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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연가(還生戀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독초쥬스
작품등록일 :
2017.02.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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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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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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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혈교가 찾아오다

DUMMY

무거운 긴장감만이 자리 잡은 이곳. 대연무장은 사람들의 숨소리조차 듣기 어려울 정도로 고요했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비무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조차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비무대 위에는 용호진인이 거목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용호진인의 거대한 그늘 아래에 당소문이 두 눈을 감은 채 고목같이 서 있었다.

난 분명 늦지 않았다.

용호진인과 당소문이 먼저 비무대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분위기는 이상하게도 내가 잘못한 것처럼 흘러가기 시작했다.

“거만한 놈.”

너무 고요했던 탓일까?

누군가의 속삭임이 마치 해일처럼 대연무장을 휩쓸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신경 쓸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자신감을 가지고 대연무장 중앙에 솟아있는 비무대로 다가갔다.

“도련님.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니요. 저보다는 그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요화는 그 대답을 끝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혼자가 된 나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며 계단에 발을 올렸다.

한 번 나아갈 때마다 당소문과의 거리가 좁혀진다. 그리고 계단에 가려졌던 시야에 당소문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미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거짓 없는 승자의 표정이었다.

필승전략이라도 있는 것일까?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이 오히려 기괴할 정도였다.

무언가 말을 꺼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의 말문이 열리기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결과는 입을 열지도 열리기를 기다리지도 않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이번 비무대회에서 이 봉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내 분신과도 다름없는 봉을 손에 쥐고 슬쩍 돌리며 손을 풀었다. 그런 나를 용호진인이 부릅뜬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역시 정도 명문의 필두문파 중 하나인 무당파의 장로다. 아마도 용호진인은 내 봉이 어떤 물건인지 알아챈 거겠지.

그래도 상관없다.

내 의지는 변함없다.

이번 비무에서 저 빌어먹을 놈을 박살 낸다.

정체를 들킬 위험 따위 전부 감수할 수 있다. 아니. 이제는 피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바로 그거야!

-부디 살생만큼은 피해 주길 바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내 목소리에 피식 웃음을 흘린 나는 크게 숨을 내쉬고는 용호진인에게 다시 시선을 옮겼다.

내 시선에 헛기침을 흘린 용호진인이 비무대의 중앙으로 다가간다.

“당가의 소가주. 당소문.”

“예. 진인.”“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정도의 독은 사용할 수 없다. 알고 있느냐?”

“당연하지요. 그리고 이번 비무에서는 오로지 제가 만든 독만을 사용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호오? 그거 기대되는군.”

비무대회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당가의 무인들을 피한다.

압도적인 무력보다

보이지 않는 독이 더 무서운 법이니까

“그리고 자네와는 비무가 끝난 뒤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

“영광입니다. 진인.”

“듣고 싶었던 대답이군. 그럼 시작해볼까?”

용호진인이 허리춤에 걸고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마치 거울처럼 나와 당소문을 비추는 용호진인의 검이 허공에 솟아올랐다.

이기어검(以氣御劍)

상승절기를 뛰어넘는 검의 극의를 깨우친 자들만이 보일 수 있는 최강의 힘 중 하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용호진인의 이기어검을 본 관객들은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자리가 자리이니 화려한 신호가 필요하겠지.”

용호진인의 손가락이 위에서 아래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손가락의 움직임과 똑같이 이기어검이 허공에서 아래로 뚝 떨어졌다.

“시작.”

그 말과 함께 허공에 수많은 점들이 생겨났다. 점들은 바로 당소문이 뿌린 암기였다.

종류는 얼핏 보아 수십 가지

당가가 자랑하는 살수들조차 가지기를 원하는 중원 최강의 암기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순식간에 내 사방을 가로막았다.

“첫 일격이다. 설마 그걸 못 막지는 않겠지?”

웃음 섞인 당소문의 말을 무시한 채 봉을 휘둘렀다.

