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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방송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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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작품등록일 :
2016.12.2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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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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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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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 (6)

DUMMY

 


- 걱정 마십쇼. 이따가 우리가 확실히 보여드릴게.

수많은 영화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던 존재감으로 영화배우 송주호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미소 짓는다.

심지어 그의 옆에 양 날개처럼 서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건 TV에서 얼굴 보기도 힘든 배우 정유성과 최만식이다.

아직 영화에서도 이뤄진 적 없는 꿈같은 쓰리샷이었다.

이어서 순백의 버진로드를 걷는 소녀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세라단을 팔로우하는 컷에서 축가 후반부의 하이노트가 터지고, 감동한 천주강과 신부의 전신샷이 잡혔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신부.

아내를 보면서 눈물 고인 천주강의 클로즈업과 함께 그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 눈부셨지.


예고편이 뜬 날.

인터넷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청자들은 30초짜리 영상을 보면서 무수히 많은 상상과 추측들을 시청자 게시판에 쏟아냈다.

그 불길은 SNS와 커뮤니티로 번지며 본방 전까지 꾸준히 화제성을 유지했다.

“세준이, 이 녀석! 마지막 멘트 귀신같이 갖다 붙인 거 봐!”

“눈부셨지, 저거 사전미팅 녹음한 거지?”

“요 녀석들, 안 되겠네. 첫 입봉부터 시청자 낚시질이야?”

방송 당일.

본방 전 예고를 본 스탭들이 짓궂게 놀렸다.

“쟤네 이거 한 번에 오케이 받았다면서요?”

“안 믿기지? 진짜 그랬다니까!”

FD가 설레발치며 답했다.

입봉 얘기를 먼저 꺼냈던 김주원과 메인피디는 내내 흐뭇한 표정이었다.

막내피디는 자꾸만 치솟는 입꼬리를 손등으로 가리며,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툭 쳤다.

“세준 씨 덕분에 덜 헤맸어요. 고마워요.”

“뭘요. 그냥 제 일을 한 건데.”

주거니 받거니 낯 간지러운 인사를 하는데, 그걸 본 제작진이 일제히 야유했다.

이제 방영만을 앞둔 상태에서 유일하게 걱정했던 예고편이 생각보다 잘 뽑히자 그들은 비로소 안심한 듯했다.

낄낄대던 스탭 중 누군가 먼저 시청률 얘길 꺼냈다.

“이번 에피, 얼마 찍을까요?”

“우리 내기 할까? 자자, 빨리 걸어!”

“콜! 난 통 크게 8프로 건다!!”

“형, 너무 오버하는 거 아녜요? 아무리 천주강이라도 그건 좀······ 전 7프로!”

“난 그 사이 7.5프로!”

상금은 십 만원.

그것도 한 사람에게 몰아주기였다.

스탭들이 그럴듯한 숫자를 소수점 아래까지 목 놓아 외쳐대느라 회의실은 시장 통처럼 시끄러웠다.

인생극장의 평균 시청률은 5.8프로.

편당 시청률은 드물게 6프로에 달할 때도 있었지만, 매번 7%를 넘지 못한 채 고만고만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주위가 온통 소란스러운 가운데.

난 김주원 옆에서 모니터 프리뷰를 검토했다.

컷별 타임체크와 간단한 내용 정리는 물론 인터뷰까지 기록된 종이는 하도 뒤적여서 귀퉁이가 꺾이고, 페이지 면은 살짝 구김까지 남아 있었다.

예고편이 뜨고 나서도 작가의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시청률 분석이 남은 것이다.

시청률에 울고 웃는 것이 바로 방송인의 일상.

특히 피디들의 인사고과에 가장 크게 반영되는 사항이었다.

그래선지 방영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피디의 기분은 일분일초가 다르게 널뛰었다.

배우 천우강의 결혼이라는 대박 아이템을 잡아 놓고서도 시청률을 죽 쑨다면 이보다 더한 망신은 없었다.

초조하게 손가락 마디를 툭툭 껐던 피디가 버럭 외쳤다.

“정신 사납게 떠들지 말고, 다들 조용히 해봐!”

······아깐 편하게 얘기하라더니.

하지만 이 생각을 굳이 입 밖에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경매장 같던 스탭들의 외침은 일단 잦아들었고, 내 옆에 앉은 막내피디는 목을 길게 빼서 김주원을 쳐다봤다.

“김 작가님은 얼마에 거실래요?”

그 물음에 다들 조용해졌다.

팔랑.

김주원이 종이 넘기는 소리마저 크게 들릴 정도였다.

모두의 시선 속에서도 그는 평온했다.

“음······ 10프로?”

순간 주위가 얼어붙었다.

사방에서 숨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예상은 평균 시청률보다 4포인트를 웃돌았다.

다른 작가였다면 웃고 넘겼을 테지만, 지금 초연하게 방영 직전의 광고를 바라보는 건 김주원이다.

휴먼다큐의 장인.

인생극장은 그의 필드나 다름없었다.

시청률을 쭉쭉 잘 뽑아내는 김주원을 메인피디가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세준 씨는요? 얼마에 걸래요?”

