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시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쓰리시에라
그림/삽화
시에라
작품등록일 :
2016.12.24 10:05
최근연재일 :
2017.12.26 12:18
연재수 :
367 회
조회수 :
78,567
추천수 :
1,212
글자수 :
2,407,547

작성
17.05.02 10:38
조회
267
추천
3
글자
17쪽

130. 속마음

DUMMY

변명하려다가 베룬과 눈을 마주치자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가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사리나가 말했다.

“음... 내가 어제 고민해보고 오늘 여기오자마자 고민한걸 결론 지은게 있는데 말야. 베룬 너 말야. 공부해보지 않을래?”

“예?”

뜬금없는 소리라며 의문을 가지는 베룬에게 사리나가 말을 이었다.

“며칠 전에 쟤한테 들은건데 너 바이올렛어 조금 할줄 안다며?”

“어깨너머로 보고 생각나서 도와 드린게 다입니다. 알고 있다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겸손할 필요 없어. 어깨너머로 보고 기억 해낸다는게 얼마나 대단한건데. 너 수정도 보기만 해서 배운거라며. 드모다 너. 몇 백 조각 넘는거 보고만 조립할 수 있어?”

갑자기 지목당한 드모다는 잠깐 고민했다가 대답했다.

“베룬님 방에 있는 수정은 절대 혼자 못하죠. 저런건 전문가 10명이 조각 부위를 나눠서 해요. 혼자 하라고 하면야... 하기는 하는데 다 외울 수 있으려나요. 헷갈려서 다른데 꽂았다간 제대로 작동을 안할 수도 있어요. 혼자 하는건 좋지 않죠.”

“들었지? 이건 내 동생도 알고 있었어. 거기도 수정세공장이 있고 거기서 조립하기 쉽게 만들어 보내준거니까. 그런데 내 동생이 뭐라 써서 보냈는지 알지?”

사리나는 엘리사가 보낸 편지를 꺼내 일겅ㅆ다.

“어깨 너머 봐서 알거야. 맡기면 돼. 라고. 어깨너머라. 저런 수정도 어깨 너머로 보고 조립시키래.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습니까?”

베룬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축 쳐졌다.

“이렛이 말해준건데 너 마나 폭발도 방벽을 쳐서 막았다며? 근데 방벽 자체를 치는건 쉬워. 막대를 막는다거나 검을 막아내는 정도라면 말이지. 근데 폭발은 아니야. 더구나 그게 마나로 된 폭탄이라면 더 힘들지. 마나폭발은 물리방벽을 두껍게 쳐야하고 마나를 막을 대마력 방벽도 쳐야해. 근데 그거 너 처음 여기서 아발로에게 기습 당했을 때 펼쳤다며.”

“짐마차 폭파시킬 때...펼치긴 했습니다만.. 제대로 못막아서 제 몸에 파편이 박혔습니다 그건 실패입니다.”

“아니. 그건 성공이라했어. 이렛은 그 정도 폭발을 파편하나로 끝낸게 기적이래. 그 정도로 우수한 방벽을 펼쳤다는 거잖아. 근데 그거도 병영에서 병사들이 훈련하는거 보면서 어쩌다 익혔다며? 무슨 어깨너머로 배우는게 이상한데서 발휘되잖아?”

“우연...우연입니다. 대단한 것도 아니고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거기도 하고...”

“그..건... 엄청 대단한거죠. 전 바토즈 경이 개인교습을 해줘도 마나 응집만 1년이 넘게 걸렸어요.”

로자리가 살며시 말했다. 그녀 스스로도 재능이 부족해서 마법을 못 쓰는거란걸 알지만 반대로 베룬이 대단한거란 것도 알고 있었다.

“로자리도 너 대단하데. 그러니 인정해.”

“그래봐야 제대로 된게 아닙니다. 마법에 대한 기본이 없는건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는 것도 없고... 제가 할 줄 아는건 요리, 청소나 빨래할 때 쓰는게 전부입니다.”

“그러니 배우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배우라고 하심은..?”

베룬은 불안감이 어떤건지 구체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리나는 손을 척 들어 베룬을 가리켰다.

“너도 유학 같이 가. 둘 다 보내줄 여유는 돼. 가서 드모다를 도와주면서 너도 같이 공부해.”

