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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연가(還生戀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로맨스

독초쥬스
작품등록일 :
2017.02.10 00:02
최근연재일 :
2018.08.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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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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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1화. 공방을 펼치다

DUMMY

객잔에서 하후와 제갈선, 그리고 하려가 함께 있을 시각

제갈세가의 한 전각에서는 장례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난 아빠가 뭐라 해도 그 사람 곁에 있을 거라니까요?”

“뭐, 뭣이!? 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더냐!”

“그럼 뭐 어떻게 해요? 아아~ 나 벌써 사고 쳐서 그 사람 아이를 가지게 됐어요. 라고 말해야 해요!?”

“──너, 너!”

“하아. 이 이상 아빠랑 말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야.”

“또! 또! 그런 말투! 이 애비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가문의 위상에 어울리는 품위를 보이라고!”

거친 공방을 이어가는 두 사람은 바로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호와 그의 딸인 남궁일지였다. 이미 한 시진 전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공방은 끝을 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남궁호의 거친 반대에 남궁일지가 단단히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하후와 마음이 이어지고 그 기쁨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고 있던 남궁일지기에 남궁호의 반대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물론 황보월연과 몇몇 장로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남궁호가 이렇게 굳건하게 버틴다면 남궁일지도 곤란해진다. 한시라도 빨리 일을 정리하고 명실상부 하후의 약혼녀가 되고 싶은 남궁일지였지만 남궁호의 단호한 반응에 점점 화가 났고 결국 이렇게 폭발하게 되어버렸다.

“품위? 하! 언제부터 아빠가 저한테 품위 품위 거렸어요? 전 어렸을 때부터 쭉 이랬는걸요?”

“너······.”

“이게 저예요. 억지로 절 다른 사람으로 만들지 말란 말이에요!”

“······.”

“그리고 이렇게 반대만 하면 저도 생각한 수를 둘 수밖에 없어요.”

“생각한 수?”

“확 가출해버릴 거예요!”

결국 최후의 한 수를 두기로 한 남궁일지는 일그러지는 남궁호의 표정을 보고는 씩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감정 속에서 일부분을 읽어낸 남궁호는 점점 굳어지는 자신의 표정을 뒤늦게 관리하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꼭 그자여야겠느냐?”

“네. 이제 저한테는 그이가 전부에요.”

“······.”

“그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으니까요. 그이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전 저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어요.”

부모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었지만 평상시의 남궁일지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기에 남궁호는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곁에 있는 황보월연은 달랐다.

“그게 부모에게 할 말이니?”

“······에? 엄마?”

“해서는 안 될 말도 있는 거란다. 방금 전의 그 말은 취소하렴.”

“아······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했나봐요.”

“그래. 그리고 여보.”

“음?”

황보월연의 화살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남궁호의 몸이 살짝 떨렸다.

“이 이상 반대해봤자 의미 없어요. 이제는 아버지로서 딸의 행복을 위해 한 발 뒤로 물러날 때에요.”

“당신······.”

“이 아이가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던 사람이라잖아요? 다 큰딸의 선택을 저희들이 존중해주지 않으면 누가 존중해줄까요? 이미 장로님들도 대부분 일지의 뜻을 이해하시고 받아들여 주셨어요.”

“어, 어느새?”

“이런 일에는 제가 좀 빠르잖아요?”

무가의 여식이지만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이유만으로 황보세가에서 정략결혼에 이용할 인형으로밖에 취급받지 않았던 황보월연은 남궁세가에 오고 여러 자식을 낳은 뒤에 많이 바뀌었다.

그중 특히 좋아진 점은 바로 무가의 안주인으로서의 입지였다.

세 아들을 낳고 어여쁜 딸자식까지 낳은 뒤 황보월연의 입지는 단숨에 상승하였다. 거기에 똑똑한 머리로 남궁세가의 상업을 담당하며 수많은 업적을 쌓은 뒤에는 그녀의 발언권은 장로들조차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물론 지금은 뒤로 물러나 안주인으로서 최소한의 일만 하며 중요한 일은 소가주인 남궁거손과 남궁일지에게 맡겼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 남궁세가 곳곳에 닿아 있었다.

