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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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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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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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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
글자수 :
317,688

작성
17.06.0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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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26

DUMMY

감은 눈 사이로 아침이 오는 흔적이 스며든다. 어스름한 하늘 한켠이 밝아오는 소리를 들으며 떠나려는 잠기운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붙잡으려 몸을 뒤척이려 했다.

하지만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가위라도 눌린 건가?

몇 번 더 몸을 움직이려 힘을 넣어 보았지만 손가락 하나 꼼짝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단히 가위에 눌린 것 같다.

이럴 땐 당황하지 말고 손가락부터 힘을 주거나 눈이나 입을 움직이려 하다보면 어느새 풀리게 되어있다.

눈알을 굴리며 입을 달싹거리려 애쓰다보니 조금씩 입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겨우 살짝 벌린 입술 사이로 차가운 새벽의 공기가 새어 들어왔다.


“쿨럭! 쿠하악...!”


목구멍으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간 순간 격하게 기침이 쏟아져 나왔다. 오랫동안 숨을 쉬지 않았던 것처럼 호흡이 괴로웠다.

그 덕분인지 꼼짝도 하지 않던 몸이 조금씩 움직였다. 목과 마찬가지로 고통이 느껴졌다.

어째서 이렇게 몸이 아픈 거지?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고 난 다음 날처럼 몸과 정신의 괴리가 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서서히 몸이 깨어나며 하나둘 주위의 상황을 인식해 갔다.

가장 먼저 이상하게 느낀 건 냄새였다. 여관방의 가라앉은 먼지 냄새도. 아침 준비를 하면서 나는 따스한 냄새도 아니었다.

거기다 조용해야 할 주위가 묘하게 소란스러웠다.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뜨여진 눈에는 아직 어둠이 모두 가시지 않은 잿빛 하늘이 흐릿하게 비쳐지고 있었다.

눈을 몇 번 깜빡여 흐릿한 초점을 바로 잡자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얼굴을 찡그린 여자는 눈을 뜬 나를 보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우물거렸다. 그 모습이 묘하게 앳되어 보여서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지 낯이 익은데...

정리되지 않은 머리로 그녀가 누구 인지 떠올리려고 했을 때 그녀가 손을 들어 올렸다.


“이,이이이...”


“...이?”


“이 바보자식 죽어버려엇!“


그녀의 주먹이 누워 있는 내 복부를 강타하는 순간 눈앞의 여자가 나에라는 걸 떠올렸다. 한 순간이라도 나에를 귀엽다고 생각했다니 정신과 의사와 상담이 필요한 상태임이 틀림없군.

호수에 파문이 일 듯 몸에 퍼져나가는 고통에 괴로워 할 틈도 없이 다시 주먹을 드는 나에의 모습에 공포를 느꼈다.


“자자. 진정해요 나에. 더 때렸다간 정말로 드렉씨가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구요?”


나에의 뒤에서 나타난 세라씨가 나에를 뒤에서 안으며 떼어냈다. 방글거리며 농담처럼 하는 말 같지만 세라씨가 하니 진짜가 될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치만... 그치마안...”


세라씨에게 안겨서 울먹거리는 나에의 모습은 신선했지만 평소와는 너무나 달랐기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저 녀석마저 살리지 못하는 줄 알았단 말야...”


“나에의 잘못이 아니에요. 자 흥해요 흥.”


코를 훌쩍이는 나에를 달래며 세라씨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엄마처럼 나에의 코를 풀어주었다.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어째선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나에는 어째서 저런 상태인 거지? 나는 왜 이런데 누워 있는 거고? 분명히 어제는 여관에서-


“...아.”


겨우 떠올렸다.

마치 머리가 기억해내지 않으려 한 것처럼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일을 지금가지 잊고 있었다.

어젯밤 플루아의 악마가 풀어 놓은 마물들의 공격으로 여관이 날아가 버렸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몸을 무리하게 일으켰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일었지만 가만히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일어나서 본 플루아의 일상은 이미 망가져 있었다. 철저히 마물들에게 유린되어 멀쩡한 건물을 세는 편이 더 빠를 지경이었다.

무너진 건물에 기대어 울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였다. 하룻밤에 삶의 터전과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길과 모두가 고군분투했지만 옛날이야기 속 영웅담처럼 기적 같이 모두가 행복하게 끝나는 일은 없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죽었다. 다친 사람들은 수를 셀 수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일구어 왔던 것들도 덧없이 부서져 버렸다. 단 하룻밤 만에 말이다.

내가 무력했던 탓에, 아니, 도망치기만 했었던 탓이다.

누구보다도 먼저 악마의 존재와 위험을 깨닫고 있었을 텐데도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람이 죽었다.

아무런 죄도 없었던 사람들이었는데 말이다.

만약 내가 좀 더 빨리 힘을 쓸 수 있었다면... 아니, 생각 해봤자 의미가 없는 일이다.


“마빈...”


라인할트령에서부터 함께 했던 사람 좋은 마부의 이름을 더는 대답을 듣지 못한다는 걸 알지만 불러보았다.


“네? 부르셨습니까?”


환청이 들렸다. 그 정도로 죄책감이 깊었던 건가. 알게 모르게 나는 그 사람을 형처럼 생각했던 걸지도 모른다.


“드렉씨? 방금 저 부르지 않으셨어요?”


이제는 환상까지 보이는 건가. 어쩌면 백일몽일지도 모르지.

눈앞에서 나를 부르고 있는 마빈의 모습에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함께 있을 땐 이 사람이 이렇게 내 안에 크게 자리 잡을 줄 몰랐거늘.

마빈의 환상이 내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음,,, 열은 별로 없는 거 같은데. 혹시 머리라도 부딪치셨습니까?”


내 이마에 닿은 마빈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환상을 본 적이 지금껏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너무나 진짜 같은 따뜻함이었다.

...이상하다. 명백하게 이상하다.


“...마빈씨.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혹시 살아계십니까?”


“...? 네. 살아있습니다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마빈은 성실하게 대답했다. 내 머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맛이 간 게 아니라면 지금 상황은 꿈이겠지.


“잠깐 실례.”


나는 적당히 힘을 줘서 손바닥으로 마빈의 뺨을 때렸다.


“아프십니까?”


갑자기 뺨을 맞은 마빈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럼 꿈이 아닌가 보다.

그냥 내 머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맛이 가버린 거였구나. 학창시절에도 종종 그런 소리를 들었었지 그러고 보니.

...장난 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마빈은 살아 있다. 어제 여관이 무너지던 걸 봤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어째선지 지금은 도리어 진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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