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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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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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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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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688

작성
17.05.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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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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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7

DUMMY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굳었고 반대로 레고는 고장 난 자명종 시계처럼 몸을 떨었다.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것일까. 아니, 악몽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딴 말도 안 되는 꿈 얼른 깨어 버려야지.

하지만 아무리 잠에서 깨어나려 해도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잠에서 깨어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되는 거지?

헛돌기만 하는 생각을 비웃듯 떨고 있던 레고가 내 머리 바로 위까지 걸어왔다.

그리고는 손에 든 얇고 뾰족한 무언가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어어... 이거 왠지 위험하지 않습니까?

굉장한 압박이 느껴지는 레고의 모습에서 도저히 꿈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퀄리티가 느껴졌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혹시 이거 꿈 아닌 거 아냐?

하하하. 그럴 리가.

레고의 손에 들려진 얇고 뾰족한 무언가가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흔들렸다.

...

......

으아아아아아 테스카 테스카아아! 살려줘엇! 변신이다아앗!

차마 목소리로 내지 못하고 속으로 외쳐봤지만 테스카는 응답하지 않았다. 언젠가처럼 검은 갑옷 모드로 변신하지도 않았다.

가위에 눌린 듯 꼼짝도 못한 채 가까워 오는 얇고 뾰족한 무언가에 두려워하고 있자니 갑자기 레고의 몸이 뒤집히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서 누운 채로 눈만 깜빡이고 있자니 큰 소리에 깬 누군가가 초에 불을 붙였다.

방안을 덮고 있던 어둠이 가시고 촛불 빛에 밝혀진 실내를 각자의 숨소리가 채웠다.

가장 먼저 촛불에 불을 붙이던 마빈의 모습이 보였고 조금 시선을 돌려보니 바닥에 쓰러진 레고와 레고를 제압한 길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옆자리에 누워있을 라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자니 내가 덮은 이불 틈새로 빠끔히 튀어나온 머리카락이 보였다.

과연. 이래서 몸이 움직이질 않았던 건가. 가위 같은 게 아니었구나.

아니, 지금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 소동에서도 자고 있는 라뮤를 깨우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떼어낸 후 몸을 일으켰다.

쓰러져 있는 레고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자 범인은 여관주인 아저씨였다.

낮에 봤던 여관 주인 부부의 뒷모습이 떠올라서 살짝 납득했지만 그 이전에 이해 못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어째서 이런 일을 했지?”

길이 쓰러진 범인을 취조하듯 여관주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여관주인은 바로 말을 꺼내지 못한 채 바닥에서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침묵했다.

“무슨 의도로 우리에게 접근 한 거냐?”

금방이라도 칼을 뽑을 것처럼 험악한 기세로 길이 여관주인에게 되물었다.

그럼에도 여관주인은 입을 열지 않았다. 이대로 뒀다간 정말로 길이 여관주인을 벨 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솔직히 나도 당할 뻔한 입장이었던지라 여관주인에게 좋은 감정이 생기진 않았지만 여기서 칼부림이 일어나는 것도 꺼림칙한 일이다.

“자자. 일단 진정하고 얘기를 들어보자니까.”

“드렉...”

길을 말리듯 말을 걸자 길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돌아봤다.

“나는 충분히 진정하고 있다.”길은 기분이 상한 것처럼 툭 내뱉고는 다시 여관주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애냐 이 녀석?

“죄...”

머리가 살짝 아파오는 걸 느끼며 다시 길을 말리려 하는 순간 여관 주인이 기어들어가는 듯 한 목소리로 불쑥 한마디 내뱉었다.

“뭐라고?”

길도 잘 듣지 못한 것인지 날 선 태도로 여관주인을 다그쳤다.

여관주인은 완전히 기가 꺾인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죄송합니다하아...”

한숨을 토해내듯 속 깊은 곳에서 쏟아내는 여관주인의 말이 무겁게 방 안을 짓눌렀다.

그만큼 짙은 감정이 섞여있어서였을까. 길도 완전히 독기가 빠진 것처럼 머쓱한 표정으로 잡고 있던 여관 주인의 팔을 놓았다.

나도 뭔가 말을 꺼내기 어색해져서 멀뚱히 서 있었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한 채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잠시 후 정신을 추스른 여관 주인이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우리는 그 모습을 묵묵히 보고 있었다.

“우선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어찌 해야 될지 모를 이 분위기를 깬 것은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마빈이었다. 생각해보면 커뮤니티 능력이 괴멸적으로 의심스러운 이 파티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대응이 가능 한 사람은 마빈 뿐이었다.

만약 마빈이 따라와 주지 않았었더라면 이 제멋대로인 사람들만으로 무사히 여행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빈은 신이 보내주신 구세주처럼 느껴졌다. 용사파티의 구세주가 마부라는 것도 웃긴 이야기지만.

정중한 마빈의 말투 덕분에 조금 진정이 된 것인지 가라앉은 표정으로 여관주인이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았다.

우리도 그를 따라 둥그렇게 앉아서 여관주인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했다.

이 상황에서도 라뮤는 여전히 새근새근 귀엽게 자고 있었기에 라뮤를 제외한 우리 세 사람과 여관 주인이 마주하는 구도가 되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듯하던 여관 주인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사과를 받고 싶은 게 아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아까보단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공격적인 말투로 길이 말했다. 말투는 어찌됐든 나도 같은 심정인지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사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말을 멈추고 잠시 망설이던 여관주인은 이내 체념하듯 낮게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손님들의... 그, 짐을 훔치려고 했습니다요.”

여관주인의 고백에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뭔가 더 거창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이런 기운 빠지는 이야기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예를 들면 마왕이라든가 첩자라든가 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야.

길도 허를 찔렸는지 바로 반응을 하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마빈만이 동요하지 않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돈을 노린 거란 말씀입니까?”

“예, 예에...”

면목 없다는 듯이 머리를 조아리며 여관주인이 인정했다. 진짜인가... 정말로 마왕이라든지 첩자라든지 하는 이야기가 아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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