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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연가(還生戀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독초쥬스
작품등록일 :
2017.02.10 00:02
최근연재일 :
2018.08.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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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0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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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자리를 떠나다

DUMMY

가문과 가문

그것도 평범한 가문이 아닌 제갈세가와 당가의 약속이었다.

이미 당소문과 제갈미려의 혼인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고 큰 문제가 없으면 약혼식을 올려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나타난 선녀. 제갈선이 명령조로 그렇게 선언하니 제갈무와 남궁후연은 어이가 없었다.

“선녀시여. 그 문제는······.”

“가문의 문제입니다. 선녀께서 그렇게 말씀하셔도 가능한 일이 있고 불가능한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방금 말씀하신 그 말은 저를 비롯한 가문의 입장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갈무의 말을 끊고 남궁후연이 강하게 나섰다.

그 모습에 제갈무가 눈매를 찌푸렸지만 남궁후연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왜 불가능한 거야? 혼인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당가와 이야기가 끝난 일입니다. 그런데 저희 쪽에서 일방적으로 이 혼인을 파기한다고 하면 저희 입장이 난처해집니다.”

“뭐가 난처해지는데?”

“가문과 가문의 약속을 쉽게 어기는 가문으로 불리며 신용이 땅으로 떨어지겠지요.”

“신용이라.”

남궁후연의 말에 제갈선은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술잔을 비웠다.

“당사자가 싫다는데도?”

“선택은 미려가 했습니다.”

“흐음······.”

깊은 한숨과 함께 제갈선이 씩 웃었다. 그 시선에 남궁후연이 본능적으로 기운을 끌어올리고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있어야 할 검은 존재하지 않았고 남궁후연은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서, 선녀시여. 제가 큰 실수를 했나이다.”

“실수? 무슨 실수? 나한테 한 실수? 아니면 제갈미려라는 네 딸에게 한 실수?”

“그게 무슨?”

“아아. 미안하지만 내 눈이 조금 별나서 말이야.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일 때가 있거든. 물론~난 그 힘을 조절할 수 있지만 말이야. 가아끔! 폭주할 때가 있어. 아쉽게도 그 가아끔이 지금이네?”

“!?”

“뭐 네 마음은 잘 알겠어. 애초에 가족도 아닌 내가 일방적으로 네 딸의 혼인을 파기하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지. 안 그래?”

“그, 그건······.”

“내가 많이 이기적이거든. 그러니까 좀 이해해줘. 태생적으로 타고난 거라 고치는 건 불가능하거든! 그리고 너무 이기적이어서 이 가문을 멸문시키려고 했던 적도 있다니까? 후후!”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 농담이 진실이라는 사실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천하제일인이라 칭송받았던 그 시절. 제갈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 분위기가 가라앉았네. 방금 했던 말은 농담이야. 농담!”

제갈선은 웃고 있지만 다른 이들은 웃을 수 없었다. 모두 눈치를 보며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말문을 열었다.

“선녀시여.”

그 인물의 이름은 제갈무종. 제갈세가의 장남이자 소가주였다.

“응?”

“노야께선 잘 떠나셨는지요?”

“응. 내가 배웅해줬어. 마지막에는 웃더라고.”

덤덤한 표정으로 제갈무종의 질문에 답한 제갈선은 시녀의 손에서 술병을 뺏으며 빈손으로 제갈무종을 가리켰다.

“그런데 너. 이름은?”

“제갈무종이라 합니다.”

“음음. 네가 소가주?”

“예.”

“이름 좋네. 좋아. 너 마음에 들었다. 이쪽으로 와서 내 술잔 좀 채워줄래?”

그 말에 잠시 고민하던 제갈무종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갈선의 옆자리로 옮겨가 술병을 건네받았다.

“자! 시원하게 따라봐!”

제갈무종이 술을 따라주자 제갈선은 웃으며 그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는 제갈무종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릇이 큰 놈일세? 아니면 간덩어리가 큰 건가? 후후!”

“제 그릇은 작으니 간덩어리가 큰 것이라 생각됩니다.”

“뭐? 말도 잘하네. 너 여자들한테 인기 많지?”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부끄러워하기는~ 네 나이 때는 다 그런 거야.”

