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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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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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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7,688

작성
17.06.10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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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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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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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30

DUMMY

“아저씨 아직 있었구나!”


남자아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대뜸 소리쳤다. 그 모습에서 초등학생 시절 방과 후에 같이 놀고 싶어서 기다렸던 친구가 나를 보며 했던 말을 떠올랐다.

그 때 그 친구의 짜증 섞인 성가셔 하는 표정이 지금도 훤히 떠오르는구나.

...가슴이 아프다.

뭐 남자아이가 한 말에 그런 뉘앙스는 없었지만.

그렇다기보다는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가움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어제의 상황을 떠올려보자면 그렇게 친숙한 분위기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와 저 녀석의 기억 사이에 뭔가 커다란 차이가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남자아이를 잘 살펴봤더니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머어머. 아는 아이인가요?”


세라씨가 신기하다는 듯이 나와 남자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게 물어도 나에겐 파시온드와 지구 통틀어서 아는 사람이라고 할 만 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데...


“형. 이 아이 분명 며칠 전에...”


라뮤가 내 옷자락을 당기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라뮤는 알고 있는 건가?


“아.”


라뮤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보니 이제야 떠올랐다. 에스메랄다와 처음 만난 날 플루아에 대해 내게 알려줬던 꼬맹이였던 것이다.

라뮤는 그보다 더 전에 나와 산책을 하며 한 번 만나봤을 뿐일 텐데 용케도 기억하고 있었구나.

...아니, 잊어버리는 쪽이 오히려 이상한 건가. 초면에 그렇게 비명을 질러댄 사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어제의 충격이 상당히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이 꼬맹이에게 들통 난 게 아니라서 안심했다. 이런 때에 쓸데없이 트러블이 늘어나는 건 전력으로 사양하고 싶다.

꼬맹이는 용사들과 나를 번갈아 보고나서는 이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저씨도 용사님이야?”


아무래도 용사들과 같이 걷고 있는 나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확실히 내 꼴을 봐서는 의아해 할 수밖에.

폭주의 영향으로 옷은 불타고 찢어져서 넝마나 다름없는 상태에 어딜 봐도 지나가던 피난민 같은 분위기니까 말야. 실제로도 그렇고.

나는 괜스레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음... 아니 뭐라고 해야 되나? 용사는 아니지만 이 파티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 직접 싸우지는 않지만 뒤에서 모두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고 할까.”


딱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떠오르지가 않아서 한껏 있어 보이는 말들을 늘어놓아 보았다. 애초에 나는 이 파티의 뭘까?

내 존재에 대해 철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내게 용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거 참 야박한 사람들이네. 꼭 틀린 말인 것도 아니잖아?

꼬맹이는 내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긴 듯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 나도 잘 모르니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데...

잠시 후 답을 찾은 모양인지 꼬맹이가 손뼉을 치며 밝게 말했다.


“그러니까 짐꾼이구나?”


“...그렇다고 하지 못할 것도 없구나...”


생각 외로 명쾌한 해답이었다. 어린이의 순수함이 무섭구나. 이것이 젊음인가.


“풋, 아하하. 너 참 똑똑하구나.”


나와 꼬맹이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나에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의 남을 깔보는 듯한 음험한 웃음이 아니라 나이에 맞는 소녀다운 웃음이었다.

저게 나를 비웃는 것만 아니라면 참 보기 좋을 텐데 말이지. 뭐, 방금 전까지처럼 침울해 하고 있는 것 보단 낫다만...

바보 같은 만담 때문에 조금이나마 기분이 풀린 탓이겠지. 그 점은 다행이라고 해 두자.


“너 이름이 뭐야?”


“웨트예요.”


나에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자 꼬맹이, 웨트는 부끄러운 듯이 목을 움츠리며 베시시 웃었다. 겉보기만큼은 예쁜 누나가 웃으며 스킨십을 해오니 좋지 않을 수가 없지.

나 같았으면 며칠간은 머리를 감지 않을 것이다. 내 나이 또래라면 모두들 공감할 테지.

한동안 나에의 손길에 머리를 맡기고 있던 웨트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고개를 휙휙 돌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왜 그러니?”


“그런데 검은 용사님은 어디에 있어요?”


“검은 용사님?”


웨트의 말에 나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네. 어제 우리가 위험할 때 검은 용사님이 슝하고 날아와서 괴물을 물리쳐줬어요.”


웨트는 눈에서 별이라도 뿜을 것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전혀 상황을 모르는 나에는 눈을 깜빡이고만 있었다.

나는 조금 가슴이 답답해졌다. 웨트가 말하고 있는 검은 용사란 건 아마도...


“길은 뭔가 알고 있어?”


생각해 봐도 떠오르는 게 없는 나에는 길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래봤자 길도 나는 게 없겠지.


“모르겠군. 적어도 나는 어제 이 아이들을 본 적이 없는데. 다른 녀석들을 말하는 거 아닌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바로 대답하며 길은 웨트에게 말했다.

웨트는 다시 용사들을 한 명 한 명 자세히 보고는 여자아이를 쳐다봤다. 그러자 여자아이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젓는 아이들을 본 순간 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어두워서 잘 못 본 건 아닌가?”


“우움... 하지만 검은 용사님은 몸에 까만 불이 붙어 있었는걸요.”


재차 확인하는 말에도 웨트는 부정했다. 역시 저 둘이 말하는 검은 용사는 나인가.

나는... 용사 따위가 아닌데... 오히려 한 걸음 잘못 들어섰으면 또 다른 재앙을 일으킬 뻔한 터무니없는 놈이거늘...

가슴에 묵직한 돌덩이가 얹힌 것처럼 갑갑했다. 반짝이는 눈으로 말하는 아이들에게 당장이라도 아니라고 말해줘야 할 것 같았지만 할 수 없었다.


“아. 웨트 이제 집에 가자. 엄마 아빠가 기다릴 거야.”


“응. 누나.”


여자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웨트는 우리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잠깐만. 이거...”


떠나려는 남매를 웬일인지 라뮤가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서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주위의 시선에 주눅 들어 있던 차에 긴장을 풀어준 나름의 답례인 모양이었다.

뜻하지 않게 사탕을 얻은 두 아이는 눈을 빛내며 기뻐했다.


“고마워요 예쁜 누나!”


“고마워요 예쁜 언니!”


“으...응...”


선물 받은 사탕을 보물인 양 손에 꼭 쥔 채 인사하는 아이들에게 라뮤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아니라고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제는 정말 가려는 듯 몸을 돌리던 웨트가 순간 멈춰 서서 우리를 보며 말했다.


“용사님들이 있으니까 이제 플루아는 괜찮은 거죠?”


허를 찌르는 웨트의 무구한 말이 우리를 시험하는 것처럼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사실 우리는 지금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악마의 정체도 그 의도도, 심지어는 어디에 있는지 조차도.

빈말로라도 순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길은, 우리의 리더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 맡겨라. 곧 플루아를 해방시켜 주마.”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데도 그 당당한 모습에는 절로 신뢰가 갔다. 이것이 사람들이 바라는 용사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길은 늠름하게 선언했다.

길의 말을 듣고 두 아이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웃는 얼굴로 돌아섰다. 그 뒷모습에 소리 내어 말하지는 못했지만 나도 다짐했다.

용사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하다못해 플루아의 악마만은 쓰러뜨리겠다고. 무슨 수를 쓰게 되더라도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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