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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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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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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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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3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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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15

DUMMY

눈을 뜨고 밤을 지새우더라도 어김없이 해는 뜨고 아침이 온다. 영원히 밤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밤을 샜지만 나를 비웃듯이 아침 해는 하늘 한 켠을 밝히며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여관을 나서는 길의 뒤를 따라 마차에 몸을 싣고 있다.

어떻게 발버둥 쳐도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가...

-일어날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지.-

이런 상황에도 테스카는 태평했다. 아니, 이 녀석이 바라는 대로 되고 있으니 당연한 건가. 나는 지금 목이 바짝 타고 있는데...

-만약에 사태가 일어나도 목숨만은 지켜주마. 목숨만은 말이지...-

네네, 거참 고맙구만 그려.

어쨌든 그래서 현재 나는 마차 안에서 길과 마주 앉아 우울함을 곱씹고 있는 중이라는 말씀.

길은 길대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우울하고 어색하다...

그러고 보니 라인할트 성에서 떠난 이후로는 이렇게 길과 단 둘이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원래라면 파시온드에 오기 전의 나와 길은 어떤 방식으로도 엮일 일이 없을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인간들이었을 터다.

아마 평생을 가도 서로에 대해 인식할 일조차 없었을 테지.

그런 게 무슨 인과인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세계에 날려 보내져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 건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지금 나는 죽을 정도로 어색하다는 것이다.

친한 친구와 단 둘이 남게 되도 가끔 어색함에 몸 둘 바를 모를 때도 있는데 더욱이 그게 길 같은 녀석이라면 이젠 그냥 마차 창문으로 뛰어 내리고 싶어질 지경이다.

......친한 친구의 유무에 대해서는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으음... 이럴 땐 나도 그냥 잠이라도 잤으면 좋을 텐데 테스카와 계약한 영향인지 밤을 뜬 눈으로 넘겼음에도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하다못해 자는 척이라도 하는 게 좋을까?

“걱정 마라. 네 녀석이 전력이 되리라곤 기대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싸우러 가는 게 아니야.”

불편해 하는 내 태도를 보고 착각한 것인지 길이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사실 나 보고 싸우라고 해도 그 때처럼 뭔가 할 수 있을 거라는 실감도 들지 않으니 곤란하긴 했지만.

그건 그렇고 길의 말을 들어보는 한 어제 나를 데려가겠다고 한 건 아무 의미도 없던 거였나.

난 또 테스카에 대해 눈치 채고 뭔가 행동에 나서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했었다.

지금은 이렇게 함께 행동하고 있지만 엄연히 나와 길은 악마와 용사라는 입장에 서있다. 비록 내가 그럴 마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테스카와 계약을 한 이상 용사들의 적인 마왕의 편에 가까운 상황이니까.

만약에라도 정체가 들통 나는 상황이 된다면 지금까지 함께 했던 사람들과 죽고 죽이는 살육전을 벌이게 될지도 모른다. 상상만으로도 몸이 떨려오는 일이다. 앞으로도 조심하며 지내야지.

다행히 적어도 지금의 길에게선 그럴 낌새가 보이지 않는 것 같으니 안심인가.

“그럴 거면 왜 나를 데려 온 거야?”

불만을 담아서 투덜대자 감고 있던 눈을 뜨며 길이 대답했다.

“단순한 소거법이다.”

“소거법?”

“생각해 봐라. 우리들 중에서 집사장과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있을지.”

길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세라씨는 곁에 있으면 치유되는 느낌이 들지만 긴박한 대화가 오가는 상황에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나에는 상대의 도발에 넘어가 그대로 무력행사로 이어지는 미래밖엔 그려지지 않는군...

라뮤는 낯을 가리니 전혀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마빈이라면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평범한 마부인 그로서는 만약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목숨이 위험해 질 수 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아까 테스카가 말한 것도 있으니 믿어보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해보면 과연 나 밖에 남지 않네. 어라? 사실 나도 빠져야 하는 게 아닌가?

“애석하게도 나도 화술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다.”

“그러냐?”

길은 그렇게 말했지만 라인할트 성에서 국왕이나 다른 귀족들과의 대화에서는 절묘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갔었다. 적어도 나보다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높은 건 틀림없다.

“게다가 궤변과 허세가 특기인 너라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 특기인 궤변과 허세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걸까나?”

“적어도 내가 탈출하는 동안 시간은 벌어 줄 수 있겠지.”

......이 녀석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아주 잘 알게 됐다.

“농담이다.”

말로 못할 불평을 담아 조용히 쏘아보고 있자 길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내뱉었다. 거참 잘도 그러시겠구려.

이렇게 믿음이 안가는 농담이라는 소리는 또 처음이다. 실제로 저런 상황이 되면 정말로 나를 버리고 갈 것 같아서 무서워지는구나.

“...정말로 농담이지?”

“...저기 남작의 저택이 보이는군.”

길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어, 설마 대답을 피한 건 아니지? 그렇지?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 길을 따라 마차에 난 창문으로 밖을 보자 다른 건물들 보다 한 층 더 커다란 저택이 이어지는 길 저편에서 우리를 기다리듯 서 있었다.

언젠가는 분명 꽃의 도시에 알맞게 장관을 이루었을 그 건물도 지금은 오래된 빈집처럼 을씨년스레 자리 잡고 있을 뿐이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처럼 싸늘하게 빚어진 담벼락 너머로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옛날 즐겨 했던 롤플레잉 게임에서 자주 봤던 악마의 저택의 모습과 흡사했다. 실제로 악마가 살고 있으니 악마의 저택이란 이름이 틀린 건 아니겠지.

불길한 저택의 모습에 어느덧 길에 대한 불평불만이 잊혀지고 새로운 불안에 휩싸였다.

이윽고 우리를 태운 마차가 저택의 정문에 다가섰을 때 거슬리는 쇳소리와 함께 천천히 문이 열렸다.

마치 우리가 올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여기부턴 우리끼리 갈 테니 넌 돌아가 있도록.”

“예. 조심 하십시오.”

마차에서 내려서 마빈을 돌려보낸 후 우리는 열린 문을 넘어 저택부지에 발을 들였다.

혹시나 해서 문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문을 연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방심하지 마라.”

“아, 알고 있거든...”

불안을 가슴에 품은 채 나와 길은 텅 빈 정원을 지나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일반연재로 승급 됐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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