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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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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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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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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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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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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44

DUMMY

“이것 때문입니다.”


디 그리스가 손짓하듯 손을 뻗자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빨려 들어가듯이 디 그리스의 손으로 모여들었다.

연기가 흘러나오는 곳을 눈으로 쫓아 더듬어 간 곳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굳어 있는 에스메랄다가 있었다.


“아아- 어찌 이리 달콤한 것일까요.”


디 그리스는 에스메랄다에게서부터 흘러나온 검은 연기를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나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는 나도 무의식중에 검은 연기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기인데도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드는 꺼림칙한 느낌이 검은 연기에 홀리려는 나를 말리고 있었다.

도대체 저건...?


-극도로 응축된 인간의 사념. 다른 말로는 감정이라고도 하지.-


‘인간의... 감정? 그게 무슨 소리야?’


-오랜 시간 지속된 농밀한 감정은 때로는 저렇게 형체를 지니게 되지. 이 경우엔 의도적으로 만든 거겠지만.-


‘의도적이라니 어째서 그런 걸 하는 거야?’


-악마가 하는 일에 이유를 묻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지만... 네놈에겐 저게 뭘로 보이지?-


테스카의 말을 듣고 에스메랄다에게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한 편에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두렵게 보이기도 했다.

상반된 두 가지 감정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문득 에스메랄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

살아오면서 누군가와 깊게 얽혀 본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쉽게 나올 수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

뭐라고 형용해야 할지 짐작도 가지 않지만 굳이 말해본다면 세상의 끝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무너져 내린 것처럼 에스메랄다는 일어서지 못했다.

오랜 시간동안 응축된 에스메랄다의 감정. 그것은...


“절망...”


“정답입니다. 참 아름답죠?”


어린 아이를 칭찬하는 것처럼 디 그리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는 에스메랄다의 절망의 형상을 보고 마음이 끌렸던 건가. 그걸 깨닫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건 네놈이 반은 악마가 되었기 때문일 테지.-


‘그렇다고 해도...!’


-하지만 꺼림칙하게 여기는 마음도 필시 있었을 터. 그건 네놈이 아직 반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후... ‘아직’이라니. 나는 언제까지고 인간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았다간 그대로 주저 앉아버릴 것 같았다. 테스카의 말이 없었다면 그대로 안 좋은 생각에 빠져 버렸을 지도 몰랐다.

아직은 주저앉을 수 없다. 이제 겨우 서장이 지났을 뿐이니까.


“...겨우 그런 것 때문에 3년이나 기다린 거냐?”


“겨우 그런 거라니요. 당신은 이 힘이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디 그리스가 가볍게 손을 움직이자 그 궤적을 따라 공간이 일렁였다. 다른 술수를 부린 게 아니라 단순히 힘에 의해 공간이 왜곡된 것이었다.

3년 동안 해소될 일 없이 계속해서 쌓이기만 한 에스메랄다의 절망이 저 녀석에겐 단순히 힘일 뿐인가.


‘...너도 저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 건 아니겠지?’


-인간의 응축된 사념에 관심은 있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군. 무엇보다 저런 추한 짓까지 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강하다.-


‘그래... 그럼 됐어.’


내 안의 악마는 심사가 뒤틀려 있어서 다행이다.


“하나 더 말씀 드리자면 3년이 아닙니다.”


“뭐?”


“겨우 3년으로 이런 멋진 계획이 완성 됐을 리가 없죠.”


디 그리스는 과거를 회상하듯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먼 곳을 바라보며 뜸을 들였다.


“20년입니다. 정말 긴 시간이었죠.”


“뭐라...고?”


“어라? 듣지 못하셨습니까? 아가씨가 태어날 때부터 저는 이 곳에 있었는데요. 카티아에게 이미 다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분명히 카티아에게 이미 확인한 일이었다. 하지만 기억 조작이나 중간에 바꿔치기 됐을 가능성만 염두해 두고 있었기에 그토록 오래 전부터 플루아에 악마가 존재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네. 알렉스라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자식이 없던 하인 부부가 변신한 저를 친자식처럼 키워 준 겁니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


“하하. 드렉씨도 참. 이상한 걸 물어 보시는군요. 아시겠습니까?”


디 그리스가 검지를 척 들어 올리며 타이르듯 말했다.


“인간의 감정이란 술과 같아서 오랜 시간을 들일수록 맛있어 지는 법이죠. 20년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디 그리스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어느 사이엔가 디 그리스에게로 흘러가는 검은 연기가 더욱 짙어져 있었다.


“조금 시간이 남았으니 이야기 해 드리죠. 제가 플루아를 선택한 건 20년 전, 이 곳과는 제법 떨어진 해안 도시에서 여행을 온 한 남녀를 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저는 무료함에 치를 떨고 있었지요. 그런 저에게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그 남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거슬렸었지요.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여 버릴 수도 있었지만 문득 떠오른 겁니다.”


디 그리스는 제 멋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계속해서 흘러 들어가는 검은 연기가 신경이 쓰였지만 일단은 가만히 있기로 했다.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이는 저 두 사람이 어떻게 하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해 질지 말입니다. 그 날부터 저는 쭉 몰래 두 사람을 쫓아다녔습니다. 저 두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요. 시간이 지나 여러 곳을 여행하던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전 깨달았죠. 이 두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 서로에 대한 사랑. 즉,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두 사람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 두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기로 했죠. 그래서 저는 인간의 아기로 변해서 기다려 왔던 겁니다. 두 사람의 가장 소중한 것이 태어날 때를 말이죠.”


디 그리스가 말하는 두 사람이란 남작 부부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가장 소중한 것이란 건...

나는 아직까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에스메랄다를 보았다. 살아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움직임이 없었다.


“네. 맞습니다. 바로 아가씨죠.”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을 알아채고는 디 그리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원래는 두 사람의 눈앞에서 아가씨를 죽이는 걸로 끝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태어난 아가씨를 보고는 마음이 바뀌었죠. 왜냐하면 아가씨는 그 두 사람보다도 더 행복해 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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