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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이너리티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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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남양군
작품등록일 :
2017.02.26 21:49
최근연재일 :
2017.03.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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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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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나는 장고다1

DUMMY

<프롤로그>


레드 문은 예고 없이 나타났다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익숙했던 것은 이제는 익숙하지 않았다. 생소한 것들이 익숙함으로 다가섰다. 볼텍스 게이트, 중첩 공간, 에멀론 포스, 어뎁투스···. 이런 것 말이다.

그리고······.

잊혔던 것, 사라졌던 것, 잠들었던 것이 나타났다. 인류는 이들을 융가르포사이라 불렀다. 근원적 공포라는 의미다.


도를 아는 분들은 선천세계의 진인을 따르라 했고, 열성적인 교회 분들은 심판의 날이 왔으니 그분을 영접하라 했다.

중2병 초기 환자는 인베이전과 마계를 반겼고, 말기 환자는 영혼 수거자를 영접하러 단체로 시베리아 여행을 떠났다.


그래서 나라가 망하고 세상이 뒤집혔느냐고?

뭔 질 나쁜 농담을 그렇게 하나.

농부가 밭을 갈면 개미와 땅강아지는 하늘이 무너졌다고 호들갑을 떨잖아.

아마겟돈 따위는 별거 아니란 소리지.

전생에 동네 하나쯤 구해본 놈, 초월적 객기로 무장한 아재가 한둘이겠어.

정말 중요한 건 먹고사는 일이야.


마이너리티를 위한 세상은 없다. 인간의 삶은 짧고 외롭고 가련하고 잔인하다. 선악은 구분할 수 없고, 정의와 불의의 경계도 모호하다. 지평선에 오아시스 야자나무 그림자가 보일 즈음에 목말라 죽는 것이 인생이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이 파랑이든 빨갱이든 중한 것은 먹고 사는 일이다. 밥벌이는 장엄한 과업이다. 인간답게 우아한 삶을 살려면 본인이 먹은 밥값은 본인이 내야 한다.


짚신벌레는 짚신벌레의 세계가 있고, 인간은 인간의 세계가 있다. 80억 인간은 각자의 세계가 있고, 각자의 공간과 시간이 있다. 이 글을 읽는 순간부터 당신의 시간이 흘러간다.

.

.

.

.

.

[1권 나는 장고다.]



<내가 누구지?>



쿠웅-

전조 지진에 이어 둔탁한 울림이 난카이 트로프(해저협곡)를 흔들었다. 진앙지는 시즈오카 현에서 52km 떨어진 미나미이즈초 앞바다 해저 2,000m, 강도는 리히터 규모 9.1이었다. 일본이 두려워하는 도카이 대지진이다.


엉덩이를 걷어차인 쓰루가 만이 벌떡 일어났다. 쓰나미의 속도와 높이는 지진 규모와 진앙지 수심에 비례한다. 불행히 쓰루가 만은 수심이 깊기로 유명하다. 거대한 물덩이가 시속 800km 속도로 치달렸다.


8분 후, 45m 높이의 처오름(run up)이 시즈오카 해안을 덮쳤다.


콰르르르-

시즈오카를 삼킨 메가 쓰나미가 내륙으로 치달렸다. 동해도 신칸센과 하마오카 원전을 삼킨 바닷물이 내륙 30km까지 밀고 들어갔다. 나고야-시즈오카-요코하마-도쿄를 잇는 축이 한순간에 초토화되었다.


지진 공포에 시달려온 일본은 일찍이 홋카이도에서 가고시마까지 5,700km 해안을 따라 광케이블을 설치하고 수많은 지진 관측 장비를 연결했다. 쓰나미 경보를 몇십 초라도 앞당기려는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피땀 흘려 설치한 예측 장비와 시스템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일본 기상청이 2분 전에 대지진을 예보하고 쓰나미 경보를 울렸지만···. 10분이란 짧은 시간에 뭘 할 수 있겠는가?


피해는 괴멸적이었다. 2011년에 발생한 도호쿠 대지진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사망 및 실종 18만 명, 직접적인 재산피해액 8조엔, 경제적 피해 40조엔, 게다가 주부와 간토 해안이 침강하고,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의 6개 원자로가 멜트 다운에 들어갔다.

일본이 한순간에 넋을 잃었고, 한국은 다른 의미에서 패닉에 빠졌다.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커다란 땅덩이가 불쑥 솟았다.

.

.

.

도쿄에서 230km 떨어진 이즈 제도의 막내 미쿠라 섬 지하 150m,

초국가 조직 아포칼립스가 운영하는 ‘극한 유전자 조절 및 해양 유전자 신기능 발굴 개발국’이란 긴 이름의 비밀 연구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암반을 통째로 들어내고 구축한 거대한 시설물도 포효하는 지구의 분노에는 무력했다. 본진이 쪼개놓은 지각을 여진이 벌렸다.

