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최근연재일 :
2019.09.30 20:06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111,306
추천수 :
1,805
글자수 :
317,688

작성
19.02.27 01:29
조회
102
추천
6
글자
8쪽

3-8

DUMMY

“어떻게 생각하지?”


길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말을 내뱉었다. 평소 같았으면 ‘뭘?’이라고 되물었을 테지만 슬슬 이 녀석의 스타일에 익숙해진 탓에 뭘 말하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어떻게고 뭐고, 그냥 수상하다고 밖엔 생각할 수가 없는데. 너도 그래서 이곳에 머무르기로 한 거 아니냐?”


내 말에 길은 딱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다음 말을 생각하듯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딱히 내 대답이 틀린 것 같지는 않았다.

잠시 후 길은 시선으로 무언가를 쫓듯 한 곳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성녀를 데려 왔을 때 저들의 반응을 기억하나?”


길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그 때를 떠올렸다. 그래봐야 두세 시간 정도 지났을 뿐이니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납치되어서 생사도 알 수 없었던 성녀가 생환했는데도 전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었지. 어째서일까?”


내가 답을 내놓기도 전에 길은 다시 한 번 물음을 던졌다. 그것은 내게 묻는다기 보다는 스스로가 정리하기 위해서 내뱉는 말에 가까운 것 같았다.

어쩌면 이미 도출된 결론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작업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내 의견은 그다지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지 길은 뒷말을 꺼내기 보다는 내 대답을 기다리듯이 눈으로 내게 묻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머릿속에서 생각을 끄집어내었다.


“그거야 성녀가 돌아오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으니까 그럴 테지. 어쩌면 납치란 것도 자작극일 수도 있고.”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이들은 벨리아가 사라진 것만으로 납치라고 단정 짓고 있었잖아. 납치된 상황을 목격한 것도 아니고 납치범으로부터 뭔가 연락을 받은 것도 아니었는데 말야. 그렇다면 빈번하게 납치될 상황에 놓여있었거나 이 사건에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말일 텐데 전자의 경우라기엔 벨리아 주변의 경호가 그렇게 삼엄한 것 같지는 않았어. 그렇다면 소거법으로 후자의 경우라는 거지.”


뭔가 탐정이라도 된 기분으로 나불거려 봤지만 사실 아무 근거도 없는 헛소리일 뿐이다.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도 산더미처럼 있을 것이고.

길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내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직도 더 말하라는 건가.

이번에는 겉으로 드러나게 한숨을 크게 쉬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남는데...”


“동기...인가?”


“그래.”


만약 정말로 교단에서 벨리아의 납치를 실행했다면 어째서 그랬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몸값이 목적이었을 리는 없을 거다. 결국 돈을 내는 것은 교단일 테니 제 살 파먹기일 뿐이니까.

그렇다고 단순히 벨리아를 제거할 목적이었다면 거추장스럽게 멀리까지 데리고 나갈 필요가 있었을까? 교단 내부에서 은밀하게 처리하는 편이 리스크도 적고 확실하게 끝났을 텐데.

그 외에 다른 목적이라면 전혀 떠오르는 게 없다. 뭔가 교단 내에서의 정치적 문제로 인한 것일지라도 내가 알고 있는 게 없었기에 추측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러쿵저러쿵 생각하고 말로 내뱉어 보아도 도출되는 결론은 결국 ‘알 수 없음’이었다.

이런 쓸모없는 생각을 할 시간에 나와 라뮤의 앞으로의 100년을 망상하는 게 훨씬 더 유익할 것이다.


“지금은 이 정도인가.”


길은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제 어쩔 생각이야?”


그대로 방을 나서려는 길의 뒷모습을 붙잡고 묻자 길은 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가며 말했다.


“모른다면 알아 볼 수밖에.”


그 말을 끝으로 길은 왔던 것처럼 거침없이 내 방을 나섰다. 도대체 뭐냐고...




그대로 하루가 지나 다음날. 나는 아무 일도 없이 떠오른 해를 맞이할 수 있었다. 커튼 너머로지만.

밤중에 미소녀 암살자라도 찾아오는 게 아닐까 하고 두근거리고 있었건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 우리를 대하던 태도를 생각해 보면 이대로 가만히 놔둘 것 같지는 않았는데 기우에 그친 모양이다.

어쩌면 그저 내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치고는 세상모르고 잠들었지 않나.-


“......”


요즘 들어 성장기가 찾아온 건지 해만 지면 졸음이 쏟아지는 저입니다. 거기다 베게까지 머리맡에 있다면 KO 확정입지요.


“어흠. 날씨가 좋구나.”


