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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이너리티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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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남양군
작품등록일 :
2017.02.26 21:49
최근연재일 :
2017.03.11 12:58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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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44
추천수 :
1,062
글자수 :
78,189

작성
17.02.2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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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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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글자
13쪽

나는 장고다2

DUMMY

풋-

스톰이 입바람을 불었다. 천하의 젤라토르도 바로 눈앞에서 날아드는 투명한 유리조각을 피하지 못했다.

“아악!”

가드가 눈을 감싸고 주춤주춤 물러났다.

“비 비겁한~”

말끝을 맺지 못하고 벌떡 넘어갔다. 혀가 말려들어 가고, 동공이 풀리고, 경련하던 사지가 축 늘어졌다. 찰나에 벌어진 사건이다.


“젤라토르도 죽네. 애완견에 물어뜯긴 기분이 어때? 크크크!”

스톰이 악귀처럼 웃었다. 강함과 비겁함은 아무런 관계없다. 살아남은 놈이 강한 놈이다.


“컥컥, 살-려-줘!”

연구원은 저항을 포기했다. 가드를 단번에 죽여버린 놈이다. 어리다고 띄엄띄엄 볼 상대가 아니다.

“일단은 살려주지. 넌 그냥 미끼였거든.”

스톰이 목을 죄던 링거줄을 풀어주고 등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이 이럴 수가!”

연구원은 시체가 된 가드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가드는 전투를 위한 존재, 방심 따윈 없다. 이건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따위의 비유가 통하지 않는 사건이다.

그러니까 이놈은 처음부터 가드를 노리고 자신을 공격했다. 냉정한 준비, 교활한 심기, 전력을 다한 공격···. 이놈은 어린 프레데터다. 코끼리와 들소가 힘이 약해서 사자에게 잡아먹히던가!


“설명해 봐.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지?”

한 점 온기 없는 건조한 음성이 고막을 울렸다. 연구원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이런 짓을 벌이지?”

“살려고!”

연구원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뭐 이런 놈이 있나. 탈출을 도우러 온 놈을 죽여놓고 살려고 그랬다니···.


“넌 실수하는 거야. 나는 너를 도우러 왔단 말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물었다.”

빤히 쳐다보는 눈동자가 얼음처럼 차갑다.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웽웽 울렸다.

“대지진이 터졌다. 긴급 퇴출 중이다.”

연구원은 단 두 줄로 정보를 전달했다. 머뭇거리다간 VX 가스에 질식사한다.

“이곳은 바다 밑인가?”

스톰이 굵어진 물줄기를 가리켰다. 아까보다 물줄기가 강해졌다.

“그렇다. 해저 100m다.”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리한 놈이다.

“저건 뭐지?”

스톰이 나뒹구는 번들을 가리켰다.

“네가 사용할 드라이 슈트와 구명 키트다.”

“열어봐.”

연구원이 자크를 열고 내용물을 꺼냈다. 오렌지색 비상용 드라이 슈트, 나이프, 랜턴, 시레이션, 물, 자외선 차단제······. 표류 시 필요한 물품이 줄줄이 나왔다.


“드라이 슈트를 입으면 체온을 두 시간 유지할 수 있다. 너는 RBM3 단백질과 서바이빈 유전자 보유자다. 삼박사일을 견딜 수 있을 거다.”

연구원은 묻지도 않은 설명을 첨부했다. 오랫동안 스톰을 가르쳐온 관성이다.


“입혀라.”

복잡한 모양새가 혼자 입기엔 글렀다. 몸을 끼워 넣는 중에 공격당할 수도 있고.

“그러지.”

연구원은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본래 놈에게 입히려고 가져온 아이템이다.

“스톰, 나와 함께해야 탈출정을 탈 수 있다.”

“왜 그래야 하지?”

“여긴 해저 150m라고. 용케 기지를 빠져나가도 수심이 200m란 말이야. 드라이 슈트를 입어도 탈출정 없이는 절대 못 빠져나간다.”

“폐기를 겁내며 실험물로 살다가 죽으라고?”

스톰이 비죽이 웃었다.

“아니다. 너는 성공작이다. 폐기물 따위완 격이 다른 존재다.”

연구원은 필사적이었다. 지원 신호를 보내도 답이 없다. 통신 시스템이 망가졌거나 이미 VX를 살포했을 수도 있다. 죽음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애완견으로 사느니 배고픈 늑대로 살겠어.”

스톰이 목을 훑었다. 쇄골에 박아두었던 유리조각이 손에 잡혔다. 망설임 없이 연구원의 목에 박았다.

“큭!”

연구원이 목을 움켜쥐고 스톰을 노려보았다. 신경 신호가 끊어지고 근섬유가 말려들어 갔다. 체온이 60℃로 급상승하고 뇌가 두부처럼 뭉그러졌다.

“나쁜 놈~”

말을 끝내지 못하고 빈 부댓자루처럼 풀썩 쓰러졌다. 눈동자가 뒤집히고 입과 코에서 거품이 쏟아져 나왔다. 경련이 멎었다.


