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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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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1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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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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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0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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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17

DUMMY

우리가 이곳을 나가지 못한다는 걸 알자마자 본성을 드러낸 것인가. 그런 거라면 우리가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을 텐데...

묘하게 조건이 이어지지 않는다. 만약 집사장이 악마와 관련이 없다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단정하기엔 아직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 어쩌면 저것도 연기일지 모르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그렇게 복잡하진 않습니다. 그저 플루아에 머물게 된 이상 저희의 지시에 따라주셔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매월 둘째 주의 3일간은 밖을 돌아다니지 말아주셨으면 하는군요.”


둘째 주의 3일. 그저께와 어제, 그리고 오늘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도 집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는 거겠지.


“악마의 날... 말이군요.”


“시민들은 그렇게도 부르는 것 같더군요.”


줄곧 길과 이야기하고 있던 집사장이 처음으로 나를 쳐다봤다.


“뭔가 이유라도 있나?”


“이유라고 할 것 까지도 없지요. 그냥 따라주시면 됩니다.”


집사장은 얼버무릴 생각도 없는지 수상쩍은 기색을 그대로 풍기며 손을 내저었다.


“할 말은 이상입니다. 일이 많이 쌓여있는 지라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


우리에게 더 이상 흥미가 없다는 듯이 두 번째로 축객령을 내리며 집사장은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엇 하나 제대로 알아낸 것 없이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방을 나서기 직전 길은 집사장을 돌아보며 물었다.


“만약 따르지 않겠다면 뭔가를 할 생각인가?”


“허허허. 그럴 리가요. 저는 단순히 늙어빠진 집사일 뿐입니다. 그저 요새 흉흉한 일이 많이 일어나니 도시의 안전을 위해 따라 주십사 바랄 뿐인 게지요.”


“그런가.”


“돌아가는 길에 소문의 악마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지요. 부디 조심히 돌아가시길.”


집사장의 마지막 말을 뒤로하고 우리는 케티라는 메이드의 뒤를 따라 왔던 길을 돌아 저택 밖으로 나왔다.


“돌아가시는 길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괜찮으시다면 마차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오. 그럼...”


“고맙지만 거절하도록 하지.”


고마운 제안이라 넙죽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길이 내 말을 자르며 거절해 버렸다. 마빈도 돌아가 버려서 여관까지 걸어가야 될 판인데 어째서 거절해 버리냐고.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케티는 처음 봤을 때처럼 저택의 문 저편에서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그런 그녀를 가리듯 저택의 문이 저절로 닫혔다. 그 모습이 우리에 갇힌 새처럼 보인 것은 기분 탓일까.


“어째서 거절한 거야?”


완전히 문이 닫힌 걸 확인하고 물어보자 길은 등을 돌려 걸어가며 대답했다.


“저 집사장이 준비한 거겠지.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뭐, 그건 그렇지만서두...”


길의 뒤를 따라 걸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걸까?

구름이 잔뜩 낀 하늘처럼 머릿속이 엉망진창이다.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찾아 왔건만 모를 일들만 더 늘어나 버렸다.

과연 우리는 무사하게 플루아를 빠져 나갈 수 있는 걸까?

생각에 빠지려던 찰나 앞서 걸어가던 길이 멈춰 섰다. 무심코 따라 걸어가던 나는 길의 등에 부딪히고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한마디 하려다가 길이 보고 있는 곳에 누군가 서 있는 걸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저쪽도 우리를 알아챈 것인지 천천히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손님이라니 드문 일이군요. 이야 잘 오셨습니다.”


바보 같을 정도로 싱글거리는 붙임성 있는 말투의 남자. 알렉스가 한 걸음 먼저 다가와 인사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살고 있었지 이 사람도.

그리고 알렉스의 뒤로 ‘저주받은 아가씨’ 에스메랄다가 걸어왔다. 여전히 말로 형용할 수 없이 불길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역시나 길도 한 눈에 알아본 것인지 에스메랄다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에스메랄다는 인사에 답하는 대신 길의 뒤에 서있던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분명히 어제 이 도시에서 나가라고 말씀 드렸을 텐데... 어째서 아직 계신 거지요?”


에스메랄다의 말에 그제야 내 존재를 눈치 챈 것인지 알렉스가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뭐야 정말로 몰랐던 거야?

나는 어째선지 나쁜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으로 소심하게 대꾸했다.


“하하... 그게 이미 늦어버렸던 모양이라...”


“정말... 바보 같은 사람...”


내 대답을 들은 에스메랄다는 약간 슬픈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그런데 저거 내 욕하는 거 맞지?


“자자 아가씨. 이제부터 이분들도 플루아에서 함께 살아가게 되신 거 같은데 사이좋게 지

내도록 해야죠.”


알렉스가 끼어들어서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말투로 에스메랄다에게 이야기했다. 이미 우리들은 이곳에서 사는 걸로 정해진 건가.

인사를 무시당한 길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알렉스와 공주를 살펴보다가 알렉스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 중에 순순히 입을 열 것 같은 사람을 선택한 거겠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네? 뭔가요?”


“혹시 악...”


길이 막 질문을 던지려는 순간 멋대로 오른손이 허공을 갈랐다.

돌발적인 내 행동에 세 사람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멋대로 오른손

이 쉐도우 복싱을 하듯 허공에 잽을 날렸다.


“뭐하는 거냐?”


길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뭔가 대답을 해줘야겠지만 사실은 내가 더 궁금할 지경이다.

분명 테스카가 뭔가 장난이라도 치는 거겠지만 곧이곧대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러는 동안에도 나를 보는 세 사람의 표정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 같았다.


“쉭!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뇌를 거치지 않고 멋대로 말이 튀어 나왔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세 사람도 어이가 없는 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길은 지금껏 본 것중 가장 한심한 것을 보는 표정이었다.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았다고...


“......풋.”


잘 듣지 않으면 놓쳐버릴 정도로 미약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작은 소리였지만 듣기 좋은 미성이었다.

황급히 웃음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려봤지만 그 곳엔 인형처럼 딱딱한 표정의 에스메랄다 밖에 없었다.


“앗. 아가씨 지금 웃으셨죠?”


“웃지 않았어요.”


나만 들은 건 아닌지 알렉스가 에스메랄다의 옆에서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었지만 에스메랄다는 홱하고 고개를 돌리며 부정했다. 그 사이에 테스카의 장난도 그쳐서 나는 뻘쭘하게 서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뒤늦게 알렉스가 길에게 물어보았지만 길은 김이 빠진 것처럼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다음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지.”


길은 말을 마치고 알렉스와 에스메랄다를 지나쳐 걸어갔다. 나도 그 뒤를 따라 가다가 방금 휘두른 오른 손에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걸 눈치 챘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도록 살며시 펴보자 손가락 마디만한 길이의 얇은 바늘 같은 것이 몇 개나 쥐어져 있었다.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이런 게 날아왔던 것인가.

만약 이런 게 내 몸을 그대로 관통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니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나도 모르게 집사장이 있던 방의 창문을 돌아봤다.

기분 탓인지 넝쿨에 가려진 창 사이로 집사장이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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