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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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쓰리시에라
그림/삽화
시에라
작품등록일 :
2016.12.24 10:05
최근연재일 :
2017.12.2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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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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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50. 대리 협상

DUMMY

사리나는 몇 시간째 빨간 점이 왕궁에 찍혀 있는걸 보며 초조함을 숨기질 못했다. 저녁. 날이 저문 뒤 까마귀가 돌아와서 이로아가 보낸 편지를 봤다. 편지에는 시체 수거 이후 왕자와 접선하겠단 한 줄짜리 문장만 있었다.

“쯧... 왜 이렇게 답이 안 오냐...”

까마귀에겐 한번만 더 수고해달라고 수도로 보내두었다. 물론 까마귀가 좋아할 리 없어 몇 번이나 손을 쪼이고나서야 보낼 수 있었는데도 아직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리다보면 올 겁니다. 시간이라도 때우시겠습니까?”

베룬이 읽고 있는 책을 사리나에게 보이며 사사로운 걸 물어왔다. 물론 사리나에게 사사로운 것일지라도 베룬에게는 이해가 안가는 어려운 것이었다. 사리나는 잠깐이라도 긴장을 줄일 겸 최대한 상냥하고 오랫동안 하나라도 빠진 게 없는지 판단해가며 가르쳐줬다. 베룬은 거꾸로 이해를 하는데도 모르는 척 다시 묻고 또 다시 묻고를 반복 했고 그걸 보며 옆에 있는 드모다가 일부러 자기도 모르는 척 애썼다.

“...해서. 이런 뜻으로 해석하면 돼. 이젠 이해되지?”

“... 아쉽지만 이해가 됩니다. 그럼 여기는 어떻게 해야...”

다른 곳을 물어보며 다시금 시간 낭비를 유도했다.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의심하면서도 사리나는 그걸 받아들였다. 한참 지나서야 지도상에 검은 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챠밍이 수도에 도착했습니다. 금방 밀튼님이 계신대로 도착하겠죠.”

“정말!? 으... 빨리 와주라아...”

가르쳐주던 걸 내팽겨 치고 바로 지도에 시선을 돌린 사리나에겐 간절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까마귀의 도착과 동시에 밀튼은 왕자와 은밀한 접선을 시작했다.


알브렌 왕자는 어둠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즉각 다섯 개의 마법으로 된 검을 생성하여 목소리의 주인을 겨눴다.

“누구지? 무엄하게...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는 거냐?”

“물론 입니다. 왕자여. 무기를 거둬주십시오. 약속대로 만나러 왔습니다.”

“약속? 설마... 그렇군. 뒤의 까마귀가 전서구인가.”

알브렌 왕자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겨눴던 마법검을 내렸다. 그대로 등불을 올려 확인하려는 순간 밀튼이 어둠에서 빛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후드를 덮어 썼지만 그가 전에 만났던 자라는걸 알 수 있었다.

“만나러 올 줄은 몰랐는데... 이래저래 날 놀라게 하는군요.”

“실례 했습니다. 남의 집에 왔으니 오래 있을 수는 없고..”

“후... 여기로 올 줄은 몰랐어요. 다음부터는 안 이랬으면 좋겠군요. 급하니 바로 본론으로 가죠. 당신들의 정체는 뭐고 원하는 건 뭡니까?”

알브렌 왕자는 여전히 거칠게 뛰는 심장을 들키지 않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밀튼에게서 돌리지 않았다.

“많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보편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누가 더 있나요?”

“항상 어디에든 있습니다. 당신에게 드리워질 수도 있습니다. 정체라... 우린 그런 존재입니다.”

“이해하기 힘든 말이군요. 어디에든 있을 수 있다니. 보편적이지 않은데 어디에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수수깨끼를 할 때는 아니지요.”

피곤했던 몸이 깨어나면서 기분이 쉽게 변화되었다. 짜증이 지배했다. 밀튼은 그가 피곤한 걸 느끼고는 대화하기가 썩 좋은 상태가 아님을 보고 입장을 바꾸었다.

“우린 데어난 산지의 주민들입니다. 플레어드 왕가의 직할령에서 남쪽에 위치한 곳입니다.”

“데어난? 저주 받은 산 말입니까? 그 곳에 있는 모든 이는 살아있는 빛의 주민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빛 아래 속한 이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둠에만 있는 자들은 더더욱 아닙니다. 우리는 산 자들이 해내기 힘든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여기 있는 것처럼 말입니까?”

“수많은 것 중 하나입니다. 비사리스의 이상을 판단한 것도 우리고 타르베스에 들이닥친 반란군을 제압해낸 것도 우리입니다.”

