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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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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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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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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2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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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DUMMY

다음날 아침. 우리는 어제 저녁과 같은 메뉴로 끼니를 때우고 각자 할 일을 찾아 흩어졌다.

길과 라뮤는 어제 약속했던 대로 둘이서 소문을 조사하러 떠났다. 세라씨와 나에도 둘이서 할 일이 있는 듯하여 여관에는 나와 마빈 둘만 남게 되었다.

“전 말을 돌보러 가보겠습니다.”

정정. 나만 남게 되었다. 결국 나만 할 일 없이 남아 있는 건가. 뭐야. 지구에 있을 때랑 똑같잖아.

그렇다면 지구에 있을 때처럼 잠이나 더 자는 수밖에.

방으로 돌아와 구석에 개어둔 이불로 손을 뻗었다. 이렇게 혼자 맘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만인가.

흔치 않은 기회를 마음껏 즐기지 않을 수야 없지.

심기일전해서 다시 이불을 깔고 몸을 파묻으려는 순간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냐?-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나는 그냥 기분 나쁜 악마가 붙은 평범한 인간인데.’

게다가 이런 일은 나보다 용사들이 나설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애초에 덤으로 끌려온 격이니까. 이른바 들러리다.

-그렇게 화려하게 날뛰어 놓고는 잘도 말하는군.-

아니, 뭐 확실히 그랬긴 했지만 말이지... 그건 어디까지나 예외 중에 예외다. 말려들어 버려서 어쩔 수 없이 움직였을 뿐이다.

그리고 여기엔 다른 악마도 있다고 하니 더욱 엮이기 싫다. 이쪽에 붙어 있는 악마 하나 만으로도 벅찬데 남의 집 악마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다.

-흠... 네놈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웬일인지 테스카가 기분 나쁠 정도로 순순히 물러났다. 이 녀석의 성격으로 봐선 뭔가 꿍꿍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의심부터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흥.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 네놈이 아무리 피하려 한다 해도 말이야.-

테스카는 마치 미래라도 보고 온 것처럼 불길한 말을 남기며 침묵했다.

이 녀석이 저렇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길 때면 반드시 내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었던 것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일단 잠이나 자자.

설마 이렇게 여관방에 박혀서 잠만 자는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




머리 위를 비추는 햇살이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것을 느끼며 몽롱한 의식을 깨워간다. 옅은 바람에 실린 흙냄새가 스미듯 코끝을 간질였다.

나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손으로 비비며 억지로 눈을 뜨려고 했다.

...응? 흙냄새?

뭔가 이상한 것을 깨닫고 서둘러 눈을 떠 주위를 살펴보자 잠들기 전에 보았던 풍경과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니... 슬슬 이 패턴도 질려가는 참이다. 분명히 꿈이 아니겠지.

어찌된 영문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여관방에서 잠들었던 내가 바깥에서 쭈그리고 앉아 눈을 뜬 이 상황은 현실일 것이다.

-마침 좋을 때 정신을 차렸군. 준비가 막 끝난 참이다.-

언제나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두고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고 있다 보니 테스카가 말을 걸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상황은 테스카 때문인 거겠지. 웬일로 얌전하게 넘어가나 했더니 설마 자고 있을 때 내 몸을 움직일 줄이야.

그건 그렇고 무슨 준비가 끝났다는 거지?

방금 전 테스카가 말한 내용을 떠올리며 바닥을 보니 흙 위에 그려진 기묘한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판타지 계열의 게임에서 자주 보던 마법진처럼 보이는 문양이었다.

-어느 의미에선 마법진이라는 이름도 틀리진 않지.-

테스카는 내 생각에 긍정도 부정도 아닌 어정쩡한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뭐라고 불리느냐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하는 것이냐는 거지.

-뭐 잠자코 보고 있어 봐라. 곧 재밌어질 테니.-

불길한 말을 하며 테스카는 내 왼손을 움직여 마법진처럼 보이는 문양 위 허공에 손바닥이 바닥을 보도록 세워두었다.

