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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연가(還生戀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독초쥬스
작품등록일 :
2017.02.10 00:02
최근연재일 :
2018.08.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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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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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벌을 받고 눈을 뜨다

DUMMY

이 세상의 옷감이 아닌 듯 화려하게 반짝이는 무지갯빛 궁장

미려언니 뺨칠 수준의 아름다운 외모와 발끝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

그런 머리 위에 꽃관과 함께 자리 잡고 있는 반투명한 나비 한 마리

아아

이 여신이 지금까지 내게 말을 걸었던 거였구나?

“그래서 소감은 어때?”

“무슨 소감?”

“네가 원하던 대로 됐잖아?”

그 대답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재빨리 여신에게 다가갔다.

“그, 그이는 어떻게 됐어!? 그 망할 수라혈신은? 아니. 그것보다 그이는 무사해?”

“응. 무사해.”

“휴. 다행이다.”

“하지만 넌 무사하지 못해.”

숨이 턱 막혔다.

그이는 무사하지만 난 무사하지 못했다.

하긴

이런 비현실적인 세상에 있으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이게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내 기억인가? 하고서 말이다.

“그렇구나. 난 죽은 거구나?”

“아니.”

“응?”

“죽지 않았어. 애초에 죽을 예정도 아니고.”

“그게······뭐야? 죽을 예정이 아니라니?”

“내 허락 없이 넌 죽을 수 없으니까.”

“······.”

“이 세계에서 내 허락 없인 시작도 끝도 없어. 그건 네가 가장 잘 아는 사실이잖아?”

그 대답과 함께 내가 서 있는 곳을 기점으로 주변 일대가 꽃밭으로 바뀌어갔다.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처음 보는 동물들이 여신과 내게 모여들었다.

처음 보는 신비로운 광경에 눈을 크게 뜬 나는 어느새 내 앞에 앉아있는 새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리고 새의 부리에 손이 닿는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타올랐다.

한순간에 몰려오는 집채만 한 파도를 맨몸으로 받아내듯 엄청난 충격이 온몸을 강타했다. 그 힘에 삼켜지듯 내 정신은 희미해져갔고 그런 희미한 정신 속에서 나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정면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시, 싫어······.”

“네가 죽으면 곤란해.”

“싫어······제발.”

“이걸로 너와────벌써 세 번째야.”

“제······발!”

“난 언제나 네 부탁을 들어주는 입장이야. 그러니까 날 원망할 자격은 네게 없어.”

충격에 충격을 더한 듯 내 몸은 산산이 부서지고 정신은 저 멀리 떠밀려갔다. 하지만 내 몸과 정신은 다시금 제자리를 되찾았고 결국 내 두 무릎은 힘없이 꺾여 땅에 닿았다.

이것이 내 죄

이것이 내가 짊어져야 할 운명

그것을 다시금 떠올리며 절망의 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아이와는 다르게 네 목적은 정해져 있어. 그런데도 늘 실수를 반복하지. 첫 실수는 웃으며 넘어갈 수 있어도 다음 실수는 웃으며 넘어갈 수 없다는 말이 있어. 아이들이 흔히들 사용하는 말이지. 그런데 넌 그 실수를 세 번째 하고 있어.”

“아아······.”

“또 도망치려고?”

“아아아!”

“또 죽으려고?”

“제발······.”

“한쪽이 무너지지 않는 한 네 부탁을 들어줄 수 없어. 난 너희들 중 유독 너를 아꼈어. 가장 상처가 많은 아이니까. 그런데 벌써 무너지면 내 노력이 전부 무의미해지잖아?”

다시금 무너져 내리는 내 정신을 부여잡은 여신이 내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이번만큼은 죽는 걸 허락할 수 없어.”

“······.”

“가끔은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으으······.”

“무너지지 마. 무너지는 것조차 허락할 수 없으니까. 왜냐하면 그게 너와 나의 첫 번째 약속이잖아? 나와의 약속은 내가 갑이고 네가 을이야.”

“······.”

“이제야 정신을 붙잡았네?”

“그를······구원해줘.”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야.”

“그러면······언니를 구원해줘.”

“그것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야.”

몇 번이나 산산조각 난 마음을 억지로 이어붙인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입으로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이번 생에서 나는······선택받지 못했어.”

“왜 그렇게 생각해?”

“그에게······사랑받지······못했으니까.”

“누가 그래?”

“······뭐?”

“누가 그걸 정해?”

“······.”

“너? 아니면 그 아이?”

“······.”

“아아. 네가 정했구나?”

씩 웃으며 거대한 백호에게 몸을 기댄 여신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한심해. 그 아이보다 더 한심해.”

툭 하고 던진 그 말에 나는 눈물을 흘렸다.

“맞아. 난······한심해.”

“늘 먼저 도망치면서 왜 그 아이가 구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거야?”

내 가슴을 후비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툭툭 던지는 여신에게 나는 그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억지로 머리한 구석에 묶어두었던 기억들이 풀어지고 이제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지금의 내 정신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러니 더더욱 대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떤 대답을 내놓아도 이 여신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번 생에서만큼은 네가 그 아이를 지킬 수 있게끔 널 도와줬어. 그런데 그 끝이 결국 도망치는 거야?”

“나는······.”

“허락할 수 없어. 내가 지켜보는 한 너의 이번 생은 끝나지 않아. 그리고 무기력하게 끈을 끊으려 했던 네게 벌을 줘야겠어.”

그 말과 함께 여신의 손이 내 이마에 닿았다.

“넌 하후라는 이름의 아이와 떨어질 수 없어. 일방적으로 그 아이를 사랑해야 해. 그게 네가 죄를 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나는······그를 사랑해.”

