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람 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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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드리에스
작품등록일 :
2017.01.2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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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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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유령

DUMMY

"크흠. 훌륭하다. 과연 나의 직속부하들이라고 할만한 능력을 가졌구나."


양군의 전투가 끝나게 된 후.


일단 그 자리에 진을 치고 휴식을 하기로 결정한 메데프 영주는 오늘 전투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는 카이젤 일행을 자신의 천막으로 불러 그 공을 높이 평가했다.


메데프 영주 본인은 자신의 부하들이 세운 공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여, 굳이 그런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 없었지만 전투가 끝난 후 라디아에게 호되게 질책을 받게 된 데다.


진영 내에 있던 병사들이 하나같이 카이젤 일행이 세운 공을 이야기하자, 그런 자리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원래는 인간을 경계하고 의심하던 자스터 가의 병사들이었지만, 이국에서 나타난 인간들이 세오렌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수습해 낼 것이라는 전설을 - 메데프 영주의 참모가 퍼뜨린 내용이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이미 퍼지고 있었다 - 들은데다, 오늘 그들이 정말 엄청난 활약을 해내는 것을 직접 목격하자 이제는 카이젤 일행을 인간이라고 무시하거나 경계하는 이는 완전히 없어지게 되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지금은 내가 경황이 없지만 상황이 정리되면 나중에 자네들에게 은상을 내릴 것이니 앞으로도 나를 위해 충성을 다하도록 하라."


"예, 영주님."


당장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 정도만 끌고나온 상황인지라 카이젤 일행에게 내줄만한 은상이 없었던 메데프 영주는, 일단 상황이 정리되면 나중에 제대로 포상을 해주겠다는 말을 했고 곁에 있던 참모는 곧 다른 주제를 꺼내들었다.


"일단 오늘 있었던 전투에 대한 결과를 조금 정리하도록 하시지요."


"음. 그렇군. 보고할 일이 있으면 보고하게."


"예. 비록 오늘 전투를 승리하기는 했습니다만, 초반 적의 기세가 거셌을 때 우리 쪽도 약간의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그래. 피해는 얼마나 되는가?"


"적에게 직접 공격을 당해 죽거나 다친 이들도 있습니다만, 황급히 도망을 가게 되었을 때 아군끼리 뒤엉켜 입은 피해가 더 큽니다. 정리하면 전사자가 67명, 중상자가 41명......"


부대의 상황을 파악한 참모의 보고에 따르면 이번 전투에서 메데프 영주의 부대는 전투전 인원의 10분의 1정도가 사망, 또는 중상을 입어 전투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양군이 정면으로 맞부딪힌데다 한때는 이쪽이 적에게 휩쓸려버릴 뻔한 위기상황을 겪은 것 치고는 매우 적은 피해를 입은 셈.


메데프 영주의 군대가 처음 성에서 출발했을 때와 비교하면 150여명 정도의 인원이 전투불능 상태가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큰 손실 없이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아야 했다.


"음. 다친 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 것 같군."


"예. 하지만 라디아님이나 앨런님을 비롯한 회복마법을 쓸 수 있는 이들이 곧바로 투입된 덕분에 지금은 상황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가벼운 부상을 입었던 이들은 다음 전투에 나설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중상을 입었던 이들 중에서도 시간만 조금 주어지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 자들이 있으니까요."


"그건 다행이군. 아직 싸움이 몇 번 더 남았는데 벌써부터 싸울 수 없게 되면 안되지. 암. 그렇구말구."


"예... 우리가 이번에 별다른 피해 없이 이요르 가의 전력을 크게 깎아놓은 것은 좋습니다만, 아직 저들의 뒤에는 버르셜 가의 부대가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 저들이 빠르게 라니에르 가의 부대를 몰아붙인 것도, 버르셜 가의 대군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 녀석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여기있는 나의 충직한 부하들이 있다면 무서울 것은 없다. 이 전쟁은 이미 승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말이야. 하하하!"


자칫 잘못했으면 오늘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던 주제에 메데프 영주는 여전히 기고만장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는지 말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 한가지 걸리는 것이 있구만."


"어떤 것이 말입니까?"


"자네도 그렇고 아까 병사들도 그렇고, 분명히 보았을 터인데 다들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군. 내가 분명 헛것을 본 것은 아닐터인데 말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아둔한 소인은 한 번에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유령 말이네 유령! 아까 싸움터에 나타났던 그 새빨갛게 생긴 유령 말이야!"


그랬다.