“음. 전 김 작가님보다 살짝 올려서······ 10.5프로?”

난 고민하는 척 하다가 답했다.

김주원의 대표작인 <산속의 노부부>가 11프로를 찍었지.

내 기억대로라면 이번 에피 역시 마의 10프로 장벽을 깨부수며, 그가 구성한 프로 중에서 손꼽히는 작품이 된다.

“10.5프로?! 이 녀석, 패기 봐라?”

“첫 프로부터 잘 풀렸다고 아주 막 내지르는구먼?”

“그래! 막내가 패기가 있어야지. 그 배짱은 좋다!”

스탭들은 농담을 던졌다.

메인인 김주원에 비해 막내인 내 말은 아무래도 가볍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누군가 다급히 외쳤다.

“본방 떴다!”

어수선하게 서 있던 스탭들도 잽싸게 자리에 앉았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마침내 광고가 끝나고.

인생극장 오프닝 음악이 들렸다.


*


- 이로써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낭독이 끝남과 동시에 천우강의 눈언저리가 붉어진다.

참으로 긴 세월을 기다려준 아내.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

마주 본 신랑신부의 미소는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만큼이나 환하게 반짝였다.


어느 덧 회의실엔 코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촬영 때 눈물콧물을 다 빼놓고도 또 흘릴 눈물이 남았다는 게 신기했다.

“씨발, 요즘 자꾸 눈에 땀이 차네.”

평소 과묵하던 스탭 몇도 괜히 욕을 하며 눈가를 꾹꾹 눌러댔다. 막내피디는 아예 대놓고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대망의 축가 나왔을 때.

플래시몹 떼샷을 보던 스탭들이 흥분했다.

“헐! 제 얼굴도 나왔어요!”

“뭐, 어디? 나는?!”

“저깄잖아요, 저기! 김 작가님이랑 세준 씨 테이블 옆에!”

플래시몹에 직접 참여했던 스탭들이 저마다 외쳤다.

김주원과 내 얼굴도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결혼식 때의 열기가 되살아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흥에 취한 스탭들이 고함인지 노랜지 분간할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댔다.

옆 회의실에 있던 제작진은 제발 소음공해를 자제해 달라고 자기 팀 막내까지 보내 직접 요청했다.

떠들썩한 스탭들 사이에서 난 인터넷 반응을 살폈다.

SNS에 인생극장을 알림 설정해놨더니 아까부터 쉼 없이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 엄마랑 통곡하면서 인생극장 보는 중ㅠㅠ

- 웨딩 플래시몹 아이디어 쩌는 듯ㅠㅠ 저 부분만 계속 돌려보고 싶다!

- 닥치고 봐라. 이번 인생극장 에피는 명품이다.

- 천주강 멋있다. 아내만 바라보는 사랑꾼이야ㅠㅠ

-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셔야 하는데ㅠㅠ 인생극장 이번 에피 진짜 역대급임!


SNS 타임라인도 난리가 났다.

한편 세라단에 대한 멘션도 꾸준히 올라왔다.

공중파의 힘은 확실히 위대했다.

세라단 하이노트가 실시간 트렌드로 뜨면서, 과거 망했던 앨범들과 행사 직캠 영상들이 발굴되어 또 다른 화제가 되었다.

“으아아!”

코를 박을 기세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스탭 한 명이 난데없이 괴성을 내질렀다.

“아씨, 깜짝이야! 왜 소리치고 지랄이야!”

소릴 내지른 스탭은 울먹이며 핸드폰을 쳐들었다.

액정엔 포털 사이트 메인이 떠있었다.

“우리 실검 줄 세웠어!!”

제작진들이 의자에서 튀어 올랐다.

그리고 불을 처음 발견한 원시인들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옆 회의실에서 조용히 해달라고 이번엔 서브작가가 다녀갔다.

방송 직후.

제작팀으로 한 통의 팩스가 도착했다.

분당 시청률표였다.

피디는 시청률표를 보고 우는 지, 웃는 지 알 수 없는 기괴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시청률표에 얼굴을 묻고 끅끅거렸다.

종잡을 수 없는 피디의 반응에 제작진은 불길한 침묵에 휩싸였다.

나와 김주원을 제외하고 스탭들의 눈동자가 바쁘게 굴러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너무도 다른 결과가 있을까봐 스탭들은 가슴 졸이며 피디만 쳐다봤다.

꽈직!

피디의 손에서 빳빳한 종이가 대번에 구겨졌다.

그리고 그는 외쳤다.

“14.8프로!!!!”

피디는 시청률표를 흩날렸다.

날아간 종이는 팔랑팔랑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난 내 귀를 의심했다.

14.8프로?

그럴 리가 없는데?!

후다닥 시청률표를 집어 모니터 프리뷰와 비교했다.

편당 시청률은 12%.

분당 최고 시청률인 14.8프로를 찍은 시간대는 웨딩 플래시몹이 진행된 컷과 일치했다.

오싹하리만치 짜릿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제작진은 축제라도 온 것처럼 소리치고 아주 난리가 났다.

“김 작가아! 만렙이! 씨발! 이번에 내가, 아니 우리가 대박칠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다고!”