어른들조차 제갈선을 쉽게 대하지 못하는데 정작 제갈무종은 마치 친근한 가족을 대하듯 편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이 자리의 주도권은 제갈선에게 넘어간 상황이었고 그런 제갈선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제갈무종은 두 가주보다도 쉽게 발언할 수 있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제갈무와 남궁호는 신중했다.

제갈무는 남궁후연의 실수로 처지가 난처해진 상황이었고 남궁호는 남궁일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리하게 움직일 수 없는 입장이었다.

제갈선의 말이 진짜라면 지금의 남궁호. 아니 남궁세가에게 있어서 제갈선의 아들인 하후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서로 눈치를 보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그때. 제갈무종이 갑작스럽게 대화의 흐름을 바꿨다.

“선녀시여.”

“응?”

“누님께선 잘 계십니까?”

그 질문에 제갈선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잘 지내지. 참고로 그 아이를 붙잡고 있는 이유는 간단해. 내 아들이 처녀의 살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면 좀 이상하잖아? 그래서 치료는 내 아들이. 제갈미려. 그 아이와 연이였던가? 이 가문에서 시녀로 일하는 아이와 함께 간병하고 있어.”

친절한 설명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제갈무종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술병을 들었다.

“누님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은 내가 아닌 아들과 남궁가의 여식에게 해야지.”

“······.”

“아아. 적당히 취했고 이 이상 있어봤자 방해꾼밖에 안 될 테니까. 난 여기까지 할게.”

마지막으로 잔을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난 제갈선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은 여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자신의 힘의 영향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새하얀 눈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백발의 여인이었다. 그런데 그 여인은 제갈세가측에 자연스럽게 앉아 있었고 품고 있는 기운 또한 제갈세가의 힘이었다.

하지만

그 본질은 전혀 달랐다.

“너. 북천(北天)의 피를 조금 이어받았네?”

“······.”

“흐음. 희한하네. 그놈들은 자신들의 혈족을 쉽게 내보내지 않았는데 말이야. 뭐 그때와 지금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 궁금하네. 너 이름이 뭐야?”

“제갈세가의 장로인 제갈설이라 합니다.”

백발의 여인. 제갈설의 대답에 제갈선은 씩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제갈······이라.”

웃고 있지만 제갈선의 눈은 웃지 않았다. 맑은 눈동자는 제갈설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뭐! 나랑 상관없는 일이지만. 후후!”

그리고는 정자의 계단으로 다가가던 그때. 제갈선의 시선이 다시 움직였다.

억지로 눈물을 감추려는 황보월연이 제갈선의 시선에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거칠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황보월연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제갈선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래서 어미라는 것들은 상대하기 싫단 말이지.”

“······.”

“야.”

갑작스러운 부름에 황보월연이 슬쩍 제갈선을 보았다.

“······네?”

“그만 질질 짜고 따라오기나 해. 음······그러니까 너 이름이 뭐야?”

“화, 황보월연이라 하옵니다.”

“황보? 너 황보세가 사람이야? 그런데 왜 그렇게 약해빠졌어? 아아. 약해 빠질 수밖에 없겠네. 몸이 그러니.”

“······.”

“하아. 자. 옜다.”

그 말과 함께 허공에 손을 저은 제갈선은 혀를 차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제갈선의 뒤를 쫓으려던 황보월연은 자신의 몸이 평소랑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건?”

발목을 붙잡고 있던 피로가 사라지고 깃털처럼 가벼웠다. 그런데 발뿐만이 아니었다. 몸 전체가 너무나도 가벼워 순간 힘 조절을 못해 옆으로 넘어지려 했다.

그런 황보월연을 지탱해준 남궁호는 가볍게 그녀의 등을 밀어주었다.

“부인. 다녀오시오.”

“네!”

어둡기만 했던 황보월연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그려져 있었고 올 때와는 달리 땅을 걸어가는 제갈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황보월연은 열심히 그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는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등을 돌린 제갈선은 “아! 맞다!” 라고 말하며 황급히 정자로 달려왔다.

“공양이는 내일 데려올 테니까 알아서들 해. 장례를 치루든 뭘 하든 이제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일정한 숨소리를 들으며 무인의 팔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얇은 팔의 맥을 짚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맥은 안정을 되찾았고 안 좋았던 혈색은 본래의 색을 되찾아갔다.