타르베스의 일은 로자리의 업적이지만 하나의 협상카드를 위해 쓰기로 했다.

“타르베스? 그렇군... 우리 근위대가 가기 전에 이미 그 지역은 반란군이 제압되었다고 했지. 그걸 당신들이 했단 건가요? 믿을 수 없군요.”

“믿든 말든 그건 왕자님의 판단입니다. 그저 우리는 행동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런가. 그럼 당신들이 그 능력을 보인 것엔 이유가 있겠지요. 나에게 원하는 게 있다던가... 아니면 단순히 과시를 하기 위해서라든가.”

밀튼은 낮게 내리 깔아서 웃었다. 음산하고 불길함이 서려 있었다.

“우린 강력하고 질긴 자들입니다. 쓰러지지 않고 한 번 더 일어나서 적을 물어뜯고 찢어발기지요. 힘은 과시되어야 마땅한 법. 지금 당장 이 왕궁에 질척한 공포를 서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의 손이 들어 올려 졌고 어둠과 동화되어 있는 검은 마나가 퍼졌다. 하지만 왕자는 그런 협박에 겁을 먹지 않았다.

“멈춰. 이 왕궁에서 괜한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지. 데어난 산지의 저주 받은 괴인들이 아무리 강력하다해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쉘딘의 전사들을 당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괜한 협박 따윈 하지 마시지.”

알브렌은 당당하고 위엄 있게 말했다. 내려진 검은 아직 들어 올리지 않았지만 말로서도 충분히 상대에게 의도가 전달될 만했다.

“왕자여. 용기와 만용은 다른 겁니다. 왕국의 군대는 강하지만 이 왕궁에 계신 왕자님은 약하지요.”

“협박은 통하지 않아. 원하는 것만 말해. 당신들의 능력이 뛰어나다한들 그게 당신들을 지켜 줄 힘은 아니지. 아. 얼마 전에 교단이 무장 용병을 고용해서 정화활동을 했다지?”

“정화?”

밀튼은 의문을 가졌다. 사리나에게서 그런 편지가 오지 않았다. 하루라도 편지가 끊긴 적이 없었다. 정화활동이 실패했거나 데어난이 표적이 아니었다던가 두 가지 일 것이다.

“우린 교단이 행한 정화의 몇배, 몇 십, 몇 백 배로 당신들의 땅을 짓밟을 수 있어.”

“그게 왕자님이 할 수 있는 아니겠지요. 그럴 수 있었다면 왕자님께서는 지금 동부 전선에 계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만한 힘이 없기 때문에 왕자님은 저를 만나고자 하시는 게 아니십니까.”

“...”

알브렌은 밀튼의 말을 듣고 입을 다물었다. 갑작스럽게 찌르고 들어온 거긴 해도 사실이었다.

“많은걸 알고 있군. 하지만 내게 권한이 없는 건 아니야. 나에게는 수도 블로람을 지켜야 할 임무가 주어졌지. 수도 근위대의 총괄을 내가 하고 있으니. 내가 굳이 형들을 재치고 전선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여기 있는 거야.”

알브렌은 담담히 말했지만 말 사이사이에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그는 적대감을 없애고서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나도 의도는 있지요. 그저 흥미로 당신들 같은 정체모를 자들을 만나는 게 아닙니다. 과시든 뭐든 간에 당신들의 마법은 우리, 아니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니까.”

“서로 이해관계만 맞으면 되는 겁니다.”

밀튼은 퍼뜨렸던 모든 마나를 모두 흩트려 사라지게 했다. 알브렌 왕자와 쉽게 대화가 될 것만 같았다. 그는 왕자가 편지에 보낸 조각된 브로치를 꺼내 돌려주었다.

“저희는 힘을 가진 권력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우리는 강하고 질기지만 고립되어 있고 곧 교단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정화대상이 되어 수도사들과 싸우게 될 겁니다. 그들은 산을 오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왕자님을 통해 왕의 권위와 권력 아래 지원을 받고자 찾아오게 됐습니다.”

“우리라... 당신들에겐 지도자가 없나요? 비록 데어난이 쉘딘 안에 있지만 이런 건 외교적인 것에 가깝습니다. 대표자가 와도 모자를 판에 대리자가 오다니... 아직 그런 예절이 없어서 그런 건가요?”

“아직 체계가 완전히 잡히지 않았습니다. 데어난의 주민들이 통합된 건 겨우 5년. 그 5년 동안 많은걸 해냈지만 합당한 지도자나 대표자의 권위는 위임되지 않았습니다. 어찌 여왕 폐하의 서임 없이 그러겠습니까.”

