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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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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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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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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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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0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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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28

DUMMY

그렇다고 어젯밤 같은 위험을 무릅쓰면서 힘을 쓸 수는 없다. 잘못했다간 내 자신이 제 2의 플루아의 악마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싸우는 거라면 용사들이 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나가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무력을 쓰는 것도, 복잡한 계책을 짜내는 것도 아니다.

비열하고 쪼잔해 보이더라도 숨죽이고 악착같이 빈틈을 노려 물고 늘어지는 것만이 내가 살아오면서 익힌 나만의 싸우는 방법이다.

모두가 손가락질하며 욕한다 해도 지금의 나에겐 이 방법뿐이다. 악마를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어떻게 할 거지?”


길이 불쑥 나를 보며 물었다.


“...뭘 말이야?”


길이 그렇게 말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자연스럽게 대응하지 못했다.


“너라면 분명 다음 일을 생각해 뒀을 테지.”


“그건 네가 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애석하게도 머리를 쓰는 건 서툴러서 말이야.”


어울리지 않게 너스레를 떨며 길이 말했다. 내 생에 이렇게 신용 안가는 말이 얼마나 될까?


“아 그러셔?”


쓸데없이 딴죽을 걸며 소비할 에너지도 아까워서 괜히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지금은 이런 무의미한 대화조차 힘겨웠다.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는 것도 꽤나 뼈아픈 일이겠지만 너무 신중하다가 또 때를 놓치는 것보단 낫다.


“적을 치려면 적의 소굴로 들어가야지.”


“위험할 텐데?”


각오를 다지듯 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길은 곧장 위험하다 말했지만 만류하려는 뜻이 아니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마 길도 나랑 같은 생각이었을 테지.


“이미 위험하다는 말로 넘어갈 수준은 지났어.”


“그렇군. 그럼 적의 소굴에 들어간 뒤엔 어떻게 할 거지?”


“그건 그 때 생각해 봐야지.”


“꽤나 거창한 계획이로군.”


“애석하게도 나도 머리를 쓰는 건 서툴거든.”


내 대답에 길은 쓴웃음을 지었다. 나한테 뭘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란 놈은 애초에 이렇거든.


“그럼 할 일은 정해진 모양이니 서두르지.”


이론은 없는 모양인지 길은 그대로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바로 행동하려 할 줄이야.

...아니 오히려 쓸데없는 생각이 들 틈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게 더 나을 지도 모른다.

길의 말에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나에와 세라씨가 움직일 채비를 했다.


“자 착하지 착하지.”


나도 움직여야 했기에 코알라처럼 내게 찰싹 달라붙은 라뮤를 달래었다. 다행히 울음은 그친 것 같지만 어째선지 내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걱정 됐던 건가. 그렇다면 다소의 불편함 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저기. 여러분.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마빈이 소심하게 손을 들며 말했다. 설마 이 상황에서도 왜 뺨을 때렸는지 따질 셈은 아니겠지?


“뭐지?”


“송구스러운 말이지만 어제 여관이 무너지면서 마차가 박살나 버렸습니다. 말들도 모두 죽었구요. 그래서 여러분들을 태워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긴 그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졌는데 마차가 멀쩡할 리가 없겠지.

마빈은 미안한 표정으로 비보를 전했다. 분명 누구보다 속상할 사람은 마빈 자신일 텐데도 우리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유감이군. 우리에게 사과할 것 없다.”


“아니오. 여러분들이 이렇게 노력하고 계신데 저는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한다니 정말로 죄송합니다.”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겠지.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짐들을 부탁하지. 금방 해결하고 플루아를 떠날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길은 우직하게 고개를 숙이는 마빈을 보며 한숨을 쉬고는 대담하게 말했다. 허세처럼 들릴 법한 말이었지만 마빈은 아무런 의심 없이 대답했다.

길의 말엔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는 확신이 베어 나왔다, 그렇기에 마빈도 납득한 거겠지.


“그럼 바로 남작의 저택으로 가자.”


마차를 가지러 여관까지 돌아갈 필요가 없어졌기에 길은 곧장 저택으로 향하는 길로 돌아서려 했다.


“아. 잠깐만.”


막 출발하려던 길을 멈춰 세웠다.


“왜 그러지?”


“여관에 들렀다가 가자.”


뜬금없는 내 말에 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잊어버린 거라도 있나?”


“뭐 그런 셈이지. 아무튼 돌아가자고.”


“...알겠다.”


억지스런 내 말에도 길은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따라 주었다. 이것도 다 필요한 일이니 조금 돌아가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말에 따라 우리는 여관으로 향하는 길에 올라섰다. 지금 있는 곳이 어제 내가 쓰러졌던 곳인 듯해서 여관이 있는 중심부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걸어가는 동안 여러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쏟아지는 걸 느꼈다. 사람들의 통행이 많지 않은 곳이니 우리들이 외부인이라는 걸 바로 알아봤기 때문이겠지.

게다가 어제 그렇게 화려하게 날뛰었으니 주목이 쏠리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시선 속에서 호기심 외에 다른 감정들을 느꼈다.

오랜 시간 남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나였기에 뭔가 이상하다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신기한 힘으로 자신들을 구해낸 영웅들에 대한 선망과 알 수 없는 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 사이에 섞인 원망과 비난 어린 시선들이 그늘 속에서 음습하게 휘감아왔다.

그제야 나는 라뮤가 어째서 내게 계속 달라붙어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내려다 본 라뮤의 얼굴은 긴장과 두려움으로 굳어 있었다.

나에와 세라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나에가 아까 보였던 반응도 이해가 갔다.

내가 깨어나기 전에도 저런 시선들을 계속 받았을 테고 일부는 직접 비난을 쏟고 갔을 지도 모른다.

평소엔 기가 세고 성격도 더러워 보이는 나에라 하더라도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에게 심한 말을 듣는다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해보여도 겨우 고등학생 정도밖에 안 되는 나이의 여자아이니까.

그건 항상 마이페이스인 세라씨도 마찬가지겠지.

목숨을 걸고 구해줬더니 돌아오는 건 비난과 저주뿐이란 건 소설 속에서라면 드물지 않은 이야기니까.

그렇다고 그들을 마냥 욕할 수도 없다. 그들은 그들대로 잃어버린 것들의 충격을 이기지 못했을 뿐이다.

그저 그들은 약했을 뿐이니까.

앞으로도 여행을 계속하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입맛이 써지는 이야기지만 용사들은 받아들이고 감내할 수밖에 없다.

옛날이야기 속의 영웅들처럼 항상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나 또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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