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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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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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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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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0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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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DUMMY

악마의 기운을 느낄 수 없는 지금이라도 그것이 뭘 뜻하는 지 정도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주위의 비명소리가 한층 더 커지고 혼란이 가중되었다.

좀 더 다리에 힘을 넣어 여관을 향해 달려갔다.

소란스러워진 탓인지 여관에는 이미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방금 나타난 놈들까지 합쳐서 외곽은 이미 마물들에게 둘러 싸여서 극히 위험한 상태였다. 그나마 안전한 곳이라면 중심부 쪽이겠지.

다행히 여관은 중심부에 위치한 터라 비교적 안전할 터였다.

용사들도 반대편에서 솟아 오른 불길을 봤을 테니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이쪽으로 올 것이다.

용사들이 올 때까지 반대편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이 곳으로 모을 수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사람들이 이 곳으로 도망 올 때까지 저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무방비로 마물들에게 노출 될 것이다.

희생자가 얼마나 나오게 될지 상상하는 것조차 무서워질 정도다.

의미 없이 꽉 쥔 오른손을 노려보았다. 지금껏 고생다운 고생도 해 보지 않아 왜소하고 못미더워 보이는 주먹이었다.


“...테스카.”


무심코 소리 내어 불러 보아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주먹은 침묵을 지켰다.

결국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결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나는 그저 무력하게 몸을 웅크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관에 숨어서 사태가 해결되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기운이 빠져서 달리던 다리가 속도를 늦춰갔다. 여관은 바로 앞에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도 앞뒤로 몰려오는 마물들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며 모여들고 있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 사람이라도 더 무사히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기를, 용사들이 한시라도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것 정도뿐이었다.

짙게 깔린 어둠을 거부하듯 밝혀진 여관으로 다가가는 도중.

난폭하게 바람을 찢는 육중한 소음이 멀리서 들려왔다. 마치 시간의 무게에 눌린 것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간신히 돌려 소음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것은 늘어진 시간 속에서 결코 빠르지 않은 속도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한때는 도시를 지키기 위해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을 방벽의 일부분이 지금은 원래의 용도와는 다른 이유로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어떤지 깨달았을 무렵 늘어졌던 시간이 제자리를 찾았다.

느리게 날던 방벽의 조각은 쏜살처럼 빠르게 목표로 향했던 곳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무언가에 맞아서 땅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뒤늦게 어깨가 아파왔다. 주위에 떨어진 돌덩이들을 보니 아마도 저기에 맞은 거겠지.

다행히 뼈가 부서지거나 하진 않은 모양이라 몸을 추스르고 일어섰다.

피어오른 먼지 사이로 쓰러져 신음하는 다른 주민들의 모습들이 보였다. 꽤나 광범위하게 파편이 퍼진 모양이었다.

주위가 이 정도인데 정통으로 떨어진 곳이 멀쩡할 리가 없다. 밑에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즉사겠지.

끔찍한 참상이 벌어져 있지 않기를 바라며 방벽이 떨어진 곳을 두려운 마음으로 살폈다.

먼지가 조금씩 걷히고 드러난 광경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살아있는 것을 호소하듯이 쓰러진 사람들은 울부짖고 있었지만 어딘가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내가 가려던 곳, 내 앞에 우뚝 서 있어야할 낡고 허름한 여관이 처참하게 형체를 무너트리고 있었다.

방벽의 파편은 여관을 할퀴고 땅에 깊은 흔적을 남긴 채 옆 건물에 반 쯤 파묻혀 있었다.

무너져 버린 여관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저런 큰 위험에도 무사함에 안도하는 한숨도, 부상당한 누군가의 신음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살아있는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겠지. 저런 무지막지한 돌덩이에 직격 당했다면 그게 정상일 것이다.

2층에는 나 때문에 잠이 깬 마빈이 어리둥절해 하며 여관을 뛰쳐나간 나와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1층에도 마찬가지로 카티아와 주인 부부가 영문도 모른 채 불을 밝히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없다. 없어져 버렸다.

너무도 어이 없이 한 순간에 있었던 사람들이 없어졌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나눴던 말들은 짧았지만 같은 공간에 숨 쉬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젠 들리지 않았다.

나는 지금 혼란스러운 건가? 지금은 그것조차 모르겠다.

그저 머릿속이 새하얗게 칠해져 간다. 아니, 어쩌면 새까맣게 채워져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건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닐 테니까.

어느 사이엔가 꽉 쥐고 있던 주먹이 힘없이 펴졌다.

나는 지금 눈을 뜨고 있는 건가? 입은 다물고 있나? 두 다리로 제대로 서있긴 한가?

아무 것도 모르겠다. 감각이 고장 나 버린 것 같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자아를 얻은 것처럼 비틀 거리며 멋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당연히 모르겠다.


“......테스카.”


알고 있는 유일한 말인 것처럼 악마의 이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악마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다. 나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비틀 거리며 걸었다.

도망쳐 오는 사람들을 거슬러 이리저리 부딪히며 걸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용케 넘어지지 않고 마주 달려오는 사람들을 헤쳐 빠져나왔다. 그러고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그 너머에는 명백히 사람의 모습이 아닌 존재가 서 있었다.

성인의 두 배는 됨직한 키에 비정상적으로 부푼 두 팔, 그에 비해 왜소해 보이기까지 하는 짧은 다리가 괴이한 느낌을 주었다.

머리가 있어야할 어깨 위가 휑하니 비어 있는 그 존재는 누가 보더라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리라.

나도 분명 그랬다. 어떻게든 도망치려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내 몸은 그 괴물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저 굵은 팔에 한 대라도 맞는다면 나 같은 건 순식간에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릴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저 팔의 사정거리 안으로 망설임 없이 비틀거리며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

나를 아직 눈치 채지 못한 것인지 괴물은 내 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덕분에 아무런 방해도 없이 괴물의 코앞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그 뒤 나는 주먹을 쥐고 팔을 뻗었다. 힘없이 쥐어진 주먹이 괴물의 단단한 피부에 닿았다. 펀치를 날린 것 같지도 않은 시답잖은 공격이었다.

아무런 반응도 없는 괴물에게 다시 주먹을 뻗었다. 여전히 힘이 실리지 않았다. 세 번째 주먹을 날렸다. 괴물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나는 다시, 또 다시 주먹을 쥐고 괴물을 때렸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인 것처럼 주먹을 내질렀다.

얼마나 주먹을 휘둘렀을까. 겨우 내 존재를 눈치 챈 것처럼 괴물이 몸을 돌렸다.

있지도 않은 괴물의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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