“웃기는 놈이네. 네놈은 백 명도 넘게 죽였고 난 겨우 두 놈을 죽였어. 나쁜 놈은 너야.”

퍽-

시체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사람을 죽였다는 자책감 따위는 없다. 이놈은 적으로 인식된 순간 말살 대상이었다.

“장비는 고맙게 쓸게.”

구명 키트를 허벅지에 묶고 나이프를 팔뚝에 묶었다. 처음부터 죽든 살든 자력 탈출할 작정이었다. 늑대는 어릴 때부터 목줄을 묶어 키워도 황야를 갈망한다. 개와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펑-

벽체 패널이 터졌다.

쏴아아-

바닷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열 평 남짓한 챔버는 순식간에 침수되었다. 온갖 잡동사니가 휩쓸려 들어왔다. 시체, 사체(인간 외의 시체), 각종 바다 생물, 실험 기구···.

슬라이딩 도어가 우지끈하고 비틀렸다. 챔버를 채운 물이 거세게 회랑으로 빨려 나갔다. 스톰은 어어 하는 사이에 물살에 휩쓸렸다.


“큭큭큭!”

웃음이 나왔다. 그토록 자유를 갈망했는데···. 이토록 쉽게 자유를 얻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쿠웅-

묵직한 울림, 바닥이 쩍 갈라졌다. 지각 안쪽에서 시뻘건 용암이 쏟아져나왔다. 바닷물이 소용돌이치고 매캐한 황산 가스 냄새가 확 퍼졌다.

부그르르-

순간 살을 태울 듯이 뜨거운 거품이 덮쳤다. 통구이가 되나 보다···. 죽음을 예감하는 순간 급팽창한 거품이 무지막지한 힘으로 밀어 올렸다.

쑤악-

반쯤 정신을 잃은 스톰이 수면 밖으로 튀어나왔다. 인간 어뢰가 따로 없다.

퍼엉-

십여 미터를 솟구쳤다가 수면에 내리꽂혔다.

“커헉!”

충격이 정신을 깨웠다. 고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이게 뭐야?”

거대한 물벽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바깥세상이 원래 이렇게 험악했나? 지식과 즉물의 갭이 너무 컸다. 아니 한가롭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

퍼억-

거센 파도가 몽둥이인 양 후려쳐서 물속에 처박았다. 뼈가 산산이 조각나고 근육이 가닥가닥 끊어진 듯 고통스러웠다. 통증이 반가웠다. 살았다는 증거니까.


손발을 휘저어서 수면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우르르-

까마득한 높이의 물벽이 들이닥쳤다. 엄청난 숫자의 흉기를 품은 쓰나미 재파다.

“허억!”

비명이 절로 터졌다. 시속 수백 킬로 속도로 돌진하는 물체는 그 자체로 어마무시한 흉기다. 생각할 틈도 없이 머리를 물속에 처박았다.

다시 머리를 내밀었을 때는 부서지고 깨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크고 작은 어선, 해안 시설물, 건물 잔해, 육지의 각종 구조물······. 수면이 부유물로 뒤덮였다. 쓰나미에 실려 온 흉기의 정체다.


미쳐 날뛰는 바다는 그렇다 치고 문제는 쉼 없이 달려드는 부유물이었다. 정신없이 얻어맞고 물속에 처박히기 수십 번, 정신이 몽롱해졌다. 이젠 죽나보다 할 때 뭔가 다리를 꽉 물었다. 반사적으로 사정없이 걷어찼다.

오징어, 문어, 대왕조개, 상어···. 바다 생물 목록이 주르륵 스쳐 갔다. 놈이 떨어지기는커녕 허리를 덥석 안았다.


“헙!”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면에 너풀대는 검은 머리카락, 문어나 오징어가 아니다. 덥석 움켜잡고 끌어올렸다. 물귀신이란 개념을 알지 못했기에 놀랄 일도 없다.

“컥컥, 살려줘!”

자신과 비슷한, 아직 덜 자란 인간이다. 아니면 원래 왜소한 인간이거나.

“넌 뭐야?”

“나? 나는 몰록 2017호!”

인간이 헐떡거렸다. 청색증, 시퍼렇게 질린 꼴이 곧 죽을 놈이다.

“아쿠아 폐기물?”

“맞다.”

2017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험체 중에 성공작은 콜네임을 받고, 실패작은 그냥 번호로 불린다. 몰록은 수중 생물 유전자 실험체에 붙는 명칭이다. 어쨌든 자신과 동류라는 소리다.

‘죽일까? 그냥 버릴까?’

잠시 선택장애에 빠졌다.

퉁-

묵직한 물체가 뒤통수를 때렸다. 1인용 FRP 구명정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그냥 안다. 머리에 정보가 들어있으니까.


스톰은 아무런 생각 없이 2017호를 번쩍 들어서 구명정에 밀어 넣었다.

“왜 이러는 거냐?”

2017호의 눈이 커졌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혼란을 불렀다.

“살려고 기어 나왔잖아. 꼭 살아라.”

“넌 누구냐?”