그러자 마법진처럼 보이는 문양에서 검은 아지랑이 같은 꺼림칙한 기운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서 내 왼손으로 빨려가듯 사라졌다.

잠시간 검은 기운을 토해내던 문양은 곧 제 할 일을 다 한 듯이 바람에 쓸려 평범한 흙으로 돌아갔다.

음...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지만 이거. 말리지 않았어도 괜찮았던 걸까?

딱히 테스카가 내 전신을 조종하고 있던 것도 아니라 피하려면 피할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테스카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내 손으로 검은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는데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기 때문일까. 사실 거부감은커녕 힘이 차오르는 느낌마저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위험한 일은 아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도대체 뭘 한 건데?’

왠지 별 일도 아닌 것 같이 느껴져서 방심한 채로 테스카에게 물었다.

-특별한 걸 한 건 아니다. 그저 이 곳에 사는 악마의 힘을 조금 무효화시켰을 뿐이다.-

‘헤에...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

-녀석의 힘을 걷어낸 곳에선 다시 꽃이 필 테지.-

응? 내가 잘못 들었나? 그렇게 간단하게 플루아의 문제가 해결 됐다고?

-해결 된 건 아니다. 내가 무효화한 건 어디까지나 극히 일부분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시간을 들여서 해나가면 별 문제 없이 사건 해결인 거 아냐?’

만약 그렇다면 엄하게 악마에 대해 파고 다니지 않아도 플루아를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게 되는 거잖아.

흉흉한 사건에 고개를 들이미는 건 사양이지만 이렇게 평화롭고 평범하게 일을 풀어나갈 수 있다면 조금쯤은 거들어줘도 좋다고 생각한다.

세상만사 평화로운 게 제일이지.

하지만 테스카는 그런 내 생각을 코웃음 치며 부정했다.

-그런 짓을 해봤자 금세 저주가 덧씌워질 거다. 뭣보다 내가 왜 인간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해야 하지?-

하긴 생각해보면 저쪽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 같진 않다. 테스카가 저렇게 순순히 남 좋은 일을 해 줄 것 같지도 않고.

‘그럼 이건 왜 한 건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질문에 테스카는 섬뜩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단순한 인사다. 슬슬 저쪽도 우릴 알아챘을 테지.-

그렇구나. 인사라면 어쩔 수 없지. 예로부터 예를 중시 해온 백의민족이 아닌가.

혼자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납득하고 있으려니 또 다른 의문이 고개를 내밀었다.

도대체 누구에게 어떤 인사를?

-이 곳에 살고 있는 악마에게 우리가 왔다고 알렸다. 곧 우릴 찾으러 올 거다.-

아하. 그럼 이제 악마가 오는 건가.

......왜?

-네놈이 직접 만나러 가는 건 싫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불렀다.-

나 잘했지? 라는 풍으로 말하는 테스카를 진심으로 때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아...... 어떻게든 엮이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이 빌어먹을 악마놈이 재를 뿌리다 못해 재앙을 불러 오는구나.

아니, 아직 늦지 않았다. 서둘러 도망치면 만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어서 여관으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자자. 온 몸을 쇠사슬 같은 걸로 묶어두면 테스카라도 자고 있는 나를 맘대로 하지 못하겠지.

-호오. 뭔가가 왔군.-

아니아니아니---! 아직 아무런 준비도 못했다고오오!

패닉에 빠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더니 건물의 모퉁이 너머에서 다가오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벌써 저기까지 온 건가?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선수필승이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봤자 상황이 나아질 리가 없을 테니 바닥에서 구르고 있던 돌멩이를 주워들고 건물 벽에 달라붙었다.

서서히 그림자가 짙어지고 거리가 가까워졌다.

나는 타이밍을 재다가 돌멩이를 들고 다가오는 악마를 향해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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