투두두두!

“──!?”

“진작 이랬어야 했나?”

암기의 그물에서 벗어난 나는 순식간에 당소문과 거리를 좁혔다. 무방비한 당소문의 몸을 보며 피식 웃은 나는 봉이 아닌 주먹을 휘둘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당소문의 얼굴이 한쪽으로 쏠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노린 건가?”

“내가 왜 독룡이라 불리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될 거다.”

당소문의 입에서 흘러나온 분비물이 내 몸에 튀었다.

분비물의 정체는 당소문이 준비한 독일 것이다.

“죽이지는 않아. 그저 죽음보다 더 괴로운 모욕감을 주지.”

“뭐라는 거야?”

“!?”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무언가 이상이 생기는 것이 더 이상했다.

“비무대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라고 했었지?”

“······.”

“너만 준비했을 것 같아?”

씩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이번에는 봉을 휘둘렀다.

“큭!? 어째서냐! 왜냐! 왜 멀쩡한 거냐──아!”

부릅뜬 것으로 부족해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죽일 듯이 째려보는 당소문

내 봉이 살짝 스친 것일까? 그의 뺨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치 성난 소처럼

“빌어먹을 놈이!”

이를 악물고 나와 거리를 벌린 당소문이 다시금 허공에 암기를 뿌린다. 이번에도 상당한 숫자의 암기가 일제히 나에게 날아왔다.

그 암기 사이로 보이는 당소문의 눈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대체 아까 보였던 자신감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독 하나 통하지 않았다고 이렇게 흔들릴 인물일까? 당가의 소가주가? 독룡이라 불리는 자가?

‘뭔가 이상해.’

그제야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상을 입었다 해도 지금의 당소문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러웠다.

‘뭐지? 이 위화감은?’

당소문이 던진 암기를 쳐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한편 내 몸을 쓸고 지나가는 기괴한 바람에 불안감이 생겨났다.

그리고

“!?”

당소문이 아닌 이곳 전체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피하십시오!”

그 외침과 동시에 붉은 피가 허공에 튀어 올랐다.






***







내게 있어서 중요한 날

그리고 그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날

그런 오늘을 위해 연이의 도움을 받아 단정하게 옷차림을 정리한 나는 시간이 다 되었다는 시녀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당소문이 오늘 결판을 낸다.

그가 이길 거라는 믿음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절대로 패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기에. 아니 확신하기에 나는 오늘만을 기다렸다.

“아가씨. 벌써 비무가 시작되었다 합니다.”

밖에 대기하고 있는 시녀가 방문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그 말에 당황한 나는 황급히 연이에게 지팡이를 달라고 말했다.

그런 그때

“어? 아직 여기에 있었어요?”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내 귀에 많은 이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일지니?”

“네 언니. 그런데 언니는 여기서 뭐해요?”

“아······준비가 조금 늦어서.”

“아하. 그래요? 그건 어떤 의미로 다행이네요.”

“응? 그게 무슨──!?”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바로 내 옆에서 사나운 맹수 한 마리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맹수의 기운을 내뿜는 이가 누구인지 알기에 나는 쉽게 반응을 할 수 없었다.

“언니.”

“······.”

“언니는 이제 세상의 중심점이 되어야 해요.”

“그게 무슨 말이니?”

“이제 모두가 알게 될 거예요. 언니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를. 그런데 말이에요. 사실 저는 방관하고 싶었어요.”

평소의 일지가 아니었다.

목소리가 무거웠다. 거기에 이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일지이기에 지금의 일지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언니가 죽으면 그이의 곁에 나만 남으니까. 독차지할 수 있으니까. 사실 그의 전부를 가지고 싶었었거든요. 원래 여자란 동물은 욕심이 많잖아요?”

“······.”

“그런데 붉은 실은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스릉!

무언가가 빠져나온 소리에 내 몸이 본능적으로 외쳤다.

