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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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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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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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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0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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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DUMMY

저택에서부터 여관까지의 긴 길을 쫓기듯 걸어 돌아왔다. 돌아오는 동안 길과 나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길은 뭔가를 말했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전혀 듣지 못했다.

저택에서 날아왔던 바늘들은 어느 순간 가루가 되어 손 안에서 사라졌다. 실물이 아니라 마법이나 무언가로 만들어진 것이리라.

그 바늘들이 어째서인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나를 노렸다. 에스메랄다도 알렉스도, 길도 아닌 나를.

우연이거나 내가 제일 만만해 보여서 그런 거였을지도 모르나 어쩌면 테스카에 대해서 눈치 챈 것일지도 몰랐다.

만약 그렇다면 범인은 어제 테스카가 행한 의식에 이끌린 것처럼 찾아온 에스메랄다나 알렉스일까? 아니면 시종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던 집사장일까?

어쩌면 이도 저도 아닌 제 삼의 누군가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바닥없는 진창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하나 명확해지지 않은 사실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누구를 의심하고 누구를 경계해야 할지 혼란이 온다.


-두려운가?-


무섭냐고? 그야 당연히 무섭지.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가 내 목숨을 노리고 있는데.


-누군지 모른다고? 그럴 리가. 너는 이미 알고 있잖아?-


...무슨 소리야?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물론.-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테스카의 헛소리가 헤집고 들어왔다. 헝클어진 생각이 더 복잡해져 버렸다.

테스카의 말대로 내가 이미 알고 있다면 이렇게 머리 아프게 고민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

집사장도 알렉스도 에스메랄다도 모두 의심스럽지만 확증이 없다. 어쩌면 테스카가 나를 속이고 일을 꾸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란 말이다.


-클클클... 뭘 고민하는가? 너의 목숨을 노리는 너의 적은 바로......-


“뭘 멍하니 있는 거지?”


갑작스레 끼어든 목소리가 내 안에 잠겨 있던 정신을 일깨웠다. 막 잠에서 깨어난 듯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자 미간을 찌푸린 채 나를 쳐다보고 있는 길의 모습이 보였다.


“어, 어어?”


“이젠 말하는 법마저 잊어버린 거냐?”


당황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나를 보며 길이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야?”


“도착했다.”


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여관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꽤나 먼 길이었는데 어느새 도착한 걸까. 너무 생각에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뭔가 알아낸 건가?”


길은 곧장 여관에 들어가지 않고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계속 말없이 걷기만 하던 모습을 보고 그리 생각하게 된 건가.

하지만 전혀 무엇 하나 알 수가 없었기에 길이 원하는 대답은 들려줄 수 없었다.


“아니, 전혀 모르겠어. 알게 된 거라곤 내가 아무것도 모른 다는 사실 뿐이야.”


“그런가. 결국 너는 이런 곳에서도 쓸모가 없는 거군.”


“윽...”


뭔가 굉장히 심한 말을 들은 것 같지만 실제로 그랬기에 반박할 수가 없다. 어쩐지 옛날이 생각나는구나. 사실 얼마 전까지도 늘 이런 소리를 듣고 살아왔었지만.

이세계로 오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면서 조금은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자기만족이었을 뿐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라인할트령에서 있었던 일도 결국은 테스카가 모두 해낸 거나 다름없으니까.

...엇 그러고 보니 테스카가 방금 뭐라고 말하려 했지?

절묘한 타이밍에 길이 끼어들어 이야기가 끊겨 버린 탓에 까먹고 있었다.

뒤늦게 뒷내용을 물어보려고 테스카를 불러보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때에 테스카는 입을 다물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테스카는 기척조차 내지 않았다.

이 녀석은 원래 이런 녀석이었지...

헝클어진 머릿속에 테스카가 남긴 짜증만이 더해져 기분이 최악으로 치달아갔다. 이유 없이 소리 지르는 사람들의 기분이 이해가 갈 것 같았다.

나를 남겨두고 먼저 여관으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오늘은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벌써부터 나에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구나.

여관 안에 들어서자 우리를 반겨준 것은 카티아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일행들은 보이질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분들은 방에서 쉬고 계세요. 불러올까요?”


“부탁하지.”


“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카티아가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갔다. 아무것도 알게 된 것은 없지만 일단 모두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둬야 했다.

잠시 후 카티아의 뒤를 이어 2층에 있던 사람들이 내려왔다.


“아. 형들 어서 오세요.”


가장 먼저 라뮤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미소 지으며 반겨줬다.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뒹굴 거리며 치유 받고 싶어졌다. 나를 반겨 주는 건 너뿐이구나. 심지어는 집에서 키웠었던 강아지마저 나를 무시했었는데.


“꼴을 보니 별 일은 없었던 모양이네.”


나에가 심드렁하게 말하며 의자에 앉았다. 어째선지 나를 힐끗 처다 보며 혀를 찬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나름의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해 두자.

...그러지 않으면 마음이 꺾일 것 같거든.


“어머어머. 나에. 그런 말 하면 못써요. 무사히 다녀오셔서 다행이에요.”


세라씨기 시름과 걱정이라곤 티끌도 찾아볼 수 없는 표정으로 상냥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이해줬다. 이 사람은 내일 파시온드가 멸망한다고 해도 저렇게 웃고 있을 것 같다. 그건 그거대로 무섭구나.

세라씨와 마빈이 자리에 앉자 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집사장과 만났다.”


“당연하지. 그러려고 간 거잖아? 그래서 뭔가 알아낸 건 있어?”


나에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아직도 어제 길과 말다툼한 걸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반면에 길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아니. 제대로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쫓겨났다.”


“하아?! 뭐라고?!”


“자자. 진정하시고... 애초에 약속도 없이 찾아간 거니까 무사히 다녀온 것만 해도 다행이지 않습니까.”


당당한 길의 말에 나에가 폭발하려는 순간 마빈이 끼어들며 나에를 진정시켰다.


“그 집사장이라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었나요?”


라뮤가 소심하게 손을 들며 질문했다.


“모르겠다. 다만 분명히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긴 하더군. 그가 악마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말이야.”


길은 라뮤의 질문에 대답하며 나를 처다 봤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길의 말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내게 옮겨졌다. 뭔가 떠넘겨진 것 같은데.

할 수 없이 곰곰이 말할 내용을 골라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 확실히 좋은 사람 같지는 않았어. 뭔가 얼버무린 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다시는 얽히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할까...”


내가 공격당했다는 사실은 말할 수가 없었다. 그걸 말하려면 여러 가지로 나에 대해서도 밝혀야 할 테니까.

그렇지만 그러려니 역시 말 할 수 있는 게 제한된다. 좀 더 알고 있어도 내 사정 때문에 밝힐 수가 없게 되니 속이는 기분이 들어도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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