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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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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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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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시와 니안의 계략

DUMMY

한편 알리아의 땅에 들어선 니안은 적이 이미 도시로 향하는 여러 길목을 차단시킨것을 첨병들로부터 보고받으며 적들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예감했다. 비록 아군의 숫자가 많다고 하나 준비된 적의 도시를 함락시키는것은 쉬운일이 아니였다. 니안은 이바나 만큼이나 철저한 전략가였고 그는 우루안의 소식을 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예상하고 계획했다. 그리고 모든것은 순조로워 보였다. 며칠전 그가 화살에 묶인 그 천을 펼쳐보기 전까지는...

'이샤크 강을 건너면 서부동맹 원정군은 전멸할것이오. '이샤크의 분노' 속에서...'

누가 보낸것일가? 분명 서부동맹군을 도와주기 위해 보내진 그 쪽지의 출처를 파헤칠 시간도 없이 니안은 며칠동안 눈에 띄지 않게 소위 ‘이샤크의 분노’라 불리는 이샤크강의 범람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했다. 서부동맹의 젖줄인 나나크메강과 달리 동부동맹의 도시를 끼고 흐르는 이샤크강은 15년에 한번 꼴로 엄청난 양의 폭우와 함께 강이 범람하는 현상이 있었다. 처음 이샤크강에 정착한 동부동맹의 이주민들은 그것이 신의 노여움을 산것이라 생각하고 제사를 지내거나 제물을 바치는등의 행위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곤 했었다. 하지만 강의 범람은 때가되면 찾아와 그들을 괴롭혔고 동부동맹의 도시들은 강의 범람을 피해 도시를 옮길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무지했고 심지어 그들이 잡아 노예처럼 부리던 아누크인조차 이샤크강의 범람은 생소한 것이었기에 그것이 신의 노여움이 아닌 주기적으로 발생되는 자연재해라는것을 깨닫기까지는 수백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그들은 강의 범람에도 도시를 안전하게 지키고 농사를 망치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다간의 수리학자들은 올해가 강이 범람하는 주기가 아님에도 이샤크의 분노가 발생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서부동맹의 사람들이 그것을 알수있을리 없었고 니안조차 다간을 정복하기 위한 수백가지의 전략을 짜는동안에도 이샤크강의 범람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샤크강은 한번 범람하면 3달정도는 지속되며 강을 건너기 어려웠다. 또한 폭우가 그친다 해도 강이 한번 뒤엎어지면 수많은 늪이 만들어져 땅의 물이 빠지기 전까지 기존의 육로외에 강주변을 탐색하는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단기간에 다간을 정복하는것은 결국 불가능한 것이었다. 반년넘께 전투를 계속하기엔 물자가 부족했고 준비된것은 아무겄도 없었다. 또한 우중전투는 공격측에 너무도 불리했다. 니안은 자신의 모든 계획이 부질 없는 것임을 깨닫고 전투 의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그가 해야할 일은 다간 정복을 포기한채 알리아의 정복에 최대한 집중하는것이었다. 그나마 강의 범람으로 알리아는 동부동맹의 지원을 받을수 없다는 점이 니안에게는 행운이었다. 니안은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루안 넬칸을 전쟁을 원했지만 하늘은 아직 그때가 아님을 알려주는것이리라. 수백개의 전략으로 가득했던 머리속이 비워지고 남은 것은 오직 알리아 뿐. 목표가 정해지자 니안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다만 우루안의 죽음으로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카루온왕자가 다간정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것이기에 일단 그를 설득하는것이 가장 큰 관건이었다.


