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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연가(還生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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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초쥬스
작품등록일 :
2017.02.10 00:02
최근연재일 :
2018.08.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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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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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선전포고

DUMMY

오랜만에 지팡이를 쥐고 방을 나섰다. 내려가는 계단까지 천천히 움직여 밖과 이어진 문 앞에 선 나는 깊게 숨을 내쉬고는 눈을 감았고 열고 싶지 않은 문을 향해 억지로 손을 움직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아가씨!”

“······연아.”

내 품에 안겨 오는 따뜻한 느낌

지금껏 단 한 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었던 연이와 떨어져 생활한 후 처음 만난 연이는 내 품에 안기자마자 흐느적거렸다.

“흐흑! 아가씨 어디 아프신 곳 없으세요? 밥은 잘 드셨어요? 잠은요?”

“······너무 한 번에 물어보는 거 아니야?”

“그만큼 걱정했다는 거예요! 최소한 절 부르셨어야죠! 아가씨와 떨어진 시간 동안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미안.”

“아무튼 이곳에서 이러지 말고 가주님께 같이 가요!”

“······가주님?”

“네! 아가씨를 얼마나 걱정하시는데요!”

“나를······걱정하신다고?”

연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의 아버지. 아니 제갈세가주에게 있어 나는 물건에 불과했다. 그런 물건인 나를 걱정한다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부모로서의 정이 아직 남아있는 걸까?

“네! 일단 노야의 장례식에 참가하셔야 해요. 많이 늦긴 했지만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고 계시니 얼굴이라도 비추 셔야하지 않겠어요?”

“으, 응.”

“아가씨 옷은 제가 방에 준비해뒀어요. 빨리 가야 해요!”

“응.”

연이에게 이끌려 강제로 내 방이 있는 전각으로 향한 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강제로 옷이 벗겨지고 상복으로 입혀졌다. 그 누구보다도 먼저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곁을 지킨 나는 정말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멀리 떠나보내야 한다는 현실에 우울해졌다.

하지만 계속 우울해할 수는 없었다.

선녀님과 그이, 그리고 일지와 떨어진 나는 사방이 적인 전장에서 혼자 싸워야 한다. 그리고 애초에 선녀님과 그이에게 기댈 생각이 없었다.

나 혼자 싸울 수 없다면 애초에 이 싸움에 희망은 없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연이의 도움을 받아 깔끔하게 몸을 단정한 나는 방을 나서 가주전으로 향했다.

가주전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날 이후 선녀님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던 나는 그들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겠지

그런 그들을 스쳐 지나가 가주전에 도달한 나와 연이는 가장 먼저 가주님과 대부인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왔느냐?”

“네.”

가주님과의 대화는 이게 끝이었다. 그리고 자리를 지키며 찾아오는 분들에게 가볍게 인사하는 것을 반복하고 나니 순식간에 노야의 장례식이 끝이 났다.

그 후 나는 선녀님의 거처가 아닌 내 방에서 지내게 되었다.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굳이 남의 눈에 안 좋게 보이는 행동을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렇게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던 내게 연이가 찾아와 청천벽력과 다름없는 말일 했다.

“아, 아가씨! 지금 독왕(毒王)께서 이곳에 오고 계신데요!”

“도, 독왕께서?”

독왕

당가의 대장로로 모르는 이가 없는 독공의 최강인이라 불리는 그분께서 오신다는 말에 내 몸에 남아있던 힘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그런 날 부축해준 연이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아가씨 괜찮으세요?” 라고 따뜻하게 나를 감싸줬다.

“응. 괜찮아.”

“이제는 정말 떠나셔야 하는 거네요······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가 가는 곳이 어디든 제가 옆에 있을 테니까요!”

“······고마워.”

연이의 위로에도 나는 힘이 나지 않았다.

최악의 순간

독왕이라는 거물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이곳을 찾아올 리가 없다. 하물며 그 가문이 당가라면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나와 당소문의 혼담을 완벽하게 정리하기 위해 가문의 큰 어른이 직접 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이 혼담을 막을 수 있을까?

이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곳까지 와버린 내게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버리는 내 머리를 부여잡고 싶었다. 하지만 옆에 바로 연이가 있다는 것에 나는 주먹을 말아 쥐는 것으로 참았다.

“아가씨?”

그런 내가 이상하게 보이는 건지 연이가 다시금 내게 말을 건넸다.

“연아. 독왕 어르신과 또 어떤 분이 오신데?”

“으음······당가의 장로님이라는 것 외에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장로?”

“네! 아마도 독왕 어르신의 보좌로 오시는 분이 아닐까요?”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보고 싶었지만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희망의 희자 조차 느낄 수 없는 대답뿐이었다.

그렇게 끊어진 대화의 흐름 속에서 조용히 고민에 잠겨있던 나를 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응.”

내 허락에 문이 열리고 내 동생인 무종이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어머니가 누님을 데려오라 하셨습니다.”

“······그래?”

확인사살처럼 들려오는 무종이의 대답에 나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연이에게 손을 건넸다.

“가자.”

“네. 아가씨.”

연이의 도움을 받아 움직이려던 나를 무종이가 불러 세웠다.

“누님.”

“응?”

“누님은 이 혼인을 받아들이신 겁니까?”

“······그걸 왜 묻는 거야?”

“누님은 호령공······아니. 하후 소협을 좋아하시는 것 아닙니까?”

무종이의 날카로운 지적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적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괴로웠다.

“너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야.”

이 이상 이어질 대화의 흐름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갈 것 같아 먼저 말을 잘랐다. 하지만 내 의도를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오늘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대답에 나는 거칠게 반응을 보였다.

“필요 없어.”

“누님!”

