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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연가(還生戀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독초쥬스
작품등록일 :
2017.02.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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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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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2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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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시간이 흘러가다

DUMMY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방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곳은 무림맹주와 함께 무림맹의 실권을 쥐고 있는 장로원주의 집무실이었다.

정천사성(正天四星)의 일인

독성(毒星) 당서풍

무림맹의 장로원을 이끄는 원주로서 정파의 하늘로 군림하고 있는 그는 짙은 눈썹을 찌푸린 채 홀로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백돌과 흑돌을 잡고 연신 다음 수를 떠올리던 당서풍은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자 허공에 손을 저었다.

그러자 신기하게 집무실의 문이 열렸고 한 무인이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원주님.”

“음. 말하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문 앞에 서 있는 무인에게 말한 당서풍은 백돌을 내려놓았다.

“믿기 어려운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자네는 그 보고를 믿고 내게 보고하기 위해 찾아온 거겠지. 안 그런가?”

“아······예.”

“그러니 보고하게.”

“예.”

그 대답과 함께 조심스럽게 집무실에 들어온 무인은 자신이 가져온 서찰들을 바둑판 밑에 내려놓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내 지금 바쁘니 핵심만 정리해서 보고하게나.”

당서풍의 부탁에 잠시 숨을 고른 무인은 서찰의 내용을 당서풍에게 말해주었다.

“혈교가 제갈세가를 공격했다 합니다.”

“음음.”

“그런데 그 혈교를 이끌고 온 자가······.”

“혈교주가 나타났나?”

“······혈교의 병력을 이끌고 온 자는 수라혈신이라 합니다.”

무인의 보고에 흑돌을 쥐고 있던 당서풍이 그제야 시선을 무인에게로 옮겼다.

“수라혈신?”

“예.”

“혈교의 초대 교주를 말하는 건가?”

“예.”

“흠흠.”

수염을 쓰다듬으며 흑돌을 손에서 굴리던 당서풍은 다시 바둑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예?”

“그 수라혈신이 나타났다면 지금쯤 제갈세가는 멸문했겠군. 하지만 멸문하지 않았겠지. 그렇지 않은가?”

“······.”

“그 수라혈신을 막은 자는 누군가?”

마치 무인이 보고할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막힘없이 말을 이은 당서풍은 백돌 바로 옆에 흑돌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혹 영요신니인가?”

“아, 아닙니다!”

“그럼?”

“서, 선녀가 나타나 수라혈신을 막았다 합니다.”

“선녀?”

선녀라는 말에 당서풍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음. 그렇군. 그래서?”

“예?”

“제갈세가는 얼마나 피해를 입었나? 그리고 사상자는?”

“그, 그게······.”

그 뒤로 이어진 무인의 보고를 들으며 당서풍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나긴 보고의 내용이 끝이 나자 집무실을 나서는 무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긴 수염을 쓰다듬었다.

불과 얼마 전

평소 제갈세가를 떠나지 않는 노야가 직접 찾아와 이번 일에 대해 설명해주고 가문으로서 직접 대응하지 말아 달라 부탁을 했었다.

다른 이도 아닌 노야의 부탁이었기에 당서풍은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 아니. 애초에 당서풍은 그 부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제갈세가의 살아있는 노괴

정파의 하늘이라 불리는 당서풍조차 쉽게 대할 수 없는 강자임과 동시에 발언력이 상당한 인물이었기에 받아들이는 선택밖에 없었다.

그래서 당서풍은 아쉬웠다.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됐군.’

흑살이 움직인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날 유리한 조건을 최대한 이용하려던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그런데 잠잠하던 혈교가 움직였다.

그뿐만 아니라 혈교의 초대 교주인 수라혈신이 움직였다.

천상회 내에서도 천상회주 다음으로 실권을 쥐고 있는 그 괴물이 직접 움직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뒤늦게 그 움직임을 포착하고 당서풍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며 방관하기로 했다. 당서풍 입장에서는 그런 괴물이 날뛰어주는 것이 오히려 좋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려놓았던 화려한 그림은 새까만 먹물로 덧씌워졌다.

아미산에 둥지를 튼 채 움직이지 않는 영요신니가 움직이고 소림의 입김에 닿은 무당이 장로를 직접 제갈세가로 보냈다.

