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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연가(還生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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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초쥬스
작품등록일 :
2017.02.10 00:02
최근연재일 :
2018.08.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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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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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6화. 준비가 끝나다

DUMMY

창궁의 바람과 천뢰의 뇌기가 뒤섞인 검기가 호랑이의 발톱처럼 먹잇감을 찢어발기려 하고 금강공의 단단함이 그 발톱을 피하며 역으로 반격을 가한다.

그렇게 반시진도 흐르지 않은 시간임에도 남궁일지의 숨은 거칠게 변해 있었다.

창궁대연신공과 천뢰제왕신공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남궁절학의 대표 검공인 창궁무애검(蒼穹無涯劍)을 수차례 사용한 결과가 바로 이랬다.

내 눈에 비치는 지금의 남궁일지는 내가 알고 있던 남궁일지가 아니었다.

후기지수의 반열을 초월한 고수의 모습은 이 비무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을 것이다.

매년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습에 불과했다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깨닫게 되었다.

남궁일지

검화

남궁세가의 직계혈족

이 단어들이 조합되어 하나의 인물이 완성되고 대부인 이후 나오지 않았던 남궁세가의 여고수의 맥을 이을 자가 바로 남궁일지라는 것을 이제는 세상이 알게 되었다.

“후후!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싸워본 건 처음이에요!”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도 남궁일지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남궁세가의 신공절학

중원에서도 손꼽히는 검공

하나도 아닌 두 개의 신공을 동시에 운용하며 모든 것을 내보인 남궁일지는 이 비무대의 주인이었다.

그런 남궁일지에 비해 나는 수수했다.

금강공의 기운을 끌어올려 오로지 불성스승에게 배운 무학으로 남궁일지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그 과정에서 일부러 상처를 만든 것이 팔과 다리에 열 군데가 넘었다.

하지만 내 상처는 새발의 피였다.

지금의 남궁일지는 숨만 거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몸 내부는 다르다.

정확히 타격한 곳만 여섯 이상이다. 모두 내상을 입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저렇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도 아마 고통을 숨기기 위한 가면일 것이다.

‘슬슬 끝낼 때가 왔어. 이 이상은 내게도 그녀에게도 좋지 않아.’

내 눈에 비치는 그녀. 남궁일지는 이미 한계치에 도달한 상태였다. 이 이상의 비무는 남궁일지에게 득 될 것이 없었다.

비무대회에서 우승하겠다고 맹세한 만큼. 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봉으로 거칠게 비무대 바닥을 찍은 나는 덤덤한 시선으로 한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제갈세가주와 대부인을 비롯한 정파의 명숙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들을 한 명씩 머릿속에 새긴 후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창궁의 바람과 천뢰의 뇌기가 내 앞을 가로막았지만 결국 무너져 내렸다.

“윽!?”

고통의 신음과 함께 남궁일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급하게 검을 뻗어 내 움직임을 멈추려고 했지만 그 검은 허무하게 내 봉에 막혀버렸다.

투박한 봉에 박혀버린 검

그대로 봉을 놓은 손으로 남궁일지의 빈틈 투성이인 몸을 때리려고 했다.

그런 그때

-이 정도면 됐겠죠? 후후후! 좋은 경험이 됐어요. 고마워요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남궁일지의 목소리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비무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제 패배에요.”

“승자. 호령문의 하후.”

주먹이 닿기 전. 애초에 진짜로 때릴 생각도 없었지만 남궁일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패배를 선언하고는 슬쩍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나는 눈을 부릅떴다.

지금까지의 비무에서 보았던 남궁일지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거칠었던 숨은 불규칙했고 식은땀은 흐르지만 정작 중요한 몸속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안정적이었다.

‘지금껏 보여준 그 능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가?’

남궁일지는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거기에 내상을 입었어야 할 몸은 어느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

“후후! 그 표정은 또 뭐예요? 절 이겼으니 좀 더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힘들어하는 모습이 연기인 것을 알기에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뭐 됐어요. 저도 만족하니까요. 이 정도면 소협도 유명인이 된 거겠죠? 후후후!”

“전부 계산했던 대로입니까?”

“이 정도로 달아오르게 만들어야 가치가 있는 거잖아요? 말했다시피 전 소협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이런 일은 제게 아주 쉬운 일이에요.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화사한 눈웃음과 함께 내 팔에 달라붙으려는 남궁일지를 피한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비무대를 내려갔다.

그렇게 남궁일지와의 비무는 내 승리로 끝이 났다.

그리고 내 다음 상대는 무림칠수의 일인인 독룡. 당소문으로 정해졌다.