“하... 말도 안 됩니다. 전 농부의 딸입니다. 공부는 귀족들이 하는 것이지 저 같은 천한 신분이 할게 아닙니다.”

“천하단 말 금지로 해야겠어! 그리고 드모다도 평민이야. 공부하는데 신분이 막진 않아. 돈만 있으면 돼. 지원 받을 수만 있으면 되는거야.”

“하지만... 제대로 아는게 없습니다. 쉘딘 어는 주인님께서 알려주셨지만 바이올렛어는 정말...하나도 모릅니다.”

“배워. 저기 열심히 배우는 사람 있잖아. 같이하면 더 빨리 배울거고. 넌 똑똑한 여자야. 시중이나 들면서 썩힐만한 여자가 안라고.”

“과대평가이십니다. 제게 그런게 있을 리가...”

“이미 증명됐어. 다른건 몰라도 학습능력만은 정말 대단한거야. 어느 누구도 어깨너머로 본 것만으로 뭔가 해낼 수 없어.”

“그건 저도 공감해요. 베룬은 똑똑하다니까요! 저택에서 가베르씨의 일도 도왔고 영주님의 업무도 보조 했죠. 요즘은 모두 혼자 해결하시느라 고생 많을걸요?”

로자리의 도움에 사리나는 미소를 짓고 베룬은 눈치 없이 그런 소리 말라며 눈빛을 보냈다. 드모다는 어느 샌가 눈빛을 강렬하게 보내고 있었다. 같이 가달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싫은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어?”

“싫은건 아닙니다만... 제가 가면 여왕님의 시중은 누가 듭니까?”

“나 원래 혼자 해왔다니까. 네가 있으면 편해지지만 꼭 필요하진 않아. 날 위하고 싶으면 차라리 공부를 하고 유학을 갖다 와서 배운걸 알려 주는게 좋아.”

“하지만...”

여전히 싫다고 확답을 하 는것도, 마지못해 받아들이지 않은 채 애매모호한 태도였다.

“드모다가 싫어? 그렇다면 다른 데로 보내줄게. 바이올렛에는 바이올렛뿐만 아니라 5개 학술원이 더 있어. 가장 유명한게 바이올렛일 뿐이야.”

드모다는 갑자기 흥미를 보였다. 대화를 듣는 수준에서 이젠 어떤 대답을 할지 기대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사리나는 생각 없는 여자가 아니었다.

“드모다. 나가있어. 끝나면 부를테니까.”

“으엑.. 에... 알겠습니다.”

드모다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문으로 가자 로자리는 그와 있어 주려고 같이 나갔다. 몰래 위습의 유체화를 진행시켜두고 저택 안에 둔채 나갔다. 드모다는 저택을 나와 계단에 걸터앉고서 한숨을 쉬는데 로자리의 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 눈빛이 원래 흰색이신가요?”

“그럴리가요. 기다려보세요. 베룬이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시죠?”

“들을 수 있어요!??”

드모다가 큰 소리를 내려하자 검지로 입을 틀어막았다.

“쉿. 들을 수는 있어요. 그렇게 소리 내시면 들켜요. 드모다 님이시랬죠? 전 로자리라고 해요.”

로자리가 미소를 띠며 악수를 청하자 드모다는 맞 미소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예쁜 이름이시네요. 어? 인장이 있으시네요?”

“드모다님도 있으시네요? 어디에요, 이건”

“제건 수도 근위대 인장이에요. 멋지죠?”

드모다는 손목을 들어 인장을 보여줬다. 파란색으로 빛나고 있는 인장은 아직 그가 수도근위대 현역임을 나타나고 있었다.

“헤에. 수도 근위대요? 어디서 들어 본적 있는데요...”

“얼마 전에 타르베스에 갔었어요. 거기 계셨더라면 들어 보셨을거에요.”

“아하! 기억나요. 영주님을 도우러 오신 그분일이시네요! 아하...”

로자리는 이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드모다는 로자리의 손목에 인장은 있는데 빛을 발하지 않는걸 보며 의문을 가졌다.

“색이 죽었네요? 회수 된 것도 아니고...”

“사연이 길어요. 아! 지금 말하고 있어요. 쉿.”

로자리가 검지를 세우자 드모다는 두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저택 안에선 이야기가 이어졌다.