그 모든 것을 예상하고 방해했는데도 당서풍은 득을 취할 수 없었다.

‘네 이놈······권성(拳星)!’

중립을 선언한 혜성과 검성과는 달리 소림의 권성은 공개적으로 천상회를 적대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천상회와 손을 잡고 있는 당서풍 또한 적대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눈과 귀가 제갈세가에 쏠린 것은 비무대회라는 병풍 뒤에 권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번 사건에서 제갈세가가 이 정도 피해로 끝날 리가 없었다.

거기에 예상치 못한 선녀의 등장은 분명 권성이 수를 쓴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당서풍이었다.

“대단하군. 혈교의 습격을 받았음에도 그 정도의 사상자밖에 나오지 않았다니. 총군사의 능력이 그 정도였던가? 아니 그 이전의 문제인가?”

“대연무장을 습격한 강시들은 대부분 용호진인이 처리했다 합니다. 그리고······.”

선녀

그 무신의 등장으로 상황은 정리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정작 수라혈신을 막은 자는 다른 이라고 한다. 당서풍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말이었으며 애초에 믿을 생각도 없었다.

‘선녀라. 영악한 여우 한 마리가 굴러들어왔군.’

재빨리 머리를 굴리며 이번 작품을 정리하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려던 당서풍은 너무나도 거대한 벽이 솟아오른 지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보고할 내용은 그게 끝인가?”

“예!”

“자세히 보고해줘서 고맙네. 이만 가보게나.”

“존명!”

예를 갖추고 인사를 한 무인은 그렇게 당서풍의 집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홀로 남게 된 당서풍은 다시금 바둑돌을 집고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한 시진이 흐르고 두 시진 가까이 흘러가던 그때. 바둑판을 돌로 가득 채운 당서풍은 씩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결국 제갈미려. 그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내 꿈은 이루어지겠지.”

그 속삭임을 끝으로 당서풍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붓을 집었다. 그 내용은 당소문과 제갈미려의 혼인에 대한 내용이었고 그 내용이 적힌 서찰은 전서구의 발에 묶여 사천으로 날아갔다.






***






오천무신(五天武神)의 일인인 선녀(仙女) 제갈선의 등장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갈세가 내에서 정보를 사전에 차단했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었던 몇몇 정파의 명숙들과 혜성. 그리고 제갈세가의 장로들만 입단속을 한다면 세상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다.

제갈세가의 가주이자 무림맹의 총군사로서 이번 일을 최대한으로 축소하기로 한 제갈무의 판단은 현명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혜성과 각 문파와 가문의 명숙들이 제갈무의 대처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번 비무대회로 많은 눈과 귀가 제갈세가 내에 있었다. 완벽하게 숨기기는 힘든 일이었고 무림맹의 수뇌부에게는 어쩔 수 없이 보고해야 할 사항이었다.

그리고 마교와 사황성은 선녀의 등장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없는 처지였다.

명실상부 고금제일인에 이름을 올리는 선녀는 대외적으로 죽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애초에 오천무신이라는 명칭 자체가 한 시대를 호령한 천하제일인들을 한곳에 모은 이름이었기에 선녀가 나타났다고 해도 그 말을 믿을 자는 몇 되지 않았다.

거기에 선녀는 정파인이었다. 제갈세가의 직계혈족으로 어린 나이에 천하제일인이 되어버린 선녀를 홍보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그리고 제갈무는 이 모든 것을 예상했고 혈교의 침략만을 세상에 알렸다.

혈교는 정사마를 떠나 공공의 적이었으며 황궁또한 혈교를 적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제갈무가 제갈세가주의 이름으로 알린 혈교의 침략건은 순식간에 중원 전역에 퍼졌고 마교와 사황성의 이름으로 무림맹에 서한이 도착했다고 한다.

그 서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혈교는 나라가 정한 공적이며 세력을 떠나 한마음으로 물리쳐야 할 악이다. 이번 혈교의 침략은 마교와 사황성으로서도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고 혈교를 공적으로 선포함과 동시에 토벌을 준비해야 한다.

그 토벌에 관한 내용을 각 수장이 만나 협의하기를 바란다.

총군사인 제갈무이기에 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서한의 내용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천마와 흑천태제가 무림맹주와 함께 혈교를 공격하겠다는 말이 된다.

정사마가 한 세력이 되어 혈교를 친다.

