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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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한다스
작품등록일 :
2017.01.2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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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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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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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 인연(因緣). (5)

DUMMY

팍.

녹림도왕의 손에 들린 막대기가 푸른 옷을 입은 사내의 빈틈을 파고들어 허벅지를 후려쳤다. 무슨 조화를 부린 건지 가느다란 막대기임에도 불구하고 몽둥이에 얻어맞은 소리가 났다. 단순히 소리만이 아닌지 사내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윽!”

“허허! 아래가 비었지 않은가!”

사내가 뒤로 물러나자 이번엔 수염을 동그랗게 기른 사내가 녹림도왕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가느다란 검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사방에 분신을 만들어냈다. 피할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무자비한 검술!

그러나 녹림도왕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절묘한 순간에 뻗어온 막대기에 검이 딱 달라붙어서 멈춰버렸다.

“이런......!”

둥근수염의 사내가 재빨리 검을 빼내려고 했으나 녹림도왕이 손을 가볍게 돌리자 막대기에 자석이라도 달린 듯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이때다!’

동료들이 싸우는 동안 기척을 죽이고 기회를 엿보던 나머지 사내가 녹림도왕의 뒤를 공격했다. 은밀하게 휘둘러진 곡도가 당장이라도 녹림도왕의 목을 벨 것만 같았다.

허나 이미 그것을 눈치채고 있던 녹림도왕은 한 걸음 앞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간단히 회피했다.

“끝까지 살기를 숨겼어야지.”

모든 공격이 무위도 돌아갔다. 이미 승패가 갈렸음에도 사내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녹림도왕도 마다하지 않고 그들을 상대해주었다.

“다들 분발하시게! 하하하!”

녹림으로 출발한지 어느새 열흘째다. 처음에 그림자가마를 보았을 때 한초아와 세 사내는 기겁했었다. 요력 중에는 해괴한 것들이 많다는 소문을 자주 듣기는 했어도 실제로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해괴했던 것이다.

뒤이어 초우의 정체를 알고서는 아주 까무러치려고 했는데, 열흘이 지난 지금은 적응을 해서 아무렇지 않게 무공수련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녹림도왕 정도의 고수를 만나는 건 흔치 않은 일이고, 가르침을 받을 기회는 더더욱 흔치 않기 때문에 그들은 지치는 줄도 모르고 수련에 매진했다.

그 모습에 자극을 받은 한철도 녹림도왕에게 부탁해서 며칠 전부터는 간단한 단련법과 무공을 배우고 있었다. 무공을 몇 수 배워두면 나중에 뭘 하든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무공광인 혈지강이 거기에 끼지 않고 명상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잠을 잘 때와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명상으로 보냈다. 최근 들어 이상해진 행동도 그렇고 무언가 사정이 있음이 분명하다.

“공추 삼촌이 걱정돼요. 괜찮으신 거겠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선유도 날이 지날수록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혈지강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녹림도왕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영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걱정이 들기는 초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눈에는 혈지강이 이상해진 이유가 보이기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녹림도왕이 몇 번이나 괜찮다고 말했으니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마 대협이 괜찮다고 했다. 걱정하지마라.”

또, 지금은 혈지강 말고도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

‘도대체 뭐지?’

초우는 녹림도왕과 지도대련을 하고 있는 세 사내들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들을 만나고서부터 한철을 만났을 때와 같이 무언가가 생각날 듯 머릿속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벌써 열흘이나 고민하고 있음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과거에 알던 사람인가 해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고, 당사자들에게 물어봐도 모르는 눈치다.

짜증이 치솟았다.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 뒤로 잃었던 기억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더디기만 하니 언제쯤에나 온전한 기억을 완성할 수 있을지 갑갑하다. 이렇게 단서가 있는데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모든 기억을 되찾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세. 슬슬 마을에 도착하겠구먼.”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녹림도왕과 세 사내들의 대련이 멈췄다. 초우가 근처에 마을이 있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초우일행은 식량과 옷가지를 보충할 겸 마을에 들르기로 했다.