“드모다가 싫은거면 다른데 보내줄게.”

“싫지 않습니다.”

“그럼 뭐가 불만이야?”

“... 두렵다고 해야 할까... 제가 공부해봐야 얼마나 할 수 있겠으며 이해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제가 공부라고 해본건 주인님이 공부하실때 옆에 같이 앉아 있던게 전부 입니다. 숫자계산도 할줄 모르고 별자리도 하나 아는게 없고 마법의 ㅁ도 모릅니다. 전... 그런걸 제가 익힐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베룬은 자신 없이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사람이 무언가 배울 때는 그런걸 생각할 필요 없어. 너 5살부터 나랑 내 동생이랑 살아왔으니 알잖아. 아버지는 날 7살때 말을 타고 가도 십 몇 일은 걸릴 타국에 나하고 이렛만 붙여서 유학을 보냈어. 아버지라고 내가 잘 배울거라고 생각하고 보냈을까? 그때의 난 네가 가진 지식의 반의 반도 안되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을걸. 바이올렛어는 아예 몰랐어. 서로 말이 다른 줄도 몰랐지. 그냥 신생아가 배우듯 새로 시작 한거야.”

“귀족분들은 저 같은 농민의 딸보다 영리합니다. 하물며...”

“사람이 계급 따라 머리가 달라지지 않아. 그럴거 같으면 평민들은 아무도 소서리가 될 수 없지 않겠어? 바이올렛에는 평민이 교수직을 맡고 있는 사람도 많아. 결국은 개개인의 재능 차이만 있는거야. 계급이란건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 기득권이 없는 사람이 능력을 믿고 오르는걸 막으려고 만들었을 뿐이야. 너나 나나 똑같이 머리는 하나만 가지고 있어. 아니 오히려 너는 나보다 더 배우는 데는 뛰어나. 나보다 훨씬 나을거야.”

“과분한 생각이십니다.”

“전혀. 넌 너 자신을 높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 엘리도 널 배려 했을텐데? 농민의 딸이라고 무시하진 않았을거 아냐?”

“주인님께선 가끔 같이 하자고 권하셨습니다만... 주제 넘는 짓이라 생각해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선임 하녀들이 못하게 하기도 했었구요.”

“이젠 방해할 사람 없어. 네가 하고 싶다면 시켜줄 수 있어. 마법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고 모든 이가 배울 수 있어. 원리학이 싫으면 공학으로 가면 되는거야. 특정 마법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수도 있어. 오랫동안 하녀 생활하면서 하나쯤은 배워보고 싶은 마법이 있었을거 아냐.”

“없을 리가 있겠습니까. 수많은 소서리와 마법사들, 상인과 용병들이 모이는 도시에 살고 있었으니... 그걸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는걸 보면... 신기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베네스란 도시의 특성상 많은 인종의 사람이 모이고 다양한 마법을 눈만 돌리면 하나씩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살아온 베룬에겐 그런 환경은 감동적이고 신기했지만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걸 보고만 있을게 아냐. 직접 하면 돼. 해보고 싶잖아.”

“......”

베룬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리 고민하고 숙고하며 계산을 해봐도 괜찮지 않았다. 대답하기를 망설여가며 아무리 긍정적으로 결과를 내보려 해도 자신이 없었다. 그녀에게 새겨진 15년의 수행인 생활은 그녀를 낮추고 자신감을 위축하게 했다. 사리나는 드모다에게 했던 것처럼 시간을 주고자 했다.

“당장 대답할 필요는 없어. 고민할 시간을 줄게. 아. 잠깐.”

사리나는 2층으로 올라가 서재에 있는 책 한권을 가져와 베룬에게 건넸다.

“...세상 모든 마법-마술 망라서?”

“책 제목대로야. 쉘딘 뿐 아니라 벨메시바와 엘라리트의 모든 마법이 있어. 스스로 갱신되는 책이라 사라지는 마법도 있고 새로 생기는 마법도 있어. 한번 보면서 어떤거 해보고 싶은지 고민해봐.”

자주 읽었던 책이었는지 책 끝이 상하고 구겨져 있었다. 그걸 받아든 베룬은 잠잠히 있다가 문득 물었다.

