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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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쓰리시에라
그림/삽화
시에라
작품등록일 :
2016.12.24 10:05
최근연재일 :
2017.12.2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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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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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11. 종결

DUMMY

로자리는 그리 길지 않았던 잠의 세계에서 돌아왔다. 정말로 잠에서 깨어나듯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고, 로브만 덮혀 있는 자신의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엘리사는 다급히 남자를 멀리 보냈고, 두 자매ㅡ 샤이라와 타이리는 로자리에게 자신의 옷을 입혀주었다. 엘라리움은 딸이 깨어났으니 주인과 자매들, 동료들과 놀고 오라는 듯 입을 뺨에 맞춰주고 사라졌다. 엘라리움은 사라지기 전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새로 태어날 사람도 나랑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으며 해. 후후후.”

그녀의 기묘한 말에 다들 의문을 품었다. 타이리는 옷을 입혀주자마자, 그리고 엘라리움이 사라지자마자 로자리를 껴안고 펑펑 울어버렸다. 많은 이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안고서 우는 그녀 때문에 샤이라도 눈시울을 붉혔다. 정작 로자리 본인은 왜 자매들이 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브릴은 그저 한걸음 물러나서 보고 있었다. 두 자매의 상봉이 끝나자 엘리사는 그저 로자리에게 미안하단 말만 연신 했다. 도리어 로자리가 엘리사를 위로해주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옷을 입은걸 확인한 이렌시스는 로자리에게 다가와서 별 말없이 서 있었다. 그럼에도 이렌시스의 표정이 죄책감에 어두운걸 보고서 로자리가 다가와서 웃으며 말했다.

“기억은 안나도 이렌 경이 절 구해주신 거 아니에요? 표정 푸세요. 봐요. 멀쩡하잖아요. 튼튼한 게 제 유일한 장점 아니겠어요?”

그럼에도 이렌시스는 별 말 없이 머리만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도 피곤한 얼굴에 조금은 웃음기가 있었다. 감동적인 재회가 이어지고서 가장 늦게 아이브릴이 다가와 물었다.

“로자리. 기분은 어때요? 달라진 게 있나요?”

“많이 좋아요! 더 이상 아프지 않은걸요. 그나저나 정말 어떻게 된 거예요? 기억 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분명 기도실 안에 있었던 거 같은데... 눈을 뜨니 엘라리움이 있고 다들 있네요.”

“우선 여기서 나가죠. 밖에 여왕님과 아발로가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어요.”

나비로 궁전 바깥과 연결하고 있던 아이브릴은 사리나의 걱정과 지루함이 담긴 칭얼거림을 듣느라 이래저래 지쳐 있었다. 엘리사도 우선 그러자며 궁전에서 나가자고 했다. 궁전 밖으로 나가자 쌍둥이 자매 중 언니인 사리나도 기쁘게 맞이하고서 가볍게 안아주었다. 다만 사리나는 조금 다르게 느꼈다.

“달라졌는데..? 음...? 죽은 몸이 아냐...?”

사리나는 로자리에게서 시체 냄새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지 않으면 제가 이렇게 멀쩡할 리 없잖아요? ...응? 어.. 그게... 여왕님..? 영주님과 같이 계시는 거... 다른 사람이 봐도 되요..?”

로자리는 타이리를 힐끗 보며 물었다. 사리나 대신 엘리사가 답했다.

“아무래도 얘기가 길어질 거 같은데... 타르베스 영내로 돌아가서 얘기하자.”

엘리사는 타영지인 티린메스에서 이 정도 인원이 무기를 소지한 채로 있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배타적인 티린메스 자작과의 괜한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뜻에 따라 일행은 우선 타르베스에서 모였던 허름한 오두막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거쳐야 할 타르베스 경계 경문소에는 해가 밝자 병사 두 명이 나와 있었기 때문에 이렌시스가 잠시 검문소를 비우라고 명령해서 로자리를 포함하여 별 문제 없이 타르베스 영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 허름한 오두막에 도착하자 사리나는 아발로에게 니마리와 합류해서 돌아갈 채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으라 했다. 아발로는 명령에 따랐고, 그가 가기 전에 로자리가 방긋 웃으며 배웅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저 산거겠죠?”

“시끄러. 꼬마 계집. 넌 네가 죽일 거라 살려준 거라고.”

“네네. 알았어요. 조심히 가요. 다음에 봐요.”

아발로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갔고, 그런 그의 뒷모습에 로자리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오두막은 타르베스 경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밤에 봤을 때보다 더욱 초라했고 지붕은 비를 막지 못할 만큼 허술했다. 엘리사는 오두막으로 돌아오자마자 머리를 짚으며 벽에 기대서서 한숨을 내쉬었고, 이렌시스도 기절 직전의 피로감에 찌들어 있었다. 타이리와 샤이라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로자리의 무사귀환에 지칠 줄 모르고 꺅꺅 거렸다. 아이브릴은 계속 몸이 쑤시는지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표정을 찡그렸다.

