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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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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12.0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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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0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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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19

DUMMY

“그러고 보니 돌아오는 길에 그 ‘에스메랄다 아가씨’도 만났다. 잠깐 얼굴을 마주친 것뿐이지만 오히려 이쪽이 더 기분 나쁜 기운을 풍겼던 거 같군.”


뭐라고 말을 이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길이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내 이야기가 아닌데도 왠지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다행히 금세 길에게로 주의가 기울었기에 내 반응을 눈치 챈 사람은 없었던 모양이라 이상하게 여겨지진 않았다. 약하구나 내 존재감.

...아니, 그 중에서 한 사람, 길만은 나를 보고 있었다.


“아까 전 남작 영애와 이야기 했었지. 넌 그녀와 아는 사이였나?”


순간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지적하지 않았기에 나도 잊어버리고 있었거늘 이 녀석은 계속 기억하고 있었던 건가?

거기다 지금 이 타이밍에 꺼내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뭐야? 어떻게 된 거냐고.”


이번엔 나에의 신경질적인 시선이 찔러왔다. 계속 저런 눈빛을 받으면 위가 아파질 것 같았다. 이 세계엔 위장약이 있으려나. 게비X콘이라든가.


“어제 산책 나갔다가 우연히 만나서 잠깐 이야기 한 것뿐인데...”


최대한 평정을 가장하며 대답했다. 테스카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은 것만 빼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이 정도면 딱히 속이거나 하는 건 아니지?

내 말에 이어진 반응은 또 다른 의문이나 의심이 아니라 체념 비스무리한 뭔가가 담긴 한숨이었다.


“응? 뭔가 반응이 이상하지 않아?”


울컥하는 마음에 참지 못하고 물어보자 길이 이제 됐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뭐, 너니까 대충 그럴 거라고 생각 했다.”


“아- 기대해서 손해 봤네. 다음 이야기 하자 다음.”


전혀 기대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던 거 같은데...

뭔가 더 물고 늘어지고 싶지만 모두의 분위기도 그다지 다른 것 같지 않아서 입을 다물었다. 희망을 담아 라뮤를 바라봤지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이리저리 굴릴뿐이었다.

...거짓말이지?


“드렉은 어찌됐든 알고 있겠지 카티아?”


상심에 빠진 나를 내버려둔 채 이야기의 화살은 카티아로 향해 있었다.

카운터 뒤에서 숨죽인 채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티아가 갑작스런 지명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네, 넷?”


자신에게 화제가 돌아올지는 몰랐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길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하려던 말을 계속했다.


“남작 영애에 대해서 말이다.”


날씨 얘기를 하는 것처럼 평이한 목소리로 던진 길의 말에 이상하게도 카티아의 몸이 굳어졌다.

분명 저번 이야기에서도 에스메랄다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느낀 느낌에 대한 해답이 될 만한 이야기는 없었다.

길도 역시 그 점을 눈치 챈 것인지 대담하게 파고들었다.

...어쩌면 오늘 있었던 일이 모두 이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 계획된 게 아니었을까?

아니, 그건 역시 비약이 심한 거겠지.

너무도 순순히 집사장의 말대로 물러난 것이나 알렉스나 에스메랄다에게 깊게 파고들어 묻지 않은 점이나 평소의 길 답지 않은 행동이 걸렸지만 그저 어쩌다 그런 것뿐일지도 모르고.

슬며시 스며드는 한기를 떨쳐내듯 한 차례 몸서리치고는 생각을 비웠다. 지금은 그것보다도 카티아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카티아는 쉽사리 입을 열지 않고 굳은 채로 서 있었다. 역시 어제는 일부러 에스메랄다의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었나.

이대로는 카티아가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건지 길이 먼저 말했다.


“남작 영애가 악마인가?”


아무런 필터링 없이 내뱉은 길의 말에 모두가 숨을 들이켰다. 가볍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이었던지라 모두들 충격이었으리라.

그렇지만 나는 다른 이유로 놀랐다. 테스카의 덕분인지 나는 에스메랄다가 악마라는 의혹을 가질만한 상황을 맞이했었다.

그리고 반쪽이지만 악마가 되어 에스메랄다에게서 느껴지는 불길한 느낌을 감지했기에 에스메랄다가 악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길은 오늘 잠시 스치듯 만난 것뿐일 텐데도 에스메랄다를 의심하게 된 것이다. 나처럼 공격을 받은 것도, 수상한 상황에서 맞닥뜨린 것도 아닌 데도 말이다.

용사이기에 나보다 더 악마의 기운에 민감하기 때문일까?


“아니에요!”


길의 당돌한 말에 카티아는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분명 부정하는 말이었지만 내게는 오히려 반대의 의미로 들렸다.

모두가 입을 다문 탓에 카티아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남아 이 공간을 떠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알려다오. 다른 정보가 없다면 나는 남작 영애를 악마라 단정 짓고 벨 수밖에 없다.”


“어째서인가요?”


“그녀가 가장 수상하니까.”


길의 흔들림 없는 말에 카티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째서 고민하는 것일까?

그녀의 주장대로 에스메랄다에게 수상한 점이 없다면 그대로 말한다면 될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건 카티아도 이상을 느꼈다는 말일까.

그럼에도 카티아는 에스메랄다를 보호하려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카티아는 눈을 떴다. 그 눈에는 아직도 불안이 남아 있어 보였지만 뭔가를 결심한 듯 꽉 쥔 주먹이 그녀의 심경을 대변했다.


“먼저 한 가지 약속해주세요.”


“뭐지?”


“지금부터 들은 이야기가 어떻든,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가씨만큼은 반드시 지켜주세요.”


누구도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부탁이었다. 에스메랄다를 만나보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직접 만났던 나는 더욱이 그랬다.


“아아. 약속하지.”


하지만 길은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어떤 이야기인지 듣지도 않았는데 너무 결단이 너무 빨랐다. 그 누구보다도 악마의 존재를 용서할 수 없는 용사의 입장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게다가 방금 전까지 에스메랄다를 가장 의심하고 있었던 길이었기에 더욱 의아하게 느껴졌다.

보통 저렇게 휙하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없기 마련이건만 카티아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알겠어요. 에스메랄다 아가씨에 대해서 말해 드릴게요.”


그렇게 다시, 어제는 듣지 못했던 플루아의 어둠에 대해 카티아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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