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시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쓰리시에라
그림/삽화
시에라
작품등록일 :
2016.12.24 10:05
최근연재일 :
2017.12.26 12:18
연재수 :
367 회
조회수 :
78,566
추천수 :
1,212
글자수 :
2,407,547

작성
17.10.29 13:54
조회
119
추천
3
글자
9쪽

309. 감정

DUMMY

“후후. 아까 내 딸의 주인이 나한테 왜 도망가냐고 했잖아? 내 딸을 지키려 한 거야. 이젠... 조금만 더 지나면 되거든? 후후... 그땐 나도 내 딸을 데리고 다니진 않을 거야. 사람이잖아. 자유롭게 다니게 해야지.”

“알다가도 이해가 안가네요. 정말 아까 말한 그 단순한 이유가 로자리를 정령화 하는 이유인가요? 단지 보고싶다는게?”

아이브릴은 점점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녀는 정령화에 희생된 수많은 정령사들을 떠올렸다. 하나같이 꽃이 시들어가듯 천천히 죽어가던 이들이었다. 엘리사는 로자리가 어찌되든 괜찮아 보이지만 아이브릴에겐 아니었다.

“열내지 말아. 후후후. 내 안에 속하면 어디서든 볼 수 있어. 어디서든 찾을 수 있어. 그리고 후후.. 내 딸은 특별해서 내 일부를 넘겨줬거든. 후후후... 한번 시들었지만 다시 파릇파릇 해져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후후후.”

“정령의...꽃이죠? 그게 수목정령들을 탄생 하게 하잖아요. 정령들에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 넘겨줄만한 건가요?”

“후후... 그런 호기심은 날 즐겁게 해. 후후. 내가 가지든 내 딸이 가지든 상관없어. 사람들도 그러잖아? 나이가 들면 자손을 낳는 걸 젊은 이들에게 넘기듯 나도 그럴 뿐이야.”

“사람은 나이 들면 낳질 못하는 거예요. 당신과 달리 영생할 수 없거든요. 단지 젊은 남녀는 자손을 낳을 능력이 있어서 그런 거죠.”

“후후... 다를 게 뭐 있어? 음. 아. 오기 시작하네. 후후...”

엘라리움은 조심히 로자리를 무릎에 베게하고 눕혔다. 뚜렷한 국화꽃이 로자리의 어깨 위에 형상을 드러냈고, 연두 빛 정령들이 꽃으로 다가왔다. 연두빛들은 꽃을 만지고서 사라졌다. 부지런한 한두 마리가 먼저 다가오자 곧 다른 연두빛들도 꽃을 만지고 돌아갔다.

“후후. 네가 내 딸에게 마시게 한 독 때문에 많은 자식들이 죽었었어. 후.. 얼마나 강한 독이었는지 그걸 모두 마시느라 많이 아팠어. 후후.”

“맙소사... 그걸 모두 마셨다고요? 그 독은 수십 종류의 독초에서 독소를 추출한 거라고요... 손톱만한 미량만 마나로 흡수해도 사람은 죽을 정도인데...”

“후후. 난 숲이니까. 모든 풀과 꽃, 나무들이 모두 나눠가졌어. 운디네르도 거들어줬고.”

“운디네르... 물의 정령 말인가요? 당신과 같은 최고위 정령인...”

아이브릴이 깜짝 놀랐다. 운디네르는 물의 최고위 정령이라 칭해지는 존재였다. 다만 이 말에 엘라리움이 처음으로 싫은 티를 냈다.

“부탁인데 제발 사람들이 우릴 맘대로 급이든 위든 안붙였으면 하는데...? 후후. 모두 같은 존재들이야. 딸들 드라리어드와 아들 엔트들은 전부 내 안에 속한 자식들이지. 여기에 사람이 쓰는 계급이 들어설 자리는 없어. 우린 서로 감정과 감각을 공유하고 있지. 서로 다른 개체가 아니라고. 후후...”

“하지만 당신이 저 작은 드라이어드와 같진 안잖아요”

“다르지 않아. 난 단지 사람들이 조금 더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개체일 뿐이니까. 후후. 멀리서 나무 한 그루 보긴 힘들어도 숲은 보이잖아? 단지 그 정도일 뿐이야. 사람이 숲에 들어오면 보는 개개의 나무에도 내가 있지. 후후.”

“그러니까. 으.. 설득하기 힘드네요. 아니. 관점이 완전히 틀리니 설득이 안되려나...”

아이브릴은 설득하기를 간단히 포기했다. 어쩌면 엘라리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고 또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걸 아웅다웅 떠들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운디네르는 왜 당신을 돕죠? 서로 다르잖아요. 물과 수목 정령인데요?”

“후후. 나나 그나 서로에게 없는 수 없는걸. 사람들도 혼자 살아가지 않잖아. 나도, 그도 그래. 후후. 내 자식들은 그의 존재를 마시지. 노움들은 가만히 있으면 딱딱히 굳어가지만 내 자식들이 살 자리를 내주고 내 자식들은 그들의 몸이 굳지 않게 해줘. 또 노움들은 다시 운디네르의 자식들을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주지. 나랑.. 망할 에퀴나스도 서로 극악의 사이지만 없어선 안돼. 다만..그들에겐 내 자식들이 일방적으로 희생되긴 하지. 후후.”

처음으로 망할 이란 비속어가 엘라리움의 입에서 나오자 과실을 먹고 있던 이들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했다. 하지만 엘라리움의 표정엔 에퀴나스란 말이 나왔을 때부터 웃음 안에 기분 나쁜 혐오감이 섞여 있었다. 아이브릴은 엘라리움의 말을 이해했다. 사람도 사람들끼리 서로 같이 어우려져 살지 않는가.