펼쳐 놓았던 커튼은 걷고 창문을 반 쯤 열었다. 어디서부터 불어온 것인지 모를 바람이 깊이 가라앉아 있던 방안의 공기를 휘어 감았고 하늘엔 어느덧 해가 떠올라 있었다.

저대로 정점을 향해 달려가서는 그대로 하늘 저편으로 저물어버리겠지. 꼭 롤러코스터 같구나. 저물기 위해 떠오르는 태양이라니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다.

하늘을 보며 쓸데없는 감상에 빠져 있으려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누군가 찾아온 건가.

가만히 서서 방문객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잘못 들은 건가?

잠시 뒤 똑같은 페이스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어째서 들어오지 않는 건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겨우 방문객이 내 허락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 들어서 이런 경우가 없었다보니 까먹고 있었다. 노크의 의미가 무색하게 두드림과 동시에 문을 열어 재끼는 녀석이나 그것조차도 없이 벌컥벌컥 처들어오는 사람들뿐이었으니까.

예민하고 섬세한 20대 남자에게 있어서 저런 배려는 매우 소중하다. 그러니까 한밤중이라도 아들의 방문을 벌컥벌컥 열지 맙시다 부모님들. 함부로 열었다가는 서로 어색해지는 순간이 언젠가 반드시 찾아온다고!

똑똑.


“아, 네,네!”


좀 전보다 조금 더 큰 노크 소리에 정신이 들어서 허둥대며 대답을 했다. 그러자 곧 문이 열리며 무언가를 실은 끌차를 밀며 메이드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아침 식사를 가지고 왔습니다.”“아, 네. 감사합니다...”


메이드는 내 대답을 듣고는 방 가운데 있는 테이블 위에 가지고 온 음식을 하나 둘 차리기 시작했다. 혹시나 뭔가 있지 않을까 해서 조금 떨어져서 살펴보고 있었지만 딱히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식기는 나중에 찾으러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음식을 모두 차린 메이드가 고개를 숙이고는 한 손으로 가리듯이 치마를 누르며 다급하게 방을 나섰다.

아차. 보고 있던 게 들켜버린 건가. 뭔가 정조의 위기를 느낀 것처럼 허둥지둥 나가는 모습이 가볍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나는 그저 치마 속에서 단검이라도 꺼내들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왠지 속이 쓰려졌다. 공복이라서 그런가.

메이드가 차려놓은 음식들을 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호화로운 요리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따뜻한 빵과 스프, 약간의 샐러드와 구운 닭고기 같은 것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일단은 먹자.

아무 생각 없이 스프를 떠서 입에 넣는 순간 혹시 독이라도 든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스프가 식도를 타고 넘어간 뒤에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 암살이라니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나. 너무 생각이 치우쳐져 버린 모양이다. 아무리 환영받지 못하더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

머리를 흔들어 엉뚱한 생각을 날려버리고는 식사에 집중했다. 흔한 메뉴지만 맛있었다.


