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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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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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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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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0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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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22

DUMMY

아무런 해답도 나오지 않은 채 시간은 흐르고 밤이 깊어 간다.

역시나 나는 잠이 들지 못한 채 누워서 여관의 낡은 천장만 의미 없이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남작 저택에서 있었던 일부터 돌아온 뒤에 있었던 일까지. 썩 유쾌하지 못한 일들뿐이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피로가 쌓였을 터일 텐데 전혀 잘 수가 없다. 어제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상태인데도 말이다.

쓸모없는 짓인지는 알고 있지만 눈을 감고 머리를 비워보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떠오르는 수많은 잡념들이 나를 괴롭혔다.

어둑하게 물든 하늘은 짙은 구름에 가려 달빛도 새어나오지 않고 울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알지 못한 채 옆에 누운 동료들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렇게 잠들지 못하고 있는 건 나뿐인지 모두들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렇게 흥분했던 라뮤도 얼마간 뒤척이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이렇게 오늘도 밤을 새버리는 건가. 아무리 혼자서 지내는데 익숙한 나라도 이렇게 멍하니 누워만 있는 건 역시 힘들다.

머릿속은 복잡한데 정신은 맑아지다니 이건 무슨 고문인거야.


-여전히 쓸데없는 생각들만 하는구나.-


실타래처럼 엉킨 생각들 사이로 음험한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와 머리를 울렸다.

이런 때만 아니면 참 불쾌했을 터지만 말상대가 생긴 거라 생각하니 조금은 반가운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반가울 것도 없다. 나는 너이고 너는 곧 나이니.-


‘시끄럽고. 또 뭔가 할 말이 있으니까 튀어나온 거지?’


언제나 자기 할 말만 툭 뱉어놓고 멋대로 입을 닫는 녀석이니 이번에도 그렇겠지.


-너무하는군. 나도 가끔은 네놈과 차분히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때도 있거늘.-


이처럼 믿음 안가는 이야기는 그리 없을 거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단지 조금 답답해졌을 뿐이다. 너는 뭘 망설이고 있지?-

망설여...? 내가?


-이 곳의 풍경도 슬슬 질렸다. 해야 할 일을 하고 다른 곳을 보여다오.-


이 악마는 또 무슨 뜻 모를 소리를 하는 거지? 해야 할 일이라니?


‘너도 지금 상황은 알 거 아냐? 나라고 여기 계속 있고 싶지는 않다고.’


적어도 뭘 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려주고 그런 말을 했으면 좋겠는데.


-너도 슬슬 깨달았을 텐데? 그럴 일은 없다는 걸.-


그거 참 지당한 말씀이시구려.

분명한 건 이 악마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는 것뿐이군.


-아직 잠이 오지 않는가?-


‘아아. 그래 아주 말똥말똥하다.’


-잘 됐군.-


이 자식은 지금 내게 싸움을 걸고 있는 건가?


-뭐, 진정해라. 마침 좋은 심심풀이가 생길 것 같으니.-


‘심심풀이라고?’


여전히 맥락이 보이지 않는 화법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네.


-저 쪽도 지루한 건 참지 못하는 성격인가 보군.-


스무고개를 하듯 수수께끼 같은 말만 끝없이 늘어놓는 테스카에게 화가 날 때쯤 갑자기 감각이 뒤틀리는 듯한 묘한 느낌이 전신을 지배했다.

언제까지고 결코 익숙해지지 못할 탈력감이 퍼지고 강렬한 어지러움이 온몸을 덮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새벽에 낀 안개가 서서히 걷혀가듯 감각이 맑아져 갔다.

지금 이 감각을 뭐라고 해야 될까.


-간단히 말하자면 확장이지.-


테스카의 말이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렇다. 확장이다. 지금 여관에 누워 있는 내 몸이 어디까지고 펼쳐져 있는 것처럼 평소엔 느낄 수 없었던 것 까지 세세하게 느껴졌다.

여관 밖에 펼쳐진 살풍경한 플루아의 모습과 메마른 바람. 그리고 썩어가는 흙의 비린내마저도.

그리고 그런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결코 일상적이지 못한 감각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었다.

세상 어느 것보다 가까이 느끼면서도 가까워지지 못할 느낌.

악마의 기운이었다.

도시의 벽을 넘어 외부에서 찾아오는 적군인양 인류의 적은 서서히 그 수를 늘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 모든 감각이 쪼그라들 듯 사라졌다. 나는 여관의 좁은 방에 누운 채로 동료들의 숨소리만을 간신히 듣게 되어 있었다.

갑작스런 감각의 전환에 오감을 빼앗긴 듯한 무력감이 전신을 짓눌렀다.


‘지금 건... 도대체 뭐였던 거야?’


의심할 여지도 없이 방금 건 테스카의 짓이다. 불쾌한 감정에 휩싸여 추궁하듯 테스카에게 쏘아붙였지만 테스카는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잠시 내 감각을 공유해줬을 뿐이다.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 이렇게 쓸데없이 감정을 소모하고 있는 동안에도 저 잡종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테스카의 말대로다. 방금 느꼈던 것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어째선지 갑자기 플루아에 악마의 기운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그게 뜻하는 바가 뭔지는 두 번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작게 난 창문 쪽으로 뛰어 갔다.

작은 창문 너머로는 여전히 무덤처럼 깊게 가라앉은 플루아의 풍경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저 깊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악의가 있음은 틀림없을 터이다.

내가 움직이는 소리에 깬 것인지 길이 몸을 일으켰다.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한 것 같지는 않았다.

곧장 길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말하려다가 말문이 막혔다.

악마로서의 내가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인 내가 어떻게 용사들보다도 먼저 위기를 깨달았는가.

앞뒤 사정을 다 자르고 말해서는 그저 잠꼬대로 밖에 들리지 않을 테고 설득력을 갖추려면 숨기고 있는 것을 털어놓는 수밖에 없다.


“뭐냐. 왜 그러고 있지?”


나와 눈이 마주친 길은 창문 앞에 서서 굳어 있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지금 이렇게 우물쭈물 거리는 동안에도 악마는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을 터였다.

그 목표가 단순히 우리들만이라면 곧 길도 눈치를 채서 방비를 할 수 있겠지만 만약 플루아 전체라면 다른 죄 없는 사람들마저 위험해진다.

우리들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들이 생겨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젠장.

아~ 모르겠다. 나중 일은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우와악! 귀신이다아아~!”


한껏 숨을 들이켜고 뱃속에서부터 소리를 끌어 모아 소리를 질렀다. 소리 없이 조용한 이 밤에 내가 지른 소리는 내 예상보다 더 크게 여관 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같은 방에서 자고 있던 마빈과 라뮤가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가까운 거리에서 내 고함을 들은 길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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