“후후... 모든 걸 아는 줄 알았는데 모르는 거도 있구나?”

“모든 걸 안다면 신이 될 수 있겠죠. 어쨌든 다른 정령들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로자리의 독을 모조리 삼켰다는군요... 하아.. 제가 날뛰어봐야 막을게 아니었던 거네요.”

“후후... 당황하긴 했어. 수많은 자식들이 독을 마시고 죽은 건 맞고, 내 딸에게 자라던 꽃도 시들었으니까. 하지만 꽃은 내게서부터 나온 거야. 내 몸의 일부였지. 시들어 볼품없게 되도 뿌리가 완전히 죽을리는 없어. 단지 시들기만 한 꽃은 양분을 받고서 활기를 띄기 마련이야. 후후... 이제 궁금한 게 해결 됐어?”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요. 그런데.. 왜 당신이 제게 말해주죠? 절 싫어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말에 엘라리움의 눈이 반달처럼 휘고, 키득거리며 웃었다.

“후후후. 지금도 싫어. 넌 내가 귀여워하는 내 딸을 내게서 멀어지게 했지. 하지만 더는 그럴 수 없게 됐단 걸 알게 됐잖아? 후후. 그렇다면 내가 널 싫어할 이유는 없어.”

“... 역시... 제가 이길 리 없었네요.”

아이브릴은 한숨을 내쉬었다. 몇 차례 관통 당하고, 뼈마디가 으스러지는 고통까지 당해가며 어떻게든 정령화를 막아보려한 노력은 대자연의 자그마한 관심에 허무하리 만큼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후우... 그래요. 로자리에 대한건 제가 졌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무분별하게 사람을 정령화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 로자리는 견뎌 냈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이가 당신의 그 행동으로 죽었다고요.”

“후후. 나도 신은 아니니까. 많은 시도 끝에 알게 된 건걸. 사람의 그릇은 크지만 깨지기 쉽단 걸 말야. 다음번엔 또 이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 후후... 하지만 네가 죽기 전엔 그러지 않을게.”

“전 감시자가 아니에요. 제가 죽더라도 그래서는 안되요.”

“후후. 그건 약속 못해. 나도 변덕 부릴 줄 알거든. 네가 죽지 않는다면 나도 사람을 내 딸처럼 하지 않을게. 살아 남으면 돼.”

“말이야 쉽죠...”

그래도 엘라리움의 말이 나쁜 건 아니었다. 엘라리움은 아이브릴이 늙어 죽지도, 병들지 않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고, 그녀의 뜻을 아이브릴도 알았다. 사고로 죽을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늙어 죽지는 않으니 세상이 멸망할 때까지 엘라리움의 욕심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저랑 약속하죠? 당신이 제 눈치를 볼 이유가 있나요?”

“후후. 난 호기심 많은걸 정말 좋아하니 말해줄게. 후후. 그저 네 노력과 정성에 감동했어. 고생했지. 내가 주는 선물이야. 그리고 후후후... 마음에 들었거든. 너도 내 자식들을 함부로 다루지 않지. 우리가 어떤지도 알고 있어. 우리를 소중히 하는 널 좋게 볼 뿐이야. 후후...”

“... 당신의 감정은 쉽게 바뀌는군요.”

“후후. 글쎄...”

키득거리며 웃는 엘라리움을 보며 아이브릴도 미소를 지었다. 사람의 기준으로 봐선 이해가 안가는 존재인건 확실했다. 엘라리움의 감정은 항상 바뀌고 격동적이었다. 아이브릴이 진걸 인정하자 바로 용서하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쓸데없이 증오의 감정을 남겨 둘 이유도 없었고, 또 애초에 증오라 부를 만큼 남을 싫어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이 숲에서 나무를 꺾고 불을 지르고 더럽혀도 그러려니 하는 게 숲 아닌가. 가끔 도가 지나치면 응징하기도 하지만 그 응징이 오래가지 않았다.

엘라리움은 꽃을 피운 로자리를 바라봤다. 한없이 기뻐하고 즐거워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트윈 시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딱 365회. 완결입니다. +2 17.12.30 209 0 -
공지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2 17.02.06 727 0 -
공지 프롤로그 내용을 변경했습니다. 17.01.16 772 0 -
367 365. 종결 17.12.26 193 2 7쪽
366 364. 서약 17.12.25 147 2 13쪽
365 363. 복수 17.12.24 129 2 16쪽
364 362. 단죄 17.12.23 105 2 8쪽
363 361. 차디참 17.12.22 123 2 8쪽
362 360. 적막 17.12.21 112 2 6쪽
361 359. 집행 17.12.20 143 2 8쪽
360 358. 끔직한 17.12.19 106 2 15쪽
359 357. 필사적 17.12.18 94 2 17쪽
358 356. 연극 17.12.17 88 2 13쪽
357 355. 항전 17.12.16 108 2 13쪽
356 354. 소란 17.12.15 112 2 9쪽
355 353. 축일 17.12.14 113 2 8쪽
354 352. 흐름 17.12.13 144 2 10쪽
353 351. 미움의 이유 17.12.12 119 2 8쪽
352 350. 사과 17.12.11 123 2 8쪽
351 349. 후속 17.12.10 107 2 13쪽
350 348. 재판 17.12.09 90 2 11쪽
349 347. 안락 17.12.08 111 2 12쪽
348 346. 의아한 징조 17.12.07 88 2 15쪽
347 345. 능청 17.12.06 137 2 18쪽
346 344. 선긋기 17.12.05 109 2 12쪽
345 343. 대립 17.12.04 101 2 15쪽
344 342. 공갈 17.12.03 98 2 13쪽
343 341. 인질극 17.12.02 102 2 12쪽
342 340. 반역 17.12.01 129 2 14쪽
341 339. 생명 17.11.30 113 2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