알리아의 북동쪽에 진지를 구축한 서부동맹군은 빠른 행군으로 지치 몸을 달래며 처음으로 제대로된 휴식을 맞이했다. 하지만 모든 병사들이 편히 쉴수 있는것은 아니였다. 전쟁은 늘 그렇듯 불필요해 보이는 모든것이 전투에서 그들의 생명을 좌지우지할수 있는만큼 사소한것이라도 결코 미루거나 방치할수 없었다. 그들은 전투감각을 최대로 끌어올린채 교대로 휴식을 취하며 각자 맡겨진 자리에서 하나둘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크란으로 이루어진 하급병사들은 나무를 잘라 임시 성벽을 만들고 갑작스런 기습에 대비하는 한편 알리아를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밥을 짓고 또 교대로 경계를 서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마크란을 지휘하는 라메타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자신에게 맡겨진 병사들을 통솔했다. 2만에 가까운 이번 서부동맹 원정군에는 명령권을 가진 가장 하급의 전사인 라메타만 100이 넘었다. 이는 동맹군의 수가 역대 동서전쟁 중 가장 큰 규모임을 말해주고있었다. 그리고 우나프는 자신이 거느린 5명의 라메타를 수시로 불러 새로운 임무를 전달하고 그들의 노고를 독려하며 카로안의 명령에 즉각 따를수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춘채 대기하고 있었다. 우나프는 카로안의 밑에서 실질적으로 전투의 선봉에 서는 상급전사로 그들은 모든 순간 몸에서 검을 떼놓지 않을 자격을 가진 유일한 존재였고 그들의 전투력은 언제나 최상의 상태여만 했다. 이번 서부동맹 원정군의 최고 지휘관의 자격은 스페스의 카로안인 오카스가 쥐고 있었다. 그는 각 도시의 왕과 세노테의 의견을 나누며 결론을 모았고 다시 각도시의 카로안과 상의하여 전투를 지휘할수 있는 자격을 갖고 있었다. 오랜시간 아누크의 용병대에서 전투를 경험한 오카스는 이것이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지휘체계라는 것을 잘 알고있으나 여기는 멘티스의 땅이었다. 각자 자기가 소유한 부족과 사병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중요시하는 귀족의 나라. 따라서 멘티스의 전쟁에서는 다른 부족과 연합하여 싸우는 전투에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원정군의 진지 한가운데 일반병사들의 머무는 막사의 5배 규모의 커다란 막사에 카루온과 라미아의 왕 모우나, 그리고 니안과 4명의 카로안, 그리고 큰 뜻을 품고 이곳까지 따라온 몇몇의 나테루들과 각도시의 이름난 세노테들이 모였다. 그들은 모두 첫번째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말리라는 투지에 불타고 있었고 저마다 승리를 위한 고견을 내고 토론하며 늦은 밤을 지새웠다. 니안은 한동안 그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 카루온은 그런 니안의 뜻을 헤아리고 세노테의 자격으로 자리에 함께한 그에게 섣불리 의견을 묻지 않았다. 그동안 니안은 새삼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느지 깨닫고 있었다. 두해 전만해도 자신은 그저 루아즈의 작은 상단을 이끌던 아버지를 도와 사막을 건너며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 그쳤는데 지금은 2만에 가까운 동맹군의 운용에 대해 논하고 있다는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 모든것은 카루온 왕자와 함께 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알리아를 함락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이바나를 죽이는 것입니다.”

카로안과 나테루들의 입싸움이 멈추고 잠시 조용한 틈을타 라미아의 왕 모우나의 뒤에 서있던 한 사내가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그대는 누구입니까?”

“라미아 넬칸 부족의 티칼(멘티스 제1귀족) 계급 하나시라고 합니다.”

카루온의 물음에 라미아의 젊은 귀족은 그에게 가벼운 목례로 예를 표한뒤 대답했다. 카루온은 니안을 한번 쳐다본뒤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다시 하나시에게 물었다.

“그대에게 이바나를 죽일 방법이 있습니까?”

“이바나는 멘티스 최강의 전사라 불리는 자입니다. 그의 눈에 우리는 그저 숫자만 많은 애송이로 보일것입니다.”

“이보시오, 넬칸 앞에서 말을 조심하시오.”

다소 무례한듯한 하나시의 발언에 라고스의 나테루가 그를 제지 했으나 카루온은 담담히 그를 말렸다.

“괜찮습니다. 계속 말해보십시오.”

“알리아의 성벽은 높습니다. 이샤크강을 등지고 우리 서부동맹의 공격에 홀러 맞서기 위해 그토록 높은 성벽을 쌓은것이지요. 애꿎은 병사를 희생할 필요 없습니다. 알리아를 며칠 공격하여 의심을 피한뒤 넬칸과 왕자님은 병력을 이끌고 다간으로 가십시오. 분명 이바나가 우리의 뒤를 치기 위해 성밖을 나올것입니다. 그때 그를 포위해서 잡는것입니다.”

