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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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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11.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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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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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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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7

DUMMY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수상쩍은 태도로 안나발트가 사라진 뒤, 우리는 메이드들에게 각자의 방으로 안내되어 일단 흩어졌다. 호화롭진 않았지만 분명히 좋은 재료로 만들어졌을 가구들이 차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방이었다.

만약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고풍스런 소파에 몸을 묻고 만화책이라도 읽고 싶어졌을 것이다.

단지 지금은... 그저 쉬고 싶을 뿐이구나.


“그래서... 넌 또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관자놀이가 당기는 느낌에 엄지손가락으로 가볍게 지압하며 물었지만 듣지 못했는지 침대 위에서 다리를 살랑거리고 있었다.

이 장면을 다른 사람에게 보였다간 내가 있을 방이 벽 대신 철창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바뀔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호의적이지 못한 분위기인 이곳에서 지금 이 상황은 좋지 않았다.

심히 골치가 아파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듣지 못한 건지 반응이 없었다.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나는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슬금슬금 침대로 다가가 무방비하게 등을 보이고 누운 녀석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는 그대로 번쩍 들어올렸다.


“우야앗!”


벨리아는 불의의 습격을 받은 개구리처럼 누운 자세 그대로 굳은 채 들어 올려졌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대로 회전했다.


“으, 이익~”


자이언트 스윙을 하듯이 벨리아의 몸을 붕붕 돌리자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벨리아는 아연실색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비명은 웃음소리로 변했다.

발이 닿지 않는 공포 때문에 머리가 이상해 진 것인가...

조금 더 벨리아를 돌리며 놀다가 지쳐서 그대로 벨리아를 침대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나이를 먹으니 역시 예전 같지가 않구나. 물론 예전에도 그닥 나았던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러고 보니 여동생이 어렸을 적에도 이렇게 돌려주면 좋아했었다. 어린 애들은 이런 걸 즐겼던 건가. 무서운 녀석들이다.

침대에 내려놓고 난 뒤에도 한동안 신나서 꺄꺄 거리던 벨리아가 겨우 진정이 됐는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여긴 어떻게 온 거냐? 당연히 다른 사람들에게 붙잡혀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를 대한 안나발트의 태도로 봐선 벨리아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줄 것 같지는 않았는데.

의자에 걸터앉아서 숨을 고르며 묻자 벨리아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고 대답했다.


“비장의 수단을 써서 빠져 나왔다!”


정말로 뭐냐고 그 비장의 수단이란 건. 명색이 여신을 모시는 교단이라는 곳의 보안 수준이 어린 아이 한 명 제대로 붙잡아둘 수 없을 정도란 말인가.


“우웅... 그런데 낭군님은 어떻게 나를 알아차린 거지?”


벨리아는 알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한 학자처럼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대놓고 퍼질러 있었는데 모를 리가 있나.

아마 다른 사람들이 너무 벨리아의 어리광을 받아주고 있는 것뿐인 거겠지.


“그래! 이건 사랑의 힘인 것이다! 사랑의 힘으로 나를 찾은 것이구나 낭군님!”


한참을 좋을 대로 고민하고 있던 벨리아가 머리 위에 전구가 떠오를 것 같은 기세로 외쳤다.

음... 이젠 딴죽 거는 것도 귀찮아졌다.


“아무래도 좋으니까 이만 돌아가. 안나발트가 찾아올 거라고.”


어서 침대에 눕고 싶었기에 안나발트의 이름을 팔아서 벨리아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을 안나발트에게 약한 것 같으니까.

내 예상대로 효과는 발군이었다. 안나발트의 이름을 들은 것만으로 벨리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으... 그, 그래도 낭군님이 지켜줄 거지?”


“무리다. 그런 괴물 같은 여자한테는 당해낼 수가 없어.”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나를 올려다보는 벨리아에게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보 같은 아이에게 NO라고 말하는 것이니까.

이쯤 말했으면 슬슬 포기하고 돌아가겠...


“손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제 돌아가시지요.”


“으억...!”


아무런 전조도 없이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의자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줄 알았다고.

하지만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돌아본 순간 차라리 영혼이 빠져나버리는 편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돌아보니 그 곳엔 굵은 테의 안경을 번쩍이는 지나치게 정돈된 느낌의 미녀가 서있었다. 뭐냐? 도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식은땀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당황한 나에게는 눈길도 주치 않은 채 안나발트는 침대 위에 앉아있는 벨리아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벨리아는 사신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불쌍할 정도로 떨고 있었다.


“대답은?”


“네, 네넷...”


벨리아는 고장 난 기계처럼 몇 번이고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안나발트는 그런 벨리아를 한 팔로 들어 옆구리에 끼고는 그대로 내 방문을 열었다.


“실례했습니다.”


내 방을 나가기 전 안나발트는 마지막으로 돌아서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문을 닫았다.


“흐아...”


안나발트가 나가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겨우 숨을 토해냈다. 내 기억으론 분명히 이 방 앞에는 카펫이 깔려 있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멀어져가는 안나발트의 발소리가 들리질 않았다.

여기는 무슨 닌자 저택이라도 되는 건가? 여하튼 심장에 좋지 않은 체험이었다. 부디 내가 한 말을 안나발트가 듣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랬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한동안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자니 짧은 노크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방문이 열렸다.

순간 앙심을 품은 안나발트가 돌아온 줄 알고 한껏 쫄았었지만 문 너머로 모습을 보인 사람은 안나발트가 아니었다.


“뭘 하고 있지?”


아차. 나도 모르게 그만 옛 버릇이 나와 버렸군.

예전부터 화가 난 여동생이 찾아왔을 때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던 행동을 반사적으로 취하고 말았다.


“어흠. 바닥에 렌즈를 떨어뜨려서 말이야.”


나는 헛기침을 하며 오체투지하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문 앞에 서 있던 길은 수상쩍은 걸 본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왜 저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거지? 자기 방에서 오체투지하는 것 정도는 보통 아니냐? 한때는 대유행이었을 터인데.


“됐다. 이야기 좀 하지.”


생각하기를 포기한 건지 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허락도 받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와서 아까까지 내가 앉아 있던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나도 서있기가 어색해서 침대에 몸을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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