작가의말

출근 시간이 다가온다 히히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4 3-13 +2 19.09.30 38 4 7쪽
103 3-12 +3 19.09.19 50 7 7쪽
102 3-11 +3 19.03.11 135 4 7쪽
101 3-10 +3 19.03.04 94 6 8쪽
100 3-9 +1 19.03.01 105 7 8쪽
» 3-8 +2 19.02.27 103 6 8쪽
98 3-7 +2 19.02.15 106 7 7쪽
97 3-6 +2 18.12.31 136 4 7쪽
96 3-5 +1 18.12.28 110 6 7쪽
95 3-4 +3 18.12.04 141 8 8쪽
94 3-3 +2 18.11.29 150 10 8쪽
93 3-2 +4 18.09.05 206 9 7쪽
92 3-1 +1 18.06.21 280 11 7쪽
91 3권 프롤로그 +7 18.05.02 310 7 8쪽
90 2권 에필로그 +8 18.04.03 362 8 13쪽
89 2-48 +2 18.03.27 339 6 11쪽
88 2-47 +7 18.01.14 410 9 7쪽
87 2-46 +6 17.07.09 518 11 7쪽
86 2-45 +2 17.07.04 429 8 7쪽
85 2-44 17.06.28 445 12 7쪽
84 2-43 +1 17.06.25 444 9 7쪽
83 2-42 17.06.23 414 10 7쪽
82 2-41 17.06.22 459 11 7쪽
81 2-40 +2 17.06.21 448 8 7쪽
80 2-39 +1 17.06.20 467 9 7쪽
79 2-38 17.06.19 454 11 8쪽
78 2-37 +1 17.06.18 460 8 7쪽
77 2-36 +1 17.06.16 579 11 7쪽
76 2-35 +2 17.06.14 541 14 7쪽
75 2-34 17.06.14 491 11 7쪽
74 2-33 17.06.13 563 11 7쪽
73 2-32 17.06.11 534 9 8쪽
72 2-31 +3 17.06.11 808 11 7쪽
71 2-30 +2 17.06.10 561 10 8쪽
70 2-29 +1 17.06.10 603 12 7쪽
69 2-28 +3 17.06.09 610 11 7쪽
68 2-27 +1 17.06.08 557 11 7쪽
67 2-26 +3 17.06.07 631 14 7쪽
66 2-25 +1 17.06.06 1,380 13 8쪽
65 2-24 +3 17.06.06 596 14 7쪽
64 2-23 +3 17.06.06 631 13 7쪽
63 2-22 +3 17.06.04 677 15 7쪽
62 2-21 +2 17.06.04 798 17 7쪽
61 2-20 +1 17.06.03 789 18 6쪽
60 2-19 17.06.03 572 16 7쪽
59 2-18 +1 17.06.02 844 15 7쪽
58 2-17 +1 17.06.01 801 15 8쪽
57 2-16 17.05.31 623 14 7쪽
56 2-15 +2 17.05.31 939 13 7쪽
55 2-14 +1 17.05.30 892 14 7쪽
54 2-13 +7 17.05.29 667 13 7쪽
53 2-12 +3 17.05.28 669 14 7쪽
52 2-11 +2 17.05.27 718 15 7쪽
51 2-10 17.05.27 634 12 7쪽
50 2-9 +3 17.05.26 726 12 8쪽
49 2-8 +1 17.05.26 665 12 7쪽
48 2-7 +1 17.05.25 690 9 7쪽
47 2-6 +2 17.05.25 709 9 6쪽
46 2-5 +2 17.05.24 729 11 7쪽
45 2-4 +2 17.05.24 723 13 7쪽
44 2-3 +2 17.05.23 768 10 6쪽
43 2-2 +1 17.05.23 1,561 9 6쪽
42 2-1 +2 17.05.22 1,241 11 6쪽
41 2권 프롤로그 +3 17.05.22 896 14 6쪽
40 에필로그-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3 17.01.01 1,466 18 7쪽
39 38 +1 16.12.31 987 14 8쪽
38 37 +1 16.12.30 1,052 12 7쪽
37 36 16.12.29 915 14 7쪽
36 35 +2 16.12.28 927 17 7쪽
35 34 +1 16.12.27 1,160 18 6쪽
34 33 16.12.26 940 17 7쪽
33 32 +1 16.12.25 966 16 7쪽
32 31 16.12.25 961 14 6쪽
31 30 16.12.24 998 15 7쪽
30 29 16.12.23 1,012 16 6쪽
29 28 +1 16.12.22 1,166 21 7쪽
28 27 16.12.21 1,246 14 7쪽
27 26 +2 16.12.20 1,336 19 6쪽
26 25 +1 16.12.19 1,257 17 6쪽
25 24 +1 16.12.18 1,242 22 7쪽
24 23 +4 16.12.17 1,386 23 7쪽
23 22 16.12.17 1,293 31 6쪽
22 21 16.12.14 1,600 20 7쪽
21 20 16.12.13 1,340 25 6쪽
20 19 +2 16.12.12 1,345 25 6쪽
19 18 16.12.12 1,351 28 6쪽
18 17 +1 16.12.11 1,554 25 7쪽
17 16 +2 16.12.10 1,378 25 8쪽
16 15 16.12.10 1,672 34 6쪽
15 14 +1 16.12.08 1,482 31 6쪽
14 13 16.12.07 1,568 29 6쪽
13 12 +3 16.12.06 1,676 34 5쪽
12 11 +1 16.12.06 1,776 34 7쪽
11 10 +3 16.12.05 2,021 33 8쪽
10 9 +1 16.12.04 2,237 35 7쪽
9 8 +3 16.12.04 2,473 35 7쪽
8 7 +5 16.12.02 2,684 34 7쪽
7 6 +2 16.12.02 3,075 38 7쪽
6 5 +3 16.11.29 3,426 44 6쪽
5 4 +4 16.11.28 3,622 44 7쪽
4 3 +4 16.11.27 4,455 53 7쪽
3 2 +4 16.11.26 4,357 64 9쪽
2 1 +2 16.11.25 5,009 52 6쪽
1 프롤로그 +6 16.11.24 5,867 63 4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풍뢰의사신'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