“무슨 일이 있나?”

마을에 들어서니 왠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거리에는 용병이나 요괴사냥꾼으로 보이는 이들이 잔뜩 돌아다녔고, 마을사람들의 얼굴에는 근심과 안도의 기색이 어리어 있었다. 근처에 위험한 요괴라도 나타난 모양이다.

“거기 계신 두 분, 혈지강 대협과 녹림도왕 대협이 아니시오?”

녹림도왕은 무슨 일인가 하고 알아보려다가 누군가가 아는 채를 해오자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 웬 낯익은 중년인이 다가왔다.

“당신은 누구요?”

“하하! 섭섭합니다. 독각룡 토벌에 함께 했었는데 기억 못하시오?”

“아!”

독각룡 하니 떠올랐다.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당시 참여했던 요괴사냥꾼들 중에서 가장 배분이 높은 인물이라 기억에 남아있다.

“백일섬! 실례했소이다. 이제 기억났소. 독각룡과 싸울 때 보았던 쾌검술이 인상적이었소.”

백일섬은 쾌검술을 장기로 삼은 무인이다. 아무리 배분이 높더라도 거친 요괴사냥꾼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받쳐준다는 뜻. 녹림도왕의 칭찬이 빈말은 아니었다.

“헌데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소? 꽤나 소란스럽구려.”

백일섬은 실력 있는 요괴사냥꾼이다. 그라면 알고 있는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하여 물으니 마을에서 요괴를 퇴치해달라고 의뢰를 했다고 한다.

“듣자하니 구미호의 짓이라고 하더군요.”

최근 마을에서 젊은 처자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잇달아서 발생했다. 실종 된 처자들은 시간이 흘러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되었는데, 팔다리가 잘리거나 내장이 사라지는 등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주변에서 여우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구미호가 젊고 예쁜 처자들만 노려서 가지고 놀다가 간을 빼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미호라......”

“괜찮다면 도와주실 수 있겠소? 수색을 시작한 것이 벌써 일주일째인데 도통 단서가 발견되지 않고 있어서 애를 먹고 있소. 두 분, 아니 세 분 같은 고수들이 도와주신다면야 일이 수월해질 것이오.”

백일섬은 혈지강과 녹림도왕, 그리고 초우를 차례로 쳐다보며 권했다. 초우도 독각룡 토벌 때 함께 있었다. 게다가 인상착의가 워낙 눈에 띄는 터라 그는 초우를 보는 순간 한눈에 알아보았다.

‘승살 초우다!’

최근 들리는 소문으로는 승살 초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한다. 앞의 두 사람은 물론이고, 초우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일이 수월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구미호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이 벌써 10명이 넘으니 새로운 희생자가 생기기 전에 하루 빨리 퇴치해야 한다.

하지만 혈지강은 대놓고 심드렁한 얼굴이었고, 녹림도왕은 곤란하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도 사정이 있어 시간을 지체하기가 어렵소.”

한초아의 괴질 치료 때문에 한철이 애가 달아있으며 혈지강의 상태도 심상치가 않다. 마을의 사정은 딱하지만 갈 길이 바쁘다. 또, 백일섬 같이 실력이 뛰어난 요괴사냥꾼도 있고 하니 알아서 잘 해결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있었다. 도중에 합류한 3명의 사내들이다.

“저희가 돕겠습니다.”

“요괴에 관한 일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요.”

“말씀은 고맙소만, 당신들은 누구요?”

백일섬의 물음에 세 사내들이 포권을 취하며 인사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희도 요괴사냥꾼입니다. 부끄럽습니다만 강소삼협이라는 허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오! 강소삼협!”