“더 간절해야지. 더 처절해야지. 그만큼의 힘과 권력을 줬으면 이제는 더 이상 바라지 않아야지.”

“······.”

“그리고 그 기억. 전부 짊어지고 가. 그게 내가 네게 내리는 벌이니까.”

“윽!?”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들을 전부 명심해야 할 거야. 이 세계가 관장하는 세계야. 내 허락 없이는 시작도 끝도 없다는 말. 잊지 말아야 해.”

“자, 잠깐만!”

“작별이야.”

짧은 대답을 끝으로 노란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여신을 향해 손을 뻗는다. 하지만 내 손은 여신에게 닿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여신에게 벌을 받게 되었다.






***






한없이 무거웠던 눈이 떠지고 처음 내 시야에 보인 것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천장이었다.

코를 찌르는 약초향기가 거슬려 본능적으로 손을 올려 코를 막으려던 나는 내 몸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란 것을 알고는 황급히 손을 내렸다.

다행히 몸을 가리고 있는 겉옷이 있었기에 그 옷으로 가슴 언저리를 가리고 몸을 일으켜 세운 나는 어느때 보다도 가벼운 몸 상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신과의 만남과 이별

그 전에 있었던 마지막 기억은 내 배에 무언가 박힌 이질적인 느낌과 나를 안아 든 그의 모습이었다.

‘왜 이렇게 멀쩡한 거지?’

배를 만져보았다.

상처가 있어야 할 자리는 말끔했다. 아니. 말끔한 수준을 넘어 피부가 뽀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게······나라고?”

남들과 다르게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는 나는 그렇게 많이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그 탓에 손도 다른 여무인들과 다르게 깔끔했다. 하지만 그 깔끔하다는 기준은 굳은살의 유무였다.

사실 검을 쥐는 여무인에게 굳은살이 없을 수는 없다.

딱딱한 손잡이를 잡고 휘두른다는 것 자체부터 굳은살은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 굳은살을 최대한 안 보이게 하고 손을 관리한 탓에 내 손은 다른 여무인들보다 깔끔했던 것이다.

그런 내 손이

무가의 여식과는 거리가 먼 여인의 손으로 변해 있었다.

손끝에도 지문이 있었고 짧았던 손톱은 적당한 길이로 자라 있었다.

“!?”

거기에 내 눈앞에 흩날리는 내 머리카락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마치 잘 관리한 말의 털처럼 윤기가 도는 내 머리카락

관리한다 할지라도 한계가 있었던 내 머리카락이 마치 비단을 짜는 실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빛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닌 진짜 현실이었다.

놀란 나는 내 몸을 마치 남의 몸처럼 탐했다.

정신없이 손으로 만지고 주무르고 끝에는 얼굴까지 만졌다.

이게 정말 나일까? 라며 한심하게 황홀해하는 나를 깨운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목소리였다.

“몸은 좀 어떻습니까?”

“······윽!?”

그 목소리에 나는 손에서 놓았던 옷을 다시금 쥐어 가슴 언저리를 가렸다. 하지만 등이 원하게 드러나 부끄러웠다.

“그, 그게······.”

“몸은 괜찮을 겁니다. 그리고 놀랄 만도 합니다. 소저는 새롭게 태어났으니까요.”

“새롭게 태어났다고요? 제가요?”

“예. 소저는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했습니다.”

“!?”

그 말에 놀란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맡에 놓여있는 물그릇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변함없는 내 얼굴이었지만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내 얼굴은 거친 야생화와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얼굴은 거친 야생화가 아닌 정성 들여 관리하며 기른 한 송이의 꽃송이였다.

“이, 이게 나?”

“소저.”

“왜요?”

“그······아무리 그래도 몸은 가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표면에 비친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아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왜요? 이렇게 예쁜 몸은 혼자보면 아깝잖아요? 자. 특별히 당신에게는 자유롭게 볼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해줄게요!”

소협에서 당신으로 바뀐 호칭을 뒤늦게 깨달은 나는 알몸을 보일 때의 얼굴보다 더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차가웠다.

“됐습니다.”

“에이. 뭐예요? 그 반응은? 싱겁게.”

“많이 봤더니 덤덤하군요.”

“윽······그건 그것대로 무시할 수 없는 대답인데요?”

어색하게 웃으며 슬쩍 옷으로 몸을 가린 나는 침상에 걸터앉아 창가에 기대어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고마워 할 것 없습니다.”

“절 살려줬잖아요? 생명의 은인에게 고맙다는 감사의 말 정도는 하게 해줘요.”

“그렇다면 저도 소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겠군요.”

“······.”

“고맙습니다. 저를 구해준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의 말

하지만 그의 감사의 말이 이상하게도 다른 뜻처럼 들려왔다.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손을 잡아도 되겠습니까?”

“뭐······손이라면야.”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쪽 손을 내민 나는 그가 내 손을 잡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에게 넘어졌다.

“당신은 손만 잡아요. 난 이럴 테니까.”

“······.”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는 그에게 감사하며 지금의 이 따뜻한 체온을 느끼는 것만으로 만족한 나는 그렇게 내 감정을 다스렸다.


작가의말

태어나서 2번째로 응급실에 갔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열은 제 의식을 빼앗으려 들더군요.

어머니의 부축을 받고 응급실에 가 해열제와 비타민을 맞고 다른 수액까지 맞으면서 독감검사 및 피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독감이 아니지만 독감일지 모르니 타미플루와 각종 약을 처방받고 집에 왔습니다.

그 후에도 상당히 고생했습니다만....지금은 괜찮아 져 원고를 다듬고 올립니다.

많이 기다리신 독자분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2017년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2018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환생연가의 완결까지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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