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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연가(還生戀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독초쥬스
작품등록일 :
2017.02.10 00:02
최근연재일 :
2018.08.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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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3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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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1화. 눈을 뜨다

DUMMY

사방에서 들려오는 격한 소리들

병장기와 병장기가 만나는 소리

누군가의 비명소리

어딘가가 부서지는 소리

눈으로 볼 수 없기에 다른 이보다 청각이 발달한 나로서는 듣기 괴로운 소리뿐이었다.

“표정이 안 좋네. 어디 불편하기라도 해?”

“······.”

“뭐 너를 죽이러 온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하하하!”

가까워지는 것으로 부족해 내 옆자리에 앉은 사내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음음. 어미를 쏙 빼닮았네. 아니. 닮은 걸 뛰어넘어서 더 예쁜데? 물론 내 색시보다는 못하지만.”

사내의 말에 나는 깊게 숨을 내쉬며 말문을 열었다.

“······절 왜 죽이시려 하는 건가요?”

“하하하!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자? 뭐 좋아. 내가 원하는 것도 그거였으니까.”

소름 끼치는 사내의 손길에 흠칫 몸을 떨면서도 거칠게 반응할 수 없기에 입술을 깨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 전에 내 소개를 해야겠지?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

“뭘 그렇게 놀래? 내 이름이 특이한 것도 아닌······아. 그것 때문에 놀란 거구나?”

“거짓말······하지 말아요. 아니. 동명이인이겠군요.”

“뭐. 어떤 의미로는 동명이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아무튼 내 이름은 밝혔고 내가 누구인지 알려줘야 할 차례인가?”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에 놀란 나머지 내 손은 어느새 사내를 밀쳐내고 있었다. 하지만 돌처럼 굳건하게 자리 잡은 사내는 내 손에 밀려나지 않았다.

“반항해도 의미 없어. 왜냐하면 난 강하니까. 이 세계에서 나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지. 그것마저도 절반 이상이 다른 세상에 가 있지만. 하하하!”

“당신은 지금도 혈교주인가요?”

“아니? 지금의 혈교주는 다른 놈이야.”

“지금의?”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져 있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혈교의 교주가 아니야. 나는······.”

“천상회의 대장로란 거군요?”

“맞아. 천상회주 그놈이랑 지금의 내가 천상회를 이끌고 있지. 아! 그리고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어.”

대답과 함께 방 안에 향긋한 꽃향기가 가득 찼다.

‘뭐지?’

소름 끼치는 사내의 손길과는 대조적으로 너무나도 포근한 기운이 내 뺨을 쓸었다.

“소개할게. 내 색시의 몸이야.”

“······몸?”

“조금 아프거든. 깊은 잠에 빠져있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그 잠을 깨우는 조건이 조금 까다로워. 아니 너무 까다로워서 탈이야.”

“그렇군요······가 아니네요. 초대 혈교주시라면 나이가 상당히 많으신 것 같은데. 그럼 부인께서도?”

“응. 맞아.”

보통 사람들이라면 천년을 살았다고 듣는 순간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내 바로 근처에도 그런 신비한 경지에 달을 디딘 분이 계신다. 그것의 배. 아니 더 길다 할지라도 가능할 것이다.

이 사내. 초대 혈교주가 천 년이나 넘는 세월을 살아갔다 할지라도 나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 맞다. 질문에 답을 해줬어야 했는데.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세어버렸네. 왜 너를 죽이고 싶냐고 물었지? 그 이유는 간단해. 네가 죽어야 내 색시가 깨어나거든. 어때. 간단하지?”

“······.”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이네. 뭐 평범한 사람에게는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넌 평범하지 않아. 그 이유는 너도 잘 알거고. 뭣하면 그 눈으로 나를 보는 게 더 빠를지도.”

“윽!?”

“뭐야 그 반응은?”

내 어깨를 감싼 사내의 손에 힘이 들어간 걸까? 흔들리는 내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뭐 이야기는 이정도로 하면 되겠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도 좋아.”

“마지막?”

“왜? 설마 내가 저년과의 약속을 지킬 거라고 믿었던 거야? 그건 또 그것대로 웃기네. 난 너를 죽이러 왔다고? 그것도 직접.”

“······.”

“그 약속을 지켜줄 의무는 나한테 없어. 그 증거로······.”

“──!”

괴로운 비명소리를 내뱉고 싶었다. 하지만 입은 열려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한쪽 어깨가 빠질 것 같은 고통

식은땀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결국 그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진 나는 그제서야 말문이 트였다.

“헉······헉.”

“헤에? 그걸 참아?”

“저를······가지고······놀······생각인 건가요?”

“응. 어차피 기다리던 기다리지 않던 넌 죽으니까. 그것도 내 손으로. 그래야지 의미가 있으니까. 어때? 내 대답 마음에 들어?”

바닥이 흔들리면서 사내의 발소리가 바로 코앞에서 멈췄다.

“음음. 어디가 좋을까? 딱히 네 몸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하나씩 뜯어버리면 좋을 것 같은데. 생으로 피부가 뜯기면 아무리 독한 너라 할지라도 신음소리를 흘리겠지?”

“차라리······차라리 죽──!?”

죽여라

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니

외치고 싶었다.

그런데 그다음 말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볼 수 없는 내가 떠올린 이름

하후

살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랑

그리고 앞으로 함께 살아가고 싶었던 사람

나를 사랑해주는 그이

아아

난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거구나

지금의 이 고통보다도 짧지만 그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의 행복이 더 큰 거구나

“훗.”

