히 을씨년스레 그늘을 늘리고 있었지만 곧 사람들의 활기에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내가, 아니 우리가 지켜낸 마을은 앞으로도 쇠하는 일 없이 이 자리에 있을 것이다.

-포기해라. 파트너.-

길의 설득에 실패했는지 나에가 샐쭉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이제 내 편은 아무도 없다.

현실도피도 부질없이 끝나고 남은 것은 내 발로 걸어간다와 목줄을 달고 처참하게 끌려간다는 부조리한 이지선다 뿐이었다.

이젠 나도 각오를 다질 수밖에.

겨우 손에 들어왔다고 여긴 평화와 안식을 뒤로하고.

나는 용사들과 내 안의 악마와 함께 넓디넓은 이세계로 나갈 것이다.


작가의말

완결입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새로 쓰게 될 글들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 한해 좋은 일들만 있으시길.      -작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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