***






뜨겁게 달아오른 방 안의 공기가 문이 열리면서 찬바람과 뒤섞여간다.

문을 연 장본인은 그런 뜨거운 공기를 마시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은 광경이 백요의 눈앞에 펼쳐진다.

나체나 다름없는 꼴로 바닥에 기절해있는 기녀들의 모습에도 백요는 당황하지 않았다.

늘 보는 광경이기도 하지만 백요에게 있어 이런 일은 당황할 일조차 아니었다.

아니 당황할 수가 없었다.

“음음! 오늘은 물 좋은데?”

양팔에 기녀를 낀 채 요염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화려한 궁장차림의 여인이 따라주는 술을 마시는 사내. 대장로의 앞에 선 백요는 덤덤한 눈동자로 궁장차림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주인이자 유일하게 사내를 밤에 상대해도 지치지 않는 철의 여인이 바로 이 여인이었다.

“어머. 오셨어요?”

진득한 미소로 백요에게 인사를 건넨 철의 여인은 사내가 술잔을 비우자 능숙하게 손질된 과일 하나를 사내의 입에 넣어주었다.

“일찍 왔네?”

과일을 씹으며 그렇게 말한 사내는 백요의 바로 옆에 기절해있는 기녀를 힐끔 보고는 “치워.” 라고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귀신처럼 나타난 복면의 여인이 기녀를 한손으로 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지만 백요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

“왜? 앉지 않고?”

“스승님. 도가 지나치십니다.”

“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내의 반응에 백요는 품에서 무언가 꺼내 상 위에 올려놓았다.

“당소문에게 이걸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이었다. 그 투명한 액체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이 자리에 사내와 백요. 두 사람뿐이었다.

그 유리병의 등장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철의 여인은 사내의 양옆에 있는 기녀들에게 슬쩍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기녀들이 조심스럽게 사내의 곁에서 떨어져 자신들의 허물을 챙기고 방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철의 여인은 떠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녀들의 빈자리를 대신하기라도 하듯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의 곁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자리인 것처럼 사내의 곁에 앉아 한쪽에 준비되어 있는 빈 잔을 백요의 앞에 내려놓고는 그 잔을 술로 채웠다.

그런 철의 여인을 품에 끌어안은 사내는 씩 웃으며 말했다.

“왜? 문제 있어?”

“스승님. 이 독은 이제 구할 수 없는 물건입니다. 훗날을 대비하여 비축해야 하는 물건입니다.”

“그래서?”

“당소문은 어디까지나 버리는 패입니다. 그 패를 이 물건과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합니다.”

“그게 네 의견이야?”

“······.”

“네 의견이냐고 묻잖아.”

“실례했습니다. 제가 감히 스승님께······.”

“네 의견이냐고 물었어. 이걸로 세 번째다. 답하지 않으면············알지?”

사내의 몸에서 음산한 기운이 흘러나와 새하얀 손으로 변해 백요의 턱을 잡았다.

“제 의견은······중요하지······않습니다.”

“무슨 궤변이 그래?”

“스승님······.”

“네 의견이 그렇다면. 네 뜻이 그렇다면 이 독을 회수해도 좋아. 그러니까 답해. 벌써 네 번째다. 이 이상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감정하나 실려있지 않은 공허한 눈동자가 백요를 꿰뚫어 보았다.

천상회에서도 회주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절대자의 힘이 백요를 짓눌렀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대장로만이 지니고 있는 이 기운은 여인에게 있어 치명적인 독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백요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아닌 약이 되는 기운이었다. 하지만 과하면 약도 취하게 된다.

그 약기운에 취한 백요는 덜덜 몸을 떨며 답했다.

“제······의견입니다.”

“그래?”

백요의 대답에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 소리에 어둠속에서 나타난 복면의 여인이 사내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기절한 기녀를 치운 여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날카로운 살기를 몸에 두른 여인이었다.

“그놈. 아직 가지고 있어?”

“예.”

“그럼 회수해. 대신 다른 독을 쥐어줘.”

“알겠습니다.”

존재 자체가 죽음이라 할 수 있는 짙은 사기를 내뿜는 복면의 여인은 사내의 명에 그렇게 답하고는 귀신처럼 방에서 사라졌다.

“자. 독은 회수됐어. 그런데 말이야.”

“······.”

“너한테서 왜 그놈의 냄새가 나는 거지?”

“──!?”

“설마. 그놈을 만났냐?”

“······네.”

그 대답은 신호가 되었다.

백요가 무슨 대답을 할 것인지 알고 있었다는 듯 사내는 피식 웃으며 백요를 향해 진짜 손을 뻗었다.

