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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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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20.01.0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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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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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2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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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4

DUMMY

“어흠. 그래서 넌 오늘 뭘 알아 왔냐?”

이 분위기를 견디기가 힘들어서 화제를 바꾸려 길에게 말을 걸었다.

길은 슬쩍 나를 쳐다보곤 빵을 작게 잘라서 입에 넣었다. 나랑 같은 빵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빵이 쪼개졌다. 어쩌면 정말로 나랑 길의 빵이 다를지도 모르지.

딱딱하고 초라한 빵도 먹는 사람이 다르니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처럼 기품 있어 보였다. 뭐냐 이 갭은. 차별이다.

길은 적당히 빵을 씹어 넘기며 담담하게 말했다.

“3년 전 꽃이 졌을 때의 일에 대해서 조사했다. 확실히 이상하더군.”

길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 곳이 이상하다는 건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대낮에도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나 테스카가 한 말이라거나.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나 말고도 모두가 느끼고 있으리라.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라뮤가 먼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선 꽃이 진 건 자연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거다.”

“무슨 소리야?”

“3년 전 플루아에서 모든 꽃들이 같은 날에 모두 져버렸다더군.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그러기라도 한 것처럼.”

“꽃들이 전부?”

“그래.”

하루 만에 모든 꽃이 져버렸다는 건 기현상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여긴 지구와는 달리 마법과 여러 신비한 힘들이 존재하는 이세계다. 분명 범상치 않은 뭔가가 있었던 거겠지.

“주민들은 악마의 저주라고 하더군.”

“푸웁-”

“꺄악! 너 또!”

이어지는 길의 말을 듣고 막 입에 머금었던 스프를 뿜어버렸다. 앞에 앉아 있다가 스프를 뒤집어 쓴 나에가 비명을 지르며 질겁하는 모습이 데자뷰를 일으켰다.

오늘 들어 두 번째 듣는 악마라는 단어에 초조해졌다. 설마 아니겠지...?

-크크큭. 글쎄 어떠려나.“테스카가 음산하게 웃었다. 왠지 요즘 들어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것에 재미 들린 것 같다.

“악마라... 한 번 만나보고 싶네요.”

나에에게 묻은 스프를 닦아주며 세라씨가 천진하게 말했다. 사실 지금 당신 눈앞에 있습니다만.

등에 식은땀이 맺히는 걸 느끼며 쭈뼛거리고 있으니 길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디까지나 소문이니 진위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 내일은 다른 소문에 관해서 조사해 보려고 한다.”

“다른 소문?”

스프를 다 닦은 나에가 언짢은 기색으로 물었다.

“아아. 좀 전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소문이다만, 저주받은 아가씨에 대한 소문이다.”

또 저주인가. 참 저주 좋아하는 도시네.

“그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요?”

호기심이 동한 것인지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보채는 손자처럼 라뮤가 눈을 반짝였다.

“플루아에 내린 저주의 근원이라는 이야기가 있더군. 자세한 것은 내일 알아봐야 알게 될 거다.”

“와. 내일은 저도 같이 다녀도 될까요?”

“아니, 그건...”

거절의 말을 하려던 길이 급속하게 시무룩해지는 라뮤의 표정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러냐?

얼마간 나를 노려보던 길을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대로 해라.”

“와~! 고맙습니다 길씨!”

길의 대답에 언제 시무룩해졌냐는 듯 라뮤의 표정이 활짝 피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을 어려워하던 라뮤가 먼저 다가서는 모습을 보니 성장한 동생의 모습에 뿌듯한 한편 쓸쓸해지는 것은 왜일까.

조금이지만 가슴이 아프다.

길의 모습도 좀 의외다. 언제나 냉정하고 고고하게만 보였던 길도 라뮤에겐 약해지는 건가. 어쩌면 단지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툴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동질감이 생겨났다. 앞으로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사람들한테 물어본 거야? 내가 나갔을 땐 다들 집에 숨어 있던 건지 아무도 보이질 않던데.”

“이상하군. 내가 갔을 땐 주민들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라...? 이상하네 정말. 내 경우엔 유령마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는데? 게다가 처음 만난 꼬맹이랑은 서로 으아아악 끄아아악 하며 샤우팅 대결까지 했는데?

“당연한 거 아냐? 사람인 이상 바보변태는 피하고 싶어지는 거잖아?”

“뭐냐고 바보변태라는 건!? 내가 뭘 했길래?”

“베~ 나는 딱히 너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나에가 혀를 날름 내밀며 유치하게 도발했다. 훗. 저런 싸구려 도발 따위에 넘어갈 내가... 으으으으... 화가 난다!


“지, 진정해요 형.”

“으르르르....”

헛. 유치한 도발에 당해서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 자중해야지 자중.

이후로도 몇 차례 수준 낮은 말다툼과 쓰잘데가 없는 잡답을 하며 우리들은 식사를 마쳤다.




완전히 어둠에 잠긴 늦은 저녁. 길과 라뮤, 나와 마부가 나란히 이불을 깐 채 누워 있었다.

줄곧 침대만 쓰다 오랜만에 바닥에 누우니 몸이 편치가 않았다.

이불 너머로 느껴지는 딱딱한 나무 바닥의 감촉이 뼈 마디마디에 데미지를 축적해갔다. 내일 아침에는 분명 개운치 못한 아침을 맞이하게 되겠지.

이런 불평은 나 혼자 뿐인지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누워있었다. 마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길과 라뮤가 저렇게 편안하게 있다는 게 의외였다.

솔직히 이 중에선 내가 제일 막 굴러다닐 것 같은 이미지니까 조금 충격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란히 누워 있으니 옛날 수학여행 때가 떠오르는 구나.

학생들의 자주성은 존중하지 않은 채 그저 출석번호 순으로 한 방에 밀어 넣어서 자게 만들었던 학교 측의 만행이 인상적인 이벤트였지.

덕분에 친하지도 않은 애들과 같은 방에서 어색하게 2박 3일을 보내야 했었다. 만약 학생들에게 방 배정을 맡겼더라면 그렇게 씁쓸한 경험을 하지는... 어라 그러고 보니 학창시절에 친했던 녀석들이 있었던가...?

떠올려 보면 이튿날엔 나를 빼고 다른 아이들은 서로 잘 지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벽 쪽에서 두 번째라는 미묘한 자리에서 안 그런 척하며 다른 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가. 물론 첫 번째 자리는 제일 먼저 잠드는 녀석의 자리였다.

떠올려 봤자 입맛이 써지기만 할 뿐인 기억이었구나.

슬프게도 지금 상황이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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