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넨티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완결

햄스터살려
작품등록일 :
2016.12.09 18:48
최근연재일 :
2018.08.10 22:00
연재수 :
160 회
조회수 :
50,994
추천수 :
352
글자수 :
852,713

작성
18.05.04 00:30
조회
112
추천
2
글자
7쪽

아넨티어 146

안녕하세요. 국문과 출신 소설가 지망생입니다. 저의 첫 작품,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DUMMY

그런 생각과는 상관없이 박사장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사령마법에는 크게 두 방향성이 존재하지. 하나는 전쟁무기로서 군대와 군대 사이의 전투에서 사용하는 경우야. 우리 지구에서도 고대까지는 많이 사용되었지. 역사적으로 많이 삭제되었지만 최근에는 문화인류학자나 초능력연구자들이 언론에 많이 까발린 바람에 노출된 부분도 있어. 흔히 보는 좀비 영화, 좀비 소설이 대표적인 결과물이지.”


소윤은 그가 반말을 하는 걸 불편-하게 쳐다보았다.


“다른 하나는 불멸을 위한 것이지.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워서 잘 알고 있을게다. 고대까지만 해도 죽음을 거부하고 반쪽짜리 영원함을 찾는 어리석은 인간들은 꽤 많았지. 죽지 못하는 것이 저주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닫거나, 저주인 줄 알면서도 집착한 인간들 말이야. 이집트의 파라오들이 그러했고, 중국의 진시황도 있었고, 더 옛날로 돌아가면 길가메시 정도가 있을까. 우스운 건 마법사들 역시 신비를 구도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의 유한함을 벗어던지기 위해서 불로불사에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역사 속에서 버젓이 왜곡된 형태로 전승되어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흑화가 검기를 넘실넘실 피워 올리는데도 관찰자들, 집행자들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야기가 빨리 끝나길 기다리는 듯 초조한 표정이었고, 이따금 꿈틀거리는 꾸러미들을 혐오스러운 혹은 두려운 표정으로 곁눈질했다.


“이세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어. 그들은 불멸을 우리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추구했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내 앞의 두 분이라 할 수 있겠군.”

“기억이나 인격 그리고 생명 그 자체보다는, 전통과 권력과 본질적인 가치라는 뻔한 이야기인가요?”

“아니, 그들은 그렇게 고상하지 않았어. 별빛 아가씨는 별빛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지만, 그 시작은 – 물론 아저씨도 잘 모르지만 – 대단히 정치적인 사안이었다고 하더군. 들은 이야기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결국 별빛이란 그 당시 사람들의 기대가 모여 만들어진 어떤 신앙의 구체적인 대상이란 논리다.”

“정치적인 사안? 제정일치의 사회에서 등장한 고대의 주술사라도 된다는 건가요.”

“비슷해. 하지만 다르지. 그건 말하자면 규칙의 증거에 해당해. 게임을 해도 룰이 있고 그것을 어기면 제약을 받게 되는 것처럼 당시의 그 자들은 누군가에게 머리 아픈 것을 떠넘기고 싶었던 것이야. 이야기가 좀 돌아왔지만 다시 지겨운 사령마법 이야기로 돌아오자구.”


흑화는 한순간 솔깃했던 자신을 책하면서도 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아쉬운 마음을 빠르게 갈무리했다.


“불멸을 추구하던 자들은, 정확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던 마법사들은 매번 결과물이 불완전한 방향으로 나오자 생각을 바꿨다고 해. 아예 인간의 모습에 집착하지 말자는 결의였다고나 할까. 그때부터 사령마법은 눈부시게 다른 영역들에 발을 걸치며 발전해나갔다고 하는군. 결과물도 인간에게서 멀어졌다는 점 하나 빼고는 정말로 불멸이란 단어에 걸맞는 지점으로 수렴해나갔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문제를 깨달았지. 인간의 혼은 인간의 몸에 있지 않으면 점차 부패한다는 걸 느낀거야. 동시에 반대로 인간의 혼이, 지성적인 기능들이 오랜 세월을 버티지 못한다는 점 역시 재확인했고.”


흑화가 먼저 달려들지 않는 건 오로지 소윤이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잘 몰랐지만.


“오랜 세월, 수세기동안 그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았지. 그러다가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낸거야.”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이유는 뭐에요? 시간을 끌어서 누구에게도 좋은 건 없는 것 같은데.”

“그건 바로,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저 소년의 조상이기 때문이지.”


