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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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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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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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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2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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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11

DUMMY

“악마의 날에는 악마가 밖에 돌아다니니까 집에서 나가면 안 된다고 어른들이 그랬어.”

악마가 활개 치는 날. 어디서도 들어 본 적 없는 날이다. 확실히 악마의 날이라고 불릴 만하구나.

하긴 마왕을 처치해 달라고 용사까지 불러 온 마당에 악마가 받아들여진다니 그럴 리가 없지.

“그래서 어제 날 보고 악마라고 한 거냐...”

꼬맹이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린애다운 발상이라면 그렇기도 하지만 극단적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이 도시 전체에 퍼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제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은 게 이해가 간다. 하필이면 이상한 타이밍에 우리가 이곳에 묵게 된 것 뿐이니까. 결코 사람들이 나를 피한 게 아니란 거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정말로 악마가 아니야. 여행 중에 잠시 묵어갈 뿐이고 며칠 뒤엔 여길 나갈 거야.”

나는 어린애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차분히 말했다.

“그렇구나. 아저씨도 가버리는구나.”

내 말을 들은 꼬맹이는 어째선지 조금 시무룩해 보이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기분 탓이려나.

문득 궁금해져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째서 마을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 가거나 하지 않을까? 악마가 무섭다면 이 곳을 떠나면 되잖아?”

“그건 안 돼. 우리들은 플루아 밖으론 나가지 못하는 걸.”

명료한 해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단박에 부정 당해버렸다.

“어째서?”

“어른들이 플루아 사람들은 모두 저주받았다고 그랬어. 그래서 아무리 플루아를 떠나려고 해도 금세 돌아와 버린다구. 아저씨도 여기 오래 있으면 저주받아서 떠날 수 없게 될 거야.”

악마의 저주라면 이미 다른 누구보다도 강하게 받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나다. 이제 와서 저주 하나 둘쯤에 겁먹을 리가 없지.

“......그래서 대략 며칠 쯤 머물면 저주 받을까?”

어디까지나 참고삼아 물어보는 것뿐이다. 정보 수집은 중요한 거니까.

“나도 잘 몰라. 나는 쭉 여기서 살았으니까.”

과연 그렇군. 전혀 아무렇게도 생각하지 않지만 모두가 돌아오는 대로 플루아를 떠나도록 하자. 비록 노숙을 하게 되겠지만 용사들의 모험에 그까짓 게 뭐가 대수랴.

오히려 지금도 마왕에게 고통 받고 있을 백성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숨 쉬고 있는 시간마저 아까울 따름이다.

좋아. 그렇게 됐으니 어서 돌아가서 짐을 싸도록 하자.

그렇게 마음속으로 정하고 서둘러 여관으로 돌아가려고 한 순간 낮게 땅이 울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착각이 아닌 현실임을 내게 들이밀 듯 낮은 땅울림이 점점 커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나는 그것이 땅을 박차는 말의 발굽소리와 구르는 바퀴 소리라는 것을 알아챘다.

집 밖을 돌아다니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차가 돌아다니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은 일일 것이다. 혹시 나보다 먼저 정보를 얻은 길이나 누군가가 서둘러 떠나기 위해 나를 데리러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할 것도 없이 그대로 이 곳을 떠나면 되니 오히려 잘 된 일이다.

...그런데 어째서 내 안의 악마는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것일까.

이윽고 다가온 땅울림의 정체는 내 예상대로 마차였다. 하지만 반대로 내 예상과는 달리 내가 타고 왔던 마차는 아니었다.

별다른 장식 없이 실용성만을 중시한 우리의 마차와는 달리 누가 봐도 귀빈이 타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장식이 된 커다란 마차였다.

크기만 따지면 우리 마차가 더 컸다. 하지만 우리 마차가 짐 수납과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 커진 거라면 저 마차는 탑승자의 편안함만을 위해 커진 느낌이었다.

그런 고급스런 마차가 아까까지 테스카가 내 몸으로 장난질을 치던 곳 근처에서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으아아아!”

마차가 멈춰 서자 옆에 있던 꼬맹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집으로 달려가서 숨어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모르고 있던 나는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마차의 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누군가가 지면에 내려섰다. 그 순간 나는 좀 전과는 다른 의미로 멍해졌다.

가늘게 뻗은 다리가 풍성한 드레스의 사이로 빨려 들어가고 그 곳에 이어진 나긋한 라인의 여성스러운 몸매가 시선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수려한 미모가 가련하고 덧없는 분위기와 맞물려 강렬하게 뇌리에 각인되었다.

고귀함 속에 언뜻 내비치는 요염함이 가히 경국지색을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런 장님도 눈이 번쩍 뜨일만한 미모보다도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길이 얘기했었던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소문. 여관의 주인아저씨도 입을 다물어 버렸던 이야기.

‘저주받은 아가씨’

보는 순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움을 넘어 불길함마저 느껴지는 짙은 흑발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게 아니었더라도 나는 그렇게 확신했을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그랬겠지.

그녀는 누구의 에스코트도 없이 스스로 마차에서 내려섰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찾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내려선 위치와 상황을 봐서 그녀가 온 건 분명 테스카가 한 장난질 때문일 테지.

...어라? 그럼 나 여기 있으면 위험한 게 아닌가?

뒤늦게 깨달은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홀로 멍하니 서 있으면 그야 당연히 금방 눈에 뛰겠지.

이미 다 틀렸구나. 짧은 인생, 무수한 한을 남기고 나 떠나가리.

찰나의 순간 인생의 주마등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다음 생엔 모두에게 사랑받는 삶을 살고 싶어요.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내게로 걸어오는 것보다 먼저 마부석에 있던 젊은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내게 접근해 왔다.

그녀의 존재감에 가려져 단순한 마부라고 생각했던 젊은 남자는 길에게는 못 미치지만 제법 준수한 얼굴의 남자였다. 그리고 마차를 모는 데는 어울리지 않게 칼과 경장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남자는 단숨에 거리를 좁혀 와서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플루아의 주민이 아니시군요. 여행자 분이십니까?”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경계심 하나 없이 나에게 묻는 남자 덕분에 방금 전까지 잊고 있었던 호흡이 돌아왔다. 만약 그대로 있었다면 언젠가 질식하지 않았을까.

“아, 아아. 네 맞습니다. 여행자에요.”

나는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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