몸을 가리고 있는 겉옷을 살짝 들어 환부를 살펴보았다. 아물어가는 과정에서 최대한 덧나지 않도록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었지만 매일같이 이 환부를 살펴보아야 마음이 놓였다.

하루에 몇 번이고 반복되는 이 행동이 끝이 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창가로 다가간 나는 내가 있던 자리에 앉아 남궁일지의 손을 잡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 날. 그녀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내 예상과는 크게 어긋난 상황에서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로 눈을 뜬 결과 그녀의 몸이 하루를 버티지 못했다.

선녀스승의 힘으로 이곳은 외부와 차단되었고 눈으로 인해 몸에 과부화가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선녀스승은 이 주위 일대에 거대한 진법을 구축해놓았다.

그 누구보다도 천혜안에 대해서 잘 아는 선녀스승이었기에 능숙하게 대처해주었다. 그 결과 그녀. 제갈미려는 이 방에서라면 자유롭게 눈을 뜰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눈동자를 볼 수 있어서 기뻤다. 하지만 그 눈이 어떤 눈인지 알기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기쁜 감정은 걱정으로 바뀌었다.

행복보다는 불행을 가져오는 눈

세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은 모두가 탐을 낸다. 하물며 그녀는 무공조차 익히지 않은 몸이었다. 천상회뿐만이 아니라 이 힘을 알게 된다면 많은 이들이 그녀를 노릴 것이다.

‘이제는 한시라도 떨어질 수 없어.’

비무대회라는 명분에 눈이 먼 나머지 정작 지켜야 할 존재를 결국 지키지 못한 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말았다.

이제는 절대로 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또 맹세를. 똑같은 맹세를 몇 번이고 되새기며 그녀의 곁에 잠들어 있는 남궁일지를 바라보았다.

시리도록 차가웠던 시선이 지금은 너무나도 따뜻하기만 했다.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어버린 내 마음의 일부분은 어느새 남궁일지라는 존재로 채워져 있었다. 겉으로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점점 참는 것이 힘들어져갔다.

‘하아. 빨리 사과하고 싶은데.’

미안하다고

알아봐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다. 그리고 용서받고 싶었다. 이기적인 생각이었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앞으로 평생 이 죄를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보았던 남궁일지의 성격이라면 분명 이 일을 빌미로 나를 괴롭힐 것이다.

‘아아. 어쩌면 당하는 게 행복할지도.’

조용한 성격의 제갈미려와 화끈한 성격의 남궁일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미녀를 바라보던 그때. 이곳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져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곳엔 선녀스승과 보지 못한 미녀가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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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0화. 찾아오다 +1 18.06.25 443 10 8쪽
61 59화. 남궁일지의 힘 +2 18.03.11 633 10 10쪽
60 58화. 독왕 당서희 +4 18.03.02 641 10 8쪽
59 57화. 안주인이라는 이름 +1 18.01.19 741 10 8쪽
58 56화. 자신의 패로 만들다 +1 18.01.10 719 12 10쪽
57 55화. 술자리에 찾아오다 +1 18.01.03 750 14 12쪽
56 54화. 벌을 받고 눈을 뜨다 +3 17.12.31 836 16 11쪽
55 53화. 만나다 +1 17.12.20 816 12 12쪽
54 52화. 이야기하다 +1 17.12.15 827 13 11쪽
53 51화. 이야기를 나누다 +1 17.12.13 783 14 13쪽
» 50화. 자리를 떠나다 +1 17.12.01 861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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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7화. 자리를 옮기다 +1 17.11.17 946 14 12쪽
48 46화. 첫 시험이 끝나다 +1 17.11.15 961 15 16쪽
47 45화. 큰 별이 지다 +1 17.11.12 1,101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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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여신이 찾아오다 17.11.01 1,054 18 12쪽
42 41화. 눈을 뜨다 17.10.31 1,049 16 11쪽
41 40화. 희망을 간직한 채 +1 17.10.28 1,176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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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검화가 찾아오다 +1 17.10.13 1,262 22 15쪽
38 37화. 재미있다 +1 17.10.01 1,199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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