“뭐야? 갑자기 왜 웃어?”

“초대 혈교주······천 년을 넘게 산 괴물이라면 당신은 강하겠군요?”

“응. 강해.”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쾌감이겠군요?”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게 남기고 싶은 말이냐?”

“부인께선 이런 당신을 좋아하는 거군요?”

“············뭐?”

대답까지 이어진 공백

그 공백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나는 다시금 미소를 머금고 반듯하게 등을 세웠다.

“생각났어요. 초대 혈교주에 관한 기록. 아니 위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영웅과 미녀에 대해서도요.”

“······.”

“어떤 의미로는 당신은 영웅이었어요. 다른 신념을 가지고 다른 이들과 다른 길을 걸었어요. 그 결과물이 바로 혈교주의 자리였고요. 하지만 당신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어요. 신뢰할 수 있는 수하. 술 한잔 나눌 수 있는 친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만.”

“사랑하는 연인.”

“그마──────안!”

둔탁한 소리가 귀보다 먼저 몸속에서 들려왔다.

몸이 허공에 붕 떠올라 멀리 날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일초

그 일초의 시간 동안 내가 느낀 것은 공포도 고통도 아닌 슬픔이었다.

‘아.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구나.’

등에서 느껴지는 고통

태어나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불타오르는 고통에 신음조차 흘리지 못하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는 나를 무거운 힘이 짓눌렀다.

“닥쳐닥쳐닥쳐닥쳐닥쳐닥쳐! 이 개같은 년이!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알아! 이 기억도 없는 반쪽짜리 년이!”

“······이렇게 부인을 괴롭혔나요?”

“뭐?”

“이렇게 그 손으로. 그 발로 부인을 죽였나요?”

“이년이!”

“죽여요. 저는 당신 앞에서는 개미보다 못한 약자니까요. 당신의 부인을 죽였던 것처럼 어디 한번 해보세요.”

“이익!”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 기다렸던 반응이 들려오자 나는 웃을 수 있었다.

천 년을 넘게 살았어도 결국 인간이다.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가졌다 할지라도 정신은 결국 인간이다.

완벽할 수 없기에 신이 될 수 없고 빈틈이 있기에 절대자여도 누군가에게 죽는다. 하물며 내 앞에 있는 이 사내는 빈틈투성이다.

역사를 기록한 책에서 그렇게 느꼈다.

천산을 넘어 새외와 중원을 지배한 초대 천마

무의 극의를 깨우친 달마와 장삼봉

그런 영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었던 영웅

거기에 오천무신에게 밀리는 이름

수라혈신

무신이 될 수 없었기에 혈신이라 불렸고 흉측한 그 이름에 사람들은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잊혀졌다.

하지만 다른 이름으로 기억되었다. 그 이름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적은 책의 이름은 영웅전기(英雄傳記)

내용을 깊게 연구할 마음과 자료가 없다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존재

영웅전기라는 이름으로 남은 누군가의 일대기는 바로 초대 혈교주. 수라혈신의 이야기였다. 무능한 내가 이 내용을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제갈세가에 남아있는 문헌(文獻) 때문이었다.

그 문헌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영웅전기라는 책이 수라혈신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이 이야기가. 역사가 지금의 내게는 유일한 무기였다.

“왜 망설이나요?”

“너······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냐?”

“그 질문에 답할 의무는 없어요.”

“······하. 하하하! 이거 재미있네? 너 뭐냐? 저기서 땅바닥을 구르고 있는 반쪽짜리가 기억을 가진 게 아니었냐?”

“글쎄요?”

“지금의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흐음. 이상하네. 내 과거를 아는 사람을 설마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거기에 그 사람이 너라니. 이거 참.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과한데?”

예상보다 더 과한 성과에 나는 속으로 웃을 수 있었다.

일지가 말한 희망과는 다른 희망

어쩌면······이 무기를 잘만 휘두른다면 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게 자만한 나는 다시금 무기를 휘둘렀다.

“영웅으로 남았어야 할 당신이 왜 그런 선택을 한 건가요?”

“그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냐?”

“······네?”

“모르냐고.”

숨이 턱 막히면서 내 목을 그가 꽉 붙잡았다. 너무나도 괴로운 나머지 반사적으로 멀쩡한 한쪽 팔을 그를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내 반항은 너무나도 힘없는 반항이었다.

“모르면 죽어.”

사형선고와 함께 이번에는 진짜로 죽음이 다가온 듯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사······살고······싶······어요.”

“살고 싶어도 살 수 없어. 넌 죽어야 해. 그래야지 내가 행복해져.”

“죽을······수······없······어요.”

“그냥 죽어.”

“그를······두고······먼저······갈······수······없············.”

점점 희미해지는 의식을 끝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봤지만 무의미했던 걸까?

희미해져 간다.

마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 적 짙은 안개가 내 시야를 가리듯 가뜩이나 어두운 세상에 점점 더 어두워져 갔다.

한 줌의 빛조차 사라져가던 그때. 천지가 뒤흔들리는 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그리고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떴다.

수 년.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단 한번도 뜨지 않았던 눈을 떴다.

눈부심보다 더한 고통이 내 눈을 꿰뚫었다.

그건 바로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너무나도 비참한 세상이 내 시야에 들어온다.

보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 않은데······왜······왜!

“안돼······안돼! 안돼에! 할아버지······할아버지이──────!”

조금 전까지 내 목을 쥐고 있었던 손이 할아버지의 피로 붉게 물들여져 있었다.

그렇게 눈으로 본 내 세상은 붉게 변해갔다.


작가의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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