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환생연가(還生戀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독초쥬스
작품등록일 :
2017.02.10 00:02
최근연재일 :
2018.08.11 22:51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111,752
추천수 :
1,588
글자수 :
404,508

작성
18.07.01 23:48
조회
358
추천
10
글자
11쪽

60_2화. 찾아오다

DUMMY

하려의 등장과 함께 떠들썩하던 이곳이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하려가 오른손을 들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하려가 아닌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했던 나는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모두 하려의 가문인 사익가의 수하라고 생각하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 인사에 보답하기 위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자 모두가 하려의 지시를 기다렸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하려가 모두에게 “모두 수고했어요. 그대들의 일은 여기까지예요.” 라고 말했다. 하려의 답에 손님으로 위장해 이 객잔을 채우고 있던 이들이 하나 둘 천천히 빠져나가자 객잔의 점주가 다가와 하려가 앉을 의자를 준비해주었다.

하지만 하려는 의자에 앉지 않고 취해서 비틀거리는 선녀스승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위대하시고 고귀하신 분이시여. 제 이름은 하려. 사익가의 수장으로 하후 소협을 뒤에서 돕고 있습니다.”

“으음~만나서 반가워~”

아직도 취기를 날리지 않은 선녀스승은 환한 미소로 하려를 반겼다.

“죄송하지만 선녀시여. 합석하여도 되겠습니까?”

“응응~”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예의바르게 선녀스승에게 허락을 구하고 자리에 앉은 하려는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내게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는 돌변하여 표정을 굳히고는 내게 고개를 숙였다.

“소협. 정말 미안해요.”

갑작스러운 사과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는 선녀스승의 목소리에 눈매를 찌푸렸다.

“알고 있었으면서 내 아들에게 알리지 않은 일에 대한 사과야? 아니면 그 아이들을 지키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사과야?”

“······둘 다입니다.”

어느새 취기를 몰아내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선녀스승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뭐 내 아들에게 알리지 않은 건 잘못된 일이지. 하지만 그 아이들을 지키려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너의 판단이 현명하다고 난 생각하는데?”

“······.”

“상대는 혈교야. 전성기 시절의 강자들이 많이 없다 할지라도 상대는 고수들로 구성된 정예들이었지. 거기에 그 빌어먹을 수라혈신이 있었으니 더더욱 현명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

“하지만 하후 소협은 제가 모시는 주군입니다. 그런 주군의 위기에 나서지 않은 저는 수하를 자처할 수 없습니다.”

하려의 단호한 반응에 선녀스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꼭 수하여야 하는 거야? 주종관계를 맺어야 하는 거야? 그리고 내가 알기론 내 아들은 너와 주종관계를 맺지 않은 걸로 아는데?”

“그, 그건······.”

“지금의 사익가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답할 수 있어. 너의 그 행동은 옳아. 하지만 다음부터는 내 아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줘야 해. 알겠니?”

“선녀시여······.”

채찍과 당근을 교묘하게 이용한 선녀스승은 나를 향해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칭찬해달라는 듯 자랑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런 선녀스승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하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알아도 바뀌지 않았을 겁니다. 상대는 죽지 않는다고 알려진 괴물중의 괴물입니다. 그런 괴물이 이끄는 혈교도들을 상대로 이 정도의 피해만으로 끝났습니다. 만약 호위들을 그대로 붙여두었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사익가는 어디까지나 어둠속에 숨어 사는 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고수가 있는 것도 아니며 어정쩡한 이들을 그녀들의 곁에 붙이고 습격에 대비했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선녀스승의 의견에는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다.

만약 내게 그들의 움직임을 사전에 알려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혈교가 제갈세가와 그녀를 공격하리라고는 사익가도 쉽게 알아차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알려줬으면 했다.

“부정하지 않겠어요. 선녀님과 소협의 말대로 본가의 무인들의 수준은 제갈세가에 비교할 것도 안돼요. 바위에 계란치기라는 심정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그러지 않았어요. 겁쟁이라고 비난해도 괜찮고 더 심한 욕을 해도 괜찮아요. 그러니 이 자리에서 모든 화를 풀어주셨으면 해요.”

“괜찮습니다. 애초에 화나지도 않았습니다. 화풀이를 할 상대는 소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니까요.”