“흠. 일리 있군요. 데어난 산지는 주인이 없는 산이니... 왕의 지원을 원한다는 건 무력을 의미하는 건가요? 그러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어요. 교단의 정화활동은 명백히 교단의 자체 임무에요. 왕이라고 한들 그걸 강제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무력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기대하지도 않고요. 우린 우리 스스로 버텨낼 능력이 있습니다. 얼마 전 정화도 결국 자체적으로 막아냈습니다.”

밀튼은 정화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사리나와 계속 연락이 된다는 것은 그녀가 성공적으로 정화를 막아 냈음을 의미하는걸 알았다. 그렇다면 그 사실을 바로 써먹어야 했다.

“하지만 교단은 방대하고 산 사람들의 삶과 행동, 생각에 깊게 자리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산 사람들은 망자들에 비해 월등이 많지요. 교단이 산 사람들에게 우리를 어긋난 자들이라 칭할 것이고 그걸 무기 삼아 우리를 압박해올 것입니다.”

“당연하겠죠. 교단과 교리의 입장에선 분명 당신들은 어긋났으니.”

“그렇기 때문에 이 쉘딘이란 국가를 다스리는 왕실의 힘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교단에게 우리를 정화하지 말라고 요구를 해주는 게 가장 좋겠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왕실이 지방 영주들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요. 각 영주들에게 우리를 적대하지 말라는 정치적인 힘만 도와주셔도 됩니다.”

“모든 영주들이 왕실에 충성하지 않아요. 플레어드 왕가는 쉘딘의 많은 영지 위에 군림하지만 쉘딘의 기본은 봉건제에요. 영주들에게 충성을 강요하기는 해도 모든 걸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교단과 가깝게 지내는 영지, 영주가 한 두 군데가 아니고요. 도리어 교단과 더 가깝게 지내는 영지들도 많습니다.”

“왕가를 따르는 영주들에게만 영향을 행세해주셔도 충분합니다. 고립만 피하면 되고 산이 사방에서 둘러싸이는 것만 막으면 됩니다.”

“흐음... 꽤 자신이 있나보군요. 그래요. 만약 우리가 당신을 도와준다 치고 당신들이 우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뭐가 있나요? 교단에 척을 하나 지는 만큼 합당한 대가를 받아내야겠거든요.”

“우리 망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은걸 이미 보여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요구를 들어 주신다면 데어난의 주민들은 플레어드 왕가에 충성을 다할 겁니다.”

밀튼의 말에 알브렌 왕자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겨우 그런 걸로 교단과 척을 지라는 겁니까? 한 영지만도 못한 곳의 주민들의 충성으로 전 국민의 삶을 지배하는 교단에 어긋나는 일을 하라라... 수지가 안 맞는군요.”

종교, 즉 오비루스의 교리는 쉘딘의 전 국민 모두가 배우고 따르고 있었다. 쉘딘의 주민들은 종교적으로는 오직 오비루스의 교단 아래 속에 있었다. 그런 만큼 교단이 주민들과 지방 영주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쉘딘의 왕가라고 교단을 쉽게 다룰 수 없었다. 하지만 왕자의 대답은 예상 할 수 있는 범위였다.

“수지가 안 맞을지는 계속 들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우린 일반적인 한 영지로 생각하시기에는 많은 게 다르다는걸 아실테지요. 훨씬 더 강력하고 우수하지요.”

“그걸 증명해야 합니다.”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더 원하신다면 내일 밤 여기 왕자님의 침소에 무장한 병사 10명을 침입하게 할 수 있고 경비병이 오더라도 그 경비병들조차 저를 따르게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에 알브렌 왕자는 적잖게 당황했다. 한명이 자신의 침소에 침범한 것도 놀라운데 10명도 침입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데다 경비병조차 의미없다는 말. 허세로 밖에 들리지 않지만 눈앞의 남자는 이미 한번 증명해보였다. 하지만 협박에 가까운 말에 넘어가서는 체면이 살지 않고 협상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었다.

“가능할지는 의문이나 진짜 그런 짓을 벌여서 소란을 일으키는 건 내키지 않는군요. 뒤처리는 모두 내가 해야할테니... 그래. 당신들이 우릴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뭐냐 이거에요. 그걸 표하라는 겁니다.”

“지금 플레어드 왕가는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고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동부 전선에서의 전염병으로 인한 전선의 고착과 그로 인한 손실과 희생 그리고 교단과의 불협화음, 교단이 무장을 위해서 독자적인 기사단을 설립하려고 한다는 것. 지속되는 가뭄으로 인한 국가 전체에 닥친 위기. 그로 인한 지방 영지들의 소요. 우리 주민들은 이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왕가를 도울 수 있습니다.”