피디까지 김주원과 날 양팔에 안고 덩실거릴 때.

회의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사람 말이 말 같지 않냐! 조용히 좀 하라고!”

잔뜩 열 받은 남자는 옆 회의실에 있던 장 피디였다.

그의 등 뒤에 아까 다녀갔던 막내와 서브작가가 고개를 들이미는 게 보였다.

“장 피디이이! 너도 축하해주러 왔구나!”

“미친 놈. 환장할 소리 하고 있네!”

장 피디가 달려드는 우리 피디를 단호히 쳐냈다.

나는 보고 있던 시청률표를 김주원에게 내밀었다.

분당 최고 수치를 확인한 그는 모니터 프리뷰와 나란히 놓고 대조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날 쳐다봤다.

짧지만 강렬한 침묵이 지났다.

드르르륵!

그때 눈치 없이 내 핸드폰이 울렸다.

급히 발신자를 확인하는데 김주원이 말없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지나갔다.

얼핏 본 그의 옆얼굴엔 입꼬리가 치솟아 있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팝 엔터 한기광 대표였다.

- 작가님!! 저희 애들이 해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그가 외쳤다.

난 휴대폰을 잠시 귀에서 뗐다가 다시 댔다.

주위가 시끄러운 데도 그의 우렁찬 외침은 선명하게 들렸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저희 세라단 말입니다! 인생극장 끝나자마자 저번 싱글이 음원차트 100위 안에 진입했습니다!

아아, 드디어.

알고는 있었지만 한 대표가 직접 전화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는 출연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한 끝에 통화를 끊었다.

이어서 감사에 대한 거의 모든 수식어를 담은 듯한 장문의 톡과 함께 기프티콘이 도착했다.

세라단 매니저가 따로 보낸 톡도 그에 못지않았다.

“가자! 오늘 같은 날 한 잔 해야지!”

어이없어 하는 장 피디를 한 팔에 낀 피디가 제작진에게 호기롭게 외쳤다.

튀겨진 팝콘처럼 회의실을 튀어나가는 스탭들 사이에 껴서 나도 휩쓸려 나갔다.

김주원은 맨 앞에 서서 피디들과 뭔가 얘기 중이었다.

나는 막내피디와 나란히 걸었다.

“아오! 눈물이 왜 안 멈추지? 세준 씨는 안 그래요?”

“저도 물론 감격스럽죠. 근데 아까 시청률 내기, 제가 14프로에 제일 가까운 거 같은데. 내기돈은 어떻게 되죠?”

외면하려는 막내피디를 붙잡고 10만원의 행방을 물었다.

그렇게 막 복도 모퉁이를 도는 찰나.

누군가의 코트와 옷깃이 스쳤다.

피하면서 고개를 돌렸다가 상대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

인사하며 지나치는 사람은 신세정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까닥였다.

단지 그 뿐. 더 말을 걸지도, 붙잡지도 않았다.

뭐지? 평소랑은 다른 느낌인데.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더 생각할 틈이 없었다.

호시탐탐 달아날 틈을 엿보던 막내피디가 내 손을 뿌리치고 도망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거기서요!!”

난 외침과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


N사 주변의 한 카페.

어스름이 스며드는 창가 옆 테이블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은근하게 오른 술기운 때문인지 추억에 잠겼던 그는 코트 주머니를 더듬어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머뭇거리던 손길이 액정을 몇 번 스치자 곧 한 장의 사진이 떴다.

아주 오래 전 필름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

그걸 다시 스마트폰에 담아둔 것이었다.

언제든 꺼내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게.

매끄러운 액정 속엔 교복을 입은 소년이 꽃다발을 든 여배우 옆에서 두 뺨을 붉히며 웃고 있었다.

이게 벌써 20년 전이던가.

그의 첫사랑이었던 여배우는 무대 위에서 사랑에 빠졌고, 결국 사랑에 빠진 상대배우와 결혼했다.

관객석에서 연극을 보던 소년이었던 그때나, 작가가 된 지금이나 남자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었다.

그저 무대 밖에서 지켜볼 뿐.

그리고 얼마 후면 이젠 그것도 불가능해진다.

남자는 이마를 짚으며 엄지로 눈가를 문질렀다.

오늘 만나자고 한 이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분명 거절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한숨 돌리고 있을 때.

카페에 한 여자가 들어왔다.

들어온 순간부터 주위의 시선을 잡아 끈 그녀는 약속상대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신 작가! 여기.”

“김 작가님.”

그녀는 곧장 테이블로 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커피가 나오자마자 두 사람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말을 돌리는 건 둘 다 성격에 안 맞는 일이었다.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뭐지?”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뭔지 짐작은 가는데. 철새다큐 찍으러 간다며?”

“이미 아시니 말씀드리기 편하겠네요.”

그녀는 한 모금 마신 커피를 가만히 내려놨다.

내려놓은 찻잔 속에 자그마한 파문이 일었다.

여자는 눈앞의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세준이. 이번 몽골 촬영에 데려가려고요.”




 


작가의말

다음 챕터부터는 몽골로...?

매번 감상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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