혈지강이나 녹림도왕 같은 거물들과 함께 있으니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강소삼협이라 하면 요괴사냥꾼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이들이다. 실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꾸준한 협행을 행하기에 백성들 사이에서는 협객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백일섬은 양팔을 활짝 열고 반겼다.

“만나서 반갑소. 강소삼협이 도와준다면야 큰 도움이 될 것이오.”

그 모습을 보며 초우는 묘하게 불쾌해졌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소삼협이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걸 보니 순간적으로 이런 기분이 들었다.

‘저런 사람들이 아닌데.’

저런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남을 도와주기 위해 나서는 착한 사람들이 아니다.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인지 그러한 감이 들었다.

‘알고 싶다.’

마을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강소삼협과는 이별이다. 가능하면 기억이 떠오를 때까지 그들과 같이 있고 싶다. 게다가 구미호라는 이름이 신경 쓰인다. 왕요 특유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확인해봐서 나쁠 건 없다.

“저도 돕겠습니다.”

여태껏 조용히 있던 초우가 불쑥 말하자 녹림도왕은 다소 얼떨떨한 얼굴이 되었다.

“초우 자네가 돕겠다고?”

“예.”

“왜? 이유라도 있는가?”

초우는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구미호가 신경 쓰인다고 적당히 얘기했다.

“뭐, 자네가 그렇다면야......”

녹림도왕은 여전히 의아한 기색이었지만 알겠다며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하겠는가?”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행의 주체는 초우이기 때문에 그가 가겠다고 하면 따라가거나 떠나거나, 둘 중 하나뿐이다.

이렇게 초우일행은 구미호로 추정되는 요괴를 퇴치하기 백일섬과 함께 마을을 나서게 되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했던가. 누군가가 돈을 벌면 다른 누군가는 그만큼 돈을 못 벌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마찬가지로 초우의 결정은 마을에는 복이요, 누군가에게는 불행이 되었다.

그 불행의 주인공은 아길이라는 사내로, 그는 젊고 예쁜 여자들을 납치해 간음하고 살해하는 천하의 음적이다.

“흐흐. 아쉽지만 이곳에서는 네가 마지막이로구나.”

아길은 음흉한 시선으로 전라로 구속된 여인의 몸을 훑었다.

“무섭지? 무서우면 울어.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발버둥 쳐봐라. 그래봤자 널 구하러 올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흐흐흐.”

여인은 두려움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덜덜 떨었다. 그동안 아길에게 잡혀온 여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똑똑히 보았기 때문에 그녀의 두려움은 말로 다 표현 못할 지경이었다.

“흐흐흐......”

아길은 마치 신줏단지를 다루듯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손길로 여인의 몸을 어루만졌다. 그는 여태껏 셀 수도 없이 많은 여인들을 겁탈하고 죽였으나 단 한 번도 들킨 적이 없다. 그렇기에 대낮에도 거리를 당당하게 활보하고 다니며 그것이 그의 자랑이다. 마을에서 사람을 불러 사건을 파헤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백날 찾아봐라. 찾을 수 있나. 흐흐흐!’

다만 이목이 너무 집중되어 있으니 이제 다른 곳으로 떠나려고 했다. 오늘밤이 되면 이곳을 떠날 작정이다.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 옆 동네의 홍가 딸이 미색이 뛰어나다고 소문이 났던데 거기로 갈까? 아니면 고가장으로?’

미리 점을 찍어둔 여인들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음심이 동했다. 그는 하물을 불끈 세우며 여인의 양다리를 들어올렸다.

“자, 이제 이 오라비랑 질펀하게 놀아보자꾸나.”

미색이 고와서 마지막이 올 때까지 아끼고 아낀 여인이다. 온몸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예뻐해 줄 것이다.

“흐흐흐!”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초우가 바로 위에 있었다.

“이 밑에 사람이 있다고?”

녹림도왕이 반신반의하며 묻자 초우는 아래쪽의 상황에 대해 듣고 느낀 것을 알려주고서 요력으로 땅을 움직여 땅굴을 통째로 위로 올렸다.