소윤은 오히려 귀찮은 듯한 표정이었으나 흑화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왜 누구도 그걸 생각하지 못했나 우스울 정도로 그 발상은 간단했지. 인간의 혼이 부패한다면 인간의 몸에 넣고, 인간의 정신력이 마모된다면 새것으로 갈아치우면 되는 거였어. 물론 말이 쉬운 거긴 하지만 우르...는 그럴 역량이 존재했던 모양이야. 그들은 세상의 수많은 답 중에 하나를 찾았네. 바로 자신들의 피에서.”


소윤과 흑화는 불길함을 느꼈다. 그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차린 것이다.


“‘피는 곧 생명이다’라고 하지. 여기까지 오면 밤을 걷는 자들의 왕에 대해서, 그들의 원류에 대해서 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지만, 내가 생각해도 너무 길어진 것 같으니 그만두지. 이들의 사령마법은 이렇게 ‘새로운 숙주’를 찾는 방법을 선택했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다른 흡혈귀나, 탈혼 주술, 육체 강탈과 다를 게 없었지. 그래서 우르의 피가 들어간거야. 피를 주입받은 싱싱하고 잠재력 있는 육체는 스러지기 전의 술자에 한없이 가까운 존재가 되었지. 외형이 달라졌고 영혼 또한 전혀 다른데 강제로 본질적으로는 같은 존재가 되는 거야. 그동안의 같지만 변질되어가는 그런 언데드와는 전혀 궤를 달리하는 괴물이 탄생한 거지.”

“그럼 베어버리는 수밖에.”

“워 그들은 이미-”


흑화가 검을 내리쳐 검은 꾸러미를 베려 했지만 그 잠깐 사이에 꾸러미는 단검을 든 살수가 되어 검을 흘려냈다.


‘흘려냈다?!’


말 할 타이밍을 놓쳐서 아쉽다는 듯, 한 발 물러선 박사장은 그대로 걸어서 도주하면서 이 말을 남긴다.


“가장 큰 문제는, 술자가 스러지기까지는 역시 불멸에 가까운 세월이 필요하다는 점이지. 새로운 자신과는 별개로 움직이면서, 그 과정을 반복하면 군대를 만드는 것도 문제가 아니야.”


검은 꾸러미를 단순히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파-살기로 뜯어내고 빠져나온 나머지 셋 역시 단검을 들고 있었다. 질린 표정으로 협공하는 집행자들이 아니더라도 소윤과 흑화는 그 네 꾸러미가 ‘완벽하게 같다’는 것을 곧 알아차렸다. 살수인 만큼 단검술의 깊이는 흑화의 검공을 따라올 수 없지만, 문제는 이들이 복제(?)한 인물이 상당한 실력일뿐만 아니라, 이들 자체도 시시각각 누군가를 향해 수렴하고 있다는 사실이였다.




.


작가의말

. 내일은 어디를 갔다와서 연재가 없을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넨티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연재 재개 +2 17.06.28 323 0 -
공지 (공지) 연재 중단 +1 17.04.13 349 0 -
공지 제 작가명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2 17.01.16 766 0 -
160 아넨티어 154 (완) 18.08.10 401 3 26쪽
159 아넨티어 153 18.08.08 206 2 16쪽
158 아넨티어 152 18.07.23 126 2 9쪽
157 아넨티어 151 18.07.17 198 2 10쪽
156 아넨티어 150 18.06.22 191 2 11쪽
155 아넨티어 149 18.06.21 143 2 7쪽
154 아넨티어 148 18.06.09 161 2 7쪽
153 아넨티어 147 18.05.09 138 2 7쪽
» 아넨티어 146 18.05.04 113 2 7쪽
151 아넨티어 145 18.05.02 127 2 8쪽
150 아넨티어 144 18.05.01 124 2 8쪽
149 아넨티어 143 17.12.02 253 2 10쪽
148 아넨티어 142 17.12.01 299 2 9쪽
147 아넨티어 141 17.11.29 169 2 7쪽
146 아넨티어 140 17.11.28 174 2 13쪽
145 아넨티어 139 17.10.23 210 2 6쪽
144 아넨티어 138 17.10.20 231 2 7쪽
143 아넨티어 137 17.10.20 200 2 7쪽
142 아넨티어 136 +1 17.10.17 251 2 10쪽
141 아넨티어 135 17.10.17 213 2 8쪽
140 아넨티어 134 17.10.14 156 2 8쪽
139 아넨티어 133 17.10.13 232 2 6쪽
138 아넨티어 132 17.10.11 197 2 7쪽
137 아넨티어 131 17.10.09 172 2 8쪽
136 아넨티어 130 17.09.13 194 2 6쪽
135 아넨티어 129 +1 17.09.08 233 2 11쪽
134 아넨티어 128 17.09.08 270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