“고마워요. 그리고 다행이네요. 검화가 늦지 않아서.”

하려와의 이어지는 대화속에 검화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나도 모르게 반응해버렸다.

“검화?”

“그 반응을 보아하니 검화가 저를 찾아온 사실을 아직 모르시나보네요. 혈교가 제갈세가를 습격하기 몇 시진 전에 저를 찾아왔어요. 그러기 대뜸 저에게 혈교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더군요.”

“······.”

“그리고 검화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에 조금 불안했어요. 소협의 분노가 제게로 향할까 봐요.”

왜 그녀들이 함께 있었는지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다.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웠고 어느 시간이든 함께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조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려의 말에 나는 의문이 생겼다.

혈교의 침공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왜 내게 알리지 않았던 걸까?

혼자 짊어질만한 짐이 아닌 만큼 나에게 도움을 청하면 되지 않았을까?

하나 둘씩 늘어나는 의문점에 침묵을 지키던 내게 선녀스승이 손가락을 튕겼다.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어머니······.”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가서 직접 물어봐. 서로 마음도 통했으면서 뭘 그렇게 어려워하는 거야?”

“······.”

“하아. 내 아들이라 감싸고 싶지만 이런 면에서는 참 답답하네. 너무 그러면 그 아이들의 사랑이 식어버릴지도 모른다? 남자답지 못한 모습을 보는 건 사랑하는 이로서는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니까.”

쓴웃음을 머금으며 그렇게 말한 선녀스승은 내게 술병을 건네고는 술잔을 쥐었다. 그에 맞춰 술잔을 채워주고 내 잔을 채운 뒤에 하려를 보았다. 하려는 내 시선에 잠시 고민하다가 하온이 술잔을 가져오자 그것을 건네받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선녀스승은 하려와 술잔을 기울이고는 단숨에 넘기고는 재빨리 다음 잔을 요구했다. 그 요구에 응하여 계속해서 잔을 채워주던 나는 어느새 비어버린 술병을 내려놓고는 하려를 바라보았다.

선녀스승과 모녀처럼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연신 술잔을 비우던 하려는 화사해진 분위기에 취한 듯 아직 내 시선을 깨닫지 못한 듯 보였다.

하지만 하려가 내 시선을 깨달을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선녀스승과의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슬쩍 나를 본 하려는 씩 웃으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흐름을 내 쪽으로 흘려보냈다.

“그러고 보니 선녀께 이런 듬직한 아드님이 계실 줄은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듬직? 후후후! 그렇지! 이렇게 보여도 내 아들은 정말 듬직하다?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 줄 알아? 거기에 술도 담글 줄 안다?”

“그, 그건 어떤 의미로 대단하군요.”

“그렇지~ 그 노친네들도 내 아들의 요리에 반하고 술에 흠뻑 빠져서 맨날 술 달라고 난리를 친 적도 있었으니까~”

“그, 그렇군요.”

처음보다 말투가 편해진 하려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선녀스승과 어울리며 다시금 흐름을 바꿨다.

“그렇다면 자랑스러우신 아드님을 위해서라면 선녀께선 이번 혼담을 어떻게든 성사시킬 생각이신가요?”

“혼담?”

“네. 이미 남궁세가 측에서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답니다. 남궁세가의 안주인께서 이미 가문에 전령을 보냈고 답도 받았다고 하더군요. 애초에 지금 남궁세가의 중측들은 전부 제갈세가에 있어 특정 장로들에게만 소식을 전하는 형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합니다.”

“흐음······그래?”

“본인의 의사도 뚜렷하기에 남궁세가주도 포기하고 모든 일을 전부 안주인에게 떠넘겼다 하더군요.”

“······이럴 때에는 여우같이 움직이네.”

“그만큼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는 뜻 아닐까요?”

설마 그렇게까지 일이 진행됐을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나는 헛웃음음 억지로 삼키며 하려의 말에 집중했다.