쿠드드드-

압력을 감당하지 못한 금속 벽체가 짜부라졌다. 갈라진 틈으로 바닷물이 소방호스 분사하듯 뿜어졌다. 인공지능이 즉각 배수펌프를 가동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애앵 애앵-

[경고, 현재 침수 진행률 3%, 침수 속도 초당 13% 증가]

애애앵 애애앵-

[경고, 현재 침수 진행률 5%, 침수속도 초당 20% 증가]

앵앵앵

[배수펌프 효율 30% 감소. 침수율 10%, 퇴출 권고]

사이렌과 경고음이 점점 급박해졌다.


“저놈의 망할 컴퓨터를 당장 박살 내라고.”

금발 중년인이 울부짖었다. 작센 두바이, 아포칼립스의 파이몬 프로젝트 책임자로 중급 미노르다. 인간의 한계를 까마득히 벗어난 능력자도 자연의 행패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콰앙-

말이 씨가 된 듯 굉음이 울리고 사이렌과 건조한 기계 경고음이 뚝 그쳤다. 시설을 통제하는 인공지능이 망가졌다는 의미다.

쏴아아- 쿠르릉-

내부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들여놓은 듯 엄청난 물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짜증 나는 소음이 사라진 대신 공포가 조류 인플루엔자처럼 번졌다.


“난 처음부터 이딴 소꿉장난이 싫었어. 내가 왜 멍청한 웃대가리가 싸지른 똥을 덮어써야 하느냐고. 이딴 게 뭔 소용이야. 다 뒈져버려.”

두바이가 챙기던 서류를 팽개쳤다. 30년 세월과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프로젝트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광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스터, 소리 지를 때가 아닙니다. 비상탈출정이 준비되었습니다.”

회색곰을 방불케 하는 거한이 재촉했다. A급 워리어 히크마다.

“히크마, 도카이 지진은 예정된 재난이잖아. 이건 에단이 나를 제거하려고 꾸민 음모야. 그렇지?”

두바이가 뜬금포를 내질렀다. 에단은 아이슬란드 요쿨살론 호수 유빙에서 파이몬 생체조직을 발견한 장본인이자 자신을 이곳 원숭이 섬 지하에 처박은 망할 인간이다.

“마스터, 헛소리할 시간에 거추장스러운 코트부터 벗으시죠.”

히크마가 헛소리를 깔끔하게 씹고 드라이 슈트와 내피를 내밀었다.

“코트를 꼭 벗어야 해?”

두바이가 울상을 지었다.

“태평양 심해에서 트렌치코트를 입고 무게 잡을 겁니까? 봐줄 놈은 해파리와 오징어밖에 없습니다.”

히크마가 국어책을 읽듯이 또박또박 말했다.

“에이 씨, 재미없는 놈!”

두바이가 피처럼 붉은 싱글 트렌치코트를 벗어 던졌다. 껍질이 벗겨지는 기분이지만, 드라이 슈트를 입으려면 벗을 수밖에 없다.

“반지, 목걸이, 귀걸이도 빼시죠. 슈트가 찢어지면~”

“나도 안다. 안다고.”

두바이가 내피를 입고 몸부림치듯이 드라이 슈트에 몸을 욱여넣었다.


“생각보다 잘하시네요.”

히크마가 자크를 채우고 배기밸브를 눌렀다. 내부에 차있던 공기가 쉭하고 빠졌다.

“네놈의 불량한 생각 따위는 관심 없어.”

삐친 두바이가 말꼬리를 잡았다.

“네 네. 그러시겠죠. 하인 놈 생각 따위야 별것 아닙죠.”

조울증 초기증상을 보이는 상관의 넉장거리에 일일이 대꾸하다간 수장될 판이다. 히크마가 성의 없이 대꾸하고 생존 키트와 예비 산소통을 부착했다.


“난 어뎁투스야. 이딴 장비가 왜 필요하냐고?”

두바이가 어린애처럼 떼를 썼다.

“하아, 철 좀 드십시오. 지구가 미쳤는데 중급 미노르가 대숩니까. 1억 년 뒤에 화석으로 발굴되고 싶어요? 쓰나미에 휩쓸려서 2,000m 해저에 처박히고 싶어요?”

“아 그 새끼, 엄청 겁주네.”

두바이가 투덜대며 외피 장갑을 꼈다.


“진짜 겁주는 놈은 저기 있네요.”

히크마가 챔버 바닥에 고인 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뎁투스의 눈은 일반인과 다르다. 미세한 녹색 반사광을 잡아냈다.

“원자로가 깨졌군.”

두바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마도요. 몰록이 방사능에 노출되면···.”

“잽이 좋아하는 고질라가 쏟아져 나올지도 모르지. 고질라떼가 박살 난 간토와 주부에 상륙하면 가관일 거야. 크크크”

“웃을 때가 아닙니다.”

히크마가 정색했다. 고질라 드립이 농담만은 아니다. 안 그래도 몰록은 게놈이 불안정하다. 방사능 샤워를 했을 때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 울까?”

“여유는 잠수정에 탑승한 다음에 부리시죠.”

“에이, 빡빡한 놈! 몇 개체나 남아있지?”

“1,200개체쯤 될 겁니다.”

“많기도 하다. 얼마나 빼낼 수 있나?”

“어뎁투스와 가드, 연구원이 탈 잠수정도 부족합니다. 가드와 연구원 전원을 포기하면 300개체는 건질 수 있습니다.”

