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람 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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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드리에스
작품등록일 :
2017.01.20 20:02
최근연재일 :
2020.05.16 21:48
연재수 :
661 회
조회수 :
398,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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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6
글자수 :
2,183,213

작성
18.10.27 20:21
조회
271
추천
4
글자
6쪽

점심은 없어

DUMMY

카이젤이 계단에 앉아 청승맞은 얼굴로 떨어진 동료들을 생각하고 있을 때.


활동적이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은 예린이 안대녀, 여리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뭘 그렇게 다 죽어가고 있어? 자. 얼른 나가자. 다음 할 일이 있어."


"다음 할 일이라뇨?"


"너. 사신제에 참가하러 가야하는 거 아니었어? 그러면 꾸물댈 시간이 없을텐데?"


"그렇긴 하죠."


"그럼 잔소리 말고 따라와."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설명조차 하지 않은채 예린은 카이젤을 끌고 궁궐 밖으로 향했다.


당연히 밖으로 나가는 동안 궁궐 내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카이젤을 목격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그들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저기요. 궁금한게 있습니다."


"왜?"


"궐 내에 수상한 사람이 있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쓰네요."


"수상한 사람이라니? 누구?"


"저 말이에요 저. 복장부터가 다른 사람들하고 확 다르고, 외모도 다른데 왜 다들 신경을 안 쓰는거죠?"


"하하. 듣고 보니 네 말이 맞네. 수상한 사람이지. 누가봐도."


"그러니까요. 그런데 왜 다들 본체만체 하는거죠?"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아무튼 지금은 그런것 보다 얼른 밖으로 나가는게 먼저야. 어서 가자."


의문이 풀리지 않은 찝찝함을 뒤로하고 카이젤은 세 여성을 따라 쭉 걸어 궁궐의 밖으로 빠져 나오게 되었다.


"......"


궁궐밖으로 빠져나와 영나라의 수도 심양의 거리를 보게 된 카이젤은, 이전에 앙치브웨이를 처음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의 충격을 다시 받게 되었다.


"아저씨.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사람 많은 곳은 처음 봐?"


"아뇨. 좀... 놀라워서요. 하하."


"시간이 있으면 여기저기 구경시켜주고 싶은 곳이 너무 많은데 지금은 일단 나를 따라 직진. 다른 곳 갈 틈 없어. 지나가면서 눈요기만 해. 가자!"


어딜 그렇게 급히 가야 하는 것인지.


이야기나 해 주면 좋으련만. 예린은 여전히 설명없이 앞장서 걸어갈 뿐이었고, 카이젤은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거리에서 예린 일행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사실 카이젤이 가진 능력정도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잠깐 일행을 놓치더라도, 곧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었지만 문제는 커다란 거리, 수 많은 사람만큼이나 많은 볼거리들.


나중에 왕이 되면 써먹어 볼 생각으로 각지의 쓸만해 보이는 아이템들을 정리하고 있던 카이젤의 입장에서는, 멈춰서서 제대로 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문제는 예린이 카이젤에게 그런 시간을 전혀 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일단은 예린을 따라 가느라 아쉬움만 삼킬 뿐이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아가 보고 싶은 장소만 얼핏 대여섯 군데는 될 정도.


앙치브웨이에 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이처럼 번화하고 사람도 많은데다, 신기한 볼거리까지 많은 장소들을 둘러볼 때마다.


카이젤은 초라한 - 상대적으로 - 에프람의 도시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로 젓게 되었지만 그것이 좌절의 의미는 아니었다.


자신이 왕이 된다면 그 보잘것 없는 에프람의 도시들을, 자기가 보아왔던 나라의 멋진 도시들처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렇게 카이젤이 잠시 동안 꿈에 빠져 있을 때.


한참을 앞장서서 대로를 걸어가던 예린은 갑자기 왠 근사해 보이는 식당의 앞에서 멈춰섰다.


이미 때는 점심시간. 식당 안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나오게 만드는 음식향이 퍼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아침나절부터 두 여성과 투닥대느라 힘을 써버린 카이젤은 음식냄새를 맡자 절로 배가 울리기 시작했다.


"하하. 거 소리 한 번 우렁차네. 미안하지만 식사를 할 시간은 없어. 좀 참아. 여기서부터 조금 골목으로 들어가야 하거든."


카이젤의 뱃고동 소리를 듣고도 매몰찬 예린은 점심식사를 할 시간은 없다며 바로 골목 안으로 향했고, 카이젤은 어쩔 수 없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참 나... 뭘 시키려면 먹을 것 정도는 주고 시켜야지 너무하네.'


라는 생각을 입 밖에 내지 않은 이유는 아침에 먹었던 음식이 워낙 근사했었기 때문.


입 밖에 흘러나올 기세로 분비되는 침을 점심삼아 꿀떡꿀떡 열심히도 넘긴 카이젤은, 곧 예린이 왠 허름해 보이는 건물 앞에 멈춰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


"휴우... 왔네."


"예. 왔군요."


"....."


무슨 이유에서인지 허름한 건물 앞에 선 세 여성은 뭔가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길래 저렇게들 심각해?'


영문을 모르는 카이젤은 이 아줌마들이 대체 왜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봐도 대답이 나올 것 같은 상황은 아니라 일단은 침묵을 지키기로 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진짜는 지금부터지만 말이야."


"여기서 뭘 하는 건가요?"


"아니. 여기서 할 일은 별로 없어. 다른 곳으로 또 움직이게 될 거니까."


"아... 그래요?"


"잠깐만 여기 서서 기다리고 있어. 안에 들어가서 수속을 밟고 올 테니까. 아 참. 배고플테니까 일단 이거라도 입에 물고 있어."


예린은 그 말과 함께 카이젤에게 무언가를 휙 하고 던졌고, 예린이 던진 무언가를 날렵하게 받아든 카이젤은 손 안에 잡힌 것의 정체가 소고기 육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걸 지금 준다는 건... 점심은 포기하는게 좋을 것 같네."


오늘 점심식사는 걸러야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 카이젤은 씁쓸하게 웃으며 예린이 던진 육포를 입에 넣고 천천히 음미하기 시작했고, 그러는 사이 세 여성은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안에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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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 여신의 성역 20.04.18 221 4 7쪽
654 여신의 성역으로 20.04.11 215 4 8쪽
653 여신상 20.04.04 215 5 7쪽
652 선물? 20.03.28 219 3 7쪽
651 뭘 시키려고? 20.03.21 206 5 7쪽
650 기다릴게요 20.03.14 215 4 7쪽
649 합체 20.03.07 240 4 7쪽
648 처음 보는 광경 20.02.22 225 5 7쪽
647 할 수 있어요 20.02.15 250 4 7쪽
646 싸워야 한다 20.02.09 228 6 7쪽
645 여신강림 20.02.01 238 6 7쪽
644 불경한 자들 20.01.26 235 5 6쪽
643 없으면 없는대로 20.01.18 220 5 7쪽
642 운이 좋은 녀석? 20.01.11 213 5 7쪽
641 혼자가 된 날리아? 20.01.11 227 5 7쪽
640 앞으로 20.01.04 221 5 7쪽
639 쏘세요 19.12.28 260 5 8쪽
638 녹색의 덩어리 19.12.21 224 5 7쪽
637 벽과 문 19.12.15 220 6 7쪽
636 위대한 용사님들 19.12.14 237 6 8쪽
635 고기마이쪙 19.12.07 228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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