“... 나만 멀쩡한 거야? 다들 왜 이래?”

사리나는 의아해 하며 타르베스에 있었던 6일간의 일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로자리는 고문이 시작되고 나서 3일 뒤부터는 전혀 기억을 못한다고 했다.

“의식은 있었는데..? 매일 네 비명이 교회에서 들렸어.”

이렌시스가 말했지만 로자리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단지 너무 고통스러웠고 두렵고 공포에 떨고 있었던 감정만 느꼈다고 했다. 당연히 정화집행장에 올랐던 기억 자체를 못했기 때문에 사리나가 구출한 과정을 설명해줘야 했다. 그걸 들은 로자리는 난색을 표했다.

“절 구하겠다고 다들 죽은 거면... 안되잖아요...”

“아니. 죽은 척이야. 지금 다 일어나서 도시 남쪽에 잘 숨어 있을 거라고. 울지마..어... 울면 안되지.. 응? 눈물을 흘린다..?”

울먹이는 로자리를 보며 사리나는 의아해했다. 이어 아이브릴이 엘라리움이 등장했고, 그녀가 로자리를 데리고 티린메스로 이동한 것, 그리고 거기서 엘라리움과 나눈 대화를 말해줬다. 로자리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

“용서 받았네요... 정말 다행이다... 어떤 정령들도 절 찾아주지 않아 외로웠어요. 엘라리움이 절 평생 만나주지 않을까봐 숲 안에서 용서를 빌려고 있었던 거예요.”

“엘라리움은 절대 당신을 버리려 하지 않았어요. 단지... 로자리, 당신을 구하지 않은 이유는 전혀 모르겠어요. 그녀의 마음은 그녀만 알겠죠. 음.. 어때요? 정말 별 다른 느낌 없어요?”

아이브릴이 궁금한건 로자리의 몸상태와 정신상태였다. 엘라리움의 말대로 사람의 정령화가 정말로 끝이 난건지, 끝이 났다면 달라진 건 없는지가 중요했다. 로자리는 자기 몸 이곳저곳을 살펴봤지만 으쓱할 뿐이었다.

“별 차이를 못 느껴요. 단지 아프지 않아졌고... 배고프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알아보자고 칼로 찔러보긴 싫구요... 전과 다른 건 다시 정령들이 제게 와주고 있다는 거 정도요? 정말 다행이죠.”

“엘라리움의 말에 따르면 그녀가 지닌 정령의 생식을 로자리, 당신이 가지게 됐어요. 그 하나만으로도 많은 게 바뀌었을 거예요. 정령이 되었다면 사람이 할 수 없는 유체가 된다거나 수목 정령의 힘을 부릴 수 있게 됐을 거예요.”

“하지만... 어떻게 하는 건질... 모르겠는데요...”

로자리는 잠시 의식을 집중해서 마법을 펼쳤다. 검은 마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보랏빛의 탓한 마나도 없는 순수한 푸른색 마나가 방출됐다. 그걸 본 사리나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더 이상 망자는 아닌 거야? 신기하네... 처음으로 죽었다가 살아 숨 쉬는 사람이 된 걸지도 모르겠는데?”

“아직 몰라요. 시간이 지나면 차차 알게 되겠죠. 로자리, 날 도와줄 수 있어요?”

“네? 어떤걸요? 도와드릴게 있다면 얼마든지요.”

“간단해요. 엘라리움에게 했듯 제게도 그저 당신이 한 일을 알려주시면 되요. 우선 이걸...”

아이브릴은 금빛 나비를 건넸다. 나비가 로자리의 손에 올라타더니 잠깐 날개를 폈다 접고는 사라졌다.

“나비에게 제 이름을 부르면 찾아 갈게요. 아니면 직접 제게 와주셔도 좋구요.”

“그렇게 할게요. 헤헤... 예쁜 나비였어요.”

로자리는 방실방실 웃으며 손을 쥐었다 폈다. 간만에 태양빛이 뜬 듯한 미소에 모두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드는 듯 했다. 로자리가 타이리와 샤이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샤이라는 여기 못 오는 거 아니었어요? 어떻게 있는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샤이라가 답했다.

“별거 없던데. 검문소하고 성문을 뚫으면 되는데 딱히 막질 않더라. 상인들 마차에 당당히 타고 들어왔는데 그냥 들어왔어. 네가 죽을 상황이라는데 당연히 와야지. 여왕님이 나서시지 않았다면 내가 광장을 날려버렸을 거야.”

“우와... 진짜 할 거 같아서 무서워...”

샤이라는 당연하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타이리는 잠깐 고민하느라 관자놀이를 툭툭 치더니 웃으면서 간단히 말했다.