“안 돼. 신뢰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두바이가 정색했다.

“후~ 청문회에 불려갈 텐데요.”

히크마가 긴 한숨을 쉬었다.

“토 달지 마라. 어차피 쓰레기잖아. 몽땅 지워버려.”

두바이가 딱 잘랐다.

“그러죠.”

히크마가 씩 웃었다. 주인은 편집증이 있고 속이 좁지만, 어뎁투스답지 않게 인간적이다. 이래서 주인을 따른다.


“야, 사타닌에 넘길 자료는 잘 챙겨둬. 왕창 망했는데 돈이라도 챙겨야지.”

“스톰은 어떻게 할까요?”

“통제할 수 있나?”

“지금까진 문제없습니다.”

“그럼 당연히 넘겨줘야지. 10억 불이 애 이름이냐.”

“그 그렇죠!”

돈에 집착하는 성격도 어뎁투스답지 않게 인간적이다. 히크마가 고개를 주억거리고 비상 무전기를 들었다.


“비상 엘리베이터를 가동하라. 주조종실 오퍼레이터를 제외한 인원은 퇴출하라. 20분 후 VX를 살포한다. 보안팀은 격벽 차단하고 모든 장수정을 동원하라. 즉각 퇴출하라.”

실험동이 정신없이 바빠졌다.



열 평 남짓한 챔버,

진동이 멈췄다.

침대 밑에서 깡마른 소년이 기어 나왔다.

검은 머리카락과 푸른색에 가까운 눈동자, 앞뒤로 긴 두상, 돌출된 안와골, 쭉 찢어진 눈꼬리, 두툼한 입술···. 언 듯 보면 동양인이고 자세히 보면 다른 피가 섞였다.

특이하게 왼쪽 관자놀이에 흐릿한 회오리 문양이 있다. 문신이나 낙인이 아니라 선천적인 스폿이다. 아마도 스톰이란 별칭이 문양에서 비롯되었나 보다.


뜨드드드-

리벳이 툭툭 튕겨 나오고 금속 벽이 벌어졌다. 벽틈으로 물이 스며들었다. 번들거리는 눈이 젖은 벽을 노려보았다. 뭔가 큰일이 벌어졌다.

벽에 혀끝을 살짝 대고 성분을 분석했다. 염소, 나트륨, 산화황, 마그네슘···. 바닷물이다.

‘뭐지?’

야수적 생존 본능이 상황을 분석했다. 챔버가 정신없이 흔들리더니 깨졌다. 바닷물이 스며들고 바깥은 혼란스럽다. 개자식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의미다.

벽에 귀를 붙였다.

쿠워워워-

다다다다-

쿠릉 쿠릉-

괴성과 복도를 달리는 구둣발 소리, 기계를 작동하는 소리, 아우성이 아스라이 들렸다. 예민한 귀가 소음 속에서 익숙한 발걸음을 가려냈다. 둔탁한 발걸음과 스치듯이 걷는 발걸음, 담당 연구원과 가드다.


찬스!

링거병을 깨뜨리고 줄을 잡아 뜯었다. 유리조각으로 팔목을 살짝 그었다. 피 묻은 유리조각을 입속에 넣고, 양쪽 쇄골에 한 개씩 꽂아넣었다. 상처는 곧바로 아물었다.

‘가드가 왼손잡이였지.“

링거줄을 두 겹으로 겹쳐쥐고 슬라이딩 도어 왼쪽에 붙어섰다. 젤라토르는 어뎁투스로 각성하지 못한 능력자다. 정면으로 붙었다간 한 방에 피 박살 난다. 미세한 틈이라도 얻으려면 주의력을 돌려놓아야 한다.


지잉-

문이 열렸다. 검은 전투복을 착용한 건장한 남자와 흰 가운을 입은 중년 남자가 들어섰다. 전투복은 젤라토르 가드, 흰 가운은 평범한 연구원이다.

“스톰, 여행갈~ 어!”

텅 빈 침대를 확인한 가드가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톰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예상한 대로다.

검은 그림자가 연구원의 등에 유령처럼 달라붙었다. 링거줄이 휘릭 하고 목에 감겼다.

“헉!”

윙-

손바닥이 공기를 갈랐다. 기습당한 연구원의 헛바람보다 가드의 움직임이 빨랐다.

스톰이 다리로 연구원의 가슴을 단단히 감고 상체를 휙 젖혔다. 부족한 근력을 중력으로 채웠다.

“컥!”

연구원이 몸부림쳤다.

‘교활한 새끼,’

헛손질한 가드가 이를 갈았다.

“어리석은 짓 하지 마라. 너를 지옥에서 빼내려고 왔다.”

머리통을 부숴버리고 싶지만, 스톰은 마스터가 챙기는 특별한 실험체다. 설득해서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

“지옥은 네놈들이 있는 세상이거든.”

스톰은 끄떡도 않았다.

“멍청한 놈!”

가드가 차마 때리지는 못하고 손을 떼어내려고 바짝 접근했다.


작가의말

남양군입니다.

부족한 내공을 채우느라 오랫동안 문우님들을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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