“사리나님께서는 왜 저에게 이러시는 겁니까? 저보다 뛰어나고 우수한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너보다 뛰어난 사람은 많지. 당장 밖에 있는 로자리도 너보단 대단해. 하지만 배움의 문제는 달라. 한번 보고 배우는 너하고 재능으로 마법을 다루는 로자리를 두고서 무언가를 배워오라고 하면 누가 더 잘하겠어?”

“비교 대상이 잘못된거 같습니다만.”

“예를 든다면 말이지. 그리고 내가 봐도 넌 하녀로만 살기에는 너무 아까워. 할 수 있는게 있다면 지원해주고 할 수 있게 해줘야지.”

“인도적인 이유로 그러시는 겁니까?”

파고들어오는 질문에 사리나는 잠깐 고민했다.

“그런 것도 있긴 한데... 조금 더 솔직 하자면... 내가 필요해서야. 난 새로운 지식이 필요해. 데어난은 폐쇄적인 곳이야. 아무리 세상에 나서고 싶다 해도 결국 이질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산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지 않겠지. 그래서 우리가 당당히 나서기 힘들어. 그렇기 때문에 한 두 명씩 필요한걸 구해오게 하는거야. 드모다 한명으로는 부족하니 너까지 쓰려는 거고.”

“.... 솔직하시군요. 기분 나쁠 정도로...”

“내가 그렇지 뭐. 어쨌든 고민해봐. 대답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사리나의 말에 베룬은 지그시 손에 들린 책을 바라봤다. 계속 수정되고 있는지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고민해보겠습니다.”

사리나는 그걸로 만족하는지 미소를 지으며 차를 마셨다. 점점 속을 자극하던 비린 맛이 줄어들었다. 차를 들이키고 나서 직접 새로 차를 따라낸 다음 탁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내려두고 말을 이었다.

“네가 보기에 드모다는 어때?”

“어떠냐고 하심은..?”

“전체적이게 말야. 나보다 더 오래 같이 있었잖아. 긴 시간은 아니겠지만 그 동안 봐온 걸로 말야.”

베룬은 잠깐 고민하다가 식탁에 앉아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고 자리에 앉았다. 책은 자신의 무릎 위에 살포시 올려놨다.

“똑똑하고 공부한 걸 흡수는 잘 합니다. 이 며칠간 독학하면서 많이 깨쳤습니다. 연구자였다고 한 만큼 잘 받아 배우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많은게 사람으로서는 안타까운 수준입니다. 몸은 허약하고 체력이 부족합니다. 남자임에도 키가 사리나님 보다 작습니다.”

“내가 여자치고는 큰거겠지. 엘리도 그렇고.”

“그렇긴 합니다만... 스스로 몸을 지킬 능력도 없고 낯가림도 심해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도 서툽니다. 위험하면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아야 살아남을텐데 벌벌 떨 줄만 알고 객기나 부릴 줄 압니다. 힘이 약해서 살아 있을 때의 저보다도 약해보이니... 혼자 가서 자취하라고 하라고 하면 요리를 못해서 굶어 죽을테고 빨래도 못해서 1주일만 지나면 입을 옷이 없을 겁니다.”

“....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 최악이네.”

“ 제가 본 드모다님은 그렇습니다.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가슴 졸이게 합니다. 한 치도 눈을 뗄 수 없게 합니다. 눈을 뗐다간 큰일 나게 되다보니...”

“어제처럼?”

“그렇습니다. 잠깐 한눈 판 사이 무슨 정의감이 생겼는지 저택에 가서 유인해보겠다고 갔다가 그 사단이 난거였습니다. 용기보단...객기 입니다.”

“...큰일인데...?”

사리나는 예상 외의 악평에 혀를 찼다. 드모다를 혼자 바이올렛으로 보내봐야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베룬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정신, 은혜에 보답할 줄 아는 인성, 불의에 맞서는 용기. 남자로서 멋은 없지만 사람이 갖춰야 할 미는 있습니다.”

“오호. 말이 멋진데. 다른건?”

“음... 그는 보고 있으면 불안하지만...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베룬은 마땅한 단어를 못 찾는지 한참이나 뜸을 들였다. 그나마 하나 떠올린 것도 애매하게 말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게 맞아 보이지만... 보고 있으면... 보호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해야 하...”

“...응?”

“그러니까...아! 모성애! 보살펴주고 싶게 합니다.”

“어... 어?”

