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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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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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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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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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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29

DUMMY

누구도 입을 열지 않은 채 여관을 향해 나아갔다. 마치 야생동물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어떤 말이나 행동이 저들을 자극해서 지금의 불안한 상태를 무너뜨릴지 모른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나선다면 순식간에 모두가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불합리한 폭력에 휘말려 상처 입은 주민들의 분노가 우리에게 향하게 될 것이다.

그것 또한 불합리한 일이지만 저들에게 그런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

거기서 이성을 잃고 폭력을 휘두르려는 자들까지 나타날지 모른다. 그 때 길이라면 모를까 아직 미숙한 용사들이 실수로라도 힘을 쓰게 된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다. 악마를 신경 쓸 겨를이 아니게 되어 버리는 거지.

그런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양쪽 모두 상처만 입게 될 테니까.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아직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것도 아니건만 체력도 정신력도 모두 깎여 나가는 것 같았다.

이대로 아무 일 없이 저택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런 무른 생각을 비웃듯이 말없이 걸어가는 우리의 앞으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라뮤의 몸이 흠칫 떨렸다. 떨어져 걷고 있던 나에와 세라씨에게서도 긴장한 기색이 전해져 왔다.

앞서 걷던 길이 두 사람의 앞에서 멈춰 섰다. 우려하던 사태가 현실이 되어 버리는 건가?


“응?”


앞을 막아선 두 사람을 본 순간 불안이 의아함으로 바뀌었다. 예상보다 눈높이가 낮았기 때문이었다.

체구가 작은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듯 손을 꼭 마주 잡고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우리에 대한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남자아이와 그보다는 조금 큰 여자아이는 같은 머리색과 꼭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왠지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두 아이와 우리들에게 사람들의 주목이 쏠렸다. 좀 전 보다 더 긴박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직접적으로 우리와 마주한 아이들 덕분에 상황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길은 두 아이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감정이 실리지 않은 길의 목소리가 두 아이에게 향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렸을 터였다.

사람들의 주의가 아이들에게 쏠렸다.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에 따라 상황이 변할 것이다.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겠지.

아이들은 주위의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길의 위압적인 모습에 겁먹은 건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고 있기를 잠시, 서로를 보며 용기를 얻은 것인지 동시에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저희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닷!”


두 아이의 목소리가 겹쳐지며 얼어붙었던 것 같던 공간을 갈랐다.

순간 누구도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나에와 세라씨, 라뮤는 물론이거니와 길마저도 벙 찐 표정으로 서있을 뿐이었다.

주위의 긴박했던 분위기도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어 갔다. 일촉즉발의 불온한 공기만이 감돌던 상황에서 누구도 이런 전개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겠지.

나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모두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와중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 불안하게 우리들을 봤다.

나는 그제야 떠올렸다. 저 아이들은 어제 내가 구해줬던 남매였다. 어제는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바로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불안한 모습에 정신을 차린 건지 길이 뒤늦게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길의 말은 아이들에게 향하고 있었지만 플루아 그 자체에게 하는 듯했다. 그런 느낌을 나만 받은 것은 아닌지 주위 사람들로부터 느껴지던 적의가 조금씩 수그러들어가는 것 같았다.

길의 갑작스런 사과에 아이들은 눈이 동그래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저 남매는 지금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해냈는지 모르고 있겠지.

분명 플루아의 주민들 중에도 우리들을 원망하는 사람들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주위의 기세에 눌려 가만히 있었을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개중에는 용사들에게 도움을 받아서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함부로 나서서 다른 사람들과 반목하게 되고 싶지 않아서, 혹은 다른 이유로 침묵하고 있었을 뿐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런 상황에서 저 남매는 용기를 내어 스스로 나섰다. 자기들보다 훨씬 크고 나이 많은 어른들을 대신해서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무언가 느끼지 않을 사람들은 적어도 이 곳엔 없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적의를 들어내던 사람들조차 기세를 꺾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이루어낸 결과인가. 솔직하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구나.

그건 그렇고 길이 저렇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안하무인이 옷을 입고 걸어 다니는 것 같은 녀석이니까 저 녀석은.

어쩌면 저것도 계산된 행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봐선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 하지만 지금만큼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평소와 크게 차이가 없는 모습이었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근거는 없지만.

어쩌면 길도 파괴된 플루아를 보며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녀석이라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뿐일지도 모르겠다.

길의 의외의 모습에 살짝 혼란스러워져 있던 차에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


어쩔 줄 몰라 하던 남자아이가 나를 보고 탄성을 지르더니 그대로 내게로 다가왔다.

뭐지? 설마 들킨 건가?

어제 폭주했던 모습을 보인 건 아마 저 남매뿐일 것이다. 그래도 이상한 검은 기운이 감싸고 있어서 얼굴까진 보이지 않았을 텐데?

갑자기 찾아온 남모를 위기에 초조해졌다. 여기서 어제 내가 했던 일을 들킨다면 용사들에게 내 정체가 탄로나 버린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플루아의 악마가 나라는 누명마저 씌워질 지도 모른다.

갑작스런 상황에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서 버벅이는 동안 남자아이는 이미 내 앞에 서 있었다.

아차. 얼굴이라도 가렸어야 했는데.

뒤늦게 후회를 해봤지만 이미 남자아이는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차피 의미 없는 짓인가...

이렇게 된 이상 철저하게 오리발을 내밀 수밖에 없다. 제길 이렇게 갑자기 나한테 불똥이 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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