하나시는 체구가 작고 연약해 보였지만 그의 눈은 우나프의 그것처럼 전투에 대한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니안은 하나시의 말이 끝나자 마자 희미한 미소를 띠는 모우나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모우나, 과거 첫번째 동서전쟁의 시발점이자 동부동맹과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도시, 라미아의 젊은 왕으로 뛰어난 능력과 인심으로 라미아는 물론 라고스의 시민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왕. 그는 작은 우루안이라 불리는 떠오르는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의 명성이 높아지기 전 이미 라고스의 왕 토다인은 그를 알아보았다. 토다인왕은 왕자가 없었는데 그의 장녀를 모우나와 혼인시킴으로써 일찍이 형제도시였던 라미아와 라고스는 그 어느때보다 관계가 두터운 사이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제 우루안이 죽은 지금 모우나의 명성은 훨씬 높아질것이 분명했다. 니안은 아무리 동맹국이라 하나 서부동맹의 맹주역할을 해왔던 스페스에게 위협이 될만한 모우나의 성장을 견제해야만 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니안은 자신이 아직 멘티스연합내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한다는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모우나의 밑에 하나시라는 뛰어난 세노테가 있다는 것도 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끈자가 연합의 새로운 왕이 될것이다.’

니안은 카루온의 얼굴을 보았다. 이제 왕자는 하나시의 계략에 대한 니안의 생각을 묻고있었다.

“하나시의 계략이 좋겠습니다. 다만 불붙은 나무에 바람을 불어주면 더 잘타겠지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니안의 말에 모우나는 몹시 궁금한듯 물었다. 그리고 그의 물음에 막사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니안에게 고정되었다. 루아즈 전투의 숨은 주역으로 이미 소문이 자자한 니안의 머리속에서 과연 어떤 계략이 나올지 궁금했던 탓이었다.

“베리아키와 이바나의 사이를 끊어놓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해 보십시오.”

아리송한 니안의 말에 이번엔 하니시가 니안을 재촉했다.

“이바나를 이용하여 적이 분열되도록 만들자는 말입니다. 이바나가 우리와 내통한듯 베리아키를 속이면 의심많은 베리아키는 이바나를 믿지 않을테고 행여 이바나가 살아서 퇴각하더라도 왕은 그를 다시 쓰려하지 않을것입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제가 가서 베리아키에게 항복을 권하겠습니다. 그리고 몰래 사람을 써 두사람을 이간시켜 보겠습니다.”

모우나의 물음에 거침없이 대답하는 니안의 표정에 조금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카루온은 단번에 그것을 거절했다.

“그것은 안됩니다. 어차피 이바나가 죽으면 알리아는 무너질 것입니다. 굳이 그대의 목숨을 걸 필요는 없소.”

“그렇지 않습니다. 왕자님. 알리아의 성벽은 높습니다. 이바나가 없어도 저들은 수성을 고집할것입니다. 제가 가야만 불필요한 병사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반드시 두발로 살아서 되돌아올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카루온은 3번이나 니안의 청을 거절했지만 니안은 결국 고집을 꺽지 않았고 카루온은 결국 그가 알리아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또 한사람. 니안을 따라 하나시도 함께 가길 청했다. 니안은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지만 굳이 말릴 생각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잘됐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는 하나시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카루온이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것인지, 그리고 그 왕자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지녔는지.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헤르반과 그의 라메타들. 그들이 얼마나 뛰어난 전사들인지 곧 보게 될것이다.’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떠난 뒤에 니안은 한번 더 카루온을 안심시킨 뒤에야 그를 떠나 나왔다. 그리고 그의 발걸음은 다시 헤르반의 막사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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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테르가의 결심 18.03.11 1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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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이바나의 반격 18.02.04 10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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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이바나의 결심 18.01.14 10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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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바라쿠타의 형제들 17.11.07 143 0 9쪽
» 하나시와 니안의 계략 17.10.29 159 0 12쪽
58 세번째 동서전쟁의 시작 17.10.22 189 0 13쪽
57 복수를 위한 전쟁 17.10.08 194 0 12쪽
56 우루안의 죽음 17.09.17 202 0 13쪽
55 우루안의 결단 17.09.10 146 0 11쪽
54 다간으로의 여정 17.09.03 169 0 15쪽
53 카루온왕자의 눈물 17.08.27 19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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