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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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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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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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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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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DUMMY

어젯밤의 참극을 벌인 장본인이라면 용사들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을 터다. 에스메랄다가 악마라면 지금의 반응은 거짓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이것이 연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다. 친구를 다치게 한 죄책감에 저택에 틀어박히고 만 아가씨를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용사 길티니어바우트라고 합니다. 어제는 실례했습니다.”

내 의도를 읽은 것인지 길이 먼저 내 이야기에 맞춰 인사했다.

“세라미티어예요.”

“...나에르시아.”

“이,인그라뮤트입니다아...”

길의 뒤를 이어 다른 용사들도 인사를 마쳤다.

에스메랄다는 혼란스러운 듯 해 보였다. 카티아의 일로 동요한 상황에서 잇따라 일어난 심상치 않은 일로 평상시의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에 빠진 듯 입을 다문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해갔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기분 탓인지 그녀의 얼굴에서 체념의 빛이 어려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입을 연 에스메랄다에게서 나온 말은 인사에 대한 답례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역시... 저를 죽이러 오신 건가요?”

“무슨...”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길이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악마를 처치하기 위해서 온 겁니다만.”

“그렇다면 저를 베세요. 더 늦기 전에.”

에스메랄다의 말의 진의를 따질 틈도 없이 불온한 바람이 날카롭게 짓쳐들었다.

“안 돼!”

다급한 카티아의 비명이 공기 속에 스며들어 사라질 무렵엔 마치 나를 두고 시간만이 흐른 것처럼 상황이 변해 있었다.

눈을 감은 채 망연히 선 에스메랄다를 감싸듯 카티아가 두 팔을 벌린 채 서 있었다. 그리고 카티아의 머리 위 주먹 하나 정도의 공간을 두고 빛으로 된 검이 멈춰 서 있었다.

“...그 이상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빛의 검을 드리운 길의 목에는 알렉스의 검이 금방이라도 살갗을 찢을 것처럼 밀착해 있었다.

길의 목에 칼을 겨눈 알렉스의 얼굴엔 지금껏 문신처럼 붙어있던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죠?!”

돌발적인 길의 행동에 놀란 듯 카티아의 다리가 금방이라도 풀링 것처럼 후들거렸다. 그에 반해 목에 칼이 들어온 상황인데도 길은 표정의 변화조차도 없었다.

“부탁받은 대로 해주려고 한 것뿐이다.”

“어째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가씨만은 지켜주시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왜!”

“내가 지키기로 한 건 남작 영애다. 악마가 아니야.”

“아가씨는 악마가 아니에요!”

“이제 그만해요. 카티아.”

언제 피가 흐를지 모를 긴박한 상황에서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모두의 귀에 닿았다.

“아가씨...”

“모든 게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예요. 자 뭘 망설이죠?”

오히려 도발하듯이 에스메랄다는 길을 곧게 쳐다보았다. 길을 떠본다기 보단 정말로 그러길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로 죽을 생각인 건가?

그 때 길의 옆 빈 공간이 불길에 휩싸이며 작게 폭발했다. 아무런 피해는 없었지만 폭발 때문에 생긴 뜨거운 공기가 이곳에 서 있던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휘젓고 지나갔다.

그 폭발을 일으킨 장본인인 나에는 자신의 무기인 완드를 들어 올린 채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매번매번 상의도 없이 일을 벌리는 건데 너느은~!”

한창 때의 소녀가 보여선 안 될 표정이었다. 오늘 일은 가급적 빨리 기억에서 지우는 게 좋을 것 같다.

“후- 그렇군. 미안하다.”

길은 의외로 순순히 사과하고는 검을 거뒀다. 마치 방금 전까지의 일들이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산뜻한 태도였다. 나에의 귀신 같았던 얼굴도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다른 의미로 소녀가 보여선 안 될 표정으로 덮였다.

“미안하군. 내 착각이었다.”

“네...에?”

길은 카티아와 에스메랄다에게도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도대체 뭘 하고 싶었던 건지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단지 길이 노린 바가 어떤 것인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한 가지 확인할 수 있어서 내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금껏 들었던 것과 명백히 모순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야겠지.

확인 삼아 저택의 창문을 살펴보았지만 넝쿨에 가려진 창 너머는 비어있는 것처럼 적막했다.

“실례했습니다.”

길의 검이 사라지자 알렉스도 검을 검집으로 되돌렸다. 일촉즉발이었던 상황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얼굴엔 다시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그저 미소라는 가면을 씌운 것 같아서 조금 섬뜩했다.

그 때 타이밍을 잰 것처럼 인식하지도 못한 순간에 예상 외의 인물이 끼어들었다.

“주인님께서 손님들을 안으로 모시라고 명하셨습니다.”

어재 보았던 메이드 케티가 마네킹처럼 딱딱한 움직임으로 우리에게 허리를 숙였다. 다가오는 걸 전혀 알아 차리지 못했는데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아니, 그것보다 이 위화감은 뭐지? 주인님이라고?

계속해서 생겨나는 의문을 확인할 틈도 없이 케티는 우리들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자.”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길이 케티의 뒤를 따르려 했다. 그 때 머뭇거리며 카티아가 우리를 불러세웠다.

“뭐지?”

“저기... 저는 여기서 기다리면 안 될까요?”

“어째서지?”

“그건...”

카티아의 시선이 에스메랄다에게로 향했다. 체념하고 도망치기만 하던 어제까지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카티아도 용기를 낸 거겠지.

나도 그런 카티아를 응원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카티아의 안전을 약속한 상황에서 악마의 소굴이나 다름 없는 곳에 카티아를 내버려두고 갈 수는 없으니까.

“여기엔 알렉스도 있으니까 위험하지 않을 거예요.”

그 알렉스도 아직은 믿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만.

뭐라고 설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라뮤가 카티아의 옆에 섰다.

“저도 부탁드릴게요. 카티아 누나는 제가 지킬 테니까 맡겨 주세요.”

라뮤도 용사 중 한 명이니 간단히 악마에게 당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나 라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는데...

“그럼 맡길게요 라뮤.”

그런 내 걱정이 무색하게 세라씨가 너무도 간단하게 허락하고는 저만치 걸어가는 케티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네! 맡겨주세요!”

힘차게 대답하는 라뮤를 뒤로하고 길과 나에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걱정에 걱정이 걱정스럽게 걱정적으로 걱정...

“빨리 와 이 멍텅구리야!”

앞서 가던 나에가 돌아보며 소리쳤다. 저건 설마 나를 부르는 것인가. 하지만...

“맡겨주세요 형!”

“으,응...”

힘이 들어간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는 라뮤의 기세를 버티지 못하고 나는 저택으로 향하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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