하려의 말에 의하면 지금의 남궁세가의 여론은 전부 나와 남궁일지의 혼인 쪽으로 기울어진 듯 했다. 본인의 의사도 의사지만 내 뒤에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선녀스승이라는 점이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하지만 남궁세가는 정파의 명가이며 현 무림맹의 실권을 잡은 가문 중 하나였다. 그들에게는 남궁일지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선녀스승을 남궁세가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수단으로 남궁일지를 이용한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라면 그 의도를 눈치채고 그들의 뜻에 움직이는 인형처럼 연기를 하겠지

그녀는 어디까지나 나와 이어지기를 원하며 그걸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행동력도 충분했으며 무엇보다도 내 마음이 그녀에게로 조금씩 흘러간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날 들었던 말들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녀는 전생의 기억을 가진채 태어났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다른 쪽의 그녀는? 제갈미려는?

분명 신은 그녀의 새로운 모습이 제갈미려라고 했다. 그렇게 믿고 있으며 나 또한 첫 눈에 그것을 알아보았다.

기억을 간직하지 못한 채 태어났다 하더라도 그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이 가짜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선녀스승처럼 세계의 진실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볼 수 있는 눈이었다.

설마 하나의 영혼이 두 생명으로 나누어졌다는 건 아닐까?

첫 눈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은 왜였을까?

왜 남궁일지는 기억을 지니고 태어났으며 왜 제갈미려는 아무런 기억도 가지고 있지 않은 걸까?

하려의 말을 들으면서 또 다른 상상의 세계 속에 빠져 들어가던 나는 선녀스승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상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아들. 내가 말했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어머니?”

“이 자리는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아들은 가서 직접 물어봐.”

“······.”

“자. 어서.”

어느새 내 옆에 나타난 선녀스승이 내 팔을 붙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나도 이 아이랑 단 둘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까. 이쯤에서 눈치 있게 퇴장해줬으면 해~”

“······알겠습니다.”

“그래. 어서 가.”

선녀스승에게 등 떠밀려 떠나게 된 나는 황급히 제갈세가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환생연가(還生戀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사과문 +1 17.08.15 2,280 0 -
66 63화. 선전포고 +1 18.08.11 330 9 10쪽
65 62화. 또 만나다 18.07.22 297 9 13쪽
64 61화. 공방을 펼치다 +1 18.07.07 340 11 11쪽
» 60_2화. 찾아오다 18.07.01 359 10 11쪽
62 60화. 찾아오다 +1 18.06.25 392 10 8쪽
61 59화. 남궁일지의 힘 +2 18.03.11 604 10 10쪽
60 58화. 독왕 당서희 +4 18.03.02 622 10 8쪽
59 57화. 안주인이라는 이름 +1 18.01.19 707 10 8쪽
58 56화. 자신의 패로 만들다 +1 18.01.10 687 12 10쪽
57 55화. 술자리에 찾아오다 +1 18.01.03 719 14 12쪽
56 54화. 벌을 받고 눈을 뜨다 +3 17.12.31 789 16 11쪽
55 53화. 만나다 +1 17.12.20 779 12 12쪽
54 52화. 이야기하다 +1 17.12.15 787 13 11쪽
53 51화. 이야기를 나누다 +1 17.12.13 759 14 13쪽
52 50화. 자리를 떠나다 +1 17.12.01 838 16 11쪽
51 49화. 불을 지피다 17.11.26 844 18 14쪽
50 48화. 시간이 흘러가다 +1 17.11.24 879 16 13쪽
49 47화. 자리를 옮기다 +1 17.11.17 895 14 12쪽
48 46화. 첫 시험이 끝나다 +1 17.11.15 919 15 16쪽
47 45화. 큰 별이 지다 +1 17.11.12 1,071 17 14쪽
46 44화. 강림하다 +1 17.11.10 946 13 12쪽
45 43-2화. 선택을 강요받다 17.11.04 936 17 10쪽
44 43화. 선택을 강요받다 17.11.03 947 14 10쪽
43 42화. 여신이 찾아오다 17.11.01 1,032 17 12쪽
42 41화. 눈을 뜨다 17.10.31 1,005 15 11쪽
41 40화. 희망을 간직한 채 +1 17.10.28 1,155 15 13쪽
40 39화. 혈교가 찾아오다 +1 17.10.20 1,027 16 12쪽
39 38화. 검화가 찾아오다 +1 17.10.13 1,212 21 15쪽
38 37화. 재미있다 +1 17.10.01 1,166 21 10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독초쥬스'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