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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연가(還生戀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독초쥬스
작품등록일 :
2017.02.10 00:02
최근연재일 :
2018.08.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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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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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57화. 안주인이라는 이름

DUMMY

어둠이 내려앉아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된 선녀스승의 거처에는 미소를 되찾은 두 미녀와 함께 걱정을 씻어버린 황보월연이 오붓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눈을 뜬 자신의 딸을 보며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행복한 미소를 그린 황보월연은 요화의 도움을 받아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화려하게 음식을 만들었다.

불과 아까 전만 하더라도 환자였던 남궁일지를 생각한다면 덜 자극적인 음식을 준비해야 했지만 정작 본인이 오랜만에 집밥을 먹고 싶다며 보챘기에 황보월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음식을 만들었다.

그렇게 준비된 저녁상에는 황보월연과 남궁일지. 거기에 제갈미려와 내가 앉아 있었다.

홀로 서 있는 요화에게 앉으라며 권한 황보월연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차가운 답변에 씁쓸한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요화는 나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요화의 옆에 준비되어 있는 탁상 위에는 술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익가주께서 보내주신 술입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술의 출처를 밝힌 요화는 내 술잔을 지그시 바라보며 내 답을 기다렸다.

“잘 마시겠다 전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 대답과 함께 술병을 쥔 요화가 내 술잔을 채워주었다. 그러자 남궁일지가 반사적으로 술잔을 내밀었다.

“나도!”

“환자의 술잔은 채워드릴 수 없습니다.”

“에에? 나 환자 아닌데? 이렇게 멀쩡한데?”

“안 됩니다.”

단호하게 거절한 요화가 술병을 뒤로 숨겼다. 그런 요화의 행동에 볼을 부풀린 남궁일지가 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밥을 빼앗긴 강아지의 눈빛이었다.

“한 잔만요.”

“안됩니다.”

“제발~”

“안됩니다.”

내 단호한 거절에도 포기하지 않은 남궁일지가 이번에는 자신의 곁에 있는 그녀. 제갈미려에게 매달렸다.

“언니. 나 멀쩡하니까 딱 한 잔만. 응?”

“안 돼.”

“언니마저!?”

“자리에서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술을 마시려 해?”

“하, 하지만 그건······.”

“하아. 외숙모께서 좀 뭐라고 해주세요. 이 아이. 이렇게 멀쩡해 보여도 아직 환자예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화살을 황보월연에게 날린 제갈미려는 슬쩍 내 눈치를 보고는 다시금 젓가락을 움직였다.

“의원님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지. 그리고 너무 반항적이면 점수가 조금씩 깎일지도 모르는데. 괜찮겠니?”

“점수?”

“그래. 점수.”

“무슨 점수? 애초에 왜 내게 점수를────!?”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을 부릅뜬 남궁일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 엄마!”

“이제 정도껏 날뛰는 게 좋을지도 모른단다.”

“윽······.”

“네 옆에 있는 미려를 보렴. 여성스럽고 조숙하잖니? 보고 좀 배우렴.”

“으윽!”

가차 없는 어머니의 모습에 충격 받은 남궁일지가 울먹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언니처럼······조숙해야 해요?”

“······.”

“하긴. 당신이 첫눈에 반한 사람이 언니니까. 나도 언니처럼 여성스럽고 조숙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충격적인 말에 당사자보다 더 큰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황보월연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본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황보월연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딸과 제갈미려를 번갈아 보았다.

“소협. 이런 제 딸이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 참. 그이는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가문도. 불평이 흘러 나올리는 없겠지만 만약 그런 소리가 나온다 해도 제가 알아서 해결할 터이니 신경 쓸 필요 없답니다.”

“······.”

“그리고 미려는······.”

중간에 말문이 막힌 황보월연은 씁쓸한 눈빛으로 자신의 딸 옆에 앉아있는 제갈미려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담겨있는 수많은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제갈세가에서 제갈미려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황보월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분명 힘들겠군요. 지금의 당가는 명실상부 무림맹에서 가장 강한 힘을 쥐고 있는 가문 중 하나니까요. 부모로서도. 그리고 가문으로서도 당가와 이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치려 하지 않을 거예요. 상대가 설령 가문의 큰 어른이자 무신이라 칭송받는 분이라 할지라도.”

“······.”