“대부인······아니. 어머니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야. 애초에 네가 끼어들 일도 아니고. 가문의 안주인인 어머니가 정하신 일에 소가주인 네가 끼어드는 건 남들 눈에 좋게 보이지 않을 거야.”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애초에!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그러니 여기까지 하자.”

“하지만 누님!”

“어머니의 지지를 받는 네가 날 감싸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 이 이상 끼어들지 마!”

언성을 높인 나는 그대로 연이와 함께 방을 나섰다. 무종이가 뒤를 쫓아오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춰선 곳에서 숨을 헐떡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복잡하게 꼬여버린 일을 풀어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결국 무종이와 어긋난 대화로 끝이 나버리고 무겁게 가라앉은 마음을 달랠수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난 어머니가 기다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무거워서 주저앉아버릴 것 같은 두 다리를 억지로 떼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서 나는 결심한 것을 또 결심하며 마음을 굳건하게 다졌다.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몰렸다면 평소에 하고 싶었던 반항을 해보자고

그 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알고 있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포기해버리기에는 지금의 이 마음의 가치가 너무 높아져 버린 상황이다.

그를 사랑하는 이 마음

하후라는 이름의 남자에게 끌리는 이 현상

운명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나날들

시궁창으로 빠져드는 나를 몇 번이나 끄집어 준 영웅

이미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기에는 그에게 허락한 마음이 너무 컸다.

그리고 나를 물건 취급하는 그에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집가지 않으리라

그렇게 몇 번이고 되새기며 다짐하던 나는 어느새 대부인이 있는 전각에 도착해버리고 말았다. 여전히 내 옆에는 연이가 있어 몸을 돌려 슬쩍 눈을 떴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화려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수수한 삼 층 높이의 전각이 눈에 보였다.

대부인의 집무실과 방이 모여 있는 이곳을 오랜만에 오게 된 나는 숨을 깊게 내쉬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아가씨?”

“이제부터 나 혼자 갈게.”

“네? 하지만 아가씨. 마님의 집무실이 어디이신지 잘 모르시잖아요?”

“괜찮아.”

연이의 손을 놓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내게 끝까지 붙으려는 연이에게 “정말 괜찮으니까. 여기서 기다려줘.” 라고 딱 잘라 말한 뒤에 끝내 연이를 떨어트려 놓았다.

그리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전각의 입구에 선 뒤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새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살아계실 적의 때와 지금은 전혀 다른 곳이 되어버린 낯선 이곳에 발을 들인 나는 아무도 없는 복도를 다리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갔다.

보이지 않는 다 해도 내 몸은 이 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복도의 끝에 도달한 나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두 시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두 시녀가 놀란 듯 크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눈을 뜬 사실이 그렇게 놀랄 일일까?

두 시녀가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시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나 스스로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

방 안에 들어온 나를 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대부인. 남궁후연

그런 남궁후연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그래.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냐는 질문은 생략하기로 하고 곧 있으면 당가에서 귀한 분이 오시니 그 시간에 맞춰 몸단장을 철저히 하렴.”

“그 일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 있어요.”

“······눈을 뜬 것도 그렇고 그 표정도 그렇고. 마치 나와 싸우기 위해서 온 무인 같네?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뭐니?”

내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남궁후연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였다.

“전 이 혼인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 선전포고와 함께 나와 남궁후연의 사이에 기이한 기류가 생겨났다.


작가의말

이런 저런 일들이 한번에 몰려와서 연재가 늦어졌습니다.

근 한달만의 복귀네요.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기다리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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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화. 선전포고 +1 18.08.11 374 9 10쪽
65 62화. 또 만나다 18.07.22 317 9 13쪽
64 61화. 공방을 펼치다 +1 18.07.07 367 11 11쪽
63 60_2화. 찾아오다 18.07.01 387 10 11쪽
62 60화. 찾아오다 +1 18.06.25 446 10 8쪽
61 59화. 남궁일지의 힘 +2 18.03.11 633 10 10쪽
60 58화. 독왕 당서희 +4 18.03.02 642 10 8쪽
59 57화. 안주인이라는 이름 +1 18.01.19 743 10 8쪽
58 56화. 자신의 패로 만들다 +1 18.01.10 721 12 10쪽
57 55화. 술자리에 찾아오다 +1 18.01.03 750 14 12쪽
56 54화. 벌을 받고 눈을 뜨다 +3 17.12.31 837 16 11쪽
55 53화. 만나다 +1 17.12.20 819 12 12쪽
54 52화. 이야기하다 +1 17.12.15 828 13 11쪽
53 51화. 이야기를 나누다 +1 17.12.13 785 14 13쪽
52 50화. 자리를 떠나다 +1 17.12.01 862 16 11쪽
51 49화. 불을 지피다 17.11.26 880 18 14쪽
50 48화. 시간이 흘러가다 +1 17.11.24 899 16 13쪽
49 47화. 자리를 옮기다 +1 17.11.17 949 14 12쪽
48 46화. 첫 시험이 끝나다 +1 17.11.15 962 15 16쪽
47 45화. 큰 별이 지다 +1 17.11.12 1,104 17 14쪽
46 44화. 강림하다 +1 17.11.10 973 14 12쪽
45 43-2화. 선택을 강요받다 17.11.04 979 18 10쪽
44 43화. 선택을 강요받다 17.11.03 968 14 10쪽
43 42화. 여신이 찾아오다 17.11.01 1,054 18 12쪽
42 41화. 눈을 뜨다 17.10.31 1,050 16 11쪽
41 40화. 희망을 간직한 채 +1 17.10.28 1,177 16 13쪽
40 39화. 혈교가 찾아오다 +1 17.10.20 1,064 17 12쪽
39 38화. 검화가 찾아오다 +1 17.10.13 1,263 22 15쪽
38 37화. 재미있다 +1 17.10.01 1,199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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