이번 남궁일지의 혼인 건도 황보월연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대부분의 장로들은 그녀를 지지해주었다. 애초에 남궁일지가 남궁세가의 틀에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몇몇 이들은 알고 있었기에 자유롭게 풀어주자는 뜻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는 선녀의 아들이다.

무신으로서의 입지도 입지지만 그 위치가 애매한 지금 남궁세가에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뜻도 있었지만 황보월연이 단호하게 그들의 의견을 무시해버린 탓에 그들은 크게 날뛰지 않고 겉으로는 황보월연의 뜻에 따르는 듯 행동했다.

그 결과

남궁세가에서 이 혼인건을 반대하는 사람은 유일하게 남궁호만 남게 되었다.

그런 남궁호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유혹하고 있었던 황보월연은 점점 격해지는 두 사람 사이의 기류를 읽고는 이제 나서서 끝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니 여보. 이제 받아들이세요. 이 아이의 성격을 잘 아는 당신이라면 알잖아요? 이 이상 간다면 이 아이가 삐뚤어진다는 것을.”

“윽!”

“아버님도 이번 일을 크게 반대하지 않으신다고 하셨어요.”

“······아버지께서?”

“네. 그러니 이쯤 하세요. 지금부터 준비해도 경쟁자에게 첫 번째 자리를 빼앗을까 말까인데 내부분열로 무너지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황보월연에게 하후와 제갈미려, 그리고 남궁일지에 대한 일을 모두 들었던 남궁호는 지금의 그 말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제갈세가측에서는 이미 제갈미려와 당소문의 혼인을 앞당기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인 제갈미려는 하후를 사랑하고 있다고 한다.

제갈미려의 아군이 없기에 반대의 의견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하후라는 요소가 앞으로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기에 하루라도 빨리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했다.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던 남궁호로서도 그 말에 공감했다. 이 반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사실과 남궁일지의 특유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때가 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남궁호는 자신의 딸인 남궁일지가 뒤로 밀려난다고 생각하자 머리에 피가 쏠렸다.

그리고 지금 황보월연에게 그 말을 다시 듣자 그때와 똑같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좋다. 내 찬성하마.”

“앗싸!”

“하지만! 순서는 확실하게 정하고 약혼을 하거라. 그 후에 혼인을 해도 좋다.”

“순서······요?”

“그래. 순서. 설마 남궁세가의 금지옥엽인 네가 후처로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겠지?”

“······.”

남궁호의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찾아온 걱정거리에 남궁일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런 남궁일지를 지켜보던 황보월연이 그 표정을 보고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 어미도 말했었잖니? 널 도와주는 조건은 단 하나뿐이라고.”

“하지만 엄마. 그 문제는······.”

“그래. 네 마음 다 안단다. 하지만 이 세상은 혼자서 살아가는 곳이 아니란다.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세상이 널 똑같이 보지는 않는단다. 그리고 어느새 그 자리가 쓸쓸해지고 상처받는 자리가 될지도 모르는데 이 어미가 널 그런 곳에 보내고 싶겠니?”

“······.”

“거기에 상대가 미려라는 걸 잊지 말렴. 미려는 이미 가문과 가문이 정한 약혼자가 있으며 아무리 본인의 마음이 중요하다지만 하후 소협이 미려를 데려가려는 이 상황은 제 삼자가 본다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불청객에 불과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돼.”

“그, 그건! 제갈세가가 억지로 혼담을 이어간 거잖아요!”

“그래서?”

“네?”

“그래서 바뀌는 게 뭐니?”

황보월연의 당당한 대답에 남궁일지의 말문이 턱 막혔다.

“제갈세가 쯤 되는 명문세가의 여식으로 태어났다면 이 정도 일은 당연한 일이란다. 특히 특정 무가 같은 경우에는 태어나기 전부터 혼담이 정해지는 경우가 태반이거늘. 왜 현실에서 눈을 돌리려고 하는 거니?”