“그럼 내 명령을 듣지 않은 벌로 오늘의 상대는 너로 할까?”

“······스승님의 명이시라면 기꺼이 봉사하겠습니다.”

“호오! 괜찮겠어? 다시 그 몸으로 돌아간다는 뜻인데?”

“전 스승님의 제자이자 종입니다. 제게 스승님을 거부할 권리는 없습니다. 거기에 지금의 저는 스승님의 명에 따르지 않은 죄인입니다. 그러니······.”

“과한 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네가 거부한다면 다른 벌을 줄 수도 있어.”

“······괜찮습니다.”

사내의 손에 목을 잡힌 백요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사내의 곁에 있는 철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백요의 눈빛을 읽은 사내는 철의 여인에게 “죽기 싫으면 눈 감아.” 라고 명했다.

그 명에 철의 여인은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사내가 거칠게 백요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흉측한 가면을 벗겼다.

“좋아. 오늘은 너로 하지.”

흉측한 가면이 벗겨지고 백요의······아니. 백요라는 거짓 이름으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염천화의 맨얼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맨얼굴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 녀석한테 얼굴을 보여준 건 아니겠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모든 것이 염천화의 얼굴에 담겨 있었다.

미녀로 평가받는 철의 여인조차 염천화와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만큼 염천화의 미모는 압도적이었다.

그 비교상대가 설령 천하제일미라 불리는 폐월수화라 할지라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염천화와 미모로 겨룰 수 있는 자는 고금을 통틀어 단 한명. 선녀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두 명밖에 없었고 애초에 염천화의 존재는 천상회 내에서도 극비사항이었다.

그런 염천화의 미모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존재인 사내는 씩 웃으며 백요의 목을 잡아당겼다. 마치 끌려오듯 사내의 품에 안긴 염천화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와 옷을 적시기 시작했다.

“난 눈물을 흘려도 된다고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죄송합니다.”

“거 참. 말 안 듣는 인형일세. 내가 명령까지 했는데 말이야. 분명 말했었지? 네 몸은 네 것이 아니라고.”

“죄송······합니다.”

“그럼 죄송할 짓을 하지 말라고.”

“──.”

염천화의 입과 사내의 입이 겹쳐졌다. 그리고 얼마 후 염천화의 몸은 끊어진 실처럼 축 늘어졌다.

그리고 허공에 새하얀 빛이 떠올랐다.

“하아. 너만큼은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늘 말하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좀 하자.”

축 늘어진 염천화를 조심스럽게 눕힌 사내는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철의 여인에게 시선을 옮겼다.

“준비는?”

“다 끝났어요.”

“그래? 그놈들 미끼는 물었어?”

“기다렸다는 듯이 물던데요? 호호호!”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고품스러운 미소를 흘린 철의 여인이 품에서 부채를 꺼내 펼쳤다.

“그런데 대장로. 이렇게 움직여도 되는 거예요?”

“뭐가?”

“회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본교의 그 곱추가 좋아하지 않을 텐데요?”

“지랄하고 자빠졌네. 내가 왜 그놈 눈치를 봐야 하는데? 됐고 그 년놈들은 완성됐지?”

“어머. 알고 계셨어요?”

“이제 슬슬 완성될 때 됐잖아? 왜 그래? 새삼스럽게.”“호호호! 역시 대장로는 대단하네요? 혹시 인간의 탈을 쓴 신인가요?”

“뭐. 어느 의미로는 신이라고 할 수 있지. 반쪽짜리지만.”

철의 여인이 채워둔 술잔을 한번에 비운 사내는 씩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생각이 바뀌었어. 그 연놈들까지 싹 다 끌어 모아와.”

“어머머. 정말로 한바탕 하시려는 모양이네요? 호호호! 좋아요! 제가 책임지고 가져올게요. 그 대신. 절 만족시켜주셔야겠어요.”

달콤하면서도 요염한 목소리로 사내를 유혹하기 시작한 철의 여인은 사내의 입가에 그려진 미소를 보고는 옷의 형태를 지탱하고 있는 끈을 풀어 과감하게 어깨를 드러냈다.

매끈하면서도 반짝이는 어깨는 사내의 손길을 이끌어낼 정도로 탐스러웠다.

“좋아. 앞으로 한 시진. 너만 상대해주지.”

“좋아요!”

두 팔이 사내의 목에 감긴다.

사내의 두 팔이 여인의 허리에 감긴다.

“자. 슬슬 축제를 시작해볼까? 피비린내 나는 축제를. 하하하하!”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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