그것은 역사 속에서도 몇 번 없었던 대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번 서한의 내용을 보고받은 제갈무의 표정은 심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들은 혈교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들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다. 이건가?”

혈교가 제갈세가를 공격한 것과 이 마교와 사황성의 서한이 무림맹에 도착한 시간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계산되어 있었다.

그 말은 즉. 혈교의 침략이 세상에 알려지고 그 사실을 들은 천마와 흑천태제가 곧바로 서한을 작성하여 무림맹에 보냈다는 말이 된다.

강자존의 법칙으로 천마와 흑천태제의 권력이 최고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지만 이런 중대한 사항을 곧바로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을 손에 쥐었다. 이 말인가요?”

제갈무의 곁에 앉아 함께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남궁후연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렇소.”

“하지만 혈교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어요. 천하의 당신조차 혈교의 근거지를 전부 파악하지는 못했잖아요? 그렇다면 마교와 사황성도 같은 상황일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움직인다 할지라도 그들은······.”

말끝이 흐려지고 맥이 끊어짐과 동시에 남궁후연의 눈매가 찌푸려졌다.

“설마?”

“그 설마요.”

“하지만 지금의 균형을 깨트릴 이유가 있을까요? 왜 지금이죠?”

마교와 사황성이 움직인다. 그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사실인데 그들이 혈교를 치려 한다. 그건 즉

중원에 다시금 전쟁이 일어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혈교와 전면전을 한 세력은 엄청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말해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오. 왜냐하면 황궁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

“한 번 찔러보는 것일 것이오. 만약 무림맹이 약하게 나온다면 그들은 강하게 나올 것이고 무림맹이 강하게 나오면 그들은 슬쩍 뒤로 물러날 것이오.”

“······.”

“그리고 이 문제들은 장로원에서 해결할 사항들이오.”

“하지만······.”

“이 문제들을 걱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지 않소?”

제갈무의 말에 남궁후연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의 제갈세가는 격전지나 다름없었다. 비무대회는 중단되었고 제갈세가 곳곳은 무너진 담벼락과 무너진 전각들을 처리하거나 보수하고 있었다. 그 인원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데 정파의 명숙들과 비무대회로 제갈세가를 찾아온 이들이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선녀와 그 선녀의 아들이었다.

“당신은 호령공이 정말 선녀님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나요?”

“······.”

남궁후연의 질문에 제갈무는 침묵으로 답했다.

선녀의 당당한 선언

그 선언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선언으로 인하여 호령공이라 불리는 하후가 선녀와 가까운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제갈세가의 큰어른인 노야가 하늘로 떠난 지금. 제갈세가의 가장 큰 어른은 선녀. 제갈선이었다. 가문을 떠났다 할지라도 제갈선은 제갈세가의 직계혈족이다.

그리고 한 시대를 호령한 천하제일인이다.

그런 선녀의 말은 말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정작 선녀 본인은 그 날 이후 그 전각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 함께 들어간 제갈미려와 남궁일지. 하후와 늙은 노파와 시녀 또한 나오지 않았다.

관통상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남궁일지를 걱정한 나머지 지금. 제갈세가에 남궁세가주가 직접 찾아온 상황이다.

부친인 남궁세가주는 버럭 화를 내며 당장 딸을 만나기를 원했지만 그곳은 이미 금지의 영역이었다. 가문의 수장인 제갈무조차 그곳을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자 남궁세가주는 아예 제갈세가에 머물기를 청했으며 제갈무는 어쩔 수 없이 그 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덧없이 흐르고 지금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것보다 부인. 검호께선 괜찮으시오?”

“네. 그 날은 오라버니가 너무 흥분했던 거예요.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갈세가에 도착하자마자 남궁세가주는 버럭 화를 냈다. 그 자리에 제왕단주도 있었지만 남궁세가주를 막지는 못했다. 결국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남궁세가주는 제갈무의 멱살을 잡기까지 했다.

그 지경에 이르러서야 남궁세가주와 함께 온 장로들과 제갈세가의 장로들이 막아섰다.

“후우. 부인. 미안하지만 오늘 술자리를 준비해주겠소?”

“······고마워요.”

이대로 남궁세가주와 화해하지 않는다면 분명 더 큰 화가 될 것이기에 결국 제갈무는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술자리는 제갈무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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