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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절대자가 사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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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F
작품등록일 :
2016.12.08 15:54
최근연재일 :
2017.01.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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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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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예상치 못한 사태에 일순간 제정신을 잃었으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아베노가 인을 맺었다. 사용하는 술법은 공간 치환. 미리 준비해뒀던 술법이라 짧은 주문 하나면 바로 발동했다.


"오.....!"

"어딜."


하지만 주문을 맺기도 전에 박현민의 신형이 희끗해졌다. 1초도 안되는 순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박현민은 그대로 손을 내뻗어 목을 움켜쥐었다. 주문의 첫 음절인 '옴'이 튀어나오지도 못할만큼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크윽!?"

"드디어 잡았다. 이 날파리 같은 놈."


씩 이를 드러내보이며 박현민이 웃는 모습에 아베노 타카히로는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도대체 무슨 수로 자신들의 위치를 특정했단 말인가.

비록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행적에 실오라기 하나 안 남길만큼 은폐 하나는 철저히 했다.

인식 저해는 같은 뒷세계의 술사조차 속일 수준이었고, 움직일 때는 일반인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을 빌려서 표가 나지 않도록 했다.

이런 용의주도함 덕분에 그들은 팔주맹이나 천도문은 물론 세계의 거대 세력들에게 뒤를 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박현민에 대한 조사도 간접적으로나마 행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가면 들킬까봐 그가 이미 사라진 자리를 뒤늦게 조사하는게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그의 행보를 알아내는데는 충분했다.

적어도 최근까지 박현민이 보여주었던 행동에서 자신들을 조사하는 행위는 일체 없었다. 그런데 지금껏 가만히 있던 남자가 무슨 수를 쓴건지 순식간에 이쪽으로 찾아온 것이다.


'이 남자, 도대체 어떤 능력을 더 숨기고 있길래......!'


끝없는 박현민의 능력을 마주하자 아베노 타카히로는 전신에 소름이 우수수 돋는 것 같았다.

분명 대음양사라 불리는 자신마저 짐작할 수 없는 엄청난 정보수집 능력이 있는게 분명했다.

실제로는 그냥 우연에 우연이 겹친데다 하정운에 대해 별로 조사하지 않은 그의 실수가 부른 착각이었지만 말이다.


"이제 자세한 이야기 좀 들어볼까. 왜 몬스터를 소환하고 다니는지, 정확한 목적이 뭔지, 그 외 기타 등등 전부 다."

"말하지 않겠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아베노 타카히로가 없는 여유를 억지로 끌어내어 웃었다. 그러자 박현민의 휘어져 있던 눈동자 끝에서 차가운 기운이 번뜩였다.


"오, 그럼 말을 하게 해드려야지. 걱정하지 마. 잠깐 같이 대화 좀 나누면 곧 술술 불게 되니까."

까드득


나머지 손을 들어 손가락을 쥐락펴락하자 뼈를 꺾는 소리가 선명하게 귓가를 울렸다.

그 소리에 아베노 타카히로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고문, 자백제, 정신조작을 포함한 여러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다만 확실한건 어느 것이든 아마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게 되리라고 확신했다. 마른침을 삼키던 도중 옆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해주게나."

"량 도사?"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아베노 타카히로가 고개를 돌리자, 아까 전 결계가 깨진 충격으로 쓰러졌던 량 통츠가 상반신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다만 어디까지 상반신만 일으켰을 뿐 다리는 주저앉은 채인걸 보면 아직도 충격의 여파가 다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어차피 수장께서 그에게 최대한 설명한 후 포섭하라 하지 않았는가? 그저 엄두가 나질 않아서 지금껏 망설이고 있었던게지."


말을 마치면서 량 통츠는 고개를 들어 박현민을 쳐다보았다. 지금껏 아베노 타카히로가 주장했던 것들이 단숨에 이해되었다.

수많은 혼백을 봐왔던 그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기운이 일렁이고 있는 것을.

아무것도 안 하고 단지 가만히 있을 뿐인데도 숨이 턱턱 막혀올 정도였다. 지금 량 통츠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도 수작을 부릴 기미가 보이는 순간 바로 짓누를 자신이 있기 때문이리라.


"뭣하면 자네가 아니라 내가 말하도록 하겠네만."

".....아닙니다, 제가 말하지요."


아베노 타카히로의 눈에 체념이 나타났다. 량 통츠의 말대로 그들의 수장은 '가능하면 포섭하라'라고 했으나 그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본 것만으로 워낙 자아가 강해 타인에게 감화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하지만 어차피 이제 앞도 뒤도 없는 상황. 이왕 이렇게 된거 차라리 모든 것을 말하고 그의 공감을 바라는 편이 유일한 수단이었다.


"말이 잘 통해서 좋군. 그럼 이제 말해보시지."


목에서 손을 땐 박현민이 아베노 타카히로를 땅바닥에 집어던지듯 내려놓았다. 엉덩방아를 찧은 아베노 타카히로는 그대로 주저앉은 채 자신의 목을 쓸어내렸다.


"이것저것 설명하자면 이야기가 훨씬 길어지니 본론만 말하지요. 저희의 목적은 단 한 가지."


이야기를 이어가던 아베노 타카히로의 눈이 번뜩였다. 지금껏 보여줬던 체념이나 절망 따위가 아닌 열망.

자신의 목적이 확고하면서 그것이 숭고하다고 믿고, 틀렸다고는 조금도 의심치 않는 사상가의 눈빛이었다.


