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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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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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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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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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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DUMMY

마지막까지 의심을 떨치지 못한 채 여관주인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더니 땅에 떨어진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녹색 종이가 너저분하게 달라붙은 얇은 철사 같이 보였다. 설마 나를 찌르려고 하던 게 저거인가?

내가 보고 있던 것을 눈치 챘는지 여관주인이 바닥에 떨어진 철사를 주워들며 머쓱하게 웃었다.

“부업으로 조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꽃의 도시에서 조화를 만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요.”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철사를 만지작거리는 여관주인의 모습이 형용 못할 애잔함을 느끼게 했다.

“여관 일만으로는 부족한 겁니까?”

알 수 없는 감정에 떠밀리듯 의미 없는 질문을 던졌다. 만약 충분했다면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예상대로 여관주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여관에 손님이 온 것도 반년 만입니다. 다음 손님이 오는 건 언제가 될지...”

낮에 봤을 때도 여관 안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걸 봤었지만 설마 그게 반년간이나 이어졌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는 이미 장사를 이어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닐 터이다. 카티아가 우리들을 보고 그렇게 놀랐던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거라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여관뿐이라 이렇게 부업이라도 하면서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인지라 그만... 정말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침통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는 여관주인의 모습에선 도저히 마왕이니 첩자니 하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저런 모습을 보고 계속해서 의심할 수가 없었다.

“손님이 끊긴 것은 3년 전, 꽃이 졌을 무렵인가?”

생각에 잠긴 듯 묵묵히 듣고 있던 길이 입을 열었다.

“예에... 딱 그쯤이네요. 그게 무슨 문제라도...?”여관주인이 의문어린 눈으로 길을 쳐다봤다. 확실히 관광거리가 떨어진 곳의 여관이나 음식점의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역시 석연치 않은 점을 느낀다. 더군다나 여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이세계니까 더욱이.

“3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다오.”

“...? 알겠습니다.”

길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계속해서 여관주인에게 이야기를 재촉했다.

여관주인은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듣고 있었지만 저녁때 길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와 별 차이가 없었다.

“꽃이 시든 원인은?”

“저... 그게.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아무도?”

“네. 나라에서 파견 나오신 학자분들도 도저히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저주군.-

“저주?”

무심코 테스카의 말을 따라서 입 밖으로 낸 말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하하...”

어설프게 웃으며 얼버무린 뒤 갑자기 말을 건 테스카에게 주의를 돌렸다.

‘저주라니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다. 아무래도 여긴 귀찮은 녀석이 자리 잡고 있는 모양이다.-

‘귀찮은 녀석?’

내 질문에 테스카는 어딘가 들뜬 것 같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악마다.-

‘악마...라고? 어떤 녀석인데?’

-네놈도 조금쯤은 스스로 생각해라.-

쌀쌀맞은 마지막 말을 끝으로 테스카는 침묵했다. 그것보다 악마라면 정말로 큰 일 아닌가?

테스카 정도로 성가신 녀석들이 이리도 가까운 곳에 이리저리 굴러다닌다고 생각하면 온몸의 털이란 털은 다 곤두설 정도로 소름 끼치는 일이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을 정도다.

어쩌면 나만 모를 뿐이지 이 세상엔 평범하게 악마들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것대로 무서운 일이군.

“저주라고 하니 생각났다만 주인장. 저주받은 아가씨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나?”

아, 저주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얼버무려지지 않았구나.

내가 꺼낸 말 탓인지 이쪽에선 아직 저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녁에 제대로 듣지 못했던 이야기다. 길도 자세히 알지 못해서 날이 밝으면 조사하러 나간다고 했었지 아마.

유명한 이야기라면 플루아에 살고 있는 여관주인도 분명 알고 있을 테니 마침 잘 되었다.

오히려 왜 지금까지 물어보지 않았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이렇게 가까이 정보원이 있는데 말이다.

“저는 모릅니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되돌아온 여관주인의 말은 단순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말을 가볍게 듣고 넘기지 못했다.

이야기하는 여관주인의 얼굴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잔뜩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어딜 어떻게 봐도 ‘알고 있지만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라는 얼굴이었다.

뭔가를 두려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우리에게 숨기려고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별 것 아닌 소문이라 여겼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 얽혀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테스카가 말한 악마에 관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별로 파고들고 싶어지지 않는데...

하지만 리더인 길이 나선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

“......그런가.”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길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분명히 이상한 걸 느꼈을 텐데도 말이다.

길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 쪽으로 걸어갔다.

“어... 저, 손님?”

“오늘은 이상한 꿈을 꾸는군.”

“네?”

“묘한 꿈이다. 하지만 잠이 깨면 모두 잊어버리겠지.”

길은 그대로 이불 속으로 몸을 뉘였다. 나는 그제야 길의 의도를 눈치 챘다.

“그러네. 꿈이란 건 깨고 나면 다 잊어버린다니까. 참 곤란하네.”

“나쁜 꿈은 빨리 잊어버리는 편이 더 좋죠. 그래서 저도 잊어버릴 것 같습니다 하하.”

나와 마빈도 길을 뒤 따라 자리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딱히 피해를 본 것도 없으니 이대로 흘려버려도 괜찮겠지.

“......고맙습니다요...”

잠시 후 나지막한 인사와 함께 조용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인기척이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방금 있었던 일은 이대로 꿈이 되어 눈을 뜨면 모두 잊혀 질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의 머릿속엔 아스라이 남아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

아, 하지만 라뮤의 꿈이라면 깨어나더라도 언제까지나 잊혀 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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