호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 아니 호의라는 개념도 모른다. 뭔가 울컥한 기분이다.

“알아서 뭐하게?”

“그냥!”

“새꺄, 살아남기나 해.”

“너는 어쩌고?”

“좋은 옷 입었잖아.”

스톰이 드라이 슈트를 툭툭 쳤다.

“야 야, 인마!”

악다구니를 무시하고 뚜껑을 쾅 닫았다. 거센 파도가 순식간에 FRP 구명정을 끌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시파, 내가 미쳤나 봐.”

언제 머리통이 박살 나고 몸뚱이가 찢어질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다. 생존율을 대폭 높일 기회를 왜 버렸을까? 반문해봐도 답이 없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랬다.


콰우우-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시커먼 물체가 눈앞에 들이닥쳤다. 쓰나미에 밀려온 대형 다랑어잡이 어선이다. 피하기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수박처럼 터지는 머리가 그려졌다.

‘조때따!’

날마다 기도했다. 한순간이나마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다고···. 신은 기도를 들어주었다. 그런데···. 쪼잔하게 진짜 한순간이냐!

꽝-

우직-

거대한 여객선이 어선의 선수를 들이박았다. 진로가 틀어진 어선이 쏜살같이 스쳐 지나갔다.

“오올!”

신은 쪼잔하지 않았다.


미친 바다는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시퍼렇게 날 선 생존본능이 육체를 움직였다. 큰 부유물은 흘리고 작은 부유물은 쳐내고, 큰 파도가 몰려오면 잠수하고 작은 파도는 올라타고······.

얼마나 오랫동안 몸부림쳤는지 모른다. 어느 순간 광란하던 바다가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뱃전을 잡고 용을 쓰다가 포기했다. 소진된 체력으론 몸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

눈앞에서 흔들리는 어판장용 대형 스티로폼 박스에 기어올랐다. 박스가 물마루에 올라섰다가 깊은 골에 쿵 떨어지기를 거듭했다. 이 정도면 천국이다.


네 활개를 펴고 누웠다.

이게 바깥세상인가?

모르겠다.

구명키트에서 물병을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물 분자가 말라비틀어진 세포를 촉촉이 적셨다. 폐가 풀무처럼 헐떡이며 산소 분자를 게걸스럽게 빨아들였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드라이 슈트는 그 모든 험난한 상황에 불구하고 멀쩡했다. 슈트가 없었으면 갈가리 찢어져서 물고기 밥이 되었을 것이다.


잠깐의 휴식이 기력을 되돌렸다. 감각이 살아났다. 소금기 섞인 시원한 공기, 비릿한 바다 내음, 출렁이는 물결···. 가슴이 뻥 뚫렸다.

“자유다!”

하늘을 쳐다보며 목청껏 소리 질렀다. 정보로만 존재하던 바깥세상이다. 쇠 냄새와 약품 냄새, 가운 입은 인간들, 인간을 닮은 괴물이 없는 세상이다.


문득 개자식들이 궁금했다. 바깥세상의 정보를 알지 못했으면 탈출할 생각도 않았을 것이다. 짐승처럼 사육하면서 왜 온갖 정보를 전달하고 지식을 전수했을까? 기억의 시작과 끝을 놈들과 함께했지만, 아는 게 없다.

개자식들도 탈출했을까? 아마도 어뎁투스와 워리어는 탈출했을 것이다. 그놈들은 인간이 아니니까. 어쩌면 지금쯤 자신을 찾고 있을지도 몰랐다.


벽이 없는 세상을 갈망했고, 억압받지 않는 세상을 소망했다. 간절히 바랐더니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었다. 그렇지 않고는 지옥을 빠져나올 수도, 신선한 공기를 만끽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별이 총총하다는 표현이 맞네. 저것이 달이구나!”

하늘에 빼곡한 별, 서쪽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 머릿속에 든 정보 개념과 바깥세상의 즉물 개념이 일치했다.


나는 인간인가?

인간으로 살 수 있을까?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인간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아니 정보는 충분했다. 홀로그램과 세트장까지 동원한 개자식들의 적응 교육 프로그램은 철저했으니까. 문제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 변화다.

어떻게 되겠지. 두려움과 걱정은 불확실한 미래를 억지로 현재화할 때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인간이다. 최대한 편한 자세로 누웠다.


“어? 달이 커진다.”

초승달이 요동치더니 부풀어 올랐다. 붉은 달빛이 몸을 파고들었다. 아니 몸이 달빛을 끌어당겼다.

우르르-

신체 내부에서 무엇인가 끓어올랐다.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달빛과 공명했다. 손가락이 빛으로 변해 사라진다. 팔, 다리, 몸통, 머리가 빛으로 변해 사라진다.

푸 확-

스톰의 신체가 빛을 뿜었다. 오징어잡이 어선이 켜놓은 집어등만큼이나 밝은 빛이 밤바다를 밝혔다. 잠들어 있던 파이몬 유전자가 레드 문이 뿜는 감마선과 공명하는 현상이다.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글쟁이야 초저녁이지만 문우님은 주무셔야죠. 꾸벅^^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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