이 상황은 너무 이상하다고

“너······.”

“언니. 이제 언니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어요. 왜냐하면 내가 지킬 테니까.”

그 말과 함께 안팎에서 기합소리와 함께 검집에서 검이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숙부님!”

“오냐! 내 단주의 이름을 걸고 너와 폐월수화를 지켜주마!”

숙부?

일지가 숙부라고 부르는 사람은 그 분밖에 없는데?

설마 남궁세가를 대표하는 검객이자 남궁십검의 일인인 제왕단주!?

왜······

왜 여기에 남궁세가 최강의 검이 있는 거지?

거기에 이 정도의 기척이라면

설마 제왕단 전원이 온 건가?

“상대는 한때 중원 전역을 공포로 떨게 만든 단체예요! 절대로 방심하지 마세요!”

“하하하! 좋구나!”

“거기에 까다로운 괴물도 있어요!”

“강시 말하는 것이냐? 내 죽기 전에 강시와 싸워볼 수 있다니! 이거 영광이구나!”

제왕단주는 남궁세가 최강의 검이다.

검성과 검호를 제외한다면 적수가 없다고 평가받는 자다.

그런 제왕단주가 왜 나를 지키는 거지?

아니

여기는 제갈세가야. 애초에 제왕단주가 누구로부터 나를 지킨다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적이 쉽게 침입할 수는 없는 곳──

“아가씨!”

“윽!?”

연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사방에서 소름 돋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는 나조차도 반응할 수밖에 없는 차가운 한기가 내 몸을 꿰뚫기 시작했다.

거친 소리로 방에 존재하는 문이 다 열렸고 마치 재난이라도 난 듯 방 안의 물건들이 흔들린다.

“이, 이건──”

“찾았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목소리만으로 무릎이 꺾이려 했다.

저 목소리의 주인은 사람일까?

“제갈세가도 예전의 제갈세가가 아니라는 건가? 너무 쉽게 들어와 버렸는데 말이야. 크크크!”

성별을 알 수 없는 중성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거기에 거리감이 상당히 가까운 것으로 보아 창문 근처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네? 왜 제갈세가에 남궁세가의 제왕단이 있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고것 참 이상하네 그래?”

똑같으면서도 톤이 다른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일

스스로를 흑살이라 밝힌 자와 그가 속한 단체에 소속된 자들의 습격

아마도 지금 이 상황은 그 날에 있었던 일의 연장선일 것이다.

하지만

“오면서도 생각했지만 정말 아까운걸? 저런 미녀를 죽여야 하다니.”

“선녀 다음으로 아름답다고 했던가? 내가 보기에는 아닌데 말이야. 저 정도면 선녀와 동급의 미모야.”

“크크크! 난 선녀가 더 예쁜 거 같은데?”

마치 그분을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에 나는 입술을 거칠게 깨물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던졌다.

“당신들은 누군가요?”

내 질문에 그들이 반응을 보였다.

“이야! 목소리까지 곱네! 이거 물건인데? 그냥 죽였다고 하고 가져갈까?”

“안돼! 이놈아! 그분이 어떤 분인데! 이미 어디선가 여기를 보고 계실지도 몰라!”

“크크크! 미녀도 죽으면 고기가 될 뿐이야.”

질문에는 답할 생각도 없는 듯 그들은 자신들의 대화를 이어간다.

그런 그때

“어머머. 정말 모르는 건가요?”

중성적인 그들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모른다면 알려드려야겠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폐월수화. 제 이름은 철요. 혈교(血敎)의 삼장로랍니다.”

천상회 다음은 바로 혈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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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여신이 찾아오다 17.11.01 1,046 17 12쪽
42 41화. 눈을 뜨다 17.10.31 1,033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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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혈교가 찾아오다 +1 17.10.20 1,054 16 12쪽
39 38화. 검화가 찾아오다 +1 17.10.13 1,251 2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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