“이곳. 제갈세가는 안보이는 힘보다 겉으로 드러난 힘을 더 중요시 여기니까요.”

황보세가의 직계혈족으로서 남궁세가의 안주인이 된 황보월연

가문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 중 한 명으로서 가문의 속사정을 잘 아는 황보월연이었기에 그 말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다른 이들의 말보다 더 무거웠다.

“그러니 더더욱 듣고 싶습니다.”

이 방의 주도권을 순식간에 빼앗은 황보월연은 무인으로서의 날카로운 분위기가 아닌. 명문세가의 직계혈족이자 남궁세가의 안주인으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제왕의 기운을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그를 사랑하나요?”

마치 남을 대하듯 차가운 그 모습에 중간에 위치해 있던 남궁일지는 구멍에 숨듯 자신의 몸을 숨겼다. 그리고 중간의 벽이 사라진 지금. 제갈미려는 황보월연의 굳건한 눈동자를 응시하며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사랑······.”

“작군요. 너무 작아요. 그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과연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요?”

제갈미려라는 작디작은 존재의 목소리를 잘라낸 황보월연은 매섭게 변한 눈빛으로 그녀를 더욱더 궁지로 몰아세웠다.

“이 가문은 중원에서도 가장 엄격하기로 소문난 가문이랍니다. 무림맹은 말할 것도 없으며 황궁과도 깊게 이어져 있는 명문중의 명문입니다. 그런 가문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 당신의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런 작은 목소리가 아닌 굳건한 힘이 담겨있는 목소리가 필요하답니다.”

“······.”

“제가 도와줄 거라는 미련한 희망을 품고 있지는 않겠지요?”

매정하면서도 차가운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녀의 눈동자는 조금씩 흔들려갔다. 그런 그녀를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었던 나는 무거운 입을 열고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제가 도와줄 겁니다.”

“그게 소협의 뜻입니까?”

“예.”

“그렇다면 남궁세가의 안주인으로서 이 질문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소협은 제 딸을. 일지를 몇 번째 부인으로 맞이할 겁니까? 설마 후처는 아니겠지요?”

“······.”

순서

이 세계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그것은 바로 정실과 후처였다.

“소협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잘 알거라 생각합니다. 소협의 어머니께선 이 중원에서 가장 위대하시고 아름다우시며 모두에게 칭송받는 위대한 무신이십니다.”

“······.”

“제가 왜 이 말을 하는지 아십니까?”

내가 침묵하자 황보월연은 슬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소협은 괜찮다 할지라도 일지가 괜찮지 않답니다. 이미 세상은 선녀께서 내려오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눈과 귀가 제갈세가에 모여들어 있지요. 저와 그이. 그리고 본가를 떠나 상처받는 것은 제 딸. 일지입니다.”

“······.”

“평생을 후처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야 합니다. 그 무거운 상처가 평생을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겠지요.”

“······.”

“제 딸아이가 기다렸다는 사람이 소협이시라면. 부디 한 번 더 생각해주시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욕심입니다. 당신이 상처를 받는다 할지라도. 제가 지금까지 한 말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녀를 한 차례 바라본 후 뒷말을 쉽게 꺼내지 못한 황보월연은 힘겹게 미소를 그리며 겨우 말을 이었다.

“저는 남궁세가의 안주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을 바라보며 나도. 그녀도. 그리고 남궁일지도 막혀버린 말문을 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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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0화. 찾아오다 +1 18.06.25 392 10 8쪽
61 59화. 남궁일지의 힘 +2 18.03.11 603 10 10쪽
60 58화. 독왕 당서희 +4 18.03.02 622 10 8쪽
» 57화. 안주인이라는 이름 +1 18.01.19 706 10 8쪽
58 56화. 자신의 패로 만들다 +1 18.01.10 687 12 10쪽
57 55화. 술자리에 찾아오다 +1 18.01.03 718 14 12쪽
56 54화. 벌을 받고 눈을 뜨다 +3 17.12.31 785 16 11쪽
55 53화. 만나다 +1 17.12.20 779 12 12쪽
54 52화. 이야기하다 +1 17.12.15 787 13 11쪽
53 51화. 이야기를 나누다 +1 17.12.13 758 14 13쪽
52 50화. 자리를 떠나다 +1 17.12.01 838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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