"이능자의 표면 사회 진출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껏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정운이 깜짝 놀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 겁을 먹고 대화에 나서지도 않던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지금 그들이 말한 목적이 엄청나게 허무맹랑하게 여겨지고, 이능자 사회 전체의 반발을 불러오는 사안이라는 소리였다.


"당신들 제정신이오!? 그런 짓을 하다간 어찌될 줄 알고! 세계 대전 때 동포가 벌였던 일에서 배운 게 없소이까!?"


아무리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의 지성 수준이 올라갔다 하더라도 이성과 감정은 다른 문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다른 힘을 가진 존재를 두려워하고 질시한다. 그리고 그건 곧 배척으로 나타난다.

지금 이능자가 표면에 나타난다면 분명 세계 대전처럼 실험을 당하는 꼴은 겪지 않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현대에 널리 알려지면 인권 문제가 부각될테니까. 그렇지만 또 다른 문제가 셀 수 없을만큼 발생할게 분명했다.


"멀리갈 것도 없소! 최근에 이능자가 방송에 나오면서 들썩이는 여론 좀 들어보시오! 순전히 구해준게 전부인데도 3할은 부정적인 의견이요!"


어떤 이들은 그들의 영웅적이고 초인과 같은 면모에 주목했지만, 어떤 이들은 힘을 가진 채 몰래 숨어살아오던 면에 주목했다.

그들 사이에선 이런 의견이 오갔다. 지금껏 발생한 수많은 미결 사건의 존재에 저런 자들이 있는게 아닐까.

초능력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하면서 다닌게 아닐까. 그 의견에 공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상당했다.

차라리 망상에 불과한 헛소리라면 정당한 분노라도 표출하겠지만 거짓이 아니라서 더 문제였다.


"순전히 뒷세계가 피해자 측이라면 또 모르지만 그것도 아니잖소! 흑마법사나 사술사들이 벌이는 행태를 세간이 알게되면 난리가 날 거요!"


이능자 중에서 사악한 부류는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으로 서양의 흑마법사나 동양의 강시술사.

그들의 술법은 인간의 피나 생명등을 필요로 하는게 많아 필요에 따라서는 배덕적이고 끔찍한 행위도 거리낌없이 저지른다.

물론 이런 자들은 뒷세계에서도 표면의 악질 범죄자와 같은 대접을 받는데다, 다양한 범죄로 뒷세계를 노출시킬 위험이 있어 발견하면 바로 척살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엔 그놈이 그놈으로 보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국가 이미지가 안 좋은 나라의 시민이라면 멀쩡하고 선한 사람이 있더라도 도매금으로 욕하는게 현실 아닌가.

아베노 타카히로도 하정운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맞습니다. 그렇다면 해결법은 간단하지 않습니까."

"무, 무슨 소리요?"

"이능자 전체를 영웅으로 만들면 됩니다."


국가 이미지가 안 좋다면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다. 반대로 국가 이미지가 좋으면 본인의 성정이 어떻든 선망의 시선을 받는다.

설령 개개인이 선해도 잘못 하나 저지르면 '역시 그렇지'라고 여기기보단, 개개인이 악해도 '저런 놈들은 극소수'라고 여기게 되는 이미지를 쌓아올리면 된다.


"몬스터 소환은 그 첫걸음입니다. 현대 병기가 통하지 않는 몬스터를 이능자가 처리하며 영웅으로써의 이미지를 쌓게 하는거죠."

"......"


하정운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놀라서라기보다 너무 기가막혔기 때문이다. 결국 이능자가 불러온 몬스터를 이능자가 처리하는 것 아닌가.

어찌보면 자작극이라고도 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사실이 밝혀졌다간 영웅은 커녕 이능자 전체가 절대악으로 여겨질 가능성도 있었다.


"설마 그게 끝이냐?"


박현민도 기가막힌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무슨 원대하고 완벽한 계획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말을 들어보면 얼기설기 엮어놓은 짚더미만도 못했다. 아베노 타카히로는 그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당연히 아닙니다. 저희의 최종 목표는 따로 있지요."

"그게 뭔데?"

"지구와 이계의 완전한 융합."


하정운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눈만 꿈뻑였다. 술법에 무지한 터라 지금 발언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지금껏 별 표정 변화가 없던 박현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의 말을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앞뒤 정황이 모두 이어졌다.

몬스터가 있는 세계와 현대의 지구가 융합되면 전세계가 몬스터 천지로 변할 것이다. 이능자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이 되고, 현대의 히어로나 마찬가지인 위치에 서게 되리라.

그것 뿐만이 아니다. 차원의 완전 융합이 이루어지면 마나를 사용하는 이능자들도 마나의 영향을 받는 몬스터와 같은 법칙에 속하게 된다.

즉, 이능자도 몬스터처럼 현대 병기에 절대무적인 신체를 얻는다. 이능자 전체가 특별한 힘이 좀 있는 인간이 아니라 초인 그 자체로 변화하는 셈이다.


"미쳤구만."


이들의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분명 이능자 역시 표면 사회에 진출할 수 있을것이다. 아니, 진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지배계급마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능자만 좋은 세계다. 지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인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다.

세계에 드글거리게 된 몬스터들과 마주치게 되면 저항할 방법도 없이 살해당할테고, 살아가려면 무조건 이능자의 비호 아래에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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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문이 열리다 (1) +30 16.12.24 41,116 1,128 7쪽
15 침식 (4) +31 16.12.23 40,745 1,101 8쪽
14 침식 (3) +32 16.12.22 41,053 1,14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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