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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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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1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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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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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0,742

작성
17.06.2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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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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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7쪽

2-39

DUMMY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일단 묻지. 무엇을 원하는가?-


‘단 한 순간이면 돼. 힘 좀 빌리마.’


테스카의 대답도 듣지 않고 거칠게 타오르는 불길을 향해 달렸다. 뒤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잠시라도 망설이면 누군가에게 제지 당할 게 뻔하니까.

멀리만 느껴지는 좁은 방의 끝에는 집사장은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폭발에 직격한 탓에 한눈에 보기에도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앞길을 가로막는 불의 장벽에 움츠러드려는 몸에 힘을 넣어 그대로 뛰어 들었다. 무엇이든 집어 삼켜 재로 만들 것 같은 기세의 불은 뛰어들고 보니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극한 상황에서 드디어 통각마저 맛이 가 버린 건가.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걸 생각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눈 앞에 쓰러진 집사장의 팔을 잡아채서 끌어당겼다.

그렇지만 땅에 깊히 박힌 철근을 당기는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집사장이 말한 디 그리스가 내린 저주때문이겠지.

이대로 있다간 나마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이 손을 놓고 돌아간다면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나는 집사장을 붙잡은 손에 더욱 힘을 줬다. 여기서 나만 살자고 도망칠 바에야 불구덩이에서 타 죽는 게 더 낫다. 그렇다고 죽을 생각은 없지만.

별볼일 없는 내 힘으로는 디 그리스의 저주 앞에 아무 것도 할 수 없겠지만 같은 악마인 테스카의 힘이라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나는 테스카의 힘을 믿으니까.

집사장을 바닥에 옭아매는 저주를 통째로 뜯어버릴 것처럼 온 몸으로 집사장을 끌어당겼다. 믿는다 테스카아아!

한순간 타는 둣한 열기가 집사장을 잡은 손을 감싸자 거짓말처럼 디 그리스의 저주가 찢겨져 나갔다.

온 힘을 다하고 있던 터라 갑자기 저주가 사라지자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나는 쓰러지는 대신 튀어오른 집사장의 몸을 끌어안은 채 덩굴이 지저분하게 얽힌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다행히 창문에까지 이상한 저주가 걸린 게 아닌 모양이라 나와 집사장은 그대로 창문을 깨고 밖으로 떨어졌다.

그 때 방 안에서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나 충격이 떨어지고 있던 우리를 강타했다.

뜨거운 공기에 숨이 막힌 것도 잠시 폭발의 여파로 허공을 날던 나는 짧은 비행을 마치고 격하게 바닥을 굴렀다.

고통 때문에 막혔던 숨이 트이고 산소가 강하게 폐를 때렸다.


“콜록! 커헉! 크으흑...!”


온몸이 바스라진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이 오히려 멀어지려던 정신을 붙잡아 주었다. 지금 여기서 정신을 잃는다면 지금까지 한 고생도 기껏 알아낸 악마의 정체도 헛것이 되고 만다. 그럴 수는 없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고통이 조금씩 사그러들어서 겨우 주위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 멀리 날려지진 않은 듯 폭발로 박살이 난 집사장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씩 몸을 움직여보자 고통은 있었지만 어렵지 않게 움직였다. 다행히 심한 부상은 없는 모양이었다.

몸을 일으켜 함께 날아온 집사장을 찾았다. 집사장은 나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시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자세히 보니 미약하게 가슴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정신을 잃은 것 뿐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폭발로 인한 부상 때문에 이대로 놔뒀다간 오래 지나지 않아서 숨이 끊어지게 될 것 같았다.

때마침 우리쪽을 향해 달려오는 나에가 보였다. 예상대로 엄청난 형상이었다. 저 얼굴만으로도 훗날 부부싸움에서 반은 이기고 들어갈 것 같았다. 저 녀석을 데려갈 남자가 벌써부터 불쌍해지네.

길과 세라씨는 라뮤가 있는 곳으로 향한 모양인지 달려오는 건 나에 뿐이었다. 이 경우엔 차라리 잘 됐다.

내 앞에서 멈춰선 나에가 그대로 내 멱살을 틀어쥐었다. 요즘 젊은이들의 인사는 이렇게 와일드한 것인가. 아저씨라는 호칭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 나로서는 시대를 따라갈 수가 없구나.


“너 뭐야!”


“자, 잠깐만...”


멱살을 잡은 채 마구 흔들어대는 통에 몸 여기저기가 아파와서 버틸 수가 없었다.


“제정신이야?! 약골 주제에 저런 데서 뛰어내리고 기껏 살려줬더니 죽고 싶은 거야? 앙?! 불은 또 어떻게 뚫은 거야? 나는 닿기만 해도 튕겨 나와서 한참을 돌아서 내려왔잖아! 입 다물고 있지 말고 얼른 말하지 못해?!”


나에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며 착실히 내게 데미지를 주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디 그리스와 싸우기도 전에 나에의 손에 죽을 것 같았다.

마구 흔들리는 와중에 겨우 나에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나에는 어깨를 붙잡히자 겨우 내 멱살을 흔드는 걸 멈췄다.


“뭐, 뭐야?”


“지금은 그런 것보다 집사장이 먼저잖아?”


어질어질한 머리를 겨우 가누고 나에를 똑바로 처다보며 말했다.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간 탓인지 나에의 기세가 수그러들어 있었다.


“아, 알았으니까 이거 놔...”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며 나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행히 나에도 알아준 모양이었다.

나는 나에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라뮤가 있던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야, 너 어디가? 너도 다쳤잖아?”


나에가 나를 불렀지만 돌아설 수 없었다.


“집사장을 부탁할게.”


마지막으로 말을 남기고 다리에 힘을 넣어 달렸다. 집사장에게 걸린 저주를 없애려 테스카의 힘을 쓴 한 순간 지금껏 느낄 수 없었던 거대한 힘을 느꼈다. 익숙하면서도 가슴을 술렁이게 만드는 그 느낌은 분명 악마의 힘이었다.

그 힘이 라뮤가 있던 곳에서 느껴졌다. 길의 말대로 디 그리스가 노리던 진짜 목표는 저 쪽이었던 것이다.

지금의 내가 가봤자 할 수 있는 일은 없겠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먼저 간 길과 세라씨가 가세한다면 쉽게 패배하진 않겠지만 낙관할 순 없다.

부디 늦지만 말아라.

특별한 힘도 없는 내 다리는 급한 내 마음과는 반대로 미쳐버릴 것 같을 정도로 더디게 나아갔다.

가쁜 호흡을 내뱉는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엔 내가 상상했던 격렬한 전투는 없었다.


“혀, 혀엉...!”


나를 발견한 라뮤가 울먹거렸다. 다행히 상처는 없어보였다. 다른 사람들을 둘러 보니 길과 새라씨도 무사해 보였다.

카티아도 옷과 머리가 조금 헝클어지고 더러워져 있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다만 벽에 기대어 칼을 지팡이 삼아 서 있는 알렉스는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군데군데 찢어진 옷과 가죽 갑옷 사이로 보이는 상처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에가 있었다면 바로 치료할 수 있는 상처였지만 지금은 집사장을 치료하느라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심하진 않은 것 같으니 나에가 집사장의 치료를 마치면 금방 나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나는 뒤늦게 위화감을 느꼈다. 이미 전투가 끝난 듯 어지러진 상황에서 적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있어야 할 증요한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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