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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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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20.01.05 01:1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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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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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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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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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38

DUMMY

“모든 것은 이 늙은이 탓이외다. 주인님도 아가씨도 이 플루아 조차도 무엇 하나 지켜내지 못한 미련한 놈의 죄인 것이지요.”


담담히 말하는 집사장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는 환각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을 것이다.

그 많은 것을 짊어지기엔 집사장의 몸은 너무 작고 노쇠했다. 그간 기백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실체가 드러나자 그곳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약간 고집 센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 뒤로 디 그리스는 어떻게 됐지?”


“처음 나타난 이래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쭉 이곳에 있었을 터다. 단순히 조심성이 많은 건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지 알 수는 없구만.

하지만 머잖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토록 화려하게 난리를 피워 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리가 없다.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무엇이신지...?”


“이 저택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죠?”


우리를 안내해 주었던 케티나 마차를 몰던 마부 말렉은 얼핏 봐서도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 넓은 저택에서 그 둘 외에 다른 하인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도 이상했다.

내 물음에 집사장은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모두 저주에 걸렸습니다. 디 그리스의 짓이지요. 그 말 많던 케티도, 접시를 많이 깨던 실수투성이 리타도, 마을에 나갈 때면 늘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던 말렉도, 정원에서 낮잠을 자던 한스도 모두 저주로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내 눈으로 직접 본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저주를 받은 건 에스메랄다뿐만이 아니었단 건가.


“그럼 당신도 저주에 걸린 건가요?”


“그렇소이다. 뭐,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만.”


“어떤 저주죠?”


“이곳에서 나갈 수 없게 된 겁니다.


정말로 별 거 아닌 것처럼 집사장은 가볍게 말했지만 내용은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니었다.


“이 방은 제가 처음 일하게 된 날부터 살게 된 곳이오. 집사장이 된 이후로도 정이 들어 떠날 수가 없었는데 질 된 일이지요. 저렇게 된 이후로도 바깥의 상황은 하인들이 전부 알려주니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외다.”


“그, 그럼 결국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안 한 거잖아? 모두 그 디 어쩌구하는 놈의 짓인 거지?”


나에의 말대로 플루아의 사람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모두 디 그리스의 짓이고 집사장은 그저 뒤집어 쓴 것 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째서 가만히 있었던 건가. 이 곳에서 움직이지 못한다고 할 지라도 해명할 기회는 있었을 텐데. 아니, 어쩌면 그냥 가만히 있었어도 불필요한 의심을 사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분명 무언가 행동을 취했기에 원한을 사게 된 거겠지.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

사실 집사장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 답은 알 수 있었다. 몇 십년이 지나도록 같은 방에서 지내며 주인을 모실 정도로 충직한 노인이다. 에스메랄다를 괴롭힌 것도 그녀를 행복하게 하지 않으려고 그런 것일 거다. 더 이상 행복를 빼앗겨 상처 입지 않도록.

물론 칭찬할 만한 방법은 아니지만 집사장에겐 그게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집사장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누명을 쓰려한 것도 또한 주인을 위해서겠지. 저주받은 아가씨라고 불리는 에스메랄다에게 모든 원망의 눈초리가 향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어쩌면 집사장 본인도 에스메랄다와 악마의 관계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혹은 에스메랄다 자체가 이미 악마가 되었다고 여기게 되었을지도...


“그런 것은 아닙니다.”


나에의 말을 부정하는 집사장의 눈이 한순간 나에게 머물렀던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내 생각을 부정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당신도 남작 영애가 수상하다고 여겼기에 사람들을 속인 게 아닌가?”


애써 입 밖으로 내지 않은 말을 길은 거침 없이 내뱉었다. 길도 나와 같은 생각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직접적인 언급에 집사장은 다시 한 번 부정하는 대신 도전적인 눈빛으로 길을 노려봤다.


“만약 그렇다면... 어찌하시겠소?”


“그녀가 악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지키려 한다면 그 생각을 재고해주길 바라는 바다.”


“무슨 뜻입니까?”


“상대가 악마라면 주저 없이 벤다. 그것이 설령 남작 영애라도. 이런 뜻이다.”


길의 단호한 말에 집사장은 벗어 버렸던 가면을 다시 쓴 것처럼 패기가 느껴지는 얼굴로 되받아쳤다.


“아가씨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킬 거라오. 설령 아가씨가 악마가 되어 버렸다 하더라도.”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느 한 쪽도 자신의.주장을 굽힐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나에는 그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용사라는 입장상 악마를 처치하는 일에 망설일 수 없지만 감정적인 나에에겐 집사장의 상황 또한 내버려둘 수 없는 거겠지.

세라씨는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디폴트인 옅은 미소로 가려진 터라 무슨 생각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속에서 굳이 나서려 하지 않았다. 집사장의 얘기를 들은 걸로 퍼즐은 다 모였다. 남은 건 직접 확인하기만 하면 될 뿐.

아직 모든 것이 확실해 진 건 아니지만 남은 건 본인에게 직접 들으면 될 일이다.

이제 적당히 길과 집사장의 신경전이 끝나길 기다려서 라뮤에게로 돌아가면 될 뿐이다.


-온다.-


‘뭐...?’


뜬금없는 테스카의 말에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멋대로 몸이 뒤로 움직였다.

직후 전조도 없이 우리와 집사장 사이의 공간이 폭발했다. 내가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타이밍으로 다른 용사들도 몸을 날려서 폭발에 직격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우리와 반대쪽에 있던 집사장은 아무런 대비 없이 폭발의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늘여진 시간 속에 집사장이 날아가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 오래도록 눈에 비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순식간에 일어난 일임을 상기시키듯 손 쓸 틈도 없이 폭발의 잔재에서부터 피어오른 불길이 방안을 거세게 집어삼켰다.


“이탈한다!”


방 밖으로 나온 우리들에게 길은 서둘러 말했다.


“뭐? 하지만 저기에 할아버지가...!”


불길 너머에 쓰러진 집사장을 보며 나에가 외쳤지만 길은 끝까지 듣지도 않고 고개을 저었다.


“남작 영애 쪽이 먼저다. 집사장과 만나게 한 건 처음부터 우리를 그녀와 떨어뜨려 놓으려던 거였어.”


길은 분한 듯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길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꾸물거리지 마라!”


길의 호통에 나에는 입을 다물었다. 다급해하는 길의 모습에 더는 입을 열지 못했다.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었거늘 완전히 걸려 들고 말았다. 라뮤 혼자서 디 그리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건 무리겠지.

지금은 길의 말대로 저쪽의 상태를 확인하러 가는 게 최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밖으로 향하려는 일행을 따를 수 없었다. 아까 집사장은 말했다. 자기는 저 방에서 나갈 수 없다고.

이대로 두면 충직한 늙은 집사는 모든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좁은 방에서 불타 죽게 된다.

그걸 용납하게 둘 수는... 도저히 없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느끼며 말을 걸었다.


‘테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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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2-39 +1 17.06.20 510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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