“헉!”

막 정사를 치르려다가 지상으로 끌려나온 아길은 기겁했다. 문득 땅이 진동하는 것이 느껴지기에 지진이라도 일어났나 싶어 긴장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머리 위가 환해졌다. 며칠 동안 땅굴에서 지낸 터라 햇볕을 쬐자 눈을 뜰 수가 없었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로 어느 정도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허 참!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군. 구미호가 아니라 이놈이 범인이었단 말인가.”

녹림도왕은 헛웃음을 흘렸다. 초우가 땅 아래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고 하기에 반신반의했는데 드러난 꼴을 보니 황당했다. 자세히 조사해봐야 정확해지겠지만, 딱 봐도 아길이 구미호 사건의 범인이다. 놈이 요괴의 소행으로 꾸며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

녹림도왕은 아길을 제압하기 위해 나서려다가 뒤늦게 선유를 떠올렸다. 아길은 지금 나체다. 그가 붙잡아둔 여인도 마찬가지라 아이에게 보여주기에는 별로 좋지 못한 광경이다. 녹림도왕은 아차 싶어 재빨리 선유의 눈을 가렸고, 그를 대신하여 강소삼협과 백일섬이 나서서 아길을 제압하고 구속당한 여인을 구해주었다.

“괜찮소, 소저?”

“이제 걱정 마시오. 마을까지 안전하게 바래다드리겠소.”

“짐승만도 못한 놈!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이런 짓을 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초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 이러지?’

강소삼협은 어떻게 봐도 착한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만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여전히 생각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렇다.

‘답답해서 미치겠군.’

반면 아길 쪽은 확실하게 아는 얼굴이다. 낯이 익다 싶더니 요괴사냥꾼협회 사무소를 처음 찾아갔을 때 안내원인 춘양한테 집적대던 사내다.

‘문제가 많은 사람인가 보구나.’

당시에는 춘양한테 쫓겨나더니 여기서는 범죄자로 붙잡혔다. 다른 건 몰라도 아길이 하는 행동들은 꼭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갑시다.”

어찌되었든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붙잡혀있던 여인에게 물으니 아길이 원흉이 맞는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차근차근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은 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하나 생겼다.

“손에 쥔 거 내려놓게. 유가족들한테 돌려줘야지.”

아길의 땅굴에 있던 피해자들의 유품 중 하나를 혈지강이 슬쩍했다. 보석과 금으로 뱀의 형상을 조각한 세공품인데, 피해자들 중에 부잣집 여인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제법 값이 나가게 생겼다.

“싫어. 하나 정도는 괜찮지 않나. 딱 하나야.”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혈지강 정도의 무인이면 돈이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그리 특별한 세공품은 아니니 나중에 비슷한 것을 하나 구하면 그만이다. 애초에 어디다 쓸데도 없으면서 왜 고집을 부리는 걸까.

선유는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어 말했다.

“공추 삼촌이 꼭 꼬마신선 같네요.”

일전에 진삼이 해준 이야기가 있다. 옛날 옛적에 어떤 신선이 길 잃은 꼬마아이를 발견하여 제자로 거두었는데, 이놈이 얼마나 욕심꾸러기인지 가지고 싶은 걸 발견하면 기어코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다고 한다. 하여 신선은 제자의 욕심을 다스리기 위해 성심을 다해 노력했지만 제자는 기어코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신선이 머무르던 산에는 벽면이 온통 보석으로 가득한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은 사악한 마귀를 가둬둔 봉인 장소였으며 보석은 봉인을 이루는 도구였다. 그래서 신선은 그것을 절대로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했건만 제자는 당부를 어기고 보석 하나를 훔쳤다.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그로 인해 인세에는 마귀가 풀려나게 되어 아비규환(阿鼻叫喚)이 펼쳐졌고, 신선들 중 하나가 스스로를 희생하여 가까스로 악마를 제압했다. 그 일로 말미암아 감당하기 힘든 업보를 쌓게 된 꼬마신선은 벌로써 모든 기억을 잃은 채 인계를 떠돌게 되었다고 한다. 지은 죄를 모두 청산할 때까지.

