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에 소환된 용사의 옆을 지나가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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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의사신
작품등록일 :
2016.11.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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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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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DUMMY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도 못한 채 나는 갑작스런 충격에 못 이겨 바닥을 굴렀다. 왠지 모르게 굉장히 익숙한 패턴인 것 같은데.

바닥을 구르는 와중에도 어째선지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려 하는 내가 있었다.

갑작스럽게 공격당했기에 균형을 잃고 쓰러지긴 했지만 데미지 자체는 크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지금 나를 걷어 찬 사람은 가볍고 무술을 배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생각해보면 대충 답은 나오는 법이지.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나는 이미 구르는 것을 멈추고 땅바닥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 상태로 나를 걷어 찬 상대를 올려다보니 내 예상대로 어린 아이였다.

고집스러워 보이는 치켜 올라간 눈망울이 바닥에 쓰러진 나를 철천지원수를 보는 것 마냥 노려보고 있었다.

길지 않은 내 인생을 되돌아 봤지만 저런 어린애에게 원한을 살만한 일을 한 기억은 없는데.


“아벨을 괴롭히지 마!”


스스로 의문의 해답을 찾기를 포기할 무렵 눈앞의 어린애가 내게 외쳤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내 일평생 남을 괴롭힌 적이 있을 리가 없다. 오히려 내 삶은 늘 누군가에게 당한 괴롭힘으로 쌓아 올려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 분명히 질 나쁜 농담이거나 심각한 오해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서둘러 해결하지 않으면 내 안온한 삶에 지장이 생길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나는 쓰러진 자리에서 일어나 최대한 친근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오해를 푸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역시 서로 대화하는 것이다. 내 의사를 명확하게 말로서 전달하는 것으로 어긋났던 것들이 간단히 제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길지 않은 내 인생에서 찾은 몇 안 되는 세상의 진리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힘들었으니 더 이상의 트러블은 사양하고 싶다. 이로서 모든 것이 원만하게 해결 되겠지.


“흐익...!”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세상은 그렇게 형편 좋게 흘러가지 않았다.

대화로 오해를 풀기는커녕 대화가 시작될 것 같지도 않았다. 도대체 어째서 내 평화를 향한 의지가 저 아이에게 닿지 않는 거지?

원통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더니 발치에 있던 물웅덩이에 비친 내 얼굴이 보였다.

......음.

다음부턴 복면이라도 준비해서 다니도록 하자. 원만한 대화의 시작을 위해서라도.

나는 아마 평생 서비스업이랑은 연이 없을 것 같구나. 일 할 마음도 없지만.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떠올리고 있자니 그런 내 모습을 위협이라고 판단했는지 눈앞의 어린아이가 재차 공격할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아무리 데미지가 적다지만 또 얻어맞는 건 참을 수가 없다.

이렇게 된 이상 나도 각오를 하고 남자 대 남자로 자웅을 겨루는 수밖에. 자랑은 아니지만 미취학 아동과의 대결에선 져본 적이 없는 나다.

나와 어린 아이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어가는 가는 가운데 그런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세라가 앞으로 나섰다.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건만 어린 아이가 위축된 듯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어째선지 나도 한 걸음 물러섰다.

세라는 그대로 어린 아이에게로 걸어가서는 자세를 낮춰 눈높이를 맞췄다. 얼굴에는 피톤치드가 나올 것 같은 극상의 스마일을 걸친 채로 세라는 말했다.


“우리는 아벨씨를 괴롭히고 있는 게 아니에요.”


아무런 꾸밈없이 있었던 사실만을 그대로 전하는 세라의 말은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그저 아무런 설득력도 갖지 못했을, 코웃음 치며 흘려들었을 그런 말이었다.


“으,응.”


하지만 세라의 말을 들은 어린 아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저렇게 간단하게 납득할 거였다면 나는 지금까지 했던 건 다 뭐였던 거지.

그러다 퍼뜩 정신이 든 것인지 어린아이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하, 하지만 저 녀석은 아무리 봐도 나쁜 녀석이잖아.”


이 선량하고 무해하기 그지없는 나에게 어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지. 이렇게 된 이상 역시 이 자리에서 수없이 많은 미취학 아동을 굴복시킨 내 필살기를 피로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필살기가 불을 뿜기 전에 세라씨가 어린 아이를 달랬다.


“저 오빠도 보기랑은 다르게 착한 사람이랍니다. 그러니 괜찮아요.”


조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지만 못들은 척하기로 했다. 과연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세라의 말에도 어린 아이는 우물쭈물하며 나와 세라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나라는 존재가 그렇게도 못 미더운 건가.

그 때 이 사건의 중심인물인 아벨이 뒤늦게 끼어들었다.


“하하하. 마중나온 건가요 아진?”


처참한 몰골에 비해 너무나 멀쩡해 보이는 아벨의 모습에 어린아이, 아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벨에게 다가갔다.


“아벨. 괜찮은 거야?”


“네. 물론이죠.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땀을 좀 흘린 것뿐입니다.”


아진의 물음에 아벨은 씩 웃어 보이며 오른 팔로 알통을 만들어 보였다. 그런 아벨의 머리에선 더 이상 땀이라는 이름의 피는 흐르지 않고 있었다. 애초부터 상처가 깊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벌써 아물어 버린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우웅... 아벨이 그렇다면 괜찮지만...”


아벨의 말에 아진은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마지못해 내 앞으로 걸어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나에게 고개를 숙이는 아진을 본 나는 어떻냐면 예상치 못한 사태에 뇌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요.

설마 이렇게 순순히 사과를 할 줄은 몰랐다. 단순히 버릇없는 꼬맹이는 아니었단 말인가.


“어, 어엉...”


당황해서 미묘한 반응 밖에 하지 못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걸까.

내 대답같지 않은 대답을 들은 아진은 그대로 아벨에게로 몸을 돌렸다.


“아벨. 이제 집에 돌아가자.”


“네. 그러죠. 흐음...”


아벨은 순간 뭔가 생각에 빠진 듯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우리들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함께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아벨이 우리에게 말했다. 이건 우리들을 초대하겠다는 건가.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을 상대로 꽤나 친근하구만. 그렇지만 여기선 거절하는 게 맞는 거겠지.


“좋아요.”


아니?!

내가 거절의 뜻을 밝히기도 전에 세라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덥썩 승낙하고 말았다. 아니, 이 아가씨가 무슨 짓이야.

평소에도 조심성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에엑...”


갑작스런 전개에 아진도 불만스러운 듯이 목을 움츠렸다. 그런 아진을 보며 아벨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괜찮겠죠?”


“으응... 알았어.”


아진은 저항하기를 포기한 것처럼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이래도 괜찮은 거냐? 나만 이 상황에 따라가지 못하는 거야?


“그럼 가시죠.”


홀로 납득하지 못하고 고뇌에 빠져 있는 동안에 나를 제외한 모두는 사이 좋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아, 나도 모르겠다. 도와줘요 폴리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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