“그, 그건.”

“다른 이들의 눈에는 네가 말한 것들이 보이지 않는단다. 오로지 결과만 보일 뿐이지. 그 결과가 네 남편이 될지도 모르는 하후 소협을 나쁘게 볼 텐데 넌 그걸 감당할 수 있겠니?”

“······.”

“그러니 우선 네 일부터 처리하렴. 아직 네 앞가림도 하지 못하는데 왜 남을 도우려 하니? 거기에 연적을 돕다니? 이 어미는 절대로 허락할 수 없어.”

“엄마. 꼭 그렇게 말해야 해요?”

“당연하지. 미려가 아무리 불쌍하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어미는 네 어미인 걸 잊지 말렴.”

냉혹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궁일지만을 생각하는 따뜻한 어미라고도 할 수 있었다. 황보월연의 악역을 자처하는 행동에 남궁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들은 어디까지나 남궁세가의 일원으로서 널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빠······.”

“미려를 생각해야 하는 사람은 우리들이 아니다. 그러니 그 말은 우리들이 아니라 제갈세가주와 대부인에게 해야 할 것이다.”

“······.”

“잊지 말거라. 남궁세가의 직계혈족이자 선택받은 넌 절대로 후처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윽······.”

“정실의 자리. 그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 이하는 언어도단! 너와의 대화는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 이후의 대화는 선녀와 해야겠다.”

“아빠!”

“딸아. 아니. 일지야. 이 아버가 벼랑 끝까지 물러났거늘. 어찌 그리 욕심만 부리는 것이냐? 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트리려 하는 것이냐? 남궁세가의 금지옥엽이면서. 정파무림에 검화라는 당당한 별호까지 얻고 그 똑똑한 머리로 가문의 상권까지 확장해 막대한 부를 쌓게 하였거늘. 왜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

“······.”

“이 이상은 언성만 높아질 뿐! 이 조건을 지킨다면 약혼식을 치루는 것을 허락하마. 이건 아비로서, 그리고 가주로서 최대한의 배려를 해준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 그자를 데리고 이 아비를 찾아오거라.”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남궁호는 남궁일지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자신의 부인의 팔을 붙잡고는 가볍게 일으켜 세웠다.

“갑시다. 부인.”

“네.”

그렇게 두 사람이 방을 나서도 혼자 남게 된 남궁일지는 주먹을 말아 쥐며 작게 속삭였다.

“하아. 이게 아닌데. 왜 이 시대의 사람들은 순서를 고집하는 걸까?”

그 작은 한숨소리에는 수많은 감정이 함께 담겨나왔고 결국 남궁일지는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뒤늦게 방을 나섰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은 유독 힘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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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화. 공방을 펼치다 +1 18.07.07 340 11 11쪽
63 60_2화. 찾아오다 18.07.01 357 10 11쪽
62 60화. 찾아오다 +1 18.06.25 392 10 8쪽
61 59화. 남궁일지의 힘 +2 18.03.11 604 10 10쪽
60 58화. 독왕 당서희 +4 18.03.02 622 10 8쪽
59 57화. 안주인이라는 이름 +1 18.01.19 707 10 8쪽
58 56화. 자신의 패로 만들다 +1 18.01.10 687 12 10쪽
57 55화. 술자리에 찾아오다 +1 18.01.03 719 14 12쪽
56 54화. 벌을 받고 눈을 뜨다 +3 17.12.31 789 16 11쪽
55 53화. 만나다 +1 17.12.20 779 12 12쪽
54 52화. 이야기하다 +1 17.12.15 787 13 11쪽
53 51화. 이야기를 나누다 +1 17.12.13 759 14 13쪽
52 50화. 자리를 떠나다 +1 17.12.01 838 16 11쪽
51 49화. 불을 지피다 17.11.26 844 1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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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4화. 강림하다 +1 17.11.10 94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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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여신이 찾아오다 17.11.01 1,032 17 12쪽
42 41화. 눈을 뜨다 17.10.31 1,005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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