“딱 공추 얘기로구나. 쯧.”

녹림도왕은 혀를 차며 혈지강의 손에 들린 세공품을 억지로 빼앗았다. 선유가 해준 이야기가 마냥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가 않아 한숨이 세어 나왔다.

“녹림에 빨리 가야겠어. 이러다 정말로 큰일이 벌어지겠구먼.”

혈지강의 상태가 나날이 이상해져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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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9장 - 효시(嚆矢). (2) 17.06.01 639 6 18쪽
102 19장 - 효시(嚆矢). (1) 17.06.01 696 6 12쪽
101 18장 - 호접지몽(胡蝶之夢). (6) +4 17.05.31 852 8 14쪽
100 18장 - 호접지몽(胡蝶之夢). (5) 17.05.31 1,11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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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18장 - 호접지몽(胡蝶之夢). (3) 17.05.30 767 12 12쪽
97 18장 - 호접지몽(胡蝶之夢). (2) +4 17.05.29 854 15 12쪽
96 18장 - 호접지몽(胡蝶之夢). (1) +2 17.05.28 961 14 13쪽
95 17장 - 서막(序幕). (8) +2 17.05.27 964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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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7장 - 서막(序幕). (5) +2 17.05.26 1,447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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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13장 - 군웅(群雄). (2) +6 17.04.29 1,875 33 15쪽
64 13장 - 군웅(群雄). (1) +6 17.04.28 1,975 38 15쪽
63 12장 - 태동(胎動). (6) +6 17.04.27 1,926 42 15쪽
62 12장 - 태동(胎動). (5) +4 17.04.26 2,313 37 11쪽
61 12장 - 태동(胎動). (4) +2 17.04.25 2,049 40 15쪽
60 12장 - 태동(胎動). (3) +4 17.04.24 2,000 37 16쪽
59 12장 - 태동(胎動). (2) +4 17.04.23 2,207 45 13쪽
58 12장 - 태동(胎動). (1) +4 17.04.22 2,135 45 19쪽
57 11장 – 재회(再回). (6) +2 17.04.21 2,132 45 14쪽
56 11장 – 재회(再回). (5) +4 17.04.20 2,202 48 13쪽
55 11장 – 재회(再回). (4) +2 17.04.19 2,111 44 9쪽
54 11장 – 재회(再回). (3) 17.04.18 2,165 47 8쪽
53 11장 – 재회(再回). (2) +2 17.04.17 2,157 44 11쪽
52 11장 – 재회(再回). (1) +6 17.04.16 2,307 43 12쪽
51 10장 – 회자정리(會者定離). (8) +8 17.04.15 2,440 41 14쪽
50 10장 – 회자정리(會者定離). (7) +2 17.04.14 2,740 42 13쪽
49 10장 – 회자정리(會者定離). (6) 17.04.13 2,133 44 14쪽
48 10장 – 회자정리(會者定離). (5) +4 17.04.12 2,112 38 12쪽
47 10장 – 회자정리(會者定離). (4) +2 17.04.11 2,180 40 15쪽
46 10장 – 회자정리(會者定離). (3) +2 17.04.10 2,214 41 14쪽
