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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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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12.06 01:08
연재수 :
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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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7
글자수 :
328,105

작성
17.07.04 01:22
조회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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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7쪽

2-45

DUMMY

“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에스메랄다가 반응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텅 비어 보였다.


“저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아이의 행복이 무르익으면 무르익을수록 더욱 달콤한 절망을 낳을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알렉스로서 누구보다도 아가씨의 가까이에서 때가 오기를 기다렸던 겁니다.”


그렇게 20년 동안이나 기다렸던 건가. 인간보다 수명이 훨씬 긴 악마이기에 별 것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도 평범치 않은 집착이 느껴졌다.


“이거 그 자들과 당신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요.”


“...무슨 말이지?”


“당신들이 플루아에 와 준 덕분에 일이 잘 진행되었으니까요. 특히 당신 덕분에 제 예상보다 훨씬 더 질 좋은 절망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 그리스는 나를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신뢰하는 사람의 죽음보다도 배신이 더 큰 절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저는 몰랐거든요. 당신이 제 정체를 밝혀주신 덕분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분명 에스메랄다에게서 검은 연기가 나오기 시작한 건 내가 디 그리스의 정체를 폭로한 뒤부터였다.

내가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해 낸 것이 결국 디 그리스를 돕는 일이 되었다는 말인가. 내가 아니었더라도 디 그리스가 힘을 얻는 다는 결말은 변하지 않았을 테지만... 분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말이야...”그 때 에스메랄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네? 뭐라고 하셨죠 아가씨?”


“...거짓말. 다 거짓말이야... 그렇죠 알렉스?!”


에스메랄다는 부모와 떨어진 어린 아이처럼 간절히, 그리고 애원하듯 디 그리스를 올려봤다.

눈앞에 펼쳐진 명백한 현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그녀가 유일하게 믿고 있던 것이 부정당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는 것만은 나라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디 그리스는 기괴하게 비틀어진 몸이 무색할 정도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에스메랄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물론이죠 아가씨. 제가 아가씨를 배신할 리 없잖습니까?”


“그, 그렇죠?! 제가 잘못 들은 거죠?!”


“네. 그러니 아가씨. 이젠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디 그리스는 팔에 매달린 알렉스였던 것을 들어 올려서 날카로운 이빨로 씹어 삼켰다.


“아가씨도 먹어 드릴테니 말이죠.”


“아, 아...아.....”


단순한 고깃덩이가 되어 디 그리스의 이빨에 찢겨지는 알렉스였던 것을 보며 에스메랄다는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크크큭. 크힛, 흐햐하하하하! 정말이지 최고군요 당신은! 마지막까지 저를 이렇게 즐겁게 만들어 주시는 군요!”


디 그리스는 몸을 떨며 광소했다. 그럴수록 나는 피가 식어가는 것처럼 몸이 떨렸다.


“흐하아...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렸건만 즐거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군요.”


웃음을 그친 디 그리스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에스메랄다로부터 흘러나오던 검은 연기가 어느새 멎어 있었다.

그리고 불길할 정도로 검게 물들어 있던 그녀의 머리카락도 색이 빠진 것처럼 잿빛으로 화해 있었다.


“아가씨 덕분에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아,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구요?”


디 그리스의 웃음기 섞인 말투에 내가 화가 날 지경이었지만 에스메랄다에게선 아무런 격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여줘.”


에스메랄다는 빛 한 점 없는 눈동자로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완전히 마음이 꺾인 것 같았다.


“물론이죠. 물론 금방 끝나진 않을 겁니다.”


디 그리스는 환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에스메랄다를 내려다봤다. 그럼에도 에스메랄다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는 이 이야기는 긴 시간 동안 모두를 속여 온 악마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남겨둔 채 더할 나위 없이 잔혹한 비극인 채로 끝이 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 결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렸으니까.

디 그리스의 굵은 팔이 에스메랄다에게 뻗어가는 공간의 사이에 나는 터벅터벅 걸어가서 섰다.


“무슨 짓이죠? 지금까지 저를 잘 도와줬던 당신이 이제 와서 방해라도 하겠단 말인가요?”


지금까지 악마와 배신당한 아가씨라는 이야기의 바깥쪽에 서 있던 나였지만 다시금 이야기의 한 가운데로 발을 내딛었다. 설령 초대받지 못했더라도, 진흙발로 들어서서 모든 걸 망치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이 결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의 대표로서 나는 이 곳에 섰다.


“한 번도 너를 도와준 적은 없지만 방해하려는 건 맞아.”


“호오...?”


뻗으려던 팔을 거둬들여 팔짱을 끼며 디 그리스는 붉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자. 그래서 어떤 재롱을 보여줄 거죠?”


“이봐 아가씨. 뭘 그렇게 다 포기한 것마냥 자빠져 있는 거야?”


나는 눈앞에 디 그리스를 무시한 채 에스메랄다에게 말했다. 하지만 에스메랄다는 반응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겨우 저런 울긋불긋한 자식한테 차였다고 세상이 다 끝난 건 아니잖아?”


“......주세요...”


“뭐라고?”


“비켜주세요...”


“싫은데.”


“당신까지... 죽을 필요는 없어요.”


겨우 입을 열었나 했더니 이런 소리인가. 진짜 어디까지 착해빠진 아가씨인 거냐.


“나는 죽을 생각 없어.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있어서 말이야.”


“그러니까 저는 내버려 두세요. 이제 더 이상은...”


에스메랄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에스메랄다가 느꼈을 절망의 크기는 흘러나온 검은 연기로 추측하는 정도로 밖엔 나는 알 수가 없다.

분명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이 이야기에 개미눈물 만큼이라도 발을 들여 버린 나로서는.

나답지 않은 짓인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째서 이대로 다 포기해 버리는 거야?”


“저에겐 이제 남은 게 없어요. 단 하나 남은 희망마저 이젠...”


끝내 에스메랄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떨어졌다. 3년 동안 안쪽에서 고여서 흐르지 못한 채 썩어있던 눈물이었다.

쌓이고 쌓여서 한계에 달해 겨우 비저 나온 눈물은 내 생각보다 더 맑고 투명했다. 그래서 더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작가의말

비축분이 다 떨어져 이제 쓰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많이 늦어질 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2권도 곧 끝이 나니 그리 오래 걸리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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