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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사상 최강의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브라키오
작품등록일 :
2016.11.29 14:23
최근연재일 :
2017.01.20 16: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1,23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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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20
글자수 :
209,739

작성
17.01.1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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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15
추천
890
글자
10쪽

< 천제? >

DUMMY




“들어가지.”

뒷짐을 지고 먼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선조.


“곧 비가 올 것이야.”

엎드려있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본다. 이렇게 화창한 날 무슨 비?


펄럭!

용포가 흔들리며 선조가 대청을 향해 걷기 시작하자 바퀴벌레처럼 대신들이 슬금슬금 물러나며 길을 터주었다. 차마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금 전 본 광경이 아직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

선조 역시 근엄하게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론 환장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왜 하필 이때 벼락이 쳤단 말인가! 정신을 잃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지만, 모양이 너무 나빴다. 명나라 사신에게 숙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와중에 떨어진 벼락. 이 시절 사람들은 천벌을 벼락이라 칭하지 않았나? 벌써부터 반기를 드는 대신들과 유생들의 모습이 훤하다.

'전하! 하늘이 노했사옵니다! 전하! 상국에게 그리하면 안 되는 것이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벌써 세 번째.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 아닌가?


‘제길..’

생각해야 한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정신을 차린 호위대가 임금을 따라 우르르 대청으로 향하고, 대신들도 하나둘 일어나 복잡한 얼굴로 걷기 시작했다.


‘전하께서 벼락에 또 맞으셨어.’

‘어의라도 불러야 하는 것 아니오?’

‘허어, 대체 왜 이런 해괴한 일이..’

‘비가 올 거라고?’

입은 열지 못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시선이 오갈 때,

“드, 드십시다.”

류성룡이 대신들을 채근하며 바삐 걸었다. 연유야 어찌 됐든 걱정이 된 것이다.


“으음..”

용상에 앉아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겨있는 선조.


‘모양이 좋지 않아. 모양이..’

세 번째 벼락이었다. 머릿속은 새로운 지식으로 폭발할 것만 같았고, 허허! 또 맞아버렸네? 라며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분위기다. 게다가 명나라에서 온 칙서. 그 내용 또한 이가 절로 갈렸다.


‘이왕 이렇게 되어버린 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정치다.


“다들 자리했소?”

명나라의 사신들까지 모두 들어오는 걸 보며 선조가 물었다.


“기절한 내관을 제외하면 모두 모였사옵니다! 아마 벼락이 칠 때 정신을 놓은 듯하옵니다!”

피식 웃어버린 선조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대신들을 보았다.

“황제 폐하께서 말씀하시길.”


「조선은 왜와 싸우지 말라.」


칙서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랬다.

임금의 설명을 듣고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대신들. 올 것이 왔다는 표정들이다.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 하는 시대.

억울하고 더러워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울분에 찬 힘없는 임금.


“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오.”

뒷짐 지고 자박자박 걷던 선조는 위를 본다.

대청의 지붕에 막힌 하늘이지만, 그의 시선이 그 너머를 향하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안다.


“과인은 아주 잠깐 하늘에 닿았소.”

“…….”

“…….”

모두의 눈에 물음표와 느낌표가 동시에 떠오를 때,

“왜 이런 일이 과인에게 생기는지 모르겠으나 분명 이유가 있을 터. 세상에 그냥 생기는 일은 없소.”

명나라 사신을 이끄는 심유경은 입을 떡 벌렸다. 비록 조금 전 벌어진 상황 탓에 압도되어 기세가 많이 꺾였긴 하나 그래도 아직 죽진 않았다.


‘하늘에 닿았다니? 죽다 살아났다는 뜻인가? 아니면!’

선조는 계속 걷다가 심유경 앞에 도달했을 때, 물끄러미 내려본다.


“아우가 위험에 처하면 도와주는 것이 형제의 도리. 자식이 위급할 때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것이 부모. 아닌가?”

“그, 그렇습니다.”

심유경은 자기도 모르게 휘둘리는 주둥이를 헙! 다물었다.


“맞다. 그게 옳은 것이다. 헌데 왜 상국은 우릴 싸우지 말라 하는가? 우리가 좋아서 싸우고 있는가? 우리 백성들이 해적들에게 수탈당하고 피눈물을 흘려가며 도움을 청하는데 그걸 모른척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우리가 상국에 도움을 청하기라도 했나? 우리가 알아서 해적을 물리치겠다는데 왜 반대하는가?”

조목조목 맞는 말.


“그, 그건..”

심유경은 대답할 수 없었다. 대국의 입장에선 조선과 왜가 싸워봐야 득 될 것이 없기에 칙서를 쓴 것일 뿐. 사실 이놈들이 어찌 되든 별 관심이 없었다.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만 아니면 되는 것. 그게 지금 명나라의 현 황제다. 형과 아우? 부모와 자식? 만력제에겐 진짜로 피를 나눈 부모 형제도 눈에 뵈질 않는데 조선 따위, 손톱만큼이나 있을까?


“…….”

선조 역시 속이 타들어 갔다.

지금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포장을 잘해야 한다.


어느 왕이 알에서 나왔다.

어느 왕을 잉태한 여자는 처녀였더라.

어느 왕의 어미는 곰이다더라!

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말이지만, 이 시대엔 그게 먹힌다.


벼락 삼세번.

꽤 그럴듯하게 들리지 않는가?


“내가 잠시 하늘에 닿았을 때, 뭔가가 내게 이르기를.”

믿든 안 믿든 일단 던진다!


“국운이 흔들리고 있다 했네. 우리 조선에 대위기가 찾아왔음이야.”