“호오. 교단이 무장하는 건 데어난 주민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지. 첫 번째 것. 동부전선에 대한 건 어떻게 도움을 주겠다는 것입니까? 잘 알고 있는 듯한데. 지금 동부 영지 대부분이 극심한 전염병과 기아에 허덕이고 있어요. 다만 이는 카나트도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뿐이죠.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스스로 떠안고 있는 문제를 말하는 건 좋지 않으나 그는 밀튼과 그의 주민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문제를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밀튼은 당연히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직접 전투를 하기에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기 곤란합니다. 왕가의 허가가 없는 세력이기 때문이지요. 다만 그 전염병과 기아로 인해 끊어진 보급선을 우리가 다시 이어줄 수 있고 부상자 구제나 첩보, 기습 등은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전염병은 악독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괜히 보급선이 끊어진 게 아니에요. 병사들이 동부로 가는 걸 꺼리는데 무슨 수로 당신들이 그 일을 대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전염병으로 인한 죽음은 우리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는 죽음을 초월했습니다. 설사병이든 독이든 이런 건 우리에게 의미 없습니다. 교단에서 악마의 소행이라며 전염병을 멈춰달라고 기도를 하고 쓸데없는 제사를 드리는 동안 우리는 식량과 무기를 짊어지고 전장으로 달려갈 겁니다.”

“전염병에 내성이라도 있다는 겁니까. 말도 안 될 정도로 부러운 거군요. 흐음... 당신들이 가진 강점이겠군요. 약점은 있습니까?”

“그건 우리가 왕가와 더 친해질 수 있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죽음을 초월했지만 불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알브렌은 밀튼의 말을 듣고 잠깐 침묵한 채 고민했다. 밀튼이 말한 전염병에 상관없이 동부전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건 분명 교착된 동부 전선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다. 쉘딘과 카나트 양국이 전염병으로 인해 전쟁 수행 능력이 떨어진 지금 그걸 먼저 해소할 수 있으면 승세를 가져올 수 있었다. 두 번째로 교단의 무장화로 인한 교단과의 불화는 왕가도 가지고 있는 문젯거리였다. 교단이 주민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무장까지 해서 왕가를 무력으로까지 압박하는 것은 피해야했다. 이런 면에서 망자들을 지원하기보다는 협력자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나쁜 선택지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문제였다. 산 사람들에게 배척되는 망자들을 왕가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건 도박에 가까운 행위가 될 수 있었다.

“고민해봐야겠군요. 당신의 제안이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동부전선, 즉 쉘딘의 동쪽 국경은 넓습니다. 마땅히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보급선이 길어지는 건 문제없습니다. 지원할 물건만 잘 갖춰지면 문제없이 동부 영지들에게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물자는 충분합니다. 몇 년간 흉년이 계속 되어도 물자는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법. 이번 만남은 여왕 폐하께 올라갈 겁니다. 여왕 폐하께서도 당신들의 존재를 알고는 있으니 나쁜 결과로 오지는 않을 겁니다.”

“듣던 중 반가운 말입니다. 왕자님께서 원하신다면 저와 왕자님과 연결할 은밀한 소통구가 유지되길 바랍니다만...”

밀튼은 까마귀의 깃털과 검지손가락만한 피리를 건넸다.

“죽지 않는 까마귀를 부르는 피리입니다. 편지를 보내길 원하실 때 부르면 왕자님이 계신대로 제 위에 있는 까마귀가 올 겁니다.”

“까마귀라... 흉조를 나타내지만 당신네들에겐 썩 어울리는군요. 대답은 금방 갈 겁니다.”

알브렌은 온전한 브로치를 밀튼에게 건넸다.

“이건 내가 당신에게 주는 증표입니다. 편지가 가면 항상 그 브로치와 함께 답장을 보내도록 하세요. 그걸 증표삼아 당신에게 답을 보내겠습니다.”

밀튼은 밀약이 성립됨을 느끼고 창틀 쪽으로 물러섰다.

“그럼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그대로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알브렌 왕자는 놀라 창틀로 다가갔으나 이미 밀튼은 어둠을 틈타 모습을 가렸다. 그렇게 혼자 남겨진 왕자는 피리와 깃털을 번갈아보며 접객실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밖에서 막혀있던 느낌이 사라지고 문은 쉽게 열렸다.

“... 조사를 해보긴 해야겠지. 신중해서 나쁜 건 없으니...”

중얼거리며 늦은 밤에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작가의말

149화 뒷 내용이 늘어났습니다. 분량 조절에 실수가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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