“응. 난 왜 왔데니? 도움될만한 걸 한 게 하나도 없어. 하아... 언니가 되서는 해준 게 없어 미안.”

“글쎄. 두고 보면 알겠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야.”

의외로 이렌시스가 타이리를 위로했다. 타이리는 로자리를 위해 이것저것 캐내고 그걸 보고서로 만들어 올렸다. 그게 로자리의 억울함을 풀어 주는 데에 긴히 쓰일 것이다. 로자리도 지금 타이리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타이리를 안아줬다. 사리나는 어느 순간 대화에 끼지 못하고 뒤에 기대 서 있는 엘리사를 보고서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아? 피곤해 보여. 어디 아파?”

“조금... 머리가 아프네... 열도 나는 거 같고.”

“그래? 빨리 끝내고 돌아가자. 아무래도 너무 무리했어.”

사리나는 아이브릴을 불러서 엘리사의 곁에서 보살펴주게 해두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제 로자리를 어떻게 하냐가 문제야. 깨어났으니 로자리 네가 택해도 돼. 타르베스에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는건 알지?”

“역시... 그렇겠죠? 제가 영주님을 곤란하게 하지 않으려나요?”

“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냐. 이렌시스도 폼으로 있는 거 아니고. 어쩔래. 나랑 같이 갈래? 아니면 달리 생각해둔 거 있어?”

그녀의 말에 샤이라가 나서서 말했다.

“나도 하나 있어. 로자리. 나랑 같이 있을래? 돈은 충분히 있고 지낼 곳도 있어.”

“샤이라와 같이 가는거도 나쁘진 않겠네. 네겐 망자의 냄새가 나질 않아. 우리 주민들이 반기지 않을 수도 있거든. 물론 널 아는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로자리는 샤이라와 사리나의 제안을 듣고서 고민했다. 타르베스에 있을 수 없게 되긴 했지만 샤이라처럼 자유롭게 오다니는 걸 보면 숨어들 수는 있다는 거니 굳이 타르베스에 남으려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남을 이유도 없었고. 또 망자라면 먹을 것 문제나 잘 문제는 없어지니 부담도 덜했다. 데어난으로 가더라도 오래 있진 못할 듯 했고, 무엇보다 다시 모여드는 정령들이 데어난을 싫어하기 때문에 차라리 샤이라와 있는 게 좋아보였다. 무엇보다 샤이라는 가장 어려울 때부터 같이 지내온 자매였다. 비록 피한방울 섞이지 않아도 그 누구보다도 서로 잘 알고 서로를 필요로 했다. 샤이라가 추방되었으니 자신도 추방되는 것처럼 같이 지내는 게 좋아보였다.

“샤이라와 함께 할게요. 이젠 우리는 같은 처지가 됐잖아요.”

로자리는 샤이라의 옆으로 가서 팔짱을 끼었다. 샤이라도 긍정했다.

“그래. 그렇게 해. 언제든 쉬고 싶거나 필요 한거, 도움이 필요하면 데어난으로 찾아와. 난 항상 거기 있을 거고 언제든 기쁘게 맞이 할테니까.”

사리나는 로자리를 안고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머리의 반만큼은 작은 로자리는 포근하고 부드러웠다. 확실히 망자의 피부결하고는 달랐다. 한번 세게 안아주고는 떨어져서 엘리사에게 돌아섰다.

“아무래도 엘리사가 힘들어 해. 아쉽지만 헤어져야 될 때가 된 거 같아. 다음에 만나자.”

“제가 찾아뵐게요.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로자리는 꾸벅 허리를 굽혔다. 사리나는 엘리사를 데리고서 먼저 오두막을 나섰고, 이렌시스는 로자리의 머리를 크게 쓰다듬어 헝클이고는 타이리에게 말했다.

“며칠 휴가를 더 줄게. 같이 있다가 때 되면 복귀하도록.”

그 말에 타이리는 기뻐서 방방 뛰며 로자리에게 달라붙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브릴이 말했다.

“어쩌면 제가 실수 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엘라리움에게 미안했다고 전해주세요. 아. 그리고 약속은 꼭 지키라고 해주시고요. 다음에 봐요.”

아이브릴도 사리나를 따라 나섰고, 오두막엔 정령의 집의 세 자매만 남았다

“우리도 갈까? 지금은 츄발츠에서 잠깐 머물고 있어. 별로 안 머니까 타이리 너도 같이 가자”

샤이라가 제안했고, 두 사람 모두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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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346. 의아한 징조 17.12.07 88 2 15쪽
347 345. 능청 17.12.06 137 2 18쪽
346 344. 선긋기 17.12.05 10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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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340. 반역 17.12.01 129 2 14쪽
341 339. 생명 17.11.30 113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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