카이젤이 급한 상황을 넘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활용했던 아이노라를 본 것은 이요르 가문의 병사들만이 아니었던 것.


다만 대부분의 이들은 질뻔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감격과, 수많은 적들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싸우던 카이젤 일행의 모습에 벅차 아이노라의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기 때문에.


사실상 메데프 영주가 처음으로 아이노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글쎄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은 어쨌든 저희가 전투에서 승리했고, 그 유령은 이후에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렇지 않다. 내가 봤던 기억이 있단 말이다."


"무엇을 말이옵니까?"


"그 새빨간 유령이 사방이 혼란한 틈을 타서..... 거기 자네. 이름이 뭐였지?"


메데프 영주는 뭔가 마음에 걸린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레본을 가리키고는 물었다.


전장에 있던 병사들이 아이노라의 일은 금방 잊어버리고 카이젤 일행의 활약과, 전투에 몰입했던 것과는 달리.


메데프 영주는 그 와중에 빨간 유령이 어디로 가는지를 유심히 관찰했고, 그 결과 아이노라가 레본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것이었다. - 혼란한 와중에 그 모습을 챙겨본 것은 메데프 영주가 유일했다.


"예, 영주님. 저는 레본이라고 합니다."


"그래. 그런 이름이었군. 뭐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그 새빨간 유령이 자네의 몸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니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참모는 메데프 영주의 말이 뜬금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렇게 물었고, 분명 그 광경을 보았던 메데프 영주는 참모를 손으로 치우며 말했다.


"자네는 가만히 있게! 레본! 사실대로 말하라. 아까 전장에 나타났던 그 빨갛게 생긴 유령. 자네의 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던가?"


메데프 영주가 의심이 가득담긴 얼굴로 추궁을 해오자 잠시 생각을 하던 레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저는 당시에 싸움을 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그런 것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지도 못했습니다. 해서 영주님께서 말씀하신 그 빨간 유령인지 뭔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사실인가?"


"예. 그렇습니다."


싸움에 집중하느라 몰랐다는 레본의 변명을 들은 영주가 그에 대해 무어라고 말을 하려던 찰나.


환자들을 돌보다가 천막 안으로 들어온 라디아는 메데프 영주를 보며 말했다.


"지금 대체 뭘 하고 계신거죠? 오늘 전투에서 공을 세운 분들에게 칭찬과 은상을 내리지는 못할망정, 당신은 지금 벌이라도 주려고 하는 건가요?"


"아니... 나는 그런게 아니고....."


"듣기 싫으니 변명은 그만 두세요. 그보다 지금 손이 바빠서 이분들을 좀 데려가야 할 것 같으니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하든지 하세요. 아셨죠?"


"으음. 알겠소 부인. 마음대로 하시오."


"자. 여러분 저를 따라오세요. 할 일이 많을 거에요."


환자들을 돌보는데 일손이 모자라 카이젤 일행을 데려가겠다는 라디아의 말에, 메데프 영주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카이젤 일행은 일단 위기를 벗어나 영주의 천막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으음..... 나는 분명히 보았는데."


"영주님. 저희 군에서 그 유령이 레본님의 안으로 들어갔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는 자는 본적이 없습니다. 혹시... 잘못 보신 것은 아닐지요."


"끄응... 나는 분명히 보았단 말이다! 쳇. 하는 수 없군. 이번에는 일단 넘어가겠다만은 다음에도 그 빨간 유령이 나타나면 그 녀석들을 제대로 추궁해 보아야겠군."


자기는 분명 아이노라가 레본의 안에 들어간 것을 목격했던 메데프 영주는 억울하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는 기분이 상했는지 천막 한쪽에 있던 침대에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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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 여신상 20.04.04 215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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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9 합체 20.03.07 240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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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 할 수 있어요 20.02.15 250 4 7쪽
646 싸워야 한다 20.02.09 228 6 7쪽
645 여신강림 20.02.01 238 6 7쪽
644 불경한 자들 20.01.26 235 5 6쪽
643 없으면 없는대로 20.01.18 220 5 7쪽
642 운이 좋은 녀석? 20.01.11 213 5 7쪽
641 혼자가 된 날리아? 20.01.11 227 5 7쪽
640 앞으로 20.01.04 221 5 7쪽
639 쏘세요 19.12.28 260 5 8쪽
638 녹색의 덩어리 19.12.21 224 5 7쪽
637 벽과 문 19.12.15 220 6 7쪽
636 위대한 용사님들 19.12.14 237 6 8쪽
635 고기마이쪙 19.12.07 228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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