사리나는 베룬의 말을 이해를 못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수록 베룬은 답답한지 양손을 흔들며 마땅한 말을 찾으려 애썼다.

“그러니까... 옆에서 지켜보면서 위험한데로 가면 가지 않게 바로 잡아주고... 실수하면 쓰다듬어 주고... 우울해하면 안아주고 싶고... 그런 사람입니다...”

“호오...”

사리나는 이제서야 이해가 됐는지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며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베룬은 자신의 말이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뭘 부끄러워 하는거야? 그럴 수도 있지. 흐응...”

“....”

“왜. 좋잖아. 크으... 역시 우리 베룬은 마음이 따뜻하네. 인상은 얼어붙어 있는데 말야.”

사리나가 말하면 말할수록 부끄러워 지는지 고개를 들지 못하는 베룬을 놀렸다. 사리나는 놀리다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좋은 현상이야. 아니. 엘리사를 포함해서 완벽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으니 그런... 모성애 같은걸 발휘하기 힘들었겠네. 그래서 드모다가 마음에 쏙 드는거 아니겠어?”

“그...그런건 아닙니다!”

“아니긴. 그래서 막 보살펴주고, 쓰다듬어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은거 아냐?”

“...그건...”

말을 잇지 못하는 베룬을 보며 사리나는 그저 은근한 미소만 남기고 빈 잔을 식탁 위에 올렸다.

“내가 말한거 고민 해봐. 대답은 나온거 같지만 말야. 난 할일이 있어서 말이지.”

“아...네. 체라네님은 어떻게 합니까?”

“계속 자게 해줘. 일어나면 더 쉬게 하고. 그럴싸하게 말을 꾸며서 말야. 바쁜 일은 없을테니 말이지. 어제 너무 고생하게 해서 괜히 일시키고 싶진 않네.”

“사리나님도 마찬가지로 쉬셔야합니다만 말해봐야...”

“소용없지.”

사리나는 저택을 나서려고 현관문을 열었더니 두 철부지가 계단 아래 앉아서는 한명은 키득키득 웃고 있고 한명은 감동했는지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들었..어?”

사리나는 불길한 생각이 엄습했다. 고개를 돌린 로자리를 보자마자 그 불길한 생각이 맞다는걸 알아챘다.

“하아... 들은거 티내지마. 그리고 이런거 반칙이야. 로자리.”

“헤헷. 죄송해요. 어디가세요?”

“할 일하러 가야지. 빨리 끝내고 올거야. 머리가 띵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트윈 시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딱 365회. 완결입니다. +2 17.12.30 209 0 -
공지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2 17.02.06 727 0 -
공지 프롤로그 내용을 변경했습니다. 17.01.16 772 0 -
367 365. 종결 17.12.26 193 2 7쪽
366 364. 서약 17.12.25 147 2 13쪽
365 363. 복수 17.12.24 129 2 16쪽
364 362. 단죄 17.12.23 105 2 8쪽
363 361. 차디참 17.12.22 123 2 8쪽
362 360. 적막 17.12.21 112 2 6쪽
361 359. 집행 17.12.20 143 2 8쪽
360 358. 끔직한 17.12.19 106 2 15쪽
359 357. 필사적 17.12.18 94 2 17쪽
358 356. 연극 17.12.17 88 2 13쪽
357 355. 항전 17.12.16 108 2 13쪽
356 354. 소란 17.12.15 112 2 9쪽
355 353. 축일 17.12.14 113 2 8쪽
354 352. 흐름 17.12.13 144 2 10쪽
353 351. 미움의 이유 17.12.12 119 2 8쪽
352 350. 사과 17.12.11 123 2 8쪽
351 349. 후속 17.12.10 107 2 13쪽
350 348. 재판 17.12.09 90 2 11쪽
349 347. 안락 17.12.08 111 2 12쪽
348 346. 의아한 징조 17.12.07 88 2 15쪽
347 345. 능청 17.12.06 137 2 18쪽
346 344. 선긋기 17.12.05 109 2 12쪽
345 343. 대립 17.12.04 101 2 15쪽
344 342. 공갈 17.12.03 98 2 13쪽
343 341. 인질극 17.12.02 102 2 12쪽
342 340. 반역 17.12.01 129 2 14쪽
341 339. 생명 17.11.30 113 2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