그게 당신 때문일 수도 있잖습니까! 당신이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곤 생각 안 합니까? 미쳤어! 임금이 미쳤다고!

명나라 사신들의 얼굴을 보면 딱 이런 소릴 지르고 싶은 것 같다. 몇몇 대신도 그에 동조하는 것 같고..


“후우.”

선조는 안타깝다는 듯 다시 위를 올려본다.


“오늘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사흘 밤낮이 이어질 것이네. 바람도 강할 것이야. 기와가 떨어지지 않게 잘 대비하라 이르게.”

뜬금없이 날씨 얘기를 하는 임금의 모습에 대신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밖을 보라. 얼마나.. 머리를 돌리던 류성룡이 흠칫거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밝았는데 저건.. 먹구름?


“하아..”

선조는 한탄하듯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우리 백성들은 힘겨워하는데, 상국에선 하지 말라 하니 이를 어찌해야 하겠는가? 비서실장.”

“예! 전하!”

“자네라면 어쩌겠는가?”

“소, 소인은..”

황윤길은 봤다. 부산포에서 우리 군사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좌의정.”

“예. 전하..”

“자네라면 어쩌겠는가?”

“…….”

명나라를 까기 시작하면 조선 모든 문학도가 들고 일어나기 시작할 거다. 자고로 배웠다 하는 자들, 먹물 좀 먹어봤다 하는 자들치고 명나라를 쪽쪽 빨지 않는 자 없다. 골수까지 성리학으로 점철된 그들을 끄집어내려면 강한 명분이 필요한 것.


‘어차피 명나라는 망해. 더는 그놈들과 연을 맺을 이유가 없다.’

곧 누르하치가 여진을 통일하고 명나라를 친다. 그렇게 청나라가 탄생하고, 조선은 이전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걸 막고 스윽 한 다리 걸치려면 지금은 줄타기를 아주 잘해야 할 때. 선조 하면 줄타기 선수 아니었던가? 벼락을 맞기 이전에도 말이다.


“유몽인.”

대신들과 함께 대청에 들어와 있던 유몽인이 화들짝 놀라 머리를 든다.


“왜 아직 떠나질 않았나?”

“저, 전하..”

“내 말이 말 같지 않은가?”

“아, 아닙니다! 지금 바로 떠나겠나이다! 부디 옥체 보중하소서!”

“비가 아주 많이 올 거네. 단단히 채비하게.”

호통을 치다가 돌변해서 가볍게 웃어준 임금을 보며 유몽인은 입술을 꼭 깨물고 대청을 빠르게 나갔다. 그의 행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선조는 안다. 유몽인이 여진으로 움직인 이 하나 때문에 명나라는 조선을 칠 수 없다. 지금도 여진이 똘똘 뭉치면 명나라는 조선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이다. 아니, 둘이 붙으면 반드시 명나라가 진다. 지금의 명나라는 완전히 기울었으니까. 반대로 여진은 점차 정예화되어가고 있고. 조선이 어느 쪽에 숟가락을 얹어야 하는지는 자명한 일. 문제는 이놈들은 그걸 모른다는 거다.

보라. 벌써부터 명나라 사신들의 눈치를 보며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는 대신들을.


“음..”

‘또 뭐 없나?’

이맘때 날씨 정도는 난중일기나 징비록만 봐도 간간이 나온다. 전쟁통에 사흘간이나 내렸던 비라 여기저기 기록이 남았다. 그가 소소한 역사는 바꾸고 있다지만 날씨까지 변하게 영향을 주진 못하는 것이니까.


‘강한 게 필요한데..’

일단 곧 쏟아지기 시작할 비는 충분히 강조했으니 얼마 후면 대신들이나 명나라 사신은 매우 놀랄 거다. 기상청조차 없던 시대이니 그가 한 것은 일종의 예언.


‘하늘의 뜻만큼 잘 먹히는 것도 없겠지.’

그도 생각했었다. 만약 벼락이 한 번 더 떨어지면 이번엔 어떤 미래인이 보이게 될까? 라는 말이다. 누구나 그렇지 않겠나? 일종의 기대감도 있었고 말이다. 농부와 의사. 이 둘은 확실히 도움이 됐다. 그러면 이제 그때 그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 중에 누구의 삶을 엿보면 가장 좋을까? 과학자? 공학자? 화학자? 법관? 경제학자? 하다못해 교사라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럴듯한 교과서를 만들어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결심을 하고 나니 꽤 그럴듯했다. 국경을 넘어 널리 퍼져나갈 정도로 가장 강력하고 끊어내기 어려운 것이 바로 종교 아니던가. 아무리 통제해도 다시 자라나고 중독되면 마약보다도 더 영향을 미치는.


‘오늘부터 신화를 쓴다.’


그랬다. 그에게 떨어진 세 번째 벼락.

의정부 진복음교회의 목사 장유환의 삶이었다.



작가의말

판타지입니다.. 판타지. ^^;;


오늘 일이 있어서 일찍 올리게 되었습니다.

즐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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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좋은 균, 나쁜 균 > +56 17.01.06 22,575 1,0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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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군주의 자격 > +49 17.01.05 23,399 963 12쪽
29 < 윗물을 맑게 하라 > +33 17.01.04 23,658 941 10쪽
28 < 자연스럽게 > +54 17.01.03 24,107 926 12쪽
27 < 계획했다면 행동하라 > +34 17.01.02 24,426 911 9쪽
26 < 내가 누구더냐 > +54 16.12.30 25,545 955 13쪽
25 < 각자의 전쟁터 > +28 16.12.29 25,327 89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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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그릇 > +113 16.12.22 28,403 995 11쪽
19 < 종식 > +112 16.12.21 28,803 1,15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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