45 10장 – 회자정리(會者定離). (2) +2 17.04.09 2,264 43 12쪽
44 10장 – 회자정리(會者定離). (1) 17.04.08 2,404 37 13쪽
43 9장 - 암운(暗雲). (7) +4 17.04.07 2,349 44 12쪽
42 9장 - 암운(暗雲). (6) 17.04.06 2,551 43 15쪽
41 9장 - 암운(暗雲). (5) +2 17.04.05 2,372 43 15쪽
40 9장 - 암운(暗雲). (4) +8 17.04.04 2,418 44 11쪽
39 9장 - 암운(暗雲). (3) 17.04.03 2,627 45 12쪽
38 9장 - 암운(暗雲). (2) +2 17.04.02 2,779 44 11쪽
37 9장 - 암운(暗雲). (1) +4 17.04.01 2,703 48 13쪽
36 8장 - 인연(因緣). (6) +8 17.03.31 2,659 47 12쪽
» 8장 - 인연(因緣). (5) +4 17.03.30 2,720 52 16쪽
34 8장 - 인연(因緣). (4) +4 17.03.29 2,780 52 13쪽
33 8장 - 인연(因緣). (3) +4 17.03.28 3,299 46 12쪽
32 8장 - 인연(因緣). (2) +8 17.03.27 2,880 55 11쪽
31 8장 - 인연(因緣). (1) +10 17.03.26 3,056 57 16쪽
30 7장 - 풍생수(風生獸). (7) 17.03.25 2,978 57 21쪽
29 7장 - 풍생수(風生獸). (6) 17.03.24 2,964 57 16쪽
28 7장 - 풍생수(風生獸). (5) +4 17.03.23 3,271 54 16쪽
27 7장 - 풍생수(風生獸). (4) +4 17.03.22 3,126 52 15쪽
26 7장 - 풍생수(風生獸). (3) +6 17.03.21 3,234 57 12쪽
25 7장 - 풍생수(風生獸). (2) +2 17.03.20 3,326 66 12쪽
24 7장 - 풍생수(風生獸). (1) +2 17.03.19 3,498 65 13쪽
23 6장 - 견물생심(見物生心). (5) +2 17.03.18 3,352 69 8쪽
22 6장 - 견물생심(見物生心). (4) 17.03.17 3,316 68 19쪽
21 6장 - 견물생심(見物生心). (3) 17.03.16 3,396 63 12쪽
20 6장 - 견물생심(見物生心). (2) 17.03.15 3,523 70 13쪽
19 6장 - 견물생심(見物生心). (1) +2 17.03.14 4,169 63 7쪽
18 5장 – 호가호위(狐假虎威). (4) +2 17.03.13 3,809 64 12쪽
17 5장 – 호가호위(狐假虎威). (3) +2 17.03.13 3,898 61 14쪽
16 5장 – 호가호위(狐假虎威). (2) 17.03.12 3,990 72 16쪽
15 5장 – 호가호위(狐假虎威). (1) +2 17.03.11 4,224 70 14쪽
14 4장 - 낭중지추(囊中之錐). (3) +4 17.03.10 4,244 75 12쪽
13 4장 - 낭중지추(囊中之錐). (2) +2 17.03.10 4,638 78 10쪽
12 4장 - 낭중지추(囊中之錐). (1) 17.03.09 4,385 72 11쪽
11 3장 – 독각룡(獨角龍). (4) +2 17.03.08 4,497 68 8쪽
10 3장 – 독각룡(獨角龍). (3) +2 17.03.07 4,367 75 16쪽
9 3장 – 독각룡(獨角龍). (2) 17.03.06 4,508 86 13쪽
8 3장 – 독각룡(獨角龍). (1) +4 17.03.05 4,772 78 12쪽
7 2장 – 기연(棄捐). (3) +6 17.03.04 4,905 80 13쪽
6 2장 – 기연(棄捐). (2) +2 17.03.04 5,017 81 11쪽
5 2장 – 기연(棄捐). (1) +6 17.03.03 5,350 91 13쪽
4 1장 – 생환(生還). (3) +16 17.03.03 5,652 88 14쪽
3 1장 – 생환(生還). (2) +10 17.03.02 6,225 94 18쪽
2 1장 – 생환(生還). (1) +8 17.03.02 8,359